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중고등학생들은 체육복을 교복으로 입는다. 체육복을 입은 중학생이 핸드폰 카메라로 한 외국인 여성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중국의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일부 학부모들이 한국식 교복은 청소년들의 이성교재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학생복 브랜드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동안 한국식 교복은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며 한류 열풍에 동참했었다. 하지만 난징시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채택될 계획이었던 한국식 교복이 현대적 감각을 살린 화사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학생들에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과 우려로 인해 무산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한국 스타일의 교복을 입을 경우 달라진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으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면서 “이런 교복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성에 대한 자극이 될 수 있어 오히려 기존의 체육복이 더 실용적이고 편리하다” 고 강력히 반대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좀더 예쁘고 실용적인 교복을 입히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일침을 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식 교복 채택을 반대한 한 학부모는 “우리 딸은 한류 열풍이 일면서 한국을 ‘숭배’할 정도로 한국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데 한국 교복을 입으면 공부할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춘기 학생들에게 예쁜 교복은 이성교재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어 권장할 것이 못 된다”고 말했다.

▲ 한국 고등학생들의 다양한 남자 교복. 중국 학부모들은 이 같은 한국 교복이 이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복을 입으면 조기 연애를 하게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우리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어떻게 교복을 입을 수 있을까.

일부 학부모들의 이 같은 주장에 한국의 멋진 교복을 기대했던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한 학생은 “한국식 교복이 연애의 도구가 된다는 어른들의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소리며 교복이 아니더라도 이성 친구를 사귀는 학생들은 조건과 환경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이성교재는 가정과 학교의 지도와 교육에 의한 것이지 한국 교복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복을 맞출 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중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복으로 입고 있는 체육복을 단정한 교복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학교 교복으로 한국이나 일본 학생들이 입는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의 교복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의 의견까지 수렴한 학교가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닥쳐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계획을 번복한 것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은 처사이다.

다음 학기부터 단정하고 화사한 한국식 교복을 입게 될 것으로 기대했던 학생들이 이 같은 학교의 처사와 학부모들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번역 : 온바오 김경선
지뤄만보(齐鲁晚报) : 중국 산둥성(山东省)에서 발간되는 성급 석간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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