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 가을국화
긴 여름 엄니 땀에 배인
하얀 무명 수건 보풀 같은
보랏빛 국화 꽃 숭어리
고난의 세월 밥상머리에 피운
내 젖 줄기, 엄니 미소 꽃
먼 길 돌고 돌아 깃 접어 꿈 꾸는
이 딸의 미워진 손 보듬느라
꽃잎 몸 다 으깨어진
말라서 볼품없는
내 엄니 같은 가을 국화여
야위고 작아진
내 엄니 가슴까지 피어서
잠자리 내 유년을 지켜주느라
가을 햇볕에 하얗게 꽃잎마음 피웁니다.
구름이 나 대신 꽃 양산 펼쳐 줍니다.
코스모스
실낱같은 끈에 치켜세운
잡초의 발에 채인
늦 가을, 이슬의 하룻밤 순정
땅의 풀 내음에 마구 적시어도
꽃물 흐려지지 않는
눈으로 만져지는 쓸쓸한 노래
코스모스 꽃잎이 지기 전에
한 올의 실타래에 풀 먹여
동그란 얼굴 받쳐든다
잠자리의 투명한 날갯짓이 슬퍼서
바람에 몸 맡기며
가녀린 떨림으로 꽃잎에 실어준다
떠나는 연습을 같이 한다.
詩 재의 태몽
- 제22회 매월당문학상 금상수상작
외할머니 집 키 낮은 담장가
늙은 나무 등에 업힌 까치둥지에
무서리가 지나간 지 언제였던가
아버지의 더운 피처럼 영산홍 붉게 물들던 봄
어머니의 등에 업혀 넘은 강보의 눈물 재
바스러진 사랑이지만
열 손가락 흐르는 피로
사랑의 물결 건너지 못한 탯줄에
파도가 일까 가슴 조이며
구름 재 넘어 청운을 빌어 안겨준
고향 땅 어머니
시비리 찬바람 상흔의 꽃 대신
노란 민들레 꽃 꺾어 주며
계절로 지나가는 하늘 가득 채워주던
지금은 어느 세상에서
딸기밭 가꾸고 계실 왈랴 마마
우유에 하얀 쌀 넣어 끓인 죽 목구멍 데이며
나무의 별 다 세지못한 까닭에
고사리 꺾어 들고 울었던 재
김치와 된장국만으로도
가슴속에 사랑의 숲 그리게 하는 집
어느 날인가
가난한 영혼 하늘에 걸어 두고
죄 많은 육신 천박한 땅에 묻어두고
이름은 詩 재에서 별을 셀 땅
멀리 계신 어머니 기도로 낯설지 않은 땅
굽이굽이 돌아 제일 높은
하늘과 땅사이 詩 재에 전생 이어
강 건너 푸른 밭길 열어주고
숲속 나무 일렁이며 하늘길 열어주는
별이 내 눈 되어
그리메로 달래 주는 詩 재의 바위
머리 위 하늘이
별빛 같은 태몽을 그린다.
겨울 빗속의 애가
-제5회 영상시문학상 금상수상
꿀 잠도 서운한 차가운 아침
번지 못 찾은 그리움이
다녀갑니다
오늘은 그곳에도
굵은 겨울비가 온데요
어젯밤도 잠 설친 그리움은
뿌연 안개 속 겨울비에
혹여나 내가 떠는 것 같아서
무작정 기웃거리다 가네요
차가운 겨울 빗속 서성이며
애끓는 계절이 다 가도록
끼룩대는 기러기처럼
나는 이곳에서 웁니다
엇걸린 인연
못다 한 사랑의 끈에
발이 칭칭 묶이어
애처로이 날개만 퍼덕이면서
화톳불 꺼져버린 겨울 빗속
목 쉰 두 부름 소리의 화음은
누런 갈대밭 차가운 대기속에
흩어져 대답이 없네요
무궁화 파란 나뭇잎에 새긴 언약
거센 폭우에도 적시지 않았는데
겨울비엔 마음보다 몸이 추워서 애타게 날개로 덮지 못하고
시린 이 겨울이 다 지나도록
겨울 비 내리는 하늘만 바라봅니다
봄볕을 그리며
겨울연가
-제6회 영상시문학상 은상수상작
파란 하늘에 오롯이 펼친
붉은 맥의 빨간 연서
여름 햇볕에 바래는 동안
우렛소리에놀랐어도 빨갛게 물들어
이 가을 단풍 연가(戀歌) 구성지다
풋풋했던 여름의 고운 정을
이토록 빨갛게 물들여놓고
나 몰라라 떨어지면 그리움 잊힐까
바람에 한 잎 한닢 실어 보냈는데
무엇이 발걸음 멈추게
이토록 시려 오는 걸까?
시각의 공허가 비울 때로 비운
겨울로 가는 여백의 한 귀퉁이에
문바람 못 이겨 떨려오는 문풍지 소리
감추지 못했던 너의 희비를
떨어지는 단풍잎에 덮어 두련다
차가운 달빛이 눈가루에 잠들어
마주함도 없는 보고픈 얼굴과
곰 삭힌 그리움 기울여 목 추기며
달이 차오르는 긴 밤
창호지 빨갛게 태우고 싶어서
단풍, 너랑 태울 겨울연가(戀歌) 품어본다
이자영_아호: 청암 (淸巖)
국제PEN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문화예술협회 특별홍보이사
푸른문학영상국 국장
문학과 비평 사무차장
아주문학협회 총무
경기문인협회회원
아주대문예창작과 2년수료
이자영 약력
수상
현대시선 신인문학상수상
「詩 재의 태몽」(외10수) 제22회매월당문학상 금상수상
「겨울 빗속의 애가」 제5회영상시문학상 금상수상
「겨울연가」 제6회영상시문학상 은상수상
공저
꽃잎편지
가을편지
하늘꽃이 피는 날
심상의 지느러미
푸른시 100선
E-Mail ; zhiyiong69@naver,com
( 감성테마여행 CD앨벌 1,2,3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