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허경수

제1편

삼각 연애

 

허경수 약력 : 1952년 2월 3일 길림성 화룡시에서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1972년 5월 1일에 시 ‘림해의 아침에’를 연변일보에 발표, 선후하여 소설 여러편 발표, ‘내 이야기’ 5편이 한국 KBS 방송국 우수상 수상
허경수 약력 : 1952년 2월 3일 길림성 화룡시에서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1972년 5월 1일에 시 ‘림해의 아침에’를 연변일보에 발표, 선후하여 소설 여러편 발표, ‘내 이야기’ 5편이 한국 KBS 방송국 우수상 수상

“사랑, 사랑, 내 사랑,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하얀 마스크가 간드러진 목청으로 노래를 불렀다. 바이러스는 담담한 미소를 머금고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조용히 경청하고 있었다. 마스크는 허리를 배배 꼬며 애교 찰찰 흘러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었다.
“자기야, 난 정말 행복해, 창고에 10년이나 갇히워있다가 자기신세에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훨훨 날아 여행을 다 해봤어요.”
“그렇게 좋던가요? 후엔 같이 여행을 가자요.”
바이러스는 빙그레 웃었다.
“좋구 말구요, 왜 인제야 오셨나요? 이젠 저를 떠나지 말아요, 당신 없인  전 못 살아요, 해…해….”
마스크는 온갖 교태를 다 부리며 아양을 떨었다.
바이러스는  담담한 미소를 띠우며 물었다.
“그래, 그 말이 진심인가요?”
“그럼요, 해…해…그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10년이나 갇히워 있던 제가 어찌 당신의  하늘같은 은혜를 잊겠나요?”
“음, 나도 오고 싶어 온게 아니지요, 그것들이 날 억지로 끌고 왔단데”
바이러스의 심드렁한 말이었다.
“아잇 참, 그럼 저를  보러  온게 아닌가요?”
마스크는 금세 샐쭉해졌다.
“허…허.,,,님도 볼겸, 뽕도 딸겸, 당신 보러 왔어요.”
바이러스는 이내 순풍에 돛을 달았다.
“이잉, 그러면 그렇겠지요, 사랑하는 이….”
마스크는 또 교태를 부렸다.
“조금 후 다시 만나자요, 나 볼 일이 좀 있어요.”
바이러스는 초조한 어조로 말하고 어디론가 휭하니 가버렸다. 마스크는 깨고소한 미소를 머금고  바람을 타고 동물원에 갔다. 호랑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었다.
“사랑하는 이, 잘 계셨나요? 사랑해요.”
“어허, 이게 무슨 호떡인가요?”
호랑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당신이 저를 가질래요?”
마스크는 달착지근한 어조로 물었다.
“아니, 여기 있는게 너무 갑갑하여 그저 나가고 싶어요.”
호랑이는 진국으로 말하었다.
“그래요? 제가 방법을 대여 보겠어요.”
마스크는 장담을 하고 바이러스를 찾아 떠났다. 이윽고 바이러스가 동물원앞에 나타났다. 범, 늑대, 원숭이, 곰들이 애원의 눈길로  바이러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무슨 죄로 여기 갇혀 있느냐?”
바이러스가 측은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죄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산에 충성!”
바이러스는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나가고 싶지?”
“옛!”
그들의 대답이 뇌성을 눌렀다.
“쫃또맛떼! (잠간, 기다려라!)”
바이러스의 말은 번개를 눌렀다.

 

 

제2편
같은 시간에 
        
          
고향에 있을 때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나는 친구의  청함을 받고  그의 아들의  혼례식에 참가하게 되었다.  점심 무렵에 호화롭게 장식을 한 택시가  신랑, 신부를 싣고서  마을에 서서히 들어섰다.  남여노소들은 얼굴에 웃음 꽃을 피우며 우루루 모여들었다. 신랑의 부모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번쩍거리는 택시 앞으로 다가 들었다. 이윽고 키가 후리후리한 신랑이 만면에 미소를 담고서 꽃같은 신부를 안고  내렸다.
“야! 멋이 있구나!…”
마을의 조무래기들은  환성을 올렸다. 갑자기 꽃보라가 흩날렸다. 신랑, 신부는  달착지근하게 서로를 꼭 껴안고서 명랑한 미소를 지었다.
“자, 화끈한  밤 ‘갱도전’을 생각하며 더 곱게 웃자…’
“하….하…하….”
사진사가 카메라를 들고 신랑, 신부에게 초점을  맞추며 농조로 말하니 온 마당에는 즐거운 폭소가 터졌다.
“지금은 좋은 세월이구만, 우리 때야 언제….”
한 할아버지가 얼굴에 부러운 빛을 선연히 띠우면서 중얼거렸다.
“그 때야 쇠술기(소수레)가  행세를 했지비, 나두 좀 더 늦게 나왔더라면…헤..헤….” 
한 할아버지가 농조로 응대하고 헤식은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헛, 늙은 쇠 콩밭으루 한다구, 사람은 늙어도 마음은 새파랗군….”
한 중년이  농조로 말하니 또 웃음보가  터졌다. 떠들석한 분위기속에서 신랑, 신부는 집안에 들어섰다.
“오늘 날씨가 좋은 걸 보니 새색시가  마음이  곱겠구만 할머니 한 분이 얼굴에 할미꽃 웃음을 띠우며 중얼거리니 한 아줌마가 맞장구를 쳤다.
“그런것 같구만, 잔치날을 잘 받았어요.”
“아이고…아이고….”
청천벽력인가, 갑자기 통곡소리가 울리며 어디선가 장례대렬이 나타났다. 검은 천을 두른 영구차가 환락에 잠긴 분위기에 냉기를 남기며 서서히 지나갔다. 사람들은 밥을 먹다가 모래알을 씹었을 때처럼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불현듯 소낙비를 맞았을 때처럼 마을의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헛, 이거참 일이 별랗게 겹쳤구나….”
신랑의 친척되는 사람이 짜증이 묻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에익, 저런건 죽어서도 귀신질도 방정히 못 할걸….”
한 남성이 장례차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할수 없지, 누가 요때 죽고 싶어서 죽었겠소?….’
한 할아버지가 탄식조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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