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자 문학평론가

 

김인덕,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졸업. 선후하여 도문시문화관 문학보도원, 부관장, 연변인민방송국, 연변일보사 문화부 주임,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 근무, 현재 《연변문학》잡지사 상무부주필. 시, 수필, 실화문학, 가사 등 문학쟝르 320여편 발표, 《연변일보》해란강문학상, 《길림신문》장백산문학상, 《연변문학》문학상, 《도라지》문학상, 길림성정부 장백산문예상 등 30여차 수상. 수필집 《산을 좋아하는 리유》 등 3부 저서 출판, 《당시 300수》, 《송사 300수》, 장편소설 《춘향》(김인순 저), 장편소설 《지압사》(비필우 저) 등 10여부 번역도서 출판.
김인덕,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졸업. 선후하여 도문시문화관 문학보도원, 부관장, 연변인민방송국, 연변일보사 문화부 주임,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 근무, 현재 《연변문학》잡지사 상무부주필. 시, 수필, 실화문학, 가사 등 문학쟝르 320여편 발표, 《연변일보》해란강문학상, 《길림신문》장백산문학상, 《연변문학》문학상, 《도라지》문학상, 길림성정부 장백산문예상 등 30여차 수상. 수필집 《산을 좋아하는 리유》 등 3부 저서 출판, 《당시 300수》, 《송사 300수》, 장편소설 《춘향》(김인순 저), 장편소설 《지압사》(비필우 저) 등 10여부 번역도서 출판.

이번 겨울은 참 아픈 겨울이었다. 설 밑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나라와 나라가 서로 간의 입국을 거절하고 일본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의 정치가 뒤흔들려 혼란의 시기가 계속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격리되고 마스크나 영상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기업이 문을 닫고 학교가 휴교하고 마녀의 입김 속에 얼어붙은 동화속의 설국(雪国)같이 세상은 생기를 잃었다.

하지만 강이 얼어도 그 밑에서는 물이 흐르듯이 얼어붙은 세상에서도 선뜻 험지(劒地)에 뛰어들어 병독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곧 의료종사자인 ‘백의 천사’들이다. 그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서 벗어났고 바야흐로 이 싸움도 마직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런 시기에 시인 김인덕의 가사 「봄은 올테죠」는 사람들에게 그런 봄소식을 알려주는 노래가 되었다.

 

천만의 백의천사 마음을 담고 담아
대지에 따스한 봄바람 불어와요
가슴이 시리던 겨울은 지나가고
봄 제비 구름 헤쳐 좋은 소식 전하겠죠.
억만 가슴 한마음 되었으니
강물은 풀리고 꽃은 피겠죠
우렁찬 사랑노래
저 하늘 끝까지 울릴 테지요.

천만의 백의천사 사랑의 손길 받아
대지는 깨어나고 만물은 소생해요
아팠던 상처는 말끔히 가셔내고
다같이 걸음 맞춰 미래 향해 달려가죠.
억만 가슴 한마음 되었으니
강물은 풀리고 꽃은 피겠죠
우렁찬 사랑노래
저 하늘 끝까지 울릴 테지요.

ᅳ김인덕 「봄은 올테죠」 전문

 

김인덕 시인은 가사의 첫 구절에 ‘백의천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천만의 백의천사 마음을 담고 담아 /대지에 따스한 봄바람 불어와요.”

여기에서 시인은 ‘대지에 따스한 봄바람’을 가져오는 것이 ‘백의천사’의 ‘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이 첫 구절에 시의 주인공이 되는 ‘백의천사’를 등장시키고 그에 이어 시의 주체가 되는 ‘봄바람’ 즉 ‘봄’을 씀으로써 이 가사의 주제가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전해질 수 있게 하였다.

다음 “가슴이 시리던 겨울은 지나가고 /봄 제비 구름 헤쳐 좋은 소식 전하겠죠”에서는 ‘겨울’과 ‘구름’이라는 자연현상을 통해서 코로나19가 성행하는 현실을 은유로 보여주면서 ‘봄 제비’를 통해서 봄이 곧 올 것이라는 ‘좋은 소식’을 알리고 있다.

우리 말에는 봄을 상징하는 계절어가 많다. 그 중에서도 꽃으로는 진달래를, 새로는 제비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제비는 봄에 왔다가 가을에 돌아가는 철새이기 때문에 제비가 왔다는 것은 봄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제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봄’의 이미지가 강한데 작자는 그 앞에 ‘봄’이라는 단어를 더 넣음으로써 이미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이런 반복은 자연히 봄이 온다는 느낌을 강조하게 되고 그래서 봄의 도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였다.

시인 김인덕
시인 김인덕

노래에서는 1절과 2절의 내용이 너무 달라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똑같아도 안 된다. 가사를 씀에 있어서 그 조절이 이외로 어렵다. 너무 다르면 통일이 이루어지기 힘들고 너무 같으면 무의미한 반복이 되어서 재미가 없어진다.

김인덕 시인은 그런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 2절의 첫 구에서 “천만의 백의천사 사랑의 손길 받아 /대지는 깨여나고 만물은 소생해요”라는 비슷하면서도 한층 심화된 어휘와 표현을 쓰고 있다.

여기에서 ‘백의천사’ 라는 말은 그대로 쓰고 있지만 1절의 “마음을 담고 담아”를 “사랑의 손길 받아”라는 표현으로 변화를 주었다. 이렇게 ‘마음’이라는 내재적 표현으로부터 ‘손길’이라는 외재적 표현으로 넘어 감으로써 ‘백의천사’가 환자들을 구하는 그 행동 움직임이 느껴지게 하였다. 다음 “대지는 깨여나고 만물은 소생해요”에서는 그들의 헌신적인 치료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원하였다는 것을 대지가 깨어나고 만물이 살아난다고 은유해서 보여주고 있다. 1절의 “대지에 따스한 봄바람 불어와요.” 에서 말한 봄 예고보다 더 확실하게 실체화를 해서 봄이 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팠던 상처는 말끔히 가셔내고 /다같이 걸음 맞춰 미래 향해 달려가죠.”에서는 이미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생겼던 상처가 나아가고 있으며 보다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달려가죠’는 그동안 멈춰 섰던 걸음 즉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 빨리 미래를 향해 가고 싶은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하였다. ‘가지요’란 일반 표현보다 ‘달려가죠’란 속도를 나타내는 표현이 뛰어서 가고 싶은 급한 마음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었다.

이같이 2절은 1절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1절보다 더 진행되고 심화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때문에 내용이 단조롭지 않고 변화되는 현실을 생동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후렴구는 노래의 최고조로 곡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파트이며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반복하여 나오는 곳으로서,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억만 가슴 한마음 되었으니
강물은 풀리고 꽃은 피겠죠
우렁찬 사랑노래
저 하늘 끝까지 울릴 테지요.

이 노래의 주제는 이제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김인덕 시인은 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후렴구에서 “강물은 풀리고 꽃은 피겠죠”라는 표현을 썼다. 즉 봄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곧 풀릴 ‘강물’, 곧 피어날 ‘꽃’을 통해서 봄이 올 것이라는 것을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얼었던 강이 풀리고 꽃이 피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미적 향수를 받게 된다.

후렴구의 마지막 구절 “우렁찬 사랑노래 /저 하늘 끝까지 울릴 테지요.”는 ‘사랑’이란 단어를 통해서 이 모든 싸움에서 인간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이라는 인간의 가장 본체적인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인은 이 세상에 ‘사랑’이 있는 한 사람들은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그런 강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구절에서 쓰고 있는 ‘하늘 끝’이란 말은 온 세상을 이미지 하고 있다. ‘사랑’이 온 세상에 전해질 것이라는 작자의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라는 먼 곳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를 쓴 것도 공간을 확장하여 사랑이 아주 먼 곳까지 전해지리라는 믿음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본구에서 ‘천만’이란 숫자를 썼다면 후렴구에서는 ‘억만’이란 숫자를 쓰고 있다. 이런 양적인 변화를 통해서 ‘백의천사’ 즉 의료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협력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또 이런 양적인 증가는 코로나와 싸우는 전투력의 증강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봄이 올 수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이같이 후렴구에서는 의료종사들과 그들에게 협력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질 때 코로나19는 멸종하고 이 세상에 평화가 도래하리라는 그런 희망과 기대감을 강하게 전해주고 있다.

노래는 이 세상에 제일 처음 나타난 문학형태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재해나 천지지변을 겪을 때면 삶의 안식과 안락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며 제사(祭祀)를 지냈고 힘든 노동을 할 때에도 노래를 부르며 힘을 합쳤다. 그래서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에 제일 쉽게 스며들 수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제일 잘 어를 수 있는 문학 장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인덕의 「봄은 올테죠」는 이시기에 아주 적절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김인덕은 시인이다. 그가 가사를 쓸 때에는 시를 쓸 때보다 많은 속박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가사는 시와 비슷하면서도 더 엄격히 운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 노래에서도 기본적으로 3.4 3.4의 운율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노래인 향가에서도 흔히 이런 운율을 많이 쓰고 있는데 그래서 이 가사는 입에 잘 오른다. 곡을 붙이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이 가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종결어미 “~지요”를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이다. 1절 마지막, 2절 마지막, 후렴구의 중간과 마지막에 “~지요”로 끝났다. “-지요”는 무엇에 대해 나도 알고 있고, 상대방도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할 때 사용하는데 미래나 추측을 나타내는 어미 “~겠”과 함께 쓸 때에는 추측형이 된다. 이 가사의 “봄 제비 구름 헤쳐 좋은 소식 전하겠죠.”에서는 봄 제비가 좋은 소식을 전할 것이라는 추측형으로, “다같이 걸음 맞춰 미래 향해 달려가죠.”에서는 같이 달려가자는 권유형으로, “강물은 풀리고 꽃은 피겠죠”에서는 강이 풀리고 꽃이 피리라는 추측형으로, “저 하늘 끝까지 울릴 테지요”에서는 “~을/ㄹ 테지요”라는 미래 추측형으로 “~지요”가 쓰이고 있다. 현재형이 아니라 미래 추측형으로 씀으로써 아직은 겨울이지만 곧 봄이 올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희망 기대를 나타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상징, 은유, 반복, 이런 수사법을 잘 응용하여 예술성을 높이었다.

시대성 예술성을 갖춘 김인덕의 가사 「봄은 올테죠」는 그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가 될 것이다.

 

나고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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