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빈

[서울=동북아신문] “아이구,어서 오세요.”

슬리퍼 차림의 하숙집 주인이 웃으며 우리일행을 맞이했다. 남자는 50대 중반쯤 돼보이는, 키는 190센치 정도로 멀끔한 외모의 중년이였고 그 옆에는 150센치쯤 돼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베트남 여자애가 서있었다. 내 나이쯤 돼보였다. 그 뒤로는 대여섯명의 베트남 직원들이 멀뚱히 서서 우리 일행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손차장님께서 전화 주셨습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소장은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영문 모르게 실실 쪼개고 있었다.

“방부터 봅시다.”

주인은 내 트렁크를 번쩍 들더니 2층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숙집은 1층은 식당으로,  2층은 투숙할수 있는 방으로 되여있는 구조였다.

“어디서 오셨어요?”

계단을 오르며 주인이 물었다.

“길림성이요.”

“어우, 멀리서 오셨네.저 옛날에 미국에서 할빈여자랑 잠깐 데이트를 한적이 있는데,한 30년전에요. 어우 근데 너무 남녀평등주의자라 힘들더라구요. 결혼하면 집안일도 정확하게 반반씩 하자 그러고, 그래서 그만뒀어요. 아가씨는 외국사람이랑 데이트 해본적 없어요? ”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게 무슨?)

“아니요.”

“어,이상하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

주인은 혼자말인듯 중얼거렸다.

(내 눈엔 이 더 이상한데요?)

하숙집주인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사적인 질문을 하고 또 알아서 자기 사생활을 오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숙소 정하러 똥개처럼 이러저리 끌려 다니느라 지치고 잔뜩 예민해져 있는 상태인 나는 남의 호랑이 담배필 적 연애사까지 들어줄만큼 상태가 좋지 못했다.

“2층 올라와서 왼쪽 맨 처음 방이예요. 기억하기 쉽죠.”

“…”

내가 대꾸하던 말던 주인은 혼자 신나게 떠들어댔다.

‘우리 집이 웬만한 3성급 호텔 정도는 될겁니다.’

주인이 에어컨을 켜며 너스레를 떨었다.

‘네.’

나는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대충 짐만 올려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소장은 아직 안 가고있었다.

“그럼 오늘부터 미스 리는 여기 묵는걸로 하고, 일요일은 푹 쉬고 월요일 아침 6시 30분에 기사가 데리러 올겁니다.”

“네.”

“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근데, 두분 그런 사이인줄 몰랐습니다.”

인사하다 말고 소장은 얼굴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이죽거렸다. 나는 주인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는것을 느꼈다. 사실 소장이 얘기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여자애를 직원으로 알았을것이다. 소장은 그렇게 남의 속을 뒤집어놓고는 휙 가버렸다. 주인은 사라지는 소장의 뒤통수를 째려보았다.

“여긴 제니퍼예요.”

소장이 우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주인은 시선을거두고 옆에 서있는 여자를 소개했다.

“호치민 대학을 졸업했는데 영어를 전공했으니까 서로 영어로 대화하면 될거예요. 우리도 영어로 대화해요. 내가 처음 베트남에 왔을때 통역으로 처음 만나서 지금은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는 사이가 됐어요.”

“네…”

“그럼 전 이만 올라갈께요.”

나는 한시라도 빨리 쉬고싶은 마음뿐이였다.

“똑똑”

짐정리도 안하고 입고 온 옷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데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겨우 움직여 문을 열었더니 주인이 여자친구를 대동하고 밖에 서있었다. 손에는 과일과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이거 드세요.”

여자친구가 영어로 얘기했다.

“망고스틴이네요?”

짧은 영어지만 이 정도 의사소통은 할수 있었다.

“어,아시네요?”

“네.감사합니다.”

감사인사만 건네고 문을 닫으려는데 두 사람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방안을 한바퀴 둘러보더니 이번에는 바깥주인이 입을 열었다.

“혹시 돈이나 귀중품을 갖고 계시면 저한테 맡겨주세요. 대신 보관해드릴께요. 눈에 보이는데 두면 얘네들이 훔쳐가요. 그리고 혹시 먹을것도 갖고 계시면 주방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룸 냉장고에 넣으면 그것도 훔쳐갈 수 있어요.”

(이게 무슨? 지금이 어느땐데…)

농담인줄 알았지만 베트남에서는 백주대낮에 오토바이를 탄 도둑들한테 가방이나 핸드폰을 날치기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는것을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 특히 혼자 다니는 여자들이나 관광객들 주요 타깃이 된단다.심지어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머리를 땅에 심하게 부딪혀 크게 다친 사람도 있었다고…

“현금 조금 말고는 없는데…”

“아니면 제가 키를 하나 드릴께요. 옷장안에 조그마한 공간이 있어요. 거기다 보관하세요.키는 몸에 꼭 지니고 다니시구요.”

주인의 당부에 괜히 신경이 곤두섰다.

“저희는 아침을 안 먹습니다. 냉장고에 계란과 식빵이 있습니다. 그건 애들이 안 훔쳐 먹어요.알아서 찾아 드세요.”

“네.”

아래층에서 저녁을 먹고 올라온후 나는 옷을 입은채로 잠들어버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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