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산 단시조 7수, 연시조 4수

 

 

▲ 신현산 약력: 시인, 서예가.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 국제문화예술교류회 서예분과위원장, 길림시작가협회 회원. 2016,3 '一木 신현산 서예가의 첫 번째 개인전' 구로구에서 개최. 서예, 시조 작품 수상 다수.

 

시조

감자눈

 

 

몸통 백의 눈은

살점마다 눈물이다

 

흙속에 떨어져서

살로 돋아나면

 

엄마는 어디로 가고

하얀 꽃잎 서러워라

 

 

 시조

시인

 

한끼 거르는

시줄 잡고 떼우는데

 

셔츠 *노타이도

꼴불견은 아니로니

 

하면 바람을 씹어라

너머에 길이 있다

 

*와이스쳐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

 

 

시조

裸木

 

 

어려운 문장 하나

참새가 쓰고 있소

 

썼다가 지웠다가

行間 바꿨다가

 

마침내 하얀 페이지

콩닥콩닥 활자로세

 

▲ 새와 물

 

 

시조

새와 강물

 

강심에 우는 새는

깊이를 알리 없고

 

흐르는 강물 또한

우는 뜻을 모르거늘

 

죽도록

엮여 있어도

뚫지 못할

심사라네

 

 

시조

벼루(硯)

 

 

靑石 정을 맞고

천만번 울고 난뒤

 

낮은 옹달샘에

눈물 가득 고였구나

 

눈물 갈고 갈리여

이라니 오죽하랴

 

 

시조

스승

 

장의 테이블에

삶의 딱지 붙여 놓고

 

꺼지는 눈확에다

별들을 가둬두면

 

그대는 밤길 익숙한

베테랑이 아니던가

 

 

시조

황혼

 

 

영혼의 십오그램

산마루에 얹어두고

 

호젓이 가는 길엔

눈물도 가뭄이라

 

자락 벌거숭이는 만시름을 놓고가네

 

 

 연시조

송화강

 

천지물 줄기가

西土 길을 열어

 

광야에 깊이 든잠

여울목에 휘어드니

 

太古 행장을 지고 나그네로 가더이다

 

북녁땅 사천리를

굽이치는 물결위에

 

부여의 옛그늘이

거꾸로 비꼈으니

 

강심에 하얀 물새는 누구 넋을 입은거냐

 

雪國 깊은 계절

은빛의 상고대

 

세월강 기슭에서

몇번이나 돋았던가

 

萬愁心 등골에 얹어 가던길을 재촉하네

 

  

연시조

초가지붕

 

 

낮아진 추녀끝에

이맘 때를 마주하니

 

이엉 켜켜마다

세월 주름 끼였는듯

 

얼룩진 자국들에는 박꽃들이 피어 있네

 

기라성 자락이

여름철 메운 자리

 

다리 사다리는

모퉁이 기대인채

 

해묵은 망태기 하나 처마 밑을 흔들대네

 

향수의 푸른 넝쿨

용마루그 아래서

 

흘러간 옛이야기

하나 둘씩 떠올리면

 

북두는 옛날 같아라 저만 홀로 졸고 있네

 

 

연시조

고향서정

 

 

눈오는 북촌에는

가지마다 꽃이로니

 

참새떼 쏟아져서

눈가루 흩날리고

 

아이의 돌팔매질에

새벽하늘 찢어지네

 

등골이 휘어지게

상고대 짊어지고

 

십리라 가로수길

신발밑이 흥겨운데

 

동천에 뜨는 해는

겨울잠에 취했구려

 

歸鄕 십이월은

간곳마다 素服이라

 

하늘은 드리워져

강바람 쉬이 불고

 

잔정에 가슴을 여는

나그네의 고향이여

 

 

연시조

낙동강

 

1

황지연 푸른 물길

태백산서 내리 쏟쳐

 

영남땅 언덕 따라

은빛 비늘 누벼가면

 

가야 짙은 竹林 성벽처럼 마주 오네

 

2

팔백리 머리발을

남해로 휘날릴

 

강바람 훠이훠이

구름 모는 그늘아래

 

여울목 허구리 끼고 물보라는 흩날리네

 

3

어디서 들려오는

漁豊 개선가에

 

물새가 귀를 쫑긋

숲을 차고 나래치면

 

황도길 갈피갈피에 가을 지고 봄은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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