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공기는 숨막힐듯 팽팽해졌다. 모자간은 한동안 서로 쳐다보며 서있었다.  무측천은 아들을 낯선 사람 보듯이 날카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결과는 인젠 불보듯 빤했다. 태자홍은 락양의 화벽궁에서 위국부인과 똑같은 착오를 범
했다.  그는 결국 무언가 잘못 먹고 숨졌다. 그의 시체를 드러낼 때 고종은 너무도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 한동안 목석처럼 굳어졌다. 락양에서 장안으로 태자홍의 령구를 호송하는 도
중, 고종은 사흘동안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과도 같았다.
    일체 조정의 사무는 무측천이 지휘하고 결정하였다. 이 녀인은 견강한 의력으로 비통을 
힘으로 바꾸어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했다. 심지어 무측천은 아직까지 아들의 시체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그녀는 수많은 일들을 하여야 했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던 고종이 장안으로 돌아온후 문뜩 무측천에게 물었다.
    태자홍이 어떻게 음식을 잘못 먹을수 있소?
    제가 어떻게 아나이까? 태자홍은 워낙 데면데면하였나이다.
    중서령 배염이 황제를 배알할 때 고종은 또 물었다. 
    태자홍이 어떻게 음식을 잘못 먹을수 있나?
    배염은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한마디 했다.
    태자홍은 정말 좋은 사람이였나이다.
    고종은 아예 배염의 옷자락을 걸머쥐고 물었다.
    태자홍이 뭘 잘못먹었는가?
    배염을 긴장하여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는 황제의 정서가 온정치 못한것을 보고 비지땀
을 흘렸다.  순간 급한 김에 기발한 생각이 문뜩 떠오른 배염은 낮은 소리로 아뢰였다.
    태자홍이 뭘 잘못 먹으셨는지 황제께서도 모르고계시나이까?
    이 한마디를 겨우겨우 내뱉는 배염의 온몸은 이미 땀투성이가 되였다.  부들부들 떨며 
배염의 옷자락을 놓는 고종의 눈길은 놀랍게도 서슬이 번쩍이였다. 
    중서령께서 그녀를 제거하여주오.
    고종이 힘겹게 말했다.
    배염을 너무도 놀라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었다.
    페하! 그렇게 할수 없나이다.
    배염을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할수 없는가?
    고종이 노기등등해서 배염에게 물었다.
    배염은 신음조로 말했다.
    페하께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그럼 중서령께서 그녀를 아예 없애버려주시우.
    고종이 또 억압조로 말했다.
    배염은 인젠 이발까지 덜덜 쫏으며 낮은 소리로 겨우 말했다.
    페하! 제가 어찌 감히 그렇게 할수 있나이까.
    그러자 고종은 괴상하게 생각하며 의혹스레 물었다.
    난 황제이도다. 내가 누굴 죽이라고 하면 죽이는것이 도리가 아닌가?! 그런데 왜 그렇
게 하지 못한다고 하느냐?
    배염이 너무도 황송해하고 난감해하는것을 보고 고종은 막 혐오스러워했다. 그는 또 배
염의 옷자락을 걸머쥐고 높은 소리로 물었다.
    왜 중서령께선 이처럼 무서워 부들부들 떨고있느냐? 그래 내가 황제가 아니란 말이냐?
    배염은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납덩이처럼 무거운 침묵이 한동안 흘렀다. 한참후 
고종이 침묵을 깨드리며 탄식조로 말했다.
    그렇지. 난 아무 소용도 없는 황제이다. 아니, 난 황제가 아니도다.
    다음날 조회때, 고종은 생각밖으로 조정에 왕림하였다. 조정에 나오는 고종의 발걸음은 
그처럼 씩씩하고 힘있었다. 전혀 병마에 시달리던 병약한 고종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그러나 대신들은 한결같이 고종의 얼굴에 뒤덮인 절망적인 검은 구름을 보고 그 어떤 폭풍
우가 닥쳐올것을 감촉했다.  대신들은 황제가 엄청난 어령을 내리리라고 추측하였다. 이 어
령은 한무리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전에서 울리는 고종의 발걸음
은 대신들의 가슴을 조였다. 대신들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가면서 국세와 황제의 기색에 의
해 자기의 전도를 가늠해야 했다. 혹시 한마디라도 잘못 벙긋하면 머리가 떨어지는 판이였
다. 대신들은 초조한 심정으로 무측천의 옆으로 다가가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고종은 낮으나 
저력있는 목소리로 무측천에게 명하였다.
    무황후는 물러나오.
    무측천은 아무 말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종은 대신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무황후가 조회에서 퇴출했는데 왜 함께 물러가는 대신들은 없느냐?
    웬 일인지 대신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나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대신
들은 목석처럼 굳어져있었다.  고종은 한참동안 대신들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정말 이상하구나. 오늘은 웬 일이냐? 왜 한사람도 물러가지 않느냐? 좋다. 너희들이 물
러가지 않으면 내가 물러가겠도다.  난 황제자리를 낼것을 선포한다.
    대신들은 너무도 뜻밖이여서 이리저리  서로 눈치만 살폈다. 대전안은 물 뿌린듯 조용
했다. 그들은 전혀 황제의 뜻을 짐작할수 없었다. 황제가 정말 자리를 내놓으면 도대체 국세
는 어떻게 번져질가? 태자홍이 금방 세상떴는데 누구한테 왕위를 계승하게 한단 말인가? 
대신들은 정말 대세를 판단할수 없었다. 대신들은 황제의 입가에 어린 조소어린 웃음을 살
펴보면서 점점 회한과 절망속에  빠졌다.
    난 왕위를 내놓을것을 선포한다. 태자와 함께 가겠도다.
    황제의 심정을 얼마간 헤아린 대신은 학처준이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황제에게 아뢰였
다. 
    페하, 제발 황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시옵소서. 태자홍을 잃은 페하의 슬픔을 대신들
은 다 헤아리고있나이다. 페하의 불행을 대신들과 함께 나누옵소서.
    두번째로 고종앞에 무릎을 꿇은 대신은 중서령 배염이였다. 
    페하, 절대 퇴위하지 마시옵소서. 대전에 황제가 없어서야 되겠나이까. 대신들은 페하를 
굳게 믿고 충성하겠나이다.
    대부분의 대신들도 한결같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고종은 높은 소리로 웨쳤다.
    태자, 보고있느냐. 대신들이 한결같이 무릎을 꿇었나이다.
    고종은 말을 마치기 바쁘게 몸을 일으켜 룡좌에서 내렸다. 대전에서 물러가는 고종의 
발걸음은 휘청거렸다. 조회에 나올 때의 그 씩씩하고 힘있던 발걸음을 찾아볼수 없었다. 
    대신들을 한결같이 머리를 들어 고종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바람에 흔들거리
는 거미줄같은 고종의 운명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때 허경종이 성지를 전달했다.
    리현을 태자로 책봉하나이다.
    무측천은 조회에서 물러난후 곧바로 태자홍이 시체가 놓여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고종
이 조회에서 퇴출하라고 할 때 무측천은 조금도 기분이 상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런 반
항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어떤 악의도 품지 않았다. 무측천은 고종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제일 처음 리치를 만나 포옹할 때 무측천은 이 남자의 모든것을 익숙히 장악할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고종의 일거일동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고 고종의 생명도 그녀
는 자기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무측천은 조회에서 고종에게 한 순종에서 스스로 기쁨과 
위안을 느꼈다.
    무측천이 오기전에 리현은 이미 형님의 령구앞에 오래도록 머무러있었다. 이 젊디젊은 
청년은 한쌍의 정기 있고 예지로 빛나는 눈을 가지고있었다. 어느덧 리현의 두눈에는 맑은 
이슬이 그들먹이 고여있었다. 그는 형님의 충직한 개성과 나쁜것을 원쑤처럼 미워하던 기질
을 되새겨보면서 복숭아꽃속에 묻힌 의젓하고 산뜻한 모습을 눈여겨보았다. 리현은 인생은 
너무나도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리현이 막 형님의 차디찬 시체를 쓰다듬으려 할 때 문뜩 맑고 또렷한 녀인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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