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한 인물관계 구조 구축방법에 대해서 

허련순,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부 졸업, 한국광운대학 국어국문과 석사 수료,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장편소설 『바람꽃』,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 『중국색시』, 『춤추는 꼭두』 등 다수, 중단편소설집 『우주의 자궁』 , 『그 남자의 동굴』 등 다수, 전국소수민족문학상, 김학철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연변문학상 등 다수 수상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은 재외동포문학이라는 공통성을 띠면서 주로 디아스포라(diaspora)문학의 시점에서 많이 연구되어왔다. 그러나 세계정세가 변함에 따라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은 자기 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의 영향으로 서로 다른 경향성을 띠게 되었다.

우선 명확히 할 것은 광의(廣義)적인 의미에서의 디아스포라문학은 조선족문학이나 재일코리안문학 같이 “이주국에 거주하는 이주자의 문학을 일컫는”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이산문학」) 것이지만 협의(狹義)적인 의미에서의 디아스포라문학은 구체적인 작품의 문학창작 경향성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주자가 고국과 이주국 사이에서 민족적·언어적·문화적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스러움”을 겪는 내용을 다루었다면 그 작품은 디아스포라 경향의 작품인 것이다.

이같이 협의적인 의미에서 분석할 때 재일코리안문학은 의연히 디아스포라문학의 경향성이 강하나 조선족문학은 점차 디아스포라 경향에서 벗어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1985년생. 재일교포 3세로 도쿄에 거주한다. 《지니의 퍼즐》로 제59회 군조 신인문학상, 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제67회 예술선장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디아스포라문학 색채가 강한 최실의 『지니의 퍼즐』이 2016년에 제59회 『군조(群像)』 신인상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155회 아쿠타가와상(芥川賞)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그 사례로 된다.

하지만 조선족문학은 2016년부터 중한관계의 악화에 따라 한국이나 디아스포라 문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조선족문학은 사회성이 강한 디아스포라문학으로부터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춘 인문주의 경향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물론 조선족문학의 인문주의 경향이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하고 같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정치적 경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허련순의 장편소설 『춤추는 꼭두』는 이런 창작 경향의 변화를 보여준 작품이다.

필자는 허련순의 『춤추는 꼭두』와 최실의 『지니의 퍼즐』을 비교하여 부동한 방법으로 구축된 두 작품의 인물관계 구조를 분석하는 것을 통해서 정치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이 문학창작방법에 주는 영향, 그리고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의 창작 경향이 어떤 다른 추세를 보이는가에 대해서 짚어보려고 한다.

1. 부동한 사회적 환경에 의한 문학의 부동한 선택

2016년 7월 8일 미국과 한국이 주한 미군에 THAAD 미사일을 배치하자 한중관계는 금방 얼어붙었고 한류 작품의 중국 시장 진출도 어려워졌다.  이런 사회적 환경은 조선족 작가들의 창작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조선족 문학은 무엇을 쓰고, 어디로 가야 할 지, 이는 특정한 정치 환경과 시대가 부과한 과제였다.

허련순의 『춤추는 꼭두』는 이러한 사회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허련순은 디아스포라 문학의 집대성으로 인정된 『바람꽃』,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 『중국색시』, 이3부작의 3번째 작품인 『중국색시』에서 이미 창작방법 양상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바람꽃』에서는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한국에 간 주인공이, 한국사회와 충돌하면서 느꼈던 소외감과 아픔을 그리면서 조선족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 제시가 이뤄지고 있고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에는 코리안드림의 전성기에 밀항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한국에 가려는 조선족의 현황과 이 특별한 시대에 ‘집’을 잃고 가족 정체성과 여성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하는 그들의 아픔이 반영되었다. 『중국 색시』에서는 국제결혼을 한 여성이 사랑을 통해서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소통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아이덴티티의 위기와 고통을 주로 그리고 있는 전작과 달리 『중국색시』는 사랑이라는 전 인류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휴먼 드라마를 쓰면서 인문학적 접근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조선족의 실존적 의미를 조국과 민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학적 접근방법을 쓰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틀 속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춤추는 꼭두』에서는 조선족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인간의 내면에 실재하는 욕구의 문제, 생존의 문제 등 인간의 일반 정서에 대면시켜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혼돈과 병리적 현상, 현대인이 직면하고 있는 정신적인 고독과 위기감, 단절감을 드러내고 있어, 완전한 인문주의 경향을 띤 작품으로 되어있다.

1998년 8월 조선이 발사한 대포동 1호가 약 1600㎞ 높이에서 태평양에 낙하했다. 2009년 4월에도 대포동 2호의 개량·파생형으로 보이는 은하 2호가 발사되어 도호쿠(東北) 지방 상공을 통과하면서 3000㎞ 이상 비상했다.

2016년 이후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과 중거리 탄도 미사일 무수단이나 화성 12 장거리 탄도 미사일, ICBM급 화성14 등 다양한 사거리의 발사 실험을 반복하였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는 조선의 단체나 개인의 자산 동결, 도항 금지, 선박 검색,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한 결정대로 제재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갔다. 특히「결의 2371호」는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서 조선의 수출 4할을 차지하는 석탄과 철의 수출을 ‘제한’에서 ‘전면금지’로 강화하고 해산물도 수출금지 품목으로 덧붙였다. 해외 출국 노동자의 추가수용이나 새로운 합작기업 설립 등도 금지했다.

특이한 것은 이런 정치적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도 재일코리안 작가들의 작품이 늘어나고 유미리(柳美里), 현월(玄月) , 카네시로 카즈키(金城 一紀), 최실(崔実) 등의 작품이 연이어 일본에서 문학상 수상을 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조선의 대포동 발사를 배경으로 한 최실의 『지니의 퍼즐』이 제59회 『군조(群像)』 신인 문학상을 수상 하며 제155회 아쿠타가와상(芥川賞)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점이다.

이는 조선의 미사일 발사에 맞서 일본 정부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결의”에 따라 여러 조치를 하고 있으면서도 언론의 자유는 일정 범위에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원인으로 조선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재일 코리안문학은 디아스포라 문제를 계속 쓰고 있었고, 연달아 일본의 문학상을 수상 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일본 문학계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재일코리안문학’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다.

재일코리안작가가 일본에서 주목받은 것은 재일코리안의 생존 실태를 보여주는 소수자 문학인 디아스포라 경향의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소수자인 재일코리안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준 그들의 작품은 역으로 일본 사회가 외면해온 현실과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이는 아쿠타가와상(芥川賞)과 나오키상(直木賞) 수상작품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유미리는 자기 가족을 모델로 재일코리안의 비정상적인 가족 양상을 보여주었고 현월은 재일코리안 공동체의 해체를, 카네시로 카즈키는 재일코리안 2세 3세가 민족사회와 일본 사회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인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최실의 『지니의 퍼즐』은 격화되어 가는 양국 관계의 모순 때문에 사회적인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그런 현실을 타파해보려는 개별적인 혁명의 시도를 보여줬다.

이같이 재일코리안문학은 소수자의 시점에서 본 일본 사회의 양상을 그린 문학으로써 재일코리안 작가들만이 쓸 수 있는 문학이었기 때문에 문학적 가치를 생성하였으며 그래서 일본 문단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원인으로 재일코리안문학은 소수자 문학인 디아스포라문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은 부동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2. 부동한 시점에 의해 구축되는 부동한 인물관계 구조

창작 경향이 다르면 인물관계 구조를 구축하는 방법도 다르게 된다.

허련순과 최실은 부동한 시점으로부터 인물관계 구조를 만들고 있다. 허련순은 인문주의 창작방법을 썼기 때문에 인간 본성에 근거한 인물관계를 구축했으나 최실은 디아스포라 경향의 작품을 썼기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인 시점에서 인물관계를 구축하였다.

우선 허련순의 『춤추는 꼭두』의 경우를 보자.

1) 가족관계

주인공의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3만 위안(元)에 자기를 팔아 중국 내지로 끌려간다. 하지만 그 효심은 보답받지 못하고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들은 행방불명이 된다.

아직 현지의 말도 모르는 그녀는 머나먼 타향에서 홀아버지에 4명의 아들, 모두 5명의 남자만 사는 집에 들어가게 된다. 5명의 남자는 상담 후, 그녀를 4번째 아들 로쓰의 색시로 정한다. 하지만 로쓰가 사고로 죽자 큰아들 로따와 둘째 로얼에게 잇따라 강간당한 그녀는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는 딸을 낳는다.

딸이 자신의 치욕의 증표라고 생각한 그녀는 양육을 포기하고 딸을 방치(放置)한다. 하지만 아이는 남자들이 그렇게 예뻐하며 소중히 키워주는 데도 엄마가 그리워서 항상 엄마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엄마는 가까이 갈 수 없는 먼 존재였다.

허련순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관계로 이 가족관계를 구축했다. 엄마와 남자들의 관계는 그녀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여자와 남자의 관계였고,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그녀가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사라질 수 없는 모녀 관계이다. 다만 표면에 나타나는 것은 딸의 존재를 무시함으로써 치욕의 흔적을 지우려는 자기방어 본능에 의한 ‘무관계한 관계’로서 이는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허상일 뿐이다.

그녀가 로얼을 가위로 찌르고 도망치고 그 후 시아버지도 죽게 되면서 이 비정상적인 관계는 끝이 난다.

2) 고아원에서의 인물관계:

꼭두는 태어날 때부터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아이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며 이름도 없었다. 가족들이 그애를 ‘케이치’라고 불렀지만 그건 이름이 아니라 그 지방 언어로 예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고아원에서 케이치는 ‘꼭두’가 된다. 자기 어머니가 유일하게 웃어준 ‘꼭두’로 살면 언젠가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그런 염원으로 아이는 자기를 ‘꼭두’라고 자칭한다.

⑴연이와의 관계

꼭두는 고아원에 올 때 5살이었고 연이는 10살이었다.

연이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지는 것을 싫어하며 어디서든 시선의 중심에 서 있기를 좋아한다. 그 아이는 원장 아빠 엄마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을 제일 참지 못하며 특히는 자기 앞에서 다른 애를 이쁘다고 칭찬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한마디로 질투심이 많은 애였다.”(『춤추는 꼭두』 120페이지)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꼭두가 연이는 죽도록 밉다. 그런 미움은 맹목적이었고 이런 ‘맹목적인 미움’은 “이유가 없는 만큼 무한정 독하고 잔인할 수 있으며 맹목적이기에 설득이 불가능한 것이다.”

① 로얼이 엄마의 옷을 억지로 벗기던 모습이 “굉장히 수치스럽고 치욕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꼭두는 샤워를 시키려고 옷을 벗기는 연이에게 반항하고 로얼의 폭행 장면이 원인이 되어 늘 자기가 누군가를 찌르는 악몽을 꾼다. 연이는 그렇게 가위에 눌리는 꼭두가 시끄러워서 같이 한방을 쓸 수 없다고 선언한다.

②숟가락을 안 쓰는 옛 습관 때문에 숟가락을 잘 못 써서 국을 흘리는 꼭두를 연이는 ‘상놈의 자식’이라고 욕하면서 식탁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그런 자기를 말리며 “꼭두를 불러서 자기 옆에 앉히고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주”는 오원장의 행동은 연이의 질투에 기름을 부었다.

③자기가 아버지같이 생각하는 황의정마저 꼭두를 예뻐하자 자기의 사랑을 뺏는 꼭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연이는 꼭두를 밀어서 수영장에 빠뜨리는 범죄행위까지 저지른다.

④연이는 꼭두에게 엄마의 상징이 되는 나무인형을 훔쳐다가 감춤으로써 꼭두를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⑤결국 연이는 꼭두를 층계에서 밀어버린다. 1층까지 굴러떨어진 꼭두는 다행히 목숨은 부지했으나 다리를 다친다.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도 연이는 끝까지 잘못을 승인하지 않는다.

꼭두를 해하려는 연이의 일련의 행위에는 인간의 생존본능으로부터 생기는 어두운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작가는 이런 연이의 심리를 이렇게 분석하였다.

"아마도 꼭두가 자기의 삶을 위협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꼭두를 제거하려고 했을 것이다. 오싹하면서도 슬픈 일이다. 인간이란 태어날 때부터 악인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지만 살면서 타인으로부터 삶을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악의 일부를 빌려다 사용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듯했다." (149페이지)

‘고아원’이라는 이런 특수한 환경 속에서 “언젠가는 쫓겨날 수 있다”라는 위기감에 연이는 꼭두를 죽이려 하였고 꼭두는 연이가 무서워서 말을 못 한다. 또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자기를 원장이 싫어할까 무서워한다.

이런 생존투쟁의 갈등은 꼭두가 입양됨으로써 비로소 해결된다.

⑵ 도진과의 관계

친오빠인 도진은 고아원에서 처음 꼭두를 만났을 때부터 그녀를 좋아하였다. 고아원에 있을 때는 항상 이뻐해 주었고 꼭두가 입양된 후에도 되찾기 위해 매일 만나러 다녔으며 그녀가 납치됐을 때는 목숨을 걸고 구했다.

꼭두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그녀를 위해 대학 진학도 그만두고 이삿짐센터에서 일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방을 빌려 꼭두가 안전하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을 제공하였다.

그는 꼭두를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혈연으로부터 생기는 혈육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이다.

도진의 삶은 엄마를 찾기 위한 삶이자, 꼭두를 지키기 위한 삶이었다. 마침내 어머니와 재회하고, 꼭두를 여동생으로 인정함으로써 그의 자아 찾기가 완성된다.

3)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과의 관계

양어머니가 돌아가면서 꼭두는 고아원에 돌아오고 고등학교도 근처 학교로 전학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꼭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분풀이를 출생에 대한 비하로서 푼다. “넌 참 예의가 없구나. 하긴 부모가 없이 이리저리 굴러먹었으니 그런걸 알 턱이 없지…안 그래?”(306페이지) 하면서 ‘무시’하는 체벌을 준다.

①학급에서 첫 소개를 하는 날, 선생님은 꼭두에게 부모가 없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학우들에게 ‘고아’라는 인상을 박아주어 출신을 감추고 싶은 꼭두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②꼭두가 고아라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나의 가족」이란 명제로 작문을 쓰게 한다. 선생님은 가족관계를 설명 못 하는 꼭두를 바보 취급한다.

③꼭두가 자기와 ‘친구’ 같은 것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선생님과 친구 할 학생”은 손을 들라고 제의함으로써 혼자서 손을 못 드는 꼭두를 교묘하게 학급에서 왕따시킨다.

④예전에 그녀를 납치했던 딴지 때문에 ‘연애’를 한다는 누명을 쓴 꼭두가 학우들의 뒷소리가 무서워 학교에 못 가게 되었고 퇴학을 당하게 될 때까지 선생님은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선생님과 꼭두의 관계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이다. 이 일련의 사건 속에서 작자는 약자를 업신여기고 고립시키고 학대하는 것으로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인간의 악한 본성이 사회적 편견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4)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와의 재회

고아원에서 자라고 입양아로 살면서 꼭두는 진정한 가족을 가지지 못했다. 꼭두에게는 완전한 ‘집’이 없었다.

겨우 어머니와 만남으로써 비로소 가족이 생기었지만 불우한 성장 과정 때문에 꼭두는 ‘가족’의 의미를 잘 모른다. 작가는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꼭두로 하여금 짧은 시간 내에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하였다. ‘무거운 책임감’에 동반하는 작은 긍지와 기쁨, 그리고 근심 걱정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어머니를 통해서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가족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꼭두는 ‘케이치’란 이름을 되찾고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이렇게 허련순은 꼭두와 주위 사람들의 관계를 구축할 때 그 어떤 정치적 요소도 개입되지 않도록 시대 지명을 밝히지 않았고 단지 인간 본원의 본성에 기초해서 인물관계를 만들었다. 이런 주위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서 불우한 운명 속에서도 어떻게 하든 살아가려는 인간의 강열한 생존본능과 그 투쟁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질 수 있었다.

다음 최실의 『지니의 퍼즐』의 경우를 보자.

지니의 가족 구성에는 북조선과 일본이라는 2중의 사회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지니는 재일코리안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외할아버지는 이미 북조선으로 돌아갔고 거기에서 죽는다. 소설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올 뿐이다. 이런 가족 구성은 1950년부터 1984년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재일 코리안들의 북조선으로의 집단적 귀국을 진행한 북송사업의 후파, 그리고 그로 인해 조선총련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재일 코리안들의 생존환경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조선인은 물러가라! 조선인은 제나라에 돌아가라!” 하며 떠들어대는 우익자동차가 거리 복판에서 시위하는 사회적 환경은 재일코리안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 일본소학교에서의 인간관계

일본소학교 6학년 역사 교과서에는 조선반도를 식민지로 삼았던 시대를 언급한 내용이 간략해서 적혀있다. 그런데 그 몇 줄 안 되는 내용을 배운 뒤 지니를 대하는 반 친구들의 태도가 변한다. 특히 원래 학급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던 이구치(井口)가 제일 먼저 지니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그날 돌아가는 길에 학교 근처의 역 홈에서 이구치를 발견한 나는 같이 가자며 다가갔다. 이구치는 무시했다. 어딘가 가려는 이구치의 팔을 당기자 이구치는 홱 돌아보며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마’하고 소리쳤다. …… ‘바보 아니야? 조선인, 저리 가!’"(『지니의 퍼즐』 79~80페이지)

그때로부터 사이가 좋았던 친구들마저 점차 거리를 두려 했고 지니를 멀리 피했다. 역사 선생님은 지니를 마치 죄인이라도 보는 것처럼 어딘가 증오까지 느껴지는 시선을 보내왔다.

2) 조선학교에서의 인간관계

입학식에서 처음 보게 된 까만 치마저고리, 김일성과 김정일의 거대한 초상화, 그리고 귀에 익지 않은 조선어는 지니에게 위화감을 준다. 그로 인해 입학식 내내 지니는 자버린다.

학급에서는 윤미와 대립 관계가 된다. 같은 민족이지만 일본소학교를 다닌 지니와 조선학교에 다닌 윤미는 자란 환경이 다르고 언어의 장벽이 있어서 서로 간에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 학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윤미는 일본 학교는 몰인정한 곳이고 일본 학교의 아이들은 까져서, 지니도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한다.

조선어를 못 하는 지니 때문에 일본어로 수업을 하게 되자 윤미는 큰 소리로 반대해 나선다.

지니와 친한 니나에게 계속 지니하고 친하게 지내면 전 학년 적으로 무시할 것이라고 위협하였다

3) 일본 사회와의 관계

1998년 여름, 개학 전날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고 매스컴은 종일 그 보도 일색이었다.

"그날 나는 무사히 쥬쵸역까지 가기만 바랐다. 거기까지만 가면 우선 안전은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 홈에서도 차 안에서도 치마저고리를 입은 나를 향한 시선은 너무 차가웠고 언제 욕설이 쏟아지고 매를 맞아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긴박한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지니의 퍼즐』 99페이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중도에서 내려버린 지니는 이케부쿠로 게임센터에서 경찰이라 자칭한 세 남자와 맞다 들게 된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지니에게 그들은 욕설을 퍼붓고 때리고 성희롱을 한다. 남자는 “조선인은 더러운 물건들이야.”하고 비웃으며 지니의 목을 졸랐다. 이런 죽음의 공포 속에서 지니는 누구에게도 구원을 바랄 수 없었다.

아직 중학교 1학년생인 지니로서는 사회적 문제를 제대로 정확히 보고 분석하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의 분노를 일본 사회에 돌린 것이 아니라 학교에 높이 걸린 초상화에 돌린다. 혼자서 고민한 끝에 지니는 자기 혼자서라도 행동을 하려고 한다.

3주 만에 학교에 간 지니는 “우리가 김정권하고 같지 않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라고 하며 자기가 작성한 「조선학교에 다니는 생도 제군들을 향한 선언문」을 학교의 복도에 뿌린다.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을 뜯어서 베란다 아래에 던진다.

4) 죤과의 관계

"읽기 시작하면 예상과 달리 오리건주의 하이스쿨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 그것도 서두는 수업 중에 책상 아래에서 울부짖는 남학생 죤을 동급생도 선생님도 일체 무시하는 믿기 어려운 에피소드이다.

  우리는 처음에 미국 고등학교의 실태에 대한 묘사인가 여겼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죤은 과거의 지니이다.’

  일본에서 지니가 힘껏 주장하고 저항할 때 그녀에게 공감한다든가 옆에 있어 준 사람이 누구도 없었다.

  그때부터 5년, ‘세계 어디도 마찬가지이다’라고 절망한 지니는 지금, 옛날의 자기와 흡사한 죤을 멀리서 바라보는 반대쪽에 있다."(『ジニのパズル』読後に完成する美しいパズル)

예전의 지니라면 수업 중에 울부짖는 죤의 일에 상관하고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니는 그 모든 것이 자기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지니이기에 귀가 들리지 않고 말도 잘하지 못하는, 하지만 마음이 착한 마기밖에 친구가 없다. 지니는 외톨이가 되었다. 일본 사회에서 받은 상처는 미국에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하게 하였다.

5) 스테파니와의 관계

지니는 그 지방에서 유명하여 이름만이 아니라 얼굴도 널리 알려진 그림책 작가 스테파니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었다. 스테파니는 지니를 고민 속에서 구해주는 구원자이다.

퇴학을 앞둔 지니에게 스테파니는 멀트노마 폭포를 보러 가자고 하였다. 가는 길에 지니는 컬럼비아 리버도 보게 되는데 높이 230m나 되는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박력이 넘치는 강물의 흐름과 장엄한 정경은 죽은 호수 같던 지니의 마음을 강타하였다. “사람의 마음 같은 건 간단히 부숴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었고 파괴한 다음에는 전체 비즈를 아름답게 다시 꿰어줄 것 같은 신비한 힘을 가진 광대한 경치”(『지니의 퍼즐』39페이지)를 앞에 두고 처음으로 마음속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사회에서도 구원을 받지 못했던 지니는 장엄한 자연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한다. 지니는 처음으로 스테파니에게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게 된다.

이같이 지니의 가족 구성으로부터 그가 다니는 학교의 인물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가 북조선과 일본이라는 사회적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듯 북조선과 일본이 미사일 발사 문제로 긴장 관계에 처한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을 전제로 인물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작품의 시대성 사상성을 강조해주어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바 허련순의『춤추는 꼭두』와 최실의 『지니의 퍼즐』은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인물관계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허련순은 인간의 본성을 축으로 인물관계를 구축하였고 최실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배경에 맞춰서 인물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 작품은 완전히 다른 사회적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3.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의 창작 경향과 추세

정치배경과 사회적 환경은 문학의 창작방법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은 인물관계 구조의 구축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인물관계 구조의 구축방법을 분석함으로써 그 작품의 창작 경향을 알 수 있게 된다.

같은 시기에 쓴 허련순의 『춤추는 꼭두』와 최실의 『지니의 퍼즐』은 정치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이 다르기에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인물관계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 때문에 두 작품의 인물관계 구조를 비교 분석해 본다면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의 창작 경향의 서로 다른 추세가 보이게 된다.

30년 동안 디아스포라 문학에 집중하여 온 조선족 문학은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문학창작의 협소성(狹小性)을 피할 수 없었다.

허련순 작가

그러한 상황에서 허련순의 『춤추는 꼭두』는 조선족문학 창작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었다.

"허련순은 “억압된 인간의 심적 목소리를 복원하고 인간 존재의 시원을 찾아가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꼭두’같이 인간사회의 제일 낮은 곳에서 사는 인간들도 삶의 기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쓰고 싶다고 하였다. ……

허련순은 『춤추는 꼭두』에서 이왕의 국가적 민족적 운명을 다루던 디아스포라문학으로부터 “개인들의 희망적인 삶을 고무하는” 범인류적인 문학으로 전환하려는 창작 경향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중국색시』가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범인류적 문학으로 전환하는 터닝 포인트적인 작품이 되었다면 『춤추는 꼭두』는 국가적 민족적 범주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어둠을 극복하고 정체성의 위기를 풀어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창작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엄정자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보이는 삶의 본질」)

특히 인간의 본성을 기초로 인물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통해서 인물 성격발전에 억지가 없고 합리성을 부여했으며 인간 의식의 심연에 존재하는 선과 악, 빛과 어둠, 희망과 절망을 진실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서로 상처였던 어머니와 꼭두의 관계를 통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꼭두에게는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꼭두였다는 필연적인 관계를 풀어냄으로써 인간의 심리적 상처는 인간에 의해서만 치유된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보여주었다.

허련순은 자기의 창작방법의 변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현재 제가 말하는 휴머니즘은 니체나 사르트르의 실존 철학에 근거를 둔 새로운 휴머니즘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인간의 실존을 통한 인간의 인성 회복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인간실존에 대하여 질문하지 않는 소설은 부도덕한 소설이라고 인식합니다. 부단히 문학의 본질을 파헤치는 것이 소설의 존재적 이유일 뿐입니다. 물론 현대적인 인식은 가벼운 것을 열광하지만 문학의 작업은 무거울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실존을 파고들지 않는 한 소설은 의미가 없다고 보지요."(필자에게 보낸 메일 2019년 12월 29일)

“인간의 실존을 통한 인간의 인성 회복”은 작가 허련순이 추구하는 새로운 휴머니즘이다. 이는 본성에만 충실하던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보다 인간의 실존 의미에 더 깊이 접근한 휴머니즘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 인간의 존재 형태에 대해서 본원적인 사고를 거쳤기 때문에 허련순은 “‘꼭두’ 같이 인간사회의 제일 낮은 곳에서 사는 인간들도 삶의 기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허련순의 이런 창작방법은 조선족문학이 디아스포라에만 매이지 않고 보다 넓은 시야로, 이전보다 깊이 있게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허련순은 『춤추는 꼭두』를 통하여 새로운 사회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조선족문학이 무엇을 쓰고 어떤 작품을 써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하나의 답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실존을 통한 인간의 인성 회복”을 보여주는 것, 이는 조선족 작가들의 사명이라고 본다,

백년전의 역사문제가 지금도 재일 코리안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고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 문제 납치문제가 일본 사회에서 그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장애로 되고 있으며 식어가는 한일관계는 그들이 또다시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박해받게 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재일 코리안들이 차별을 당하고 제한을 받는 것은 피면 할 수 없는 현실인 것만큼 이주민족으로서의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디아스포라 문제는 외면하거나 도피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거기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 재일코리안문학의 과제이고 책임이라고 본다.

최실은 그런 현실의 퍼즐 조각을 맞춰서 하나의 완전한 그림으로 내놓고 그 그림을 통해서 희망을 보여줬다. 사회학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관찰하고 정치적 배경 사회적 현실을 기초로 인물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재일코리안의 문제를 전반 일본 사회의 사회적 문제로 끌어올려서 문제 제시를 하였다는 점에 최실의 『지니의 퍼즐』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일본과 북조선,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악성 순환을 하는 현실에서 디아스포라 문제는 당대 재일코리안문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가 문학을 좌우지 해서도 안 되겠지만 문학이 정치의 영향을 받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선족문학도 재일코리안문학도 조선족과 재일코리안이 이주민족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한 디아스포라 문제는 그들의 영원한 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주민족도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점을 인지할 때 문학은 반드시 인간 존재의 본원에서 나오는 욕망 질투 증오 같은 어둠을 드러내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런 어둠 속에서 “인간의 실존을 통한 인간의 인성 회복”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서 희망과 기대를 주는 것 또한 작가적 책임일 것이다.

허련순은 인간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휴머니즘적인 작품『춤추는 꼭두』를 썼고 최실은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디아스포라 색채가 농후한 『지니의 퍼즐』을 썼다. 두 작품 다 그 시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진실하게 담았기 때문에 그로서의 문학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사명이라고 한다면, 허련순의 『춤추는 꼭두』도 최실의 『지니의 퍼즐』도 자기의 사명을 충실히 실행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엄정자, 수필가. 평론가.  동북아신문 일본지사 대표,  (사)재일본조선족작협회 대표 겸 회장.  연변작가협회회원, 일본조선학회회원,   제9회 《도라지》 장락주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제1회 同胞文學 安民賞.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수필집 『금밖에 나가기』, 평론집 『조선민족의 디아스포라와 새로운 엑소더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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