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경찰서 외사계를 찾아서

 법무부에서 금년  4월24일자로 ‘동포자진귀국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동포들의 자진출국진척상황은 어떠할까? 특히 여권위변조자와 위장결혼으로 들어온 동포들의 생각과 동향은 어떤지? 당지 경찰서나 검찰에서는 이번 동포자진귀국프로그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또 자진신고를 어떻게 접수, 처리하고 있는지? 이런 의문들을 갖고 나는 6월 7일 오전 구로경찰서 외사계를 방문했다.

▲ 구로경찰서 외사계 한정희계장
  노련하고 꽤 경력 있어 보이는 문주영 경장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경찰서에서 이달 12일에 개최할 ‘외국인인권보호센타’출범식을 놓고 고민 중이던 문경장은 상담을 요청하자 인차 한정희 계장을 찾아주었다.

 

삼십대 후반, 혹은 사십대 초반의 한계장은 인상 좋은 얼굴에 세심하면서도 후더분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구로경찰서 외사계 인원은 총 6명, 그들은 이미 100명 쯤 되는 자진신고 동포들을 접대하였다고 한다. 거기에 귀화신청 건 조사받으러 오는 동포들이 부쩍 늘면서 일손이 몹시 딸리는 형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다들 겁이 나서 찾아오지 않더군요. 5월1일까지 한 명도 오지 않았어요.”

 

자진귀국정책이 나왔지만 불법상태인 동포들이 우려와 경계심 때문에 경찰서를 찾지 않더라는 것이다. 한국 법을 놓고 볼 때, 남의 머리를 바꿔서 들어왔거나 위장결혼으로 들어온 동포들은 예전 같으면 무조건 구속처분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이번 자진귀국프로그램에 그 부류의 동포들에게까지 혜택을 주느냐 마느냐로 시민단체와 출입국, 검찰, 경찰 간의 마찰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 보면 이는 대한민국 법 근간을 흔드는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한 명, 두 명 찾아와서 자수하자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아오는 동포들의 수가 차차 늘더군요. 곁에 서울조선족교회와 외국인근로자센터를 비롯해 동포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민단체들이 있기에 구로경찰서가 동포들의 심목 중에 더 가까워 보인 것 같습니다.”

이곳 외사계에서 마음 편하게 해준 덕분도 크지요.”

나는 한계장의 말에 실제 상황대로 응답해주었다.

 

▲ 동포들 접대하느라 바삐 보내는 공무원들
 

지금 외사계의 하루 접대 인원 수용양은 10명 정도, 한 사람을 조사하고 민원실에 보내 서류를 작성하기 까지 꼬박 3시간이 수요 된다. 때문에 그들은 자주 야간을 하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나와서 업무를 보게 된다고 한다. 

 

경찰서에 자수하고 수속 밟는 절차는 간단하다. 머리를 바꾸거나 위장결혼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나면 경찰서 민원실로 가서 ‘사건접수사실환인원’을 뗀다. 그리고 민원실에서 조사서류를 검찰에 보내면 검찰에서는 사건조사확인을 거친 후 본인에게 ‘공소부제기사실학인원’을 택배로 발급한다. 그러면 동포들은 출국할 때 그 서류를 소지하고 비행기표와 새로 발급 받은 여행증, 구여권(혹은 구여행증)복사본 등을 갖고 공항출입국사무소에 가서 재입국확인서를 발급 받게 되는 것이다.

 

조사받으러 찾아온 동포들은 일반적으로 사건의 내막을 고스란히 털어놓는다고 한다. 이유는 혹시 경찰의 재조사가 들어갈 때 처음의 말과 엇나가거나 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하기 때문이고,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거짓말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껏 속이면서 음지에서 마음 움츠리고 남 눈치 보면서 살아왔던 그들은 이제는 해방이라도 받은 느낌일 것이다.

 

위장결혼일 경우, 여자만 일방적으로 조사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공소시효가 지난 동포들의 건도 다 받아들이고 처리해준다고 한다.

 

아마 요즈음 불법체류 중 동포들은 이 생각 저 생각하느라 속 많이 썩이고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빚도 갚지 못했거나 이제 겨우 갚았는데 자진출국이라니? 또 일년 동안 돌아가서 뭘 하겠는가? 등등 고민들이 깊지 않을 수 없다. 지어는 울고 가는 동포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엄연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떳떳한 자격으로 재입국해서 정정당당하게 5년쯤 벌다가 가는 것이 명분도 있고 자기한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동포들은 잘 알고 있었다.

 

“조사해 보면 우리 동포들이 참 고생 많이 했더군요. 제일 안타깝고 심각한 것은 의료문제인데 불법체류를 하다보니 여자들은 병원 한번 못 가본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여자들은 산부인과 쪽으로 진찰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소원이 병원에 가서 진찰 한번 받아봤으면! 하는 것이었어요. 재입국하면 이젠 그런 일은 없어지겠지요. 하는 일도 단순해서 여자들은 식당 아니면 간병인, 남자들은 대부분 건설장에서 노동을 했더군요. 공장이나 어데 가서 기술 같은 것도 배웠으면 좋았을건데…

 

단순히 돈만 벌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고기 낚는 법을 배워야 앞으로의 삶이 더 쉽고 충실해 지지 않겠는가? 나도 동감이었다.

 

구로, 가리봉, 대림 일대는 조선족집거구이다. 이 일대의 조선족들은 물론,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타지방의 동포들까지 구로경찰서를 찾아온다고 한계장은 은연중 사정 이야기를 했다.  

 

 

▲ 사업토의를 하는 문주영경장과 한정희계장
 

작년, 그들이 동포1세 국적취득 건을 접수, 처리한 것만도 1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나는 이번 6월12일에 출범시킬 ‘외국인인권보호센터’에 대해 문의했다. 들어보니 이동센터성격을 띤 센터였다. 매주 목요일마다(오후2~5시까지) 서울조선족교회나 외국인근로자센터 등 조선족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상담하면서 인권문제나 동포들이 봉착하는 어려운 문제들을직접 듣고 챙기면서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는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이주하고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또 다른 한국인이라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책에 호응하는 좋은 발상이라겠다.       

 

하지만 IT산업이 발달한 한국이라지만, 정보미달이나 중시 부족, 또는 고질적인 사고와 유연성 부족으로 개별적인 집법단체들에서는,  법 집행 중 유감스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웠었다. 

 

이날도 취재를 끝나고 돌아온 나는 모 경찰서에 잡혀갔다가 풀려나온 오십대의 조선족여성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분개를 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유방암환자인데 울면서 자기가 당한 일을 이렇게 하소연했다.

 

법무부에서는 4월17일부터 귀국한 불법체류동포들한테도 혜택을 준다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어요? 24일 날부터는 정식 제도를 실시하기로 한다구 했고요. 저는 치료비도 엄청나고 해서, 유방암치료를 위해 중국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이번 ‘자진귀극프로그램’에 대해 문의를 했지요. 그랬더니 경찰서에서는 오면 자기네가 치료비가 싸고 유명한 병원을 소개해 주고 편의를 봐줄터이니 빨리 찾아오라고 달콤하게 꼬시더군요. 그런데 정작 찾아가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있어요, 절 잡아 가두지 않겠어요? 밥도 주지 않고 약도 못 먹게 꼬박 하루저녁을! 이튿날에는 차에 태워 출입국관리국으로 압송해 가더군요.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자 출입국관리국의 직원이 그 사람들한테 야단을 치더군요. 당신들은 법도 모르고 뭘 하고 밥 먹느냐고?…”

 

유방암 환자한테 밥도 주지 않고 약도 못 먹게 하다니? 동포자진귀국정책 통지를 받지 못했었다는 말로는 해석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번의 공포미열로 그녀는 두달동안 꼬박 속을 태우며 모경찰서 민원실로 '사건접수사실확인원'조차 떼러 가지 못했다 한다...

 

물론 정책집행자의 사유나 처리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시대에 집법자들은 더 밝고 지향적인 사회로 나가려는 정부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누구보다 적극 따라야 하지 않는가? 도의적이나 인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모경찰서의 직원들은 사회의 질책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한편 구로경찰서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가짐에 내 마음은 푸근해 났다.  어떻게 하면 동포들이 마음고생 덜 하게 절차를 간소화 하고 일처리를 빨리 하는 방법이 없겠는지? 그들은 한창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