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한중작가회의에 참석한 중국측 작가 명단에 ‘남영전’이라는 이름이 끼여 있었다. 한글잡지로는 가장 큰 문예지 ‘장백산’의 편집주간이자 지린성에서 발행하는 한글 공식기관지 길림신문 사장인 그는 중국 주류문단에서 알아주는 시인이기도 하다.

우리 나이로 올해 예순인 그는 조선족 2세로, 중학교까지는 조선족학교에 다니고 고등학교와 대학은 중국학교를 나왔다. 때문에 두 가지 언어에 모두 능숙해 시는 중국어로, 산문은 한글로 쓴다. 특히 그가 1985년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42편의 토템시(2003년 ‘원융’이란 시집으로 발간)는 지금까지 5권의 해설서가 나왔고 올해도 3권이 발표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대혁명 때문에 모든 것이 파괴됐을 때 뿌리를 찾자는 생각으로 토템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토템은 자연에 대한 숭배인데 친척이란 뜻을 갖습니다. 종교·철학·예술이 모두 토템에서 나왔지요. 현재의 민족이란 근대에 생긴 구분일 뿐이고 이전에는 부족사회, 씨족사회였는데 토템시는 거기에 맞는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개방사회, 세계화 추세에 맞지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회복, 평화를 추구합니다.”

‘산 넘어 바다 건너 저 멀리/박쥐의 날개죽지에 숨었다가/아장아장 걸어오는가/고운 얼굴 가리운 얇은 베일/너울너울 어깨를 감싸고/머리우에 팔락이는데/정겹게/방긋 웃으며/흐리마리한 마음의 요람/나무초리에서 흐느적거리네’(시 ‘달’ 일부)

그의 토템시는 곰 두루미 흙 물 사슴 범 거북 등 토템을 소재로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탐구한다. 지난해 3월에는 수도사범대학과 시대문예출판사 공동주최로 ‘남영전 시가창작 세미나’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또 서예작품·전각·그림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특히 중국 최고의 시비평가인 사면 베이징대 교수로부터 “세계의 융합을 부르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부르고 인간의 원초적인 미와 선의 토템 관념과 현실과 미래의 융합을 부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씨가 조화와 융합을 노래하게 된 데는 경계인으로서의 삶이 한몫을 했다. 1971년 이후 중국문단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글 문예지인 ‘장백산’을 80년 창간해 27년째 끌어오고 있다. ‘장백산’은 연변문학의 아버지인 고 김학철씨의 작품을 90년부터 2001년 작고할 때까지 62편이나 실었다. 현재 5000부를 발행하며 지린성 10대 잡지, 중국 전체 9000개 가운데 100대 잡지에 들 만큼 성장했다. 한국의 ‘창비’ ‘시안’ ‘문예시대’ 등 세 잡지와도 교류하고 있다.

그는 한·중관계가 발전하려면 문화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요즘 한류 바람에 불어서 중국에서 ‘대장금’ 인기가 대단하지요. 드라마 본 뒤 한국식당에 와서 음식 먹고 한국옷 사고 하는 겁니다. 민간이 앞장서야 하지만 국가에서도 널리 지원해야 합니다.”

신문사 사장으로서 그는 조선족의 이주노동으로 인한 가정해체 등 사회문제를 줄이는 것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중국 주류사회 및 교포사회와 이어주는 데 관심이 많다. 90년부터 한국을 25차례나 방문한 그는 소설가 이호철·조정래씨, 시인 이시영씨를 가까운 문인으로 꼽았다.

〈상하이|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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