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앞으로 몇 달 동안의 경선에 대해서 이번 ‘슈퍼 화요일’의 가장 큰 시사점의 의미는 바이든 부통령의 승리가 아니라 기득권파가 여전히 민주당의 당내 발언권을 단단히 쥐고 있다는 현실이다.

장텅쥔(张腾军)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미국연구소 조연구원

 

미국의 정치 여론 조사기관 리얼 클리어 팔러틱스(Real Clear Politics)의 집계에 의하면 39(현지 시간)까지, 초기 3지역 후보자 경선에서 패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이자 바이든 미국 전 부통령은 3 3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승리를 기록해 텍사스,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테네시, 앨라배마, 오클라호마, 아칸소, 메인 주 등 10개 주에서 다수의 표를 획득해 총 610장의 ‘서약 대의원’ 표를 얻었다. 또 다른 유력한 후보인 샌더스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유타, 버몬트 총 4개 주에서 다수를 얻어 513장의 ‘서약 대의원’ 표를 얻었다.

‘슈퍼 화요일’의 막후를 살펴보면 블룸버그, 워렌 등 승리의 가망이 없는 출마자들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민주당은 초기부터 재조정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사실상 78세가 된 바이든은 79세의 샌더스와 맞대결을 벌였다.

민주당 초기 경선 ‘나흘간의 이변’

3 3일 밤 경선 집회에서 바이든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그 동안 진중한 모습만 보여줬던 그는 희열에 찬 어조로 무대 아래에 있는 지지자들을 향하여아름다운 밤이다. 누군가는 우리가 끝났다고 했지만 사실은 다른 한 사람이 끝났다고 연설을 했다.

‘슈퍼 화요일’의 승리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어쩌면 바이든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경비가 한정돼 있는 몇몇 선거구에만 사무실을 두고 경선 광고를 거의 하지 않은 바이든 부통령이 승리한 주 중 절반은 직접 현지에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지도 못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결국 별 힘을 쓰지 않고 연달아 승전보를 울리며 미 정치의 기적을 보여줬다.

‘슈퍼 화요일’의 바이든 현상을 해석하려면 우선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경선을 살펴봐야 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경선에 앞서 바이든은 연거푸 패전했으며 한때 이길 가망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바람의 표상’ 의미가 약화되면서 바이든 부통령은 상황을 반전시킬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뉴햄프셔 경선일에는 일찌감치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가서 선거 운동을 벌였다.

바이든 부통령 진영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경선에 큰 확률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프리카계의 지지율 하락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로써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회 하원의원 제임스 클레이번을 찾았다. 클레이번은 하원 다수당의 위원장이며 국회에서 가장 유력하고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계 의원이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클레이번의 지지선언은 아프리카계 유권자의 과반수가 넘는 투표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바이든 부통령이 샌더스를 30% 가까이 앞서 승리하도록 밀어붙였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경선의 승리는 아프리카계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바이든의 호소력을 강하게 반영한 것으로 사흘 뒤 슈퍼 화요일 투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계 유권자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해 왔다는 입소문은 물론 미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런닝메이트로 있었던 것도 친근감으로 다가 갔다. 더 나아가 오바마 시대에 대한 아프리카계 유권자들의 그리움이 바이든 부통령에게 더해지고 투영된 것도 한몫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계 유권자들이 바이든 부통령만이 트럼프를 꺾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트럼프에 대한 극에 달한 증오이다. 바이든 부통령에 대한 기대는 아프리카계 유권자들이 슈퍼 화요일에 그를 계속 지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경선 전 샌더스의 연전 연승 태세에 민주당 기득권파는 놀라면서도 쩔쩔맸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승리는 적절한 때를 만난 것이다. 아프리카계 유권자의 6할이 넘는 지지로 바이든은 여전히 당내에서 트럼프를 꺾을 부동의 인물임을 입증했다. 트럼프와 샌더스의 이중 압력에 민주당 기득권파도 재기를 꾀하며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경선 다음 날 오전, 여러 언론 보도는 바이든에게 돈이 들지 않는 경선 홍보 기회를 주었다. 네바다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자신의 두 기득권파 출마자인 부티지그와 크로브처는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심야 대화 후, 부티지그는 사퇴 결정을 내렸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크로브처도 사퇴를 선택하게 되었다. 단 하루만에 기득권파가 놀라운 통합을 이뤄냈고 바이든은 당연히 수혜자가 됐다. 슈퍼 화요일 전야에 부티지그, 크로브처는 댈러스의 경선 집회에 잇달아 참석해 바이든 부통령을 위한 투표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민주당의 방대한 경선 시스템이 일제히 불붙었고, 해리 리드 전 민주당 상원위원장, 케리 전 국무장관, 팀 케인 버지니아주 의회 상원의원, 베토 오로크 텍사스주 하원의원 등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슈퍼 화요일’ 이전 일주일 동안 바이든은 최소한 26명의 주요 인물들의 지지선언을 받았고 선거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라이벌인 샌더스는 2 20일 이후 새로운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샌더스가 민주당에 맞선 직접적 결과는 2016년에 이긴 저력을 보여주었던 절반 가까운 지역구를 내팽개친 것이다. 뒤집히지 않은 선거구에서도 그는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2 29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경선부터 3 3일 ‘슈퍼 화요일’까지 민주당 경선에서 ‘나흘간의 이변’이 연출됐다.

이데올로기 대립 위주의 ‘시가전’

바이든은 ‘슈퍼 화요일’에서 텍사스, 노스 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공약 대표’ 표가 많은 주를 포함해 아프리카계 유권자가 다수인 남부 7개 주를 먼저 지켰다. 선거 결과가 모두 예상외로 좋았고 다수의 주에서 우세가 두 자릿수로 기록돼 호쾌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민주당 기득권파의 저력으로 바이든은 북동부 매사추세츠와 메인 주, 중서부 미네소타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샌더스의 본토 주인 버몬트 주에서도 1/3의 ‘대의원’ 표를 얻었다. 이러한 수확은 바이든 부통령의 선거 기반을 확대시켜 아프리카계, 장년층, 도시 변두리지역 및 백인 샐러리맨층 유권자들을 커버하고 있다. CBS 출구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부통령은 아프리카계 유권자의 56%, 45세 이상 유권자의 42%, 온건파 유권자의 46%를 얻었다.

‘슈퍼 화요일’ 이후 바이든 부통령의 주된 목표는 강세로 다른 출마자들을 퇴출시키고 경선을 샌더스와의 일대일 대결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는 경선을 이데올로기 대립 위주의 선거로 바꾸는 한 샌더스가 민주사회주의라는 명분으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어 바이든 부통령이 선거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하더라도 7월 전국대표대회까지는 슈퍼대표들의 1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것이 바이든 부통령의 최종 본선 진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로서는 ‘슈퍼 화요일’의 초심은 페이스메이커의 우위를 확고히 하고 확대시키는 데 있으며, 바이든 등 다른 추종자들을 가급적 뒤로 내던지는 것이 파죽지세인 선거 태세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샌더스의 바람은 민주당의 시스템의 힘에 의해 깨졌다. 샌더스의 정치혁명 운동도 나름대로 한계에 부딪쳐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지 않아 라틴계 지지만으로는 본선을 이기는데 도움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다음, 그는 더 힘든 선택전에 대비해야 한다.

샌더스의 두 번째 바람은 아마도 경선 진영 특히 기득권파 출마자들의 급격한 축소를 가능한 한 피함으로써 바이든과의 ‘시가지 싸움’에 빠지지 않기 위한 것일 것이다. 3명 이상의 출마자들의 경선 구도가 지속될 경우 샌더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바이든 부통령의 표를 분산시키고 자신의 상대적인 우세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샌더스는 경선의 다수 득표자가 전국대표대회의 당연한 승자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는 대회에서 민주당에 ‘빠지지 않도록’ 여론과 도덕적 압박을 조장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득권파의 빠른 통합은 샌더스로 하여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었고, 한동안은 이를 막기가 어려웠다.

다음 몇 달 동안의 경선에 대한 이번 ‘슈퍼 화요일’의 가장 큰 시사점은 바이든 부통령의 승리가 아니라 기득권파가 여전히 민주당의 당내 발언권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이념적으로 칼날이 치우친 출마자들이 처음에는 대중적 인기를 끌었지만, 막판에는 후보 지명에 실패해 공감대가 더 강한 출마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1980년 지미 카터, 1984년 먼데일, 1992년 빌 클린턴, 2004년 케리, 그리고 4년 전 힐러리를 예로 들자면 정당 집단의 힘이 막강하고 개인의 힘으로 정당에 맞서 적어도 민주당 내에서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누가 트럼프를 꺾을 것인가라는 ‘판타지’

바이든과 샌더스의 정면승부가 이미 펼쳐진 상황에서 3월 남은 선거에서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면 선택전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선 대회(Contested Convention)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대의원 1,991표 중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7월 밀워키 전국대표대회에서 투표로 후보가 탄생한다.

정당의 힘이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이들이 선호하는 출마자들을 ‘추천’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급진파와 온건파의 이데올로기가 충돌할 경우 당내 분열을 심화시켜 후폭풍을 조성하고 민주당의 대선 전망을 해칠 수 있다.

이 선거주기는 트럼프를 꺾고자 하는 민주당원들의 집념이다. 어떤 출마자든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낼 수 있는 특질과 능력이 있다면 민주당원들에게 인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 선거에서는 바이든과 샌더스가 민주당원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그 답을 증명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다. 8개월 뒤 정답이 맞는지 최종 검증될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이나 샌더스나 트럼프를 쉽게 꺾을 수 있는 인물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순간의 여론조사는 큰 참고 가치를 지니지 못했고, 이른바 ‘선택 가능성’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으며, 결국 트럼프와의 직접 대결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바이든이 후보에 오르면 트럼프에 비해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고 노련하며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유권자 기반이 넓어 가능한 한 많은 중간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도층을 쟁취하는 것은 민주당 대선 승리의 열쇠로 여겨진다. 하지만 조 바이든 부통령의 강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바이든 부통령에 대한 민주당 유권자들의 지지는 입장이 아닌 신분에서 비롯됐다. 반기득권 반엘리트의 포퓰리즘 바람이 불던 시절, 바이든이 어떻게 현 상황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을 설득해 기득권파 등장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이 그가 직면한 첫 번째 과제이다.

샌더스가 후보가 된다면 결과는 더 불확실할 것이다. 당내 통합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민주당 내부가 한마음 한 뜻이 된다면 샌더스는 여전히 트럼프와 겨룰 기회가 있다. 샌더스는 무상교육, 전국민의료보험 등의 이슈에 이름을 올렸고 민주당에 깊숙이 박힌 선거정치, 나아가 일부 공화당 유권자들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샌더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그가 어떻게 미국 유권자들이 그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우려를 없앨 수 있는가와 ‘민주적 사회주의자’의 등장을 받아들이게 하느냐에 있다. 4년전 정확히 반정치적이라는 온갖 꼬리표가 붙은 트럼프도 당선되지 않았는가? 양날의 검처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편향된 라이벌이 최종 무대에 오른다면 이번 대선은 전대미문의 하이라이트로 치달을 것이고, 유권자는 두 가지 극단화된 정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선택을 함으로써 미국 정치의 장기적인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래가 어떻든 막을 내린 ‘슈퍼 화요일’이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큰 도박이었다. 불행하게도 민주당원들 앞에는 두 잔의 독한 술이 놓여져 있으며 빨리 어떤 술을 마실지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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