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의 사망으로 귀화신청 접수를 거부당한 재중동포 김아무개씨가 제기한 차별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소극적 법 해석으로 각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현행 국적법 제6조 2항 1호에 따르면, 외국인은 한국인과 결혼한 상태로 2년 이상 한국에 거주해야 간이귀화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진정인 김씨는 결혼해서 한국에 거주한 지 1년만에 한국인 배우자가 위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간이귀화 신청접수를 거부당했다. 이에 김씨는 올해 2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인권위) 차별행위조사소위원회는 지난 8월 "국회의 입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인권위법 제30조 1항 1호에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한 경우 피해자 등은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국회의 입법 및 법원·헌법재판소의 재판을 (진정대상에서) 제외한다"라는 예외를 두고 있다.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진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국회의 입법"이란 입법행위로 한정해야지, 여기에 입법의 결과인 법률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예외는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라며, "차별적인 법률이 만들어졌을 때는 그 법률의 타당성 정도까지는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이창조 상임활동가는 "국회의 입법을 진정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법률을 만든 국회의원들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인권위법 제44조도 진정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 내용에 "법령의 개선"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회의 입법"이란 조문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진정대상을 축소함으로써,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임무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현재 김씨는 한국에도, 중국에도 속하지 못한 무국적 상태다.


한편, 지난달 28일 인권위 정책및대외협력소위원회는 개별 권리구제가 아닌 법제개선의 차원으로 "외국인 간이귀화제도"를 다뤘다. 이때 개선권고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의견표명을 보류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어, 한달 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동북아신문 우성영 편집장은, 결혼한 상태로 2년이 되기 전에 △남편이 사망하거나 △애를 낳아 양육해야 하거나 △이혼한 후 본인이 원할 때는 외국인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예외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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