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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곽미란 기자]신혜란 교수, “조선족은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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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4  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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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동북아신문] 곽미란 기자가 쓴 '신혜란 교수  인물 탐방기'를 다시 싣는다. 우리 혹은, 누군가는 한번 더 읽어 볼 필요가 느껴진다...<편집자>  

   
▲ 신혜란 교수
“조선족은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란 조선족 관련 연구를 발표하고 나서 이런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는 서울대 신혜란교수가 쓴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라는 책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동안 조선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은 폭력, 인신매매, 장기적출 등 비뚤어진 시각이 많았고, 조선족의 집단 이주에 대한 언론들의 초점도 불법 이주나 가족 해체, 3D업종 종사 등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선족에 대한 일반 한국인들의 이해는 거의 언론에서 듣고 보아온 아주 편향적 경향을 띠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신혜란교수는 인터뷰에서 세계화, 변화하는 중국에서 조선족이 살아가려는 전략과 그 변화의 진화 과정에 눈길을 돌렸다고 했다. 조선족에 대한 입체적, 역사적, 다각적인 각도의 조명이 필요한 시기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혜란교수에게 조선족이란?

지난 6월 25일 오후 필자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신혜란교수의 연구실 문을 노크했다. 이주자 연구와 도시 정치를 연구하는 신교수가 조선족에게 관심의 눈길을 돌리게 된 계기는 런던에서 아들을 낳고 나서 아들을 돌봐줄 도우미가 필요했는데 주위 사람들의 소개로 조선족 도우미를 찾게 되면서부터다. 그때 처음으로 조선족을 접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몇 년간 가사도우미를 했던 경험이 있는 그 조선족아주머니는 애를 돌보는 일과 가사일도 맘에 들게 척척 잘했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화끈하여 조선족들의 이야기도 틈만 나면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조선족에 눈을 뜨고 나서 2012년에 지인의 요청으로 “객지에 사는 사람들이 공감할 글”을 쓰기로 하면서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을 쓰기까지 신혜란교수(사진)는 런던에서 3년, 한국에서 3년, 중국 청도에서 1년 동안 수많은 조선족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사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인터뷰할 때 너무 힘들어서 6번을 하고 몇 달을 쉬었어요.”

   
▲ 신혜란 교수 저서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의 책 표지
연구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담담한 태도로 들었지만 자신이 전혀 모르는 브로커를 통한 입국이며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조선족의 이주의 삶 이야기가 신교수에겐 너무나 생소하고 가슴 아프고 힘들게 다가왔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미 조선족의 이야기가 그녀 안에 가득 쌓이고 있었다.

런던의 뉴몰든, 중국의 청도, 한국의 대림에서 만난 조선족들은 모두 달랐다. “청도의 조선족들은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줬지만 한국이나 뉴몰든의 조선족들은 달랐어요. 쿨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아는 사람을 통해서 소개를 받아도 딱 잘라서 거절을 하더라고요. 특히 한국에 나온 조선족들은 아마도 한국인들에게 당한 서러움이 많아서 그런지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해요.”

이렇게 인터뷰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한동안 그녀는 조선족이 많이 가는 사우나에 일부러 자주 다녔다. 가서 무작정 조선족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했으나 조선족들은 단마디로 응대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무시로 다가가고 여러 번 거절당하고 사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조선족을 “괴롭혔다”. 이 책은 이렇게 만나고 들은 조선족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떠남’을 선택한 사람들

조선족의 ‘떠남’에 대해 신혜란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선족은 20세기 초에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서 소수 민족으로 살았다. 조상에게서 떠나온 이들의 삶을 배운 후손들은 세계화, 중국의 성장, 한-중 관계 개선 속에서 떠나는 삶의 진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던 조선족들은 지난 20년 동안 세계 곳곳에 진출했다. 조선족의 이주는 빠르고 넓다. 1992년 전에는 190만 명 정도이던 조선족 중 60만여 명이 90개국 넘는 나라로 이주했다.

이동성, 떠나기, 셀 수 없이 많은 ‘아마도’라는 미래 계획 등으로 흔들리는 개인의 삶은 세계화의 완성이다. 이런 이동에는 이민을 뜻하는 장거리의 영속적 이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동, 출장, 짧은 휴가 여행, 이사, 답사, 어학연수, 인턴십 프로그램 대비 단기 이주도 들어간다. 조선족은 그런 이동을 조금 일찍 시작했다. 사람들의 존재가 점점 더 불안해지는 경향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면, 조선족은 일찌감치 불안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혹시 우리는 모두 조선족일까? 아직 아니어도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걸까?

   
▲ "어디론가 떠나야 해요..." 인생의 그 딜레마...<편집자>
조선족들은 이런 새로운 떠남에 적응해 살고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경험을 하는 셈이니 훗날 혁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을 지도 모른다.

조선족은 외국으로 갈 뿐 아니라 중국 안에서도 멀리 뿔뿔이 흩어져 산다. (중략) 그 결정의 토대가 ‘지정학적 눈치’다. 지정학적 지식을 깔고 전문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선족들 사이에는 ‘어디는 요즘 어떻다’고 하는 전세계적 ‘카더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일단 이민자들은 내가 결행한 떠나기가 맞는 판단인지 불안하기 때문에 두 나라의 형편을 늘 비교하게 된다. 조선족은 두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만큼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거기에서 도는 얘기는 다름 아니라 조선족이 가서 할만한 일들이 지닌 전망이다. 국가별 발전 현황과 전망에 기대어 가늠한다.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

신혜란교수는 몇 년에 걸쳐 조선족이야기를 쓰면서 내내 이주자로 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그녀는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왔고 그 후 로스앤젤레스, 런던을 거쳐 서울로 왔다. 서울에 와 학부, 석사, 박사, 교수 단계마다 학교가 계속 바뀌고, 전공이 바뀌고, 결혼을 한 일도 연거푸 새로운 환경에 놓인 이주자가 되는 과정이었다.

제목을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라고 정한 것도 요즘은 이주자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든 다른 사회든 예전에 비해 지금 다니는 직장에 충성을 다하지 않고 늘 구인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사람이 늘어난 현실은 조선족들에게 일어난 변화랑 다를 바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신혜란교수는 또 요즘 인터뷰를 통해 만난 조선족들의 소개로 대림 PC방을 전전하는 조선족 4세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비쳤다.

다문화시대에 조선족을 잘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신혜란교수가 이 책을 쓴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족”,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몸부림을 이해하면 자기와 타인의 모습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주의 역사 속에 내가, 조선족이, 내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자본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또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듯이 내 삶도 지리적 이동을 한다. 궁극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

“이주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주자는 좀 더 낳은 삶을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신혜란교수는 말했다. 요즘은 이주자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전에는 잘 사는 나라로 이주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나라로 이주한다. 이주했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나라로 가거나 두 나라 사이를 왔다 갔다 반복 이주하는 것처럼 다양해졌다. 전에는 잘 사는 나라로 대거 이주해서 그 나라에 뿌리박고 살려고 했다면 지금은 소규모 이동이 다양해졌다. 또한 난민과 이주자 구별도 잘 되지 않고 결혼이주-노동이주 구별도 힘들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영화 '차이나 블루'와 '황해'를 보는 시선

신혜란교수는 이 두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면은 조선족의 진화라고 말한다.
“사회주의 중국의 농촌에서 지내다가 자본주의 한국의 도시에 와서 고생도 많이 하고 더 큰 불평등에 빠지기도 했지만 학습 효과는 컸고 성공한 조선족도 늘어나고 있다. 조선족의 유목민적 특징은 21세기에 큰 장점일 수 있다. 중국이 부상하고 한국과 조선이 통일된 후에 조선족이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다. 서울 가리봉과 구로 지역은 어떻게 변할지, 2020년이나 2030년쯤에 이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했다.

   
▲ 신혜란 교수

“조선족은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

조선족 관련 연구를 발표한 뒤 토론에서 신혜란교수가 이 말을 하자 대부분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것은 미래라는 말은 보통 더 발전한 사회를 뜻하고, 앞서간 사회가 지니는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취하고 버릴 지를 말할 때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족이 미래라니 과연 무슨 의미인가?

자본이 국경을 더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 변화가 기본적 세계화라면 사람의 이동, 생각의 이동, 정책의 이동은 본격적 세계화다. 요즘처럼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때, 자기 나라나 도시에서만 직업을 찾지 않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리적으로 활동 무대가 넓어진데다 노동시장도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또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다른 인종에게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한국사회에 이주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 사회도 어쩔 수 없이 서서히 변화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2015년 신혜란교수가 맡은 한 대학원 세미나 수업은 6개국 출신의 학생들이 들어올 만큼 다국적으로 변했다. 그런 변화가 개인의 삶에도 들어온다.

경쟁에 내몰린 개인들의 삶은 늘 불안하다. 불안해서 살기가 힘들고 비정규직이 싫다고 하지만 정규직 일자리에 들어가서도 좀더 나은 조건을 찾아 늘 기웃거린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찾아서, 정말 더 좋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그 미래를 좇아 가족을 두고 떠난다. 궁극적으로 세계는 지금 이주의 시대다.

부유하는 사람들이 어디든 정착해서 살고 싶어하는 듯하지만, 그 갈망만큼이나 떠도는 삶에 익숙해져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필연적으로’ 떠나게 된다고나 할까.
이런 면에서 볼 때 “조선족은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

신혜란 교수는 누구?…어떻게 이 책을 썼나?

現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다. 이주자 연구와 정치 지리가 그의 연구 분야의 두 축이다. ‘정치 지리’, ‘젠더와 다문화’, ‘질적 연구 방법’, ‘인구 지리’, ‘사회 지리’, ‘생활 공간과 인간’ 같은 과목을 강의한다. 몇 년에 걸쳐 조선족 얘기를 쓰면서 내내 이주자로 살고 있었다고 느꼈다.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에서 물리를 전공한 뒤 사회과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역량 이론에 기초한 일상 문화와 빈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가 됐다. 이때 논문에 쓰인 사례가 한인 이주 여성이어서 이주자 연구에 눈을 떴다. 박사 논문을 끝내기도 전에 런던 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이주자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주로 도시 정치를 가르치면서 《도시 연구)》, 《도시와 지역 연구》 같은 국제 학술지에 도시 재생, 성장 레짐, 갈등, 협상, 협치, 소통 합리성 등에 관한 논문을 냈다. 영국으로 건너가 조선족에 눈뜨고 나서는 이주자 연구를 연구의 다른 한 축으로 삼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족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가득 쌓이기 시작한 이야기들이 2013년에 15년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재적응을 시작하면서 한 권의 책이 됐다.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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