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영진

2020 경자 년은 어떤 년 일까? 2020 쥐띠 년은 어떤 년 일까? 상서롭고 복스러운 년 일까 아니면 재수 없이 쥐 같은 사람들을 만나 개판을 치는 불길한 년 일까? 길흉화복을 예측키 어려운 경자 년 쥐띠해가 벌써 시작되었다.

2007 정해 년 황금 돼지띠 해부터 2019 기해년 황금 돼지띠 해까지 13개 황금 띠 해, 해마다 새해가 다가오면 나는 새해에는 꼭 황금 복이 터질 거야,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헌데 이젠 황금 띠 해가 다 지나고 징그럽고 밉살스런 쥐띠 년이 찾아오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걱정부터 앞선다.

쥐띠해가 되면 쥐띠인 사람들을 어떤 심정일까, 어떤 기분이 들까? 쥐 같은 사람들은 쥐띠 해를 어떻게 생각할 가 혹시 지들의(쥐들의) 세상이 왔다고 착각하고 백주 대낮에도 담대하게 거리로 나가 통 크게 훔치고 가증스런 쥐처럼 어질고 착한 사람들을 사기 치려고 하지 않을까? ‘흰쥐 검은 쥐 잘 훔치고 잘 사기 치는 쥐 똑똑한 쥐’라면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개띠 해에는 재수 나쁘면 운수 사납게 개판을 칠까 봐 걱정했었는데 쥐띠 해에는 쥐 같은 사람들이 대책 없이 쥐 판을 치면 어쩌나 하고 또 걱정이다. 걱정, 걱정 또 걱정 나에게는 왜 걱정만 이리도 많이 생기는 걸까? 아마 내가 미신을 너무 믿기 때문이 아닌가 쉽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개처럼 살아야 잘 산다며, 또 쥐처럼 잘 훔치고 남을 잘 사기 쳐야 잘산다고 생각하는, 개처럼 살면서 개짓거리를 하는 쥐처럼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이제는 좋은 사람들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쁜 사람으로 변해 가야만 하는 한심한 개판세상이다. 개도 개판을 치고 사람도 개판을 치며 쥐도 좋아라고 쥐 판을 치는 각박하고 삭막한, 한심한 사람들이 한심하게 살아가는 안타깝고 가슴 아픈 오늘날의 엄연한 현실이다.

단기 4352년(기원전 2333년),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아침이 아름다운, 고조선(단군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울 때 건국 이념은 홍익인간 정신이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살자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꿈이었다. 세계평화와 발전은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고 인류사회의 영원한 주제이다. 우리 조상들이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살라고 사람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조상과 조국을 배신하고 한사코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개처럼 살면서 동족끼리 서로 싸우고, 똥개처럼 제집 앞에서나 짖고 미친개처럼 제 주인도 물고 동포도 등쳐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돈도 훔치고 민심도 훔치고 나라도 훔쳐 쥐 나라를 만드는 쥐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참 세상이 허무하고 맹랑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치가 떨리기도 했다.

개처럼 살면서, 쥐처럼 살면서 사람은 개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또 쥐처럼 제 안속만 챙기며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라면서 남의 고통을 자기의 행복으로 여기며 쥐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개와 쥐를 또 제일 심하게들 욕을 한다. 개새끼, 쥐새끼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 말이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워서 침 뱉는 격, 제 얼굴에 침을 뱉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이 인간들 세상에 하사한 12개 띠 중에서 개판을 치면서 민폐를 끼치는 것은 오직 개와 쥐뿐이다. 하늘과 땅을 주름 잡는 풍운조화를 일으키는 용과 삼림속의 왕이라고 불리는 범도 판을 치지 않고 부지런한 소나 호용하는 말도 개판을 치지 않는데, 양과 돼지도 판을 치지 않고 닭과 뱀 그리고 토끼와 원숭이도 개판을 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살아만 가는데 왜 하필 개와 쥐는 항상 개판을 치고 쥐 판을 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며 난장판만 치는 것 일까? 용이 영험을 잃고 범이 이빨 빠진 호랑이로 되었기 때문인까? 소는 엄마(음메)를 부르며 불운한 자신의 운명만 한탄하고 말은 정신없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만 다니는데 어질고 순한 양은 제 목에 칼이 들어 와도 반항 한번 못하고 엄마만 부른다. 유독 돼지만은 복을 타고나서 돼지부자로 잘 살아가는데도 만족을 모르고 제 욕심만 챙기고 심술만 부린다. 차갑고 냉정한 뱀은 세치 혓바닥(언론)을 날름거리며 무고한 사람을 물고 바람둥이 수탉은 숱한 암탉들을 거느리고 제 모이를 먹느라 여념이 없다. 겁 많은 토끼는 자기 도망칠 구멍만 찾고(교토삼굴) 교활한 노란 원숭이는 요리저리 좋은 나무만 찾아 앉는다.

하늘도 믿지 못하고 땅도 믿지 못하는, 나도 믿지 못하고 너도 믿지 못하는 불신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상이다.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인치의 국가에서는 임금이 똑똑해야 백성이 편하고 잘 살았지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자유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국민이 똑똑해야 국민이 편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다가오는 4월 15일(총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날에 너도나도 소중한 한 표를 소중하게 투표하여 쥐처럼 자기 안속만 챙기는 국회의원들이 당선되는 일이 없기를, 또 개가 개판을 치고 쥐가 쥐 판을 치는 한심한 일이 이 땅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2020 01 08 김제

박영진 yongzhenpiao@naver.com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수기 수십 편 발표. 수상 다수.

동포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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