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지원센터 김봉호 소장, 불승인 난 산재 건 행정소송으로 보상 받아내

▲ 김봉호 해외동포지원센터 소장.
[서울=동북아신문]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이 난 중국동포 산재 건을 맡아 1심 법정소송에서 패소했으나 2년4개월여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고등법원에서 승소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보상을 받아낸 고마운 한국인이 있다. 해외한민족센터 김봉호 소장이 바로 그 사람. 김봉호 소장을 지난 10월 20일 해외동포지원센터 사무실에서 만나 그 전말을 들어봤다.

중국동포 윤OO(사망당시 55세)씨는 2016년 3월 10일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의식불명이 되었고, 응급후송 되어 치료하다가 3일후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같은 해 3월 20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금으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를 신청했으나 6월 2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불승인이 났다.  윤씨의 가족은 산재 보상을 포기하고 있었으나 지인에게서 해외동포지원센터의 김봉호 소장을 찾아가보라는 소리를 듣고 같은 해 8월경 김 소장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윤씨의 가족은 김 소장의 도움을 받아 같은 해 9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 재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7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재심사 신청도 불승인이 났다.  윤씨 가족은 2017년 4월 망인의 원청회사 및 하청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신청 소송을 제기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같은 해 6월 원청회사 및 하청회사에 대한 손해배상금 신청을 취소했다.  윤씨 가족은 2017년 7월 24일 서울행정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을 피고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많은 준비를 했기에 김 소장과 윤씨 가족은 승소를 예상했다. 그러나 1년 가까운 심리 끝에 2018년 6월 7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은 원고 패소였다.  김 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낙담해 하는 가족을 설득해 6월 20일 서울고등법원에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지급을 요구하는 항소를 제기했고, 1년 3개월여의 심리 끝에 마침내 지난 9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2018년 10월 15일 유족보상일시금으로 현금 약 1억5,000만원, 연금으로 매월 110만원을 배우자가 사망하는 날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산재보험금 지급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가족에게 통보했다.  다음은 김봉호 소장과의 일문일답.  윤씨 가족을 도와주게 된 계기는? “원래 근로복지공단에서 한번 불승인 난 산재 건을 뒤집어 보상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16년 8월경 윤씨의 부인과 딸이 센터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길 수 없다. 포기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닭똥 같은 눈물을 한 참을 흘리다 돌아갔다. 두 사람이 나간 뒤 그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고, 우리 가족이 만일 같은 경우를 당하면 어쩔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쫒아 내려가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을 붙잡아 다시 사무실로 데려왔다. ‘이길 수는 없지만 마음에 한이 안 되도록 장례비라도 받아낼 수 있도록 한번 해보자’고 해서 인연을 맺게 됐다.”  
▲ 김봉호 소장이 지난 10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자랑스러운인물대상조직위원회로부터 국제의료환자 봉사부문 ‘2018글로벌 자랑스러운 인물대상’을 수상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풀어갔나? “원래 산재보상을 받으려면 최초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이 건의 경우 회사는 일을 많이 안 시키고 8시간 정상근무만 시켰기 때문에 과로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산재보상은 근로 현장에서 근로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 보상을 해 주는 것인데 뇌출혈의 원인이 근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 앓던 지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산재 보상을 받을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사가 윤씨의 근무 날짜를 노무비 관련 세금처리 때문에 장부상으로는 축소 기재하고, 하청회사는 공사기한이 촉박하여 휴일 근무, 야간작업 등을 시켰기 때문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의 뇌출혈 발병의 주 원인임이 분명했다. 이에 원청회사와 하청회사를 상대로 각각 3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회사 사장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사장을 만나 ‘일을 더 많이 했다는데 8시간 근무했다고 해서 산재도 못 받게 하느냐. 세금 적게 내려고 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사장은 사실을 인정하고,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실제 일한 만큼 초과근무를 했다는 확인서류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근로복지공단 재심사에서도 불승인이 났다. 왜 그랬나? 그 이후의 과정은? “1차 진술과 2차 진술이 다를 경우 공공기관은 대체로 일차 진술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할 수 없이 행정법원에 제소했고 1년을 싸웠다. 서류를 4~50회 만들어 넣었다. 센터에 고문 노무사로 근로복지공단에 근무하셨던 분이 한 분 계신다. 이 분의 도움으로 산재 관련해서 많은 자료를 찾아 법원에 제출했다. 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의 조력도 무료로 받았다. 충분히 노력했기에 이길 것 같았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은 원고 패소였다. 패소 이유는 ‘과로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한 걸 100%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가족을 설득해 바로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행정소송은 2심제이고 고등법원의 결정이 최종심이다. 고등법원이 1심과 달리 원고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특별한 게 없다. 단지 1차 진술만 인정했던 서울행정법원과 달리 사실에 근거해 회사의 도움을 받아 제출한 2차 진술의 진실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고등법원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발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판시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이 2차 진술의 진실성을 인정하게 된 배경으로 2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증언을 한 원청회사의 직원과 하청회사 직원의 증언, 망인의 사망 무렵 과로의 원인이 될 만한 상황 등에 대한 동료 근로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산재 보상을 받기 위한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쉽다. 동포들 중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람이 많다. 그럴 경우 병원이나 회사가 나서서 산재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이나 고용주는 절대로 노동자 편을 들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동포들은 함부로 산재신청을 하지 말고 노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과로로 사망했을 경우 과로를 했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이번 건의 경우 회사가 사실에 근거한 서류를 만들어 주고 법적으로 증인까지 서줘서 이길 수 있었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회사 관계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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