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하룡촌의 천년송과 유람객들
마가을 햇볕이 평화롭게 내려앉은 연길시 소영진 하룡촌에 가면 돈냄새가 난다.

마을을 감돌아흐르는 초록빛강물이며 단풍이 짙은 앞산 뒤산, 세월을 기억하며 천년을 서있는 천년송, 아직도 파란 잔디가 아름다운 해란강골프장…천혜의 자연과 시대의 좋은 정책, 부지런한 하룡촌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가을은 수확이 주렁져 풍요롭기만 하다.

26일, 하룡촌에서 태여나 60평생을 이 땅에서만 살아오셨다는 김동훈씨(하룡촌당지부 서기)댁으로 찾아갔을 때 따뜻한 온돌이며 가마목에 조롱조롱 챙겨둔 점심참들이 정다운 풍경처럼 다가와 각별히 마음을 편케 해주었다.

《집값이 시내와 버금가지요.》

연집강과 해란강이 만나는곳으로, 연길도심과 가까운 하룡촌의 땅값, 집값 시세이야기로 시작된 김서기의 소개는 찾아간이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내용들로 가득차있었다.

총 1339명 농민이 살아가는 이 터전에서 조선족은 76%를 차지, 그중 200명이 외국으로 돈벌이를 떠나고 100명이 국내 다른지역으로 나간 대신 흑룡강성이나 돈화, 교하 등 지역에서 들어온 타지역 농민들로 자리메움을 해 논농사, 밭농사, 남새재배 및 기타 공예작물재배까지 골고루 없는게 없으며 유리한 지리적위치와 천혜의 자연조건을 리용해 토종음식경영, 일당로력판매 등 여러 경로를 통한 돈벌이로 농민들의 인당 년수입 4800여원이라는 탄탄한 생활력을 가진 현대농촌으로 다시 태여나고있다.

하룡촌이 처음 대외로 알려지게 된것은 성자산을 마주하고 의연하게 서있는 몇그루의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아온 유람객들에 토종음식을 제공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가난하고 이름없는 한 시골마을을 일약 중국조선족민속유람휴가촌으로 성공시키는 계기로 되어준 행운의 천년송은 만물이 서둘러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에도 변함없는 넉넉함으로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있다.

천년송마을로 들어서는 첫머리 아담한 순금토닭곰집에 들려보았다. 한줌 볕이 내려 따뜻한 뜨락에서 강아지들이 한껏 기지개를 켜며 재롱을 부리고있었다. 뜨락 한쪽에 마른 강냉이들이 노랗게 쌓여있고 기둥을 의지해 빨간 고추들이 태를 짓고 매달려있는 농가음식점 가을메뉴들이 입맛을 다지게 한다.

토종감자, 토종고구마, 토종호박, 토종고추가지, 토종배추오이무우, 토종파깨잎양배추, 그리고 빼놓을수 없는 토종닭, 토종닭알과 이 지역의 또 하나 별미 앞강물에서 채를 놓아 잡아올리는 민물고기들…모든게 시골 이땅에서 나오는것들로만 자료로 써 멋지게 챙겨올리는 이 집 메뉴는 그저 한줄, 있을것은 다 있으니 요구대로 드십시오이다. 2006년 중국연변조선족민속문화관광박람회때는 순대계렬 특식들을 선보여 기념상까지 탔다는 소개. 외동딸을 연변의학원으로 보내고 최순금(49살)부부 둘이서만 봄부터 자기 집에서 음식업을 해 순수입 3만 4000여원을 올렸다고 하니 이처럼 흐뭇한 소식이야말로 이 가을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순이네, 혜진이, 백두산…하룡촌에는 이름도 각각이요. 모양도 각각인 음식점이 도합 50여집 있다. 그중 주인이 본고장 사람인 음식점이 40여호, 80%를 고수하고 있는셈이다. 한때는 외지로부터 들어오는 돈있는 사람들에게 좀 밀리기도 했지만 사회주의 새 농촌건설이 진행되면서부터 당지농민들이 자체의 우세를 발휘해가며 서서히 주체를 이루기 시작했다는 소식 또한 여간 반가운것이 아니였다.

이런 음식업으로 많이 버는 집들은 년수입 7,8만원 올리고 적은 집이라 해도 2만원이상 올린다니 그 맛 또한 짭짤한 토간장 향기가 아니겠는가.

《도시의 충격속에서도 나날이 좋은 모습으로 향상해가는 하룡촌입니다. 사회주의 새농촌건설과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할데 대한 정부의 좋은 시류를 타고 우리 촌의 강과 산, 나무와 촌민, 모든 유익한 요소들을 총동원하여 연변제일의 민속유람지로 건설할것입니다. 단 한가지, 앞으로 이 촌을 계속 살기 좋은 고장으로, 사람마다 찾아오는 관광지로 이끌고갈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하는게 나이먹은 사람들의 고민거립니다…》

하룡촌 김동훈로지부서기의 감개무량한 말속에 한줄기 짙은 근심도 끼여있었다. 시골을 버리고 무작정 도시생활을 소망하는 젊은이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계절은 물같아 장담그기, 고추, 오이, 당근, 다배추, 깻잎, 절이기, 포기김치담그기로 겨울을 준비하는 시골주부들의 부지런한 손끝에서 가을은 깊어가고있었다…

<sck미디어> 리련복 양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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