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허인 시인

허인 약력 : 본명 허창렬. 시인, 평론가. 기자/편집 역임. 재한동포문인협회 전부회장. 동포문학 시부문 대상 등 수상 다수.
허인 약력 : 본명 허창렬. 시인, 평론가. 기자/편집 역임. 재한동포문인협회 전부회장. 동포문학 시부문 대상 등 수상 다수.

매경한고 발청향 (梅經寒苦 發淸香),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고사성어 이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회담 분위기를 훨씬 더 부드럽게 완화시켰다는 그런 일화가 있다. 

한때 사드 배치문제로 불편했었던 한·중 관계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의지를 은근하면서도 강하고 강하면서도 우아하게 전달했다는 그런 호평을 지금까지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이 한문 구절은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인데 ‘발청향(發淸香)’은 생략하고 ‘매경한고(梅經寒苦)’ 네 글자만을 예로 들어 “매화도 겨울 추위 고통을 이겨내야 꽃이 핀다"라는 말을 전한것으로 보인다. 그와 비슷한 고사성어로는 “인봉간난현기절(人逢艱難顯其節)”인데 시경(詩經)문장에서 따온 한 구절로써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절개가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경한고(梅經寒苦)나 인봉간난현기절(人逢艱難顯其節)이나 어려울때일수록 고난을 극복하고 뜻한 바를 성취하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줄로 알고 있다

요즘은 여러모로 이래 저래 모두 너무 힘든 시기이다. 코로나때문에 집에 붙 박혀 있다 보면 "배운 것이 도적질"이라고 저도 모르게 문단의 동태에 귀를 기울리게 된다. 요즘 조선족문단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인것 같다. 하루 밤만 자고 일어나도 엊저녁까지 하여도 분명 "문학"의 "문"자도 제대로 모르는 완전 초학자였던 사람들이 프로보다 더욱 프로답게 "시인"이라는 간판을 버젓이 꺼내들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가 하면 소설가, 수필가, 낭송가들이 용솟음쳐 나오고 있다.  듣기 좋은 말로 하자면 문학에 대한 갈구가 엄청나다 할수가 있고 나쁜 말로 하자면 인간의 본성(本性)이나  본질(本质)조차 모른채 작품발표에만 서두르다보니 그 질량이 너무 떨어진다는것이다. 신문, 잡지에 발표되였다 하여 그 작품이 제대로 완성된 작품이라고는 절대로 할수가 없다. 평생 시 한수, 수필, 소설 한편 써본적이 없는 편집일꾼이 어디 한둘인가? 그런 편집들의 개인 안광과 얄팍한 심리타산으로 고른 작품들이 정말로 만중이 공감할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너무 어려웁기때문이다. 공적으로 신문, 잡지는 그렇다 치고 사적으로 개인계정을 운영하며 개인작품을 제 마음대로 퍼나르며 시인이니 수필가이니 낭송가이니 서로 명찰 달아 주기에 바쁜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먹고 살기도 바쁜 요즘같은 세월 할일도 참으로 없나부다ㅡ라는 한심한 생각이 들때가 많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붉은 대추가 되기까지 자연의 도움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시인의 탁월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너무 돋보이는 시이다. 시인이고 독서광이며 문장 노동자였던 장석주시인은 평생 산책, 음악, 햇빛, 바다, 대숲을 좋아하고 서재와 도서관을 목숨으로 사랑하였다. 고졸중퇴인 그는 대학강사 , 교수까지 하였으며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평론이 당선되었으며 책을 쓰고 만들고 펴내고, 문장학과 책에 대한 강의를 하고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줄곧 책과 함께 살아왔으며, 지금도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한다.

그동안 시집으로는 "붉디붉은 호랑이" , "절벽“ , "몽상항로" 등과 인문교양서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마흔의 서재" , "일요일의 인문학" 등 80여 권이 있다.

문학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문학도들에게까지 찬물을 끼 얹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인내부터 배우라.

매경한고 발청향 (梅經寒苦 發淸香)겨울 추위와 고통을 이겨내야 꽃이 활짝 피듯이 향기 그윽한 글들을 차곡차곡 써내여 그때에야 세상에 자신을 떳떳이 내놓자.

2020년4월22일 서울 신대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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