▲ 변창렬 약력 : 시인, 재한동포문인협회 전상임부회장, 중국조선족 중견시인, 두만강문학상, 동포문학 대상 등 수상 다수
[서울=동북아신문] 아버지는 가을꽃이었다

마른 풀로구석진 곳에 살던 아버지논두렁이 집이라고다스러 진 삽 한자루로기둥을 세워시더니그 삽날로하여 온 들이 눈부시게꽃으로 번진 것이다 헛간의 용마루에 핀호박꽃이 곱다고웃으시던 아버지벼꽃도 탐스럽다고주먹구구하시던 아버지고추농사는 자식농사라며아들 다섯이나 더벅머리 만들어 놓고도고추꽃에 눈독드린 아버지흰 들국화로 뒤짐지고가셨다 물도 흰 꽃이라며강에 뿌려 달라고손을 풀지 못해할미꽃으로 서성이고 계신는 것 같다 민들레의 허리는가을의 깊이에 세운 기둥이다꽃의 뼛대로 만든 둥근달이여 가벼운 것들 하늘에는 무거운 게 없다산산이 조각난다는 것이하늘의 무게이다 구름도 그렇다부서지고 마는 깃털이다흔적조차도 남기기 싫어뒹굴고 흩어지고 있는 속물들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까닥으로무게를 속이고 있다 누구나 천당으로 간다몽땅 비워두고 가는게마지막 한 숨이다 나도 하늘로 갈 바에는구름이 되고 싶다육십오 키로의 살덩이가영점 영영 육오키로로 줄여서 가겠다그 때는 숨소리도영점 영영 육오로 감추겠다 나머지는 고집스런 것들이어서어느 구석에 숨겨놓고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겨두고 갈 거다 비가 오면왜서 젖어 드는지 알았다영점 영영 육오 외의 나머지들꼬리로 되기 위해옷자락에 매여달린 거였다 나도 하늘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주름 한 오리에 담긴 무게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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