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중국동포초청 한가위 큰 잔치에 다녀오셨죠? 어땠어요, 즐거우셨나요? 고향친구도 많이 만나시구,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훌훌 털어버리셨나요? 저는 그날 ‘귀한동포연합총회’ 부스(咨询台)에서 자원봉사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 친정어머니, 딸과 함께 봉사에 나섰다

“뭐하는 곳 이예요?”

행사에 참석한 분이라면 그날 ‘귀한동포연합총회’ 글귀를 보셨을 겁니다. 어떤분은 부스로 다가와 “여기 뭐하는 곳입니까?”라고 묻r기도 했습니다. 총회는 한국국적을 취득한 동포거나 국적취득예정자들을 위해 국적 취득한 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족된 조직입니다. 국적취득한 사람들은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눕니다. 첫 번째는 일반귀화자라로 할 수 있는데 5년 이상 한국에서 줄곧 적법하게 체류하고 귀화한 분들이고, 다음은 결혼, 동포 1, 2세 배우자로서  간이귀화자입니다. 세 번째는 한국에서 출생하여 국적을 보유하였던 분들이 다시 국적 회복한 경우이고, 마지막으로 특별귀화한 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적회복한 자의 자녀거나 입양미성년자, 독립유공자와 그 자녀들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49,521명이 되는데 2005년 현재, 출입국사무국 통계자료를 보면 2002년부터 국적취득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해마다 150%이상 증가하였는데 작년 한해만 해도 국적취득자가 17,000여 명이라 합니다. 그러니 올해도 1만 명 이상 귀화할 것으로 예상, 대부분 중국동포입니다. 지금까지 국적 취득한 동포는 어림잡아 4만여 명 될 것입니다. 이만한 인구이면 중국의 경우, 웬만한 조선족 향의 인구에 해당되며 관련 인원에 대한 정부차원의 민족 향정부, 민위(民委), 민족교육기관들이 줄줄이 설립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귀화한 4만 명 동포들을 위한 조직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귀한동포연합총회는 이런 한국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진 진귀한 조직이라겠습니다.

 

 “귀화하면 모든 것이 일로순풍(一路順風)하는 가구요?”

총회조직, 귀화정책 등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 하소연 하는 사람, 의견을 내놓는 사람, 그날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스로 찾아주었고, 250여 명이 회원등록을 하였습니다.

“국적취득하면 모든 것이 OK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총회 소개 자료를 뚫어지게 보고 계시던 40대 후반 아저씨가 가까이 오시어 하소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국에서 원래 잘나가는 의사였는데 한국국적을 취득하면서 가족을 잃고 직장도 잃고 삶의 의욕마저 잃었다고 합니다. 집사람과 함께 국적취득을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내는 가출했다고 합니다. 알맞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쪼들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부부싸움도 잦아졌나 봅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예 신청도 하지 않았으련만 이제는 엎지른 물이라고 한탄하였습니다.

 

회원등록을 마친 60대 할머니 두 분은  중국에 있을 때는 노인들의 행사가 많아 자식들이 대도시로 일하러 가도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는데 국적회복을 해서 태어난 고향에 왔지만 지금은 외로워서 행복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날 행사에서 가장 많이 찾아온 사람은 아마도 국적취득예정자였던 것 같습니다. 국적신청을 한지 1년이 넘었지만 감감무소식이라 마음이 까맣게 탄다는 사람, 귀화시험통지가 왔지만 시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사람, 귀화시험에 두 번이나 불합격되어 마지막 세 번째 시험에 꼭 붙어야 하는데 어떤 좋은 방법이 없는가 묻는 사람, 국적취득 통지가 왔지만 이제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귀화시험을 본 경험이 없는 필자로서는 이들의 근심을 100% 이해 할 수 없지만 귀화시험 합격 율이 턱없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입니다.

 

▲ 딸과 함께 열심히 봉사하는 문민씨

“혼자가 아니야”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4년 전 재한조선족여성모임에서 알게 된 언니를 만났습니다. 언니는 4년 전의 집회를 되새기며 그때에 비하면 요즘 한국의 동포정책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한국남성과 결혼한 동포여성들에 대한 50세 이상으로 제한된 친척초청규제 완화, 결혼여성 국적취득시험면제, 국적취득자 친척 초청권리주장 등 권리획득을 위한 집회였습니다. 그 번을 계기로 2003년 5월부터 50세 이상 친척만 초청이 가능하던 것이 25세로 연령이 확대되었으며 한국남성과 결혼한 외국여성들의 귀화시험도 폐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친척을 초청 할 경우 남편의 명의가 아닌 자기 명의로도 초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약 여러 사람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좋은 정책을 누가 감히 꿈 꿀 수 있겠습니까? 그때는 서울조선족교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도움이 아주 컸었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우리의 자생적인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받은 것을 돌려줄 때입니다. 언제까지 도움만 받으면서 살겠습니까? 동포들의 문제는 누구보다 동포들 스스로가 잘 알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비록 관련 정책들이 좋아졌지만 보완해야 할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책적인 것과 별개로 동포들의 개인적인 삶의 질도 향상된 것이 없습니다. 정부 탓을 하기에 앞서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우리 스스로 단합을 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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