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저녁 열심히 작전을 짰습니다. 오랜만에 열정에 넘쳐있는 까마귀입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그 열정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까마귀는 장가가고 싶지 않아 혼자 사는 거 아닙니다. 여태껏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왕 늦은 바엔 한, 두 해 더 참아도 괜찮았습니다. 

이상주의자 까마귀는 작가 지망생입니다. 

여러 분들 주위에도 이상주의자가 적지 않지요. 바보 같아 보이고, 정신이 이상해 보이고, 똥고집에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기막힌 사람들 말입니다.

예를 들면, 사법 고시에 인생을 건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감독의 꿈을 위해 조감독 생활을 10년 넘게 한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높아 101번 선을 보고도 장가 안간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노총각이 아니면 노처녀입니다. 실례지만 노총각 노처녀가 자랑입니까?

그럼에도 세상에 자기밖에 없노라 하늘만 쳐다보며 안하무인입니다. 어지간한 상대는 눈에도 안 찹니다.  

한심하지요..^^

이상주의자, 즉 소위 천재인 척 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비슷한 기분 속에서 사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 동물들은 모두 때가 있지만, 인간만은 본능을 무시해도 되나 봅니다.

전형적인 예가 바로 노신 원작의 영화 <아Q정전>의 캐릭터 아Q입니다.

그러고 보니 까마귀란 놈도 참 한심하네요. 장가도 안 가고 이게 대체 무슨 지랄입니까. 인생이 길어봤자 100살이 고작인데, 얼마나 더 살겠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여자 생각이 심할까요..^^

까마귀도 남자인 건 틀림이 없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까마귀는 막다른 골목이란 생각은 없어도, 여자 생각만은 자주 했습니다.

안 하면 이상하지요..^^ 

특히 글이 안 될 때는, 솔직히 모두 여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에 실패한 남자가 마누라와 행패를 부리는 것처럼, 역시 여자가 문제입니다.

여자를 품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꾹 참고 있은 것 같습니다. 

- 넘 참으면 병이 나는데..^^ 

원래 불면이 심한 까마귀님지만, 겨울이 들어서고 날씨가 싸늘해나며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지 까마귀의 불면증은 한결 더 심해졌습니다.

여자 목소리가 듣고 싶은 생각에, 여자 얼굴을 보고 싶은 충동에, 여자를 품고 싶은 생각에, 생각 위에 생각이 겹치니 신경이 예민해져 새벽까지 이리 뒤 척, 저리 뒤 척,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정신이 말똥 말똥 해서 먼 옛날에 바람같이 스쳐 지나간 그녀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눈앞에 그려봅니다. 보고 또 봐도 쓸모없는 짓이지만, 보면 볼수록 잠은 안오고 머청한 생각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동녘이 서서히 밝아오고, 찬란히 솟아오르는 아침 해와 교대로 겨우 잠이 들지만, 잠이 들면 또 이상한 꿈이 사람을 괴롭힙니다.

온밤 뱀이랑 구렁이랑 나오는 꿈에 시달리다 겨우 오후 2,3시쯤 잠에서 깨어나면 가슴에 베개를 꼭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간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베개가 흠뻑 젖어있습니다.

다음은 정신이 몽롱해서 온 하루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살고 싶은 생각도 죽고 싶은 생각도,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이 정도면 노총각이 아니라 총각귀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시시한 얘기는 이만 하고..^^

장가를 가기로 했으니 여자를 꼬셔야 할 거 아닙니까. 상대가 여자니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하여튼 여자란 동물은 남자(동물)와 많이 다르다니까요.

까마귀는 우선 자신을 빈틈없이 꾸밀 필요를 느꼈습니다.

속이야 텅 빈 항아리가 아니니 자신이 있습니다. 문제는 속이란 환히 보여줄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쉽게 보여줘도 안 된다는 겁니다. 특히 잘난 여자들 앞에서 주의해야지요..^^  

우선 겉포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칙적으로 까마귀는 엉덩이만 들어 내놓지 않는다면 무슨 옷을 입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까마귀들은 까만 옷을 좋아합니다.  

불상한 까마귀님은 여태껏 꿈속에서 헤매다 나니, 멋진 옷이 있어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없었고, 멋진 머리 스타일을 하고 싶어도 누구를 위해 해야 하는지 몰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목표가 확실합니다.

- 엄마의 며느릿감을 위하여..^^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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