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봉령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장백산


2020년 5월 29일, 나는 또 한 번 자가용을 운전하고 연길시에서 120키로메터 상거한 선봉령을 지나면서 장백산을 멀찍이 바라보게 되었다. 열 번 지나가면 겨우 한 두 번 밖에 보여지지 않는 장백산이어서 더 반가웠다.

비록 정오의 강한 해빛에 사진이 잘 나오지 안을 것으로 생각되어 대충 카메라로 찍어서 조금 어슬프기는 해도, 오랫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바깥출입을 자제했던 나에게는 그래도 저 그만치 보이는 장백산이 너무 경이로웠다. 만약 아침 시간대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워 했다. 그래도 이만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2. 장백산으로 뻗은 길

선봉령을 지나 어느 한 마을을 무작정 꿰뚫고 앞산 고개를 넘어 가니 좋은 숲이 우거진 곳을 보게 됐다. 주차하고 수림근처를 산책하면서 싱싱한 풀내음에 도취될 무렵 머리를 들어 보니 기약없이 또 장백산과 선뜻 만나게 된다.

발밑의 오솔길이 바로 멀리 보이어지는 장백산으로 통하는 듯  앞으로 쭉 뻗어나가고 있다. 산길에는 온통 머리가 벌써 희어진 포공영들이다. 흰 머리 포공영들이 흰 머리 장백산을 안바침해서 의미심장한 화면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도심을 멀리 떠나 인적이 없는 황야에서 먼 눈을 팔며 홀로 많은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학천 hakchenkim@hanmail.net

시인, 번역가. 중국연변작가협회 주석 역임. 현임 중국작가협회 소수민족문학위원회 위원, 중국시가학회 이사, 신강사범대학 특약연구원. 한글과 한자시집 <봇나무숲 情結> 등 다수 출판. 중역시집 다수 출판. 중국 제4기와 제7기 소수민족문학상, 제4기 한국문학마당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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