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힐듯한 침묵이 한동안 흘렀다. 이윽고 무측천의 절망적인 웨침소리가 태자현의 귀청을 때렸다. 
    리현! 태자현의 말이 너무나도 귀에 거슬리나이다. 이 무후의 아들들은 모두 효성스럽
지 못하고 친근하지 않나이다.
    무측천의 성난 울부짖음은 조용하고 넓디넓은 후궁에서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이 무후가 태자들을 정성 다해 키운것이 잘못되였나이까?
    무측천은 슬픈 어조로 태자현을 꾸짖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궁밖에서 요란스레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징이 울리고 북을 
치는 소리, 사람들의 떠들썩한 웨침소리가 소란스러웠다. 태자현은 무측천이 물러가라는 령
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이 혼잡한 기회를 타서 조용히 후궁에서 자리를 떴다. 무측천은 선자
리에 얼어붙은듯 서있었다. 그녀는 진한 고독감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
다. 어느새 허경종이 곁에 다가왔다.
    밖은 왜서 저렇게 시끄러운가? 도대체 밖에서 무얼하고있느냐?
    무측천이 물었다.
    청원하는 백성들의 대오이나이다. 백성들이 황제에게 태상황을 태자가 계승할것을 청원
하는것이옵나이다. 태자의 공적을 칭송하고있나이다.
    허경종이 대답했다.
    무측천은 반나절이나 멍해있다가 말했다.
    이 무후가 궁중에 너무 오래 있은것 같다. 밖에서 이렇게 떠들어대는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태자현은 황후궁에서 나온후 이상한 분위기을 느끼고 대신들께 령을 내려 자기를 칭송
하는 대오를 인츰 흩어지게 했다.  얼굴색이 새하얗게 질긴 태자현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쏜살같이 말을 달려 장안에 있는 자기의 관저로 향하게 했다. 태자현이 떠날 때는 이미 한
밤중이였다. 대신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이렇게 늦은 저녁에 갑자기 장안으로 가서 뭘 하시옵니까? 래일아침 일찍 떠나시면 안
되나이까? 
    태자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부더러 길을 더 재촉할뿐이였다. 달빛을 머리우에 
이고 별빛을 받으면서 밤길을 재촉하여 장안에 이르렀을 때는 마차의 수레바퀴가 막 물러날 
지경이였다. 벌써 동녘이 밝아오고있었다. 태자현 일행이 관저로 이르러 막 들어가려 하는데 
수비하는 병사가 전혀 낯 모를 사람들이였다. 순간 태자현의 머리속에서 우뢰가 울리는듯했
다.
    이때 한 장군이 관저에서 걸어나오면서 태자현에게 읍한후 정중하게 아뢰였다.
    태자, 문이 열려있나이다. 저희들은 령을 받고 태자의 관저를 수사하고있는중이옵나이
다. 태자께서 반역을 꾀한 혐의를 받고있나이다.
    너무도 뜻밖이여서 태자현은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장군께서 무엇을 수사하였는가?
    드디여 태자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태자께서 절 따라오시옵소서.
    장군이 인츰 대답했다.
    태자현 일행은 장군을 따라 마구간에 이르렀다. 대략 300자루의 무기가 마구간에 무득
히 쌓여있었다. 마구간은 보기 난감할 지경으로 아수라장을 이루고있었다. 태자현은 놀란 눈
길로 검은 무기들을 훑어보았다.
    이 무기는 나의것이 아니도다.
    이윽고 태자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칠대로 지친 태자현은 얼굴이 창백해서 맥없이 물
었다.
    장군과 말해서 무슨 쓸모가 있겠소? 어느때 출발하려 하오?
    지금 막 출발하려 하나이다.
    장군이 기다렸다는듯이 인츰 대답했다.
    금방 락양에서 달려왔는데 또다시 락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야말로 일장 유희와 같았
다.  태자현의 입가에 절망적인 쓴웃음이 스쳐지나갔다. 
    무후가 략양에 계시기때문이다. 갑시다.
    …태자현은 나라를 배반하고 반역을 꾀한 죄로 법에 의해 징벌 받게 되였다. 고종은 태
자현의 소식을 듣고 소스라쳐 깨여났다. 그러나 그는 인젠 이전처럼 격렬하게 자기의 정서
를 표달할수 없었다. 금방 잠에서 깨여난듯한 고종은 태자현의 불행에 어두운 기색을 지었
다. 그는 거슴츠레한 눈을 슴벅거리며 무측천에게 물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났소? 무후의 어느 아들이 또 죽게 되였소?
    무측천은 고종의 말은 아예 귀담아듣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 어떤 중요한 소식을 공포
하듯이 랭담하게 말했다.
    태자가 반역을 꾀하였나이다. 태자현의 관저에서 무기 300자루를 수사해냈나이다. 나라
를 반역한 죄로 법에 의해 징벌 받아야 하나이다.
    고종은 넋없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무측천은 웬 일인지 마음이 편치 않
았다. 
    무기 300자루? 왜 3000자루가 아니였소? 
    웃으면서 묻는 고종의 목구멍에서는 건 가래가 끓었다. 고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또 
물었다.
    총 300자루를 가지고 반역을 꾀하였다구? 이건 태자가 자기절로 무덤을 파는것이 아닌
가? 태자가 나의 금위군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
    처음에는 300자루로 반역을 꾀하다가 그 어느날엔가 3000자루를 가지게 될것이나이다. 
이 무후는 태자들을 지극히 사랑하는데 그들은 모두 멀리 떠나가고있나이다.
    무측천이 실망하여 말했다.
    태자들이 무후를 멀리 떠나는것이 아니오. 태자들은 무후를 두려워하고있소.
    이렇게 말하는 고종의 얼굴엔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저도 모르게 슬프고 처량한 기색이 
어렸다. 고종은 무측천에게 부탁했다.
    황후, 제발 태자현을 방면해주오.
    태자현이 반역을 꾀한것은 나를 대적한것이 아니옵니다. 이 무후는 황후이니 무슨 권리
로 태자현을 방면해줄수 있겠나이까? 황제께서 알아하시옵소서.
    무측천은 고종에게 정색해서 말했다.
    제발 태자현을 살해하지 마오. 평민으로 페기하더라도 제발 목숨만은 남겨주오.
    고종은 무측천에게 애틋이 강권했다.
    페하의 뜻대로 하겠나이다. 페하의 말은 성지이기때문이옵나이다.
    무측천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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