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리춘화

리춘화 약력 : 1982년 연변대학 졸업. 할빈시 조선족제1중학교 교사. 현재 정년퇴직. 흑룡강성작가협회 회원. 중국조선족 작가협회 회원. 재한 동포 문인협회 이사. 소설, 수필 30여 편, 시 다수 발표. 수상 경력 “박사컵” 교원 수기 우수상, “고려원컵” 은상, 동상 수상.

나에게 무슨 취미가 있지? 생각해보니 딱히 “명함” 내밀 만한 것이 없다.

다행히 편식하지 않듯 지적인 활동들을 싫어하지는 않아 취미를 개발한다면 어느 정도 발전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난 지금 딸애에게 등 떠밀리어 피동+능동으로 한양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받고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 좀 젊은 동생들 8-9명과 함께 여유 시간 짜내서 배우고 있다. 가정주부, 영업하는 사람, 등 모두 3.8 부녀들이다

영어선생님은 일찍 캐나다에 유학 가서 10여년 영어를 배운 덕에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30넘은 카리스마 있는 젊은 “여신女神“”이다. “학생”들 이름 뒤에 꼭꼭 “어머니”라 붙이어 부르는데 아마 그것이 우리들의 공통점일거다.

처음에는 못 따라갈 가 걱정했던 60이 넘은 언니들도 때로는 일, 여행 등으로 빠질 때도 있지만 계속 나오고 있다. 단체 카카오톡방에 수업 내용 녹음, 칠판 글 사진들을 올려 빠진 사람들을 배려해주었기에 가능한것이다. 이미 1년이 된지라 교재 4 (문법)를 더 학습하고 나면 회화에 들어선다. 한달에 10번 받는 수업이어서 진도가 빠르지는 않다.

혹 누군가 그것을 왜 배우느냐고 물을 수 있다.

나도 가끔은 자신이 신기하다. 일어도 아직 미숙인데. 지금은 이미 퇴직한 후라 무소속의 자유로운 영혼과 몸이지만….돈이 되는 취미도 아니고 재테크의 목적도 아닌 단순한 스타트였으니

난 계속 무언가에 바빠서 독서도 미루고 시간을 짜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글 쓰기를 조금씩 하니 좀 더 몰두하면 성취감도 있겠는데. . . 아니야, 단순한 글 쓰기는 숨 막혀. 재미 없지…이것이 답이다. 무언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했는데-수영, 영어 등은 딸이 수영장, 학원 찾고 학원비 대납하면서 시작되었고 수영은 이미 여러가지 다 할 수 있고 건강관리를 위해 계속 해야 하는데 비염이 도지는 바람에 잠시 스케줄에서 지우고 한마디로 아! 바쁘다. 한 주일에 두 세번 알바도 하고. . . 이런 틈에서 뿌리 내리는 나의 취미 생활은 이어나가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을 수도 있다. 단순한 취미야! 하는 생각 때문에 더 잘해볼 노력은 없이 슬슬 쉽게 하자는 심적 바탕이어서 진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처음 몇 달은 수업 후는 교재도 안보고 연습도 안 했었다.

난 퇴직 한 후 심적으로 모든 것을 슬슬 버리지만 말자! 가 인생 목표처럼 되어 열심히 하자는 의욕은 별로 강하지 않았다. 마음만은 장기 휴가이다.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아닌 구경 군이다. 이것저것 일을 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다른 각도를 얻자는 것이고 자기관리를 더 잘 하자는 것뿐인데...그 과정에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었다

사회는 이미 세계적 범위에서 고령화시대로 진입 되었다. 퇴직 후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하는 질문은 이미 보편적으로 제기되었고 매 사람들의 선택과 답은 다 다르다. 여행도 하고 놀자! 가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림일 수도 있겠는데 긴 자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는 약이 될 수도 병이 될 수도 있다. 자기관리가 따르지 않으면 피폐해지기 쉬운 시기로 들어섰다는 암시로 받아들이면 도움이 될 거 같다. 무엇인가를 심적으로 놓는 순간부터 그 분야의 망각이 뒤 따른다. 농사 짓는 것과도 같다. 버려진 논은 폐지로 되기 마련이다. 알 찬 열매는 상상불가이다.

한국에서 나이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일도 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참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 그간 5년 여(余)… 받아들이고 스며들면서 이질감보다는 깨끗하고 예의 있고 열심히 일하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많이 배우고  치유 받았고 동화되어가고 있다

혹 어떤 이는 취미로 이것저것 배우는데 그 다음 역(驿站) 의 풍경에 대해서 물을 것이다. 어떤 그림을 그리려 하는지? 의도가 궁금할 것이다. 나는 다만 즐기는 자기를 만나고 싶다. 새로운 만남도 열면서 아Q의 동그라미라일지라도 그림의 떡만 보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현실적이다
배운 다음에? 그런 공리적인 사유가 처음부터 시동을 걸기에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시작도 안 하고 포기하는 삶에 만족하고 수축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배움이란 언제나 자기에게 새로운 공기창을 여는 일이다.

즐거움은 과정에서 온다. 절정의 환호성, 자기 인생에 탑을 세우는 일은 모두가 인정하는 멋진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노력 과정과 갈라놓을 수 없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 드라마를 많이 본다. 일본 드라마는 그 스토리가 역경과 어려운 환경, 사람 관계, 불리한 조건 등에 주인공을 갖다 놓고 그것에 눌리어 좌절도 했지만 끝내는 지지 않고 하나하나 극복하면서 인정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있다. 그 과정을 리얼하게 엮어 나갔기에 깊이와 감동을 받게 된다.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말ㅡかんばれ! (힘내! ) 가 귀가에 여운으로 남는다.

과정이 중요하다. 자기의 인생이야기는 타인이 대신 엮어줄 수 없다. 오직 자기만이 독특한 자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나는 한 발작 한 발작 밟아 나가는 과정, 보행자의 즐거움을 느끼 고저 한다. 젖먹이가 아장아장 제법 잘 걸을 때, 처음으로 젓가락질 할 때, 처음으로 성인처럼 지혜로운 말을 할 떄 부모들은 환희를 느끼며 하나하나 마음속 일기장에 적어 나가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예기 한대로 숙련 되게 할 수 있을 때보다 더 큰 재미-성장의 재미를 선물 받게 된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통해 나는 그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영어는 문법 학습에 들어가면서 그것을 익히기 위한 연습, 번역, 영작하기 말하기 등 네 가지를 매 과에서 반복하기에 익히는 과정에 잘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 것이 제일 큰 수확이었다.

그러는 과정에 자신의 행위, 습관 밑에 깔려있는 심적 바탕 등을 깊이 파 해쳐 보고 재 검토하면서 세운 목표이라면 한번 의욕 있게 도전해보자! 이다. 인생 후반부를 열심히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 가슴 벽을 두드린다. 그래. 후반부를 성장이 멈춘 시기로 종지 부호 찍지 말고 계속 성장하는 시기로 만들어 보자. 불리한 요소도 많지만 상대적인 시간이라는 유리한 요소도 있는 것이다. 하는 생각이 불현듯 노크한다.  매일 걷는 한발 한발이 에너지 주고 나의 배터리에 충전해준다.

그래서 요새는 뒷전으로 밀어 놓았던 일기도 드문드문 일어로 쓰 본다. 영어는 3~4년 후로 예약 잡아 본다

말하기, 쓰기 훈련을 하는 것은 외국어 학습에서 필요한 단계이다. 요즘은 대전 회사의 기숙사에 있는 딸애에게 자주 일어로 문자를 보낸다. 가족들은 서로 잘 아는지라 대화 소재가 고갈될 가능성이 있기에 유대관계에 새로움을 보태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의 특별한 일, 사소한 일을 엮어서 보낸다. 에너지 전달이다. 엄마는 매일 변화를 꿈 꾸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 전달 이기도 하다. 취미 개발이 원래 갖고있는 취미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은 체험이다

아무것도 안 한다면 인생이 폐지(废地)처럼 될 것 같다. 자기에게 압력도 주고 열심히 가꾸고 열심히 업그레이드하면서 햇빛을 내 안에 오래 머물게 하면서 삶의 길을 조명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즐겨서 하는 취미생활이든 개발해야 하는 취미생활이든 삶에는 도움이 된다.   

아직 취미로 예약 잡은 것이 더 있다. 요리 학원, 악기 다루기, 그림 그리기 등... 흐르는 대로 흘러본다. 취미 속에서 젊어지는 마음, 후회 없는 자기를 만나고 싶다. 자기의 한계를 미리 정하지 말고 한계의 벽을 허무는 일을 시도해보며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 상태로 살고 싶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 듯 기분 전환도 되고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운을 만들기도 하는 취미 생할은 나에게는 하나의 도전 대상이기도 하다.


                                                        2019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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