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강의/석화시인

석화 시인 (약력 하단 참조)
석화 시인 (약력 하단 참조)

 

사회자 김령: Q
강의자 석화: A

 

【시작】
김령: 오늘 저희들이 모신 강사님은 중국작가협회 회원이며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을 역임하셨던 중국 조선족의 유명한 시인 석화 선생님입니다. 오늘 석화 선생님의 강의 제목은 <삶은 어떻게 가사가 되는가>-우리에게 노래로 불려져야 하는 것들 입니다.

1.    작가소개

제가 굵직한 선만 뽑아서 정리하였는데도 소개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해서 오늘은 일단 최대한 간략하게 석화 선생님에 대하여 소개해드릴게요.

석화 선생님은 1958년 7월 룡정시에서 태여나서 중학생 시절인 1976년에 《연변일보》에 처녀작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습니다.

‘문화대혁명’이후 회복된 첫 대학입시에서 당당하게 합격한 전설의 77학번이시죠. 그리고 문학에 대한 불같은 열정으로 연변대학 “종소리문학사”의 초기 창립멤버의 한사람이 됩니다. 대학 졸업후 선후로 화룡방송국, 연변인민방송국, 《천지》월간사, 연변인민출판사 등 단위에서 음악편집, 시편집 등으로 근무하면서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시분과 주임 등 직무도 겸임하시였는데요. 이 시기에 중국음악가협회와 연변음악가협회 주석, 부주석을 담당하셨던 동희철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대중가요 가사창작을 접하게 됩니다. 그뒤로 노래 <별과 꽃과 선생님>, <노래를 부릅시다>, <동동타령>, <정다운 고향> 등 수많은 인기가요를 창작하시여 그 당시 연변에서는 거의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불혹을 넘긴 나이에 파격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2001년, 한국배재대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에 도전하시여 모든 학과목에서 A학점을 취득하고. 2003년에 “김조규 시문학연구”로 문학석사 학위를 수여받게 됩니다.

귀국 후에는 연변위성방송 ‘라지오책방’ 프로의 진행을, 2013년엔 중국국제방송 ‘노래에 깃든 이야기’ 방송프로의 진행을, 2014년엔 연변TV  ‘중국조선족가요 100년사’의 진행을. 지난 2017년 12월 2일에 방송을 개시한 ‘석화의 뉴라디오’의 진행을 맡으면서 점차 문화방송분야 방송인으로 각인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2018년에는 또 본인의 시를 서뱡흥, 서윤옥, 오미란, 정선화 등 유명한 아나운서들이 낭송한 낭송시집 <크고 빛나는 우리말>을 출간하셨습니다. 와~ 선생님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요? 걸음마다 파격적이십니다. 석화선생님의 대표작과 수상경력이 너무 많아서 이루다 소개할 수 없기에 오늘은 생략하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불타는 인터넷 검색 신공을 발휘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시인이면서 대중가요 작사자. 그리고 지금은 방송인이신 석화 선생님. 아래에 제가 직접 석화선생님한테 짤막한 인터뷰를 요청해보도록 할게요.

2.인터뷰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 쓰신 현대시 <천지꽃과 백두산>은 자치주 성립 후의 연변문학 작품들중에서 유일하게 한국 국어교과서에 실린 작품입니다. 한국의 교과서에 이처럼 연변 조선족시인의 작품이 등장하는 것은 백 년에 한번 피는 꽃처럼 전설로 불릴 정도 라던데요. 반평생을 연변문화의 발전에 쏟아 부으신 선생님. 그래서 더욱 알고 싶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연변은 ooo이다”라고 했을 때 선생님은 어떤 답안일까요?

제 기억에 의하면 선생님의 따님이신 석현 양이 소학교 5학년 때 장편소설 “개구장이 친구들”을 써서 발표하여 선후로 중국과 한국에서 출판한 일로 문단을 경악케 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또래로서 부러움의 대상이였죠. 당시 많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니 또래 누구는 어떻다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겁니다. ㅎㅎㅎ. 석현 양은 상해교통대를 거쳐서 일본 도쿄대학에서 공부한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문학창작을 계속 하고 있나요?

네, 말씀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럼 아래 정식으로 석화선생님의 강의----<삶은 어떻게 가사가 되는가>-우리에게 노래로 불려져야 하는 것들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 001
A: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문화계정 “글밤 청오”에서 기획한 “문학에 봄이 오면 삶에 꽃이 핀다” 프로젝트의 두 번째 강연자 석화입니다. 저는 약 90분간 “삶이 어떻게 가사가 되는가”라는 강연제목으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약 60분간은 제가 준비한 가사 즉 노래말에 대한 강연내용을 전해드리고 이어 약 30분간 여러분이 제시한 질의에 따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가사”는 우리말로 “노래말”입니다. 한자 “가사(歌詞)”, 이 어휘는 한자의 노래 “가(歌)”자와 말씀 “사(詞)”자로 이뤄진 단어입니다. 한자어 “가사”를 굳이 우리말 “노래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여기에 엄청난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노래의 좋은 노래말을 쓰기 위해서는 창작자들의 부지런한 노력과 끝임 없는 탐구가 필수적입니다. 여기에는 노래말의 본질을 리해하고 리론적 지식체계를 세우는 것이 요구됩니다. 기초가 깊고 든든해야 크고 높은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창작자가 예술적 수양을 갖추고 높은 경지에 이르러 훌륭한 노래말을 써내려면 반드시 훌률한 리론체계를 든든하게 세워야 한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오늘의 강연에서 노래와 노래말의 개념을 정립하고 노래말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하여 노래말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노래말짓기에 응용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찾아보도록 합시다. 

그럼 먼저 노래란 무엇인가? 그리고 노래말 즉 가사란 무엇인가? 이 물음의 답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봅시다. 

# 002 
Q: 가사는 한자어이고 이를 우리 말로는 노래말이라고 하는데 동의어인 이 두 어휘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서 그런가요?

A: 사전에서는 “노래”는 “가사에 가락을 붙여서 부르는 것”(《새국어사전》, 한국 동아출판사) 또는 “일정한 가사를 곡에 맞추어 불러서 사상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작품”(《조선말대사전》, 조선 사화과학출판사)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 노래란 곡조에 곁들인 말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다시 “노래”라는 우리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가 “놀이”나 “놀음”, “놀다”의 “놀”에 있음을 보게 됩니다. “놀”은 해를 지칭하는 고유어 “날”이 모음교체로 이루어진 형태로 “노래”는 바로 “놀+이”, “놀+음”, “놀+다”에서처럼 “놀”에 접미사 “애”가 붙어서 “놀애→노래”의 형태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우리 조선말은 만주·퉁구스어족, 몽골어족, 투르크어족 등으로 구성된 알타이어계인데 노래라는 말의 뿌리인 “놀”의 조상언어 즉 조어(祖語)는 몽골어에서 해를 가리키는 말인 “날(naar)”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말의 “날”은 “하루 혹은 하루의 해가 뜬 동안(日)”을 가리킵니다. “날”은 “낮”이죠. 

우리는 또 이 “날”에서 파생된 어휘로 “날”에서 “ㄹ”가 탈락되어 자기를 가리키는 “나(我)” 혹은 상대를 가리키는 “너(你)”라는 말이 있고 또 “님”, “남”, “놈”과 같은 많은 단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나”와 “너”, “님”과 “놈”, 이 모두가 모여서 같이 사는 땅을 “나라(날+아=나라 · 國家)”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날이 바뀌어 한해 한해 쌓이는 “나이(年齡)”는 “날(ㄹ→ㅎ)+이=나이”와 같이 변화되었습니다. 

이외 “날+이=나리(主人)ㅡ>나으리”와 같이 변화된 형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날”에서 파생된 어휘는 대체로 세상의 근본이거나 중심을 가리키는 어휘가 많습니다.

# 003
“백의민족”이라 일컫는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해의 밝은 빛과 함께 백색선호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는 우리 민족을 포함하여 북방의 동이 민족이 태양신을 숭상하고 제천의식을 거행하는 대상입니다. 

밝은 해를 숭상하는 것은 이 땅에서 살았던 고대인들의 원시사유체계가 반영된 형상입니다. 이는 또한 우리 민족이 “하늘의 자손ㅡ천손족(天孫族)”으로서 숭배하는 대상인 태양의 광명한 빛과 그 빛의 색갈인 흰색을 사랑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데서 비롯됩니다. 

북방 동이 민족의 한 갈래 부족인 “말갈”족이 자기들의 이름을 “빛→밝다→맑다”의 “말갛다”에서 취하여 “말갈”이라 부른 것에서도 그 의미변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말갈족은 만족의 뿌리가 되며 그후 국호를 “청(淸)”이라 칭하였는데 이 나라 이름은 바로 “말갛다” → “말갈”에서 온 것, 바로 한자 “맑을 청(淸)”이였습니다. 

이렇게 노래라는 말의 뿌리가 하늘의 해라는 말과 이어져 있다는 것은 노래가 원시시대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신 신앙과 제천의식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해 줍니다. 이 제천의식은 농사와 사냥 또는 어획의 풍요를 하늘에 기원하거나 수확한 다음 하늘에 감사를 드리는 나라 전체의 큰 행사로 음주가무가 곁들여지는 성대한 행사였습니다. 

이 장면을 중국의 옛 문서 《려씨춘추·고악(呂氏春秋·古樂)》편에서는 “옛날 갈천씨의 즐거움은 세 사람이 소의 꼬리를 잡고서 발을 내밀면서 여덟 곡을 부르는 것이다.(葛天氏之樂, 三人摻牛尾投足以歌八闋)”라고 적었습니다. 이처럼 축제에서 펼쳐지는 노래와 춤은 그 후에 이르러 모든 예술의 시작이 되였습니다. 

음악은 소리의 곡조가 흘러나와 엮어지고 춤은 몸의 자태를 드러내며 이뤄졌으며 문학은 문자에 의미와 내용을 담아내는 것으로 쓰여져 각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가사 즉 노래말은 이렇게 문학의 첫 형태로 적혀져 시의 모습으로 나아가게 되였고 문학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 004
우리는 “가사”라는 단어의 의미를 우리 고유어인 “노래말”이라는 어휘에서 찾아낸 어원(語源) 즉 그 말의 뿌리를 더듬어 확인하였습니다. 이로써 노래는 그 시작이 “놀이”였으며 그것은 또한 우리가 동경하여 우러르는 하늘의 해에 소원을 전하는 의식에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노래는 사람들이 이 땅의 소망과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슬픔과 서러움과 아픔 등 모든 사연을 가락에 담아 풀어내고 가슴속에서 울려 나오는 그 소리를 하늘에 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하늘에 바치는 이 노래에는 여러 가지 소리와 함께 그들의 소망과 기쁨, 아픔과 슬픔을 글로 엮은 내용이 구절구절 담겨있었습니다. 

중국의 유교경전의 “사서오경(四書五經)” 가운데 하나인 《시경(詩經)》은 당시 민간에서 떠돌던 노래말을 적은 중국 최초의 시집 즉 순문학시가총집(纯文学诗歌总集)입니다. 여기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0여년 전부터 2500여년 전인 서주(西周) 초기로부터 춘추(春秋) 중기에 이르는 약 500여 년간에 걸치는 세월에 만들어진 노래말 즉 가사가 수록되여 있습니다. 

이 《시경》은 본래 당시 수집한 노래말 3,000여수 가운데서 공자가 “사람들의 생각에 사악함이 없도록(思無邪)”라고 하여 그중 311편을 간추려 정리하여 편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것은 305편뿐입니다. 

옛날, 중국에는 특별히 각 곳에서 시를 채집하는 “채시관(采詩官)”이라는 관리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각 지방의 시가 즉 노래를 모아 오면 임금은 그것을 보고 그곳 민심의 동향을 알아내어 행정(行政)에 참고하였다고 합니다. 

《시경》은 이러한 채시관(采詩官)들이 모은 시로 이루어진 것인데 당시 채시관(采詩官)들은 각지 백성들의 정서와 민의(民意)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하여 “채시(采詩)”, “진시(陳詩)”, “헌시(獻詩)”, “산시(刪詩)”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를 수집, 정리하였고 이렇게 수집, 정리된 시를 책으로 엮었던 것입니다. 

# 005
《시경》의 내용은 매우 광범하여 통치자의 전쟁과 사냥, 귀족계층의 부패상과 평민백성들의 사랑과 일상생활 등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져 있고 민간가요와 사대부들의 작품 및 신에게 제사 드리는 송사(頌辭)가 포함되여 있어 풍부한 언어, 사회학적 자료가 담겨있습니다. 

이처럼 《시경》은 고대 중국에서 불렀던 가장 오래된 노래말을 담고 있는데 이런 노래말의 형태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교화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되므로 공자는 이를 중시하여 《시경》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었고 이 책은 그후 “사서오경(四書五經)”이라는 유교경전의 하나가 되였습니다. 

이처럼 노래는 원래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과 소원을 가락에 담아 풀어내고 그 사람들 가슴속에서 울리는 마음소리를 하늘에 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였습니다. 훌륭하게 나라를 경영해 나가려고 왕은 각 지방 백성들의 민심을 살피고 시대 정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노래를 광범하게 수집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소망과 아픔과 슬픔을 글로 엮어 내용으로 담아낸 것이 노래말 즉 가사라는 의미와 일치합니다. 

우리의 가요사를 되돌아보아도 노래의 이와 같은 원리가 일목료연(一目瞭然)하게 안겨옵니다. 우리의 민족사 특히 우리의 중국조선족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굽이굽이 그 험난한 력사의 고개마다에 남겨진 노래말들에서 우리민족이 삶과 애환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노래에는 백 년전의 “월강곡”부터 서글픈 “눈물 젖은 두만강”을 거쳐 항일가요 “용진가”, “총동원가”, “유격대행진곡”이 있었으며 일제와 국민당반동파를 고향에서 몰아내고 해방된 땅에서 새 삶을 얻은 기쁨을 담은 “농민의 노래”, “좋은 종자 가려내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국초기 “고향생각”, “고향산기슭에서”와 같은 맑은 서정으로 젊은 랑만을 키우던 시기도 담고 있었고 이어진 “문화대혁명” 10년의 시련을 겪으며 동란의 년대 흔적들이 비껴있는 노래도 있습니다. 

# 006
1970년대, 80년대를 맞아 개혁개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며 “눈 녹으니 꽃이 피네”로부터 “아, 산간의 봄은 좋아”로 아름다운 서정을 다시 찾았으며 “노래를 부릅시다”라며 즐거움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90년대이후 경제개혁의 여파는 우리의 사회와 우리의 삶을 충격하여 적지 않은 문제도 생겨나게 하였습니다. 하여 우리의 노래가락에는 “타향의 봄”, “보고 싶었소 듣고 싶었소” 등과 같은 서럽고 그리운 멜로디도 울리였고 “울고 웃는 정거장”과 같은 눈물겨운 정경도 그려내게 하였습니다. 

이처럼 노래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그 정서를 담아 내여 서로의 마음을 부드럽게 다듬어주고 나아가 함께 더욱 훌륭한 래일을 바라며 아름다운 희망을 불러오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들이 써내는 노래말은 바로 이렇게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과 행복, 아픔과 슬픔을 그대로 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 007
노래에는 우리의 기쁨과 즐거움이 담겨있고 아픔과 슬픔도 담겨있습니다. 이 세상에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자기의 느낌을 표현하고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진행하기 위하여 말 즉 언어가 생겨났는데 그 말을 다시 가락에 실어 풀어낸 것이 노래입니다. 

사람들의 감정을 소리에 담아낸 것이 노래이며 기쁘고 즐겁고 외롭고 슬픈 “희, 로, 애, 락”의 느낌과 다양한 사연들을 여러 가지 가락으로 엮어낸 것이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인류 최초(最初), 최고(最古)의 문학예술형식으로서 이 땅에 사람들이 생겨나면서부터 그와 동시에 만들어졌다. 노래는 이렇게 수천 수백 년 세월을 따라서 인간의 희로애락 모든 감정을 실어왔습니다. 

그런데 노래의 이런 특성은 오늘날에 와서 항상 새로운 노래를 지어내야 하는 가사창작자들에게 하나의 난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노래들이 이미 이 세상에 넘쳐나도록 많은데 오늘날에 이르러 아직도 또 어떤 노래를 지어낼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새로운 노래말의 소재는 어디에 있고 이제 우리는 이 노래말의 소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죠. 

# 008
Q: 새로운 노래의 소재를 어디서 찾을까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A: 이럴 때 우리는 고금중외의 우수한 가요작품들의 훌륭한 노래말을 살펴보는데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몇가지 방면으로 그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노래말의 소재는 가까운 곳에서 찾아라.” 입니다. 우리는 노래말을 지을 때 주변에 눈길을 돌려 자기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소재를 찾아 쓰면 좋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은 우선 내 주변의 사물과 내가 겪은 일에서부터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들이 부르려는 노래는 나의 정서를 드러내고 나의 사연을 전하려는 것이 무엇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민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자신들의 삶과 가장 밀접했던 주변의 사물들을 모두 노래로 담았습니다. 자질구레한 생활용품, 로동도구 및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을 가락에 엮었는데 그 노래의 제목만 살펴보아도 “사발가”, “베틀가”, “물레타령”, “풍구타령”, “방아타령”, “도리깨타령”, “배타령” 등을 찾을수 있습니다. 

옛날사람들은 또한 주변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자주 눈에 뜨이는 흔한 사물들을 노래로 엮었습니다. 꽃과 과일 같은 식물들로 “도라지타령”, “뽕타령”, “대추타령”, “군밤타령”, “매화타령”이 있고 새나 짐승 같은 동물로는 “새타령”, “까투리타령”, “토끼타령”, “개구리타령”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고향의 뒤산에서 도라지를 캐는 즐거움을 담은 노래 “도라지타령”의 가사를 봅시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 한두 뿌리만 캐여도 / 대바구니에 스리살살 다 넘누나 (후렴)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 요 몹쓸놈의 백도라지 / 하두 날데가 없어서 / 돌바위틈에 가 났는냐 (후렴)

(후렴)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 여야라 난다 지화자자 좋다 / 네가 내 간장을 스리살살 다 녹인다

ㅡ “도라지타령”, 1절과 2절 

# 009
다음은 “노래말은 잘 아는 것으로 엮어라.”입니다. 이것은 앞의 내용에 이어지는 것으로 우리가 노래말의 소재를 자기와 가까운 주변에서 찾을 때 그 소재에 대해 깊이 리해하고 더 잘 알 수 있어 노래말로 더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사의 장르적특성은 편폭이 작고 직접적인데 있습니다. 가사는 보통 20행 좌우에 수십자밖에 안 되는 짧은 편폭으로 완성되기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짧은 편폭으로 자세한 설명이나 깊이 있는 해설도 진행할 수 없습니다. 노래는 또한 청각적인 시간예술로 완성되기 때문에 한수의 가요에서 론리적 사색이나 추리적 사유를 진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서와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데 더 유리합니다. 따라서 노래말의 소재가 가사창작자 본인이 잘 알고있는 것이면 그것을 가사로 더욱 쉽게 표현할 수 있어 노래말의 감정 전달이 거침없이 전달될 수 있게 하고 작품으로 하여금 더 큰 공명을 이끌어내게 할 수 있습니다. 

조국은 우리가 조상 대대로 내려오며 살아온 삶의 터전으로서 땀 흘려 가꾸고 목숨 바쳐 지켜낼 성스러운 이름입니다. 광활한 국토와 유구한 력사, 조국이 품고 있는 의미는 그야말로 끝없는 것입니다. 

짧디 짧은 한수의 노래에 이 크고 무거운 소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영화 “삼감령”의 주제가 “나의 조국”의 노래말은 이 물음에 매우 훌륭한 답을 주었습니다. 

# 010
이 노래에서 작사가는 “조국”이란 이 거창하고 추상적인 소재를 표현하기 위하여 바로 나의 눈에 안겨오는 한줄기 강물과 강기슭의 우리 집, 강물에 떠있는 하얀 돛배 등 익숙한 풍경을 하나하나 차례로 엮어감으로써 조국이란 이 크고 관념적인 소재를 생동하게 그리고 조금도 어렵지 않게 담아냈습니다. 

한줄기 강물 넘실거리고 / 바람 불어 량안의 벼꽃 향기롭네 / 우리 집은 강기슭에 있어 / 사공의 배노래 들리어오고 / 흰돛은 한 눈에 안겨오네 / 여기는 아름다운 조국 / 내가 나서 자란 고장이라네 / 어디 가나 눈부신 풍광이라네

(一条大河波浪宽 / 风吹稻花香两岸 / 我家住在岸上住 / 听惯了艄公的号子 / 看惯了船上的白帆 / 这是美丽的祖国 / 是我生长的地方 / 在这片辽阔的土地上 / 到处都有明媚的风光)

—    “나의 조국(我的祖国)”, 1절

# 011
다음은 “노래말의 소재는 작은 것에서 찾아라.”입니다. 노래말의 소재는 작은 것에서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 작은 소재에서 더 크거나 더 깊고 의미 있는 내용을 추출하여 노래말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노래말을 지을 때 처음부터 거창한 소재를 잡으면 이미 커버린 소재에서 또 다른 새롭고 의미로운 것을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큰 소재를 다듬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려면 작은 소재를 다루기보다 몇 곱절 더 힘이 들게 될 것입니다. 

작은 풀과 잡초는 비록 볼품없이 작은 것이지만 이 작은 것을 소재로 훌륭한 노래말로 엮어 내여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 있다. 아래의 중국과 한국의 작품 한편씩 들어 살펴보기로 합시다. 먼저 중국노래 “작은 풀”입니다.

향기도 없고 크지도 않아 / 아는 이 없는 나는 작은 풀 / 외로움도 번뇌도 모른다네 / 나의 벗은 어데나 있어 / 바람 불어와 잎은 푸르고 / 해빛은 정답게 비춰준다네 / 강물과 산들은 나를 키우고 / 어머니 대지는 나를 껴안네

(没有花香, 没有树高 / 我是一棵无人知道的小草 / 从不寂寞, 从不烦恼 / 你看我的伙伴遍及天涯海角 / 春风啊春风, 你把我吹绿 / 阳光啊阳光, 你把我照耀 / 河流啊山川, 你哺育了我 / 大地啊母亲, 把我紧紧拥抱)

ㅡ “작은 풀(小草)”, 전문

# 012

다음은 한국노래 “잡초”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 이름 모를 잡초야 /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 텐데 /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 이름 모를 잡초야 /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    “잡초”, 전문

중국가요 “작은 풀(小草)”의 가사와 한국가수 나훈아가 부른 가요 “잡초”의 노래말을 례로 들어보았습니다.  두 작품은 모두 우리의 눈에 너무나도 평범하게 안겨오는 작은 풀, 잡초를 쓰고 있지만 여기에는 인생과 세상살이이라는 큰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가르쳐준 훌륭한 본보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013
그리고 “노래말에 감동을 담아라.”입니다. 노래에는 흥겹거나 그립거나 슬픈 감정이 담기기 마련인데 이러한 인간의 희로애락의 정서는 우선 나의 가슴속에서부터 우러러 나오는 것입니다. 먼저 내 가슴을 울린 것이여야 만이 비로소 남을 감동시키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명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래말의 소재는 가사창작자 본인이 깊은 감명을 받았던 나만의 느낌에서 찾아내고 거기에 자신의 감동을 담아야 합니다. 본인도 흥분되지 않은 사연이나 경물이 어찌 다른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겠습니까? 필자도 가사창작과정에서 이와 같은 곤혹에 빠진적 있습니다.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을 노래한 가사를 써야겠는데 세상엔 이미 수많은 어머니노래가 나와 있었고 그 중에서도 리철룡 작사, 안국민 작곡의 가요 “어머니”가 이미 명곡으로 널리 불리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어머니노래를 쓰려면 나만의 감동을 엮은 생동한 구절이 나오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였습니다. 이때 고민 끝에 문뜩 떠오른 구절이 바로 “어머님 무릎아래서 자장가 듣고 싶소” 이 한구절이였습니다.  

둥근 달님이 떠오르면 어머님 얼굴 보고 싶소 / 밝은 별빛이 반짝이면 어머님 말씀 듣고 싶소 / 세월이 흘러 흘러서 이 몸이 자랐어도 / 어머님 무릎아래서 자장가 듣고싶소 

ㅡ“어머님생각” 1절 

그때 이미 3, 40대로 성장한 아들이 머나먼 타향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심정을 나만의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노래가 바로 김상운 가수가 불러 큰 공명을 일으킨 노래 “어머님생각”입니다. 

# 014
이번엔 “노래말에 남다른 것을 담아라.”입니다. 노래말의 소재를 발굴한 다음에는 이 소재들을 가지고 어떻게 엮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노래말을 짓는데 있어서 오늘 우리는 이미 세상에 나온 수많은 가요들과 비슷하거나 같은 소재를 피할 수 없다는 딜레마(dilemma)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널려있는 기존의 소재를 가사창작자의 남다른 각도로 새롭게 발굴한다면 이 딜레마를 능히 극복하고 영원히 새로운 노래말을 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의 소재에는 결코 좋거나 나쁘거나 고귀하고 우아하거나 비천하고 저열한 구별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 소재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어떻게 가공하여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안 좋은 것을 비꼬거나 타매할때 습관적으로 “개”를 거들지만 옛사람들은 바로 이 “개”를 노래로 엮어 “개타령”을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미천한 동물이라 낮춰보는 개마저도 노래의 소재가 되였던 것이다. 그 가사를 살펴봅시다. 

개야개야 쌉살개야 / 내가 너를 밥줄적에 / 살찌라고 밥주드냐 / 밤중밤중 야밤중에 / 총각 낭군이 오시거덩 / 짖지 마라고 너 밥줬제 / 단지단지 무단지안에 / 잠드는 처녀야 문 끌러라 /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 안 올 줄 알고 문 잠겄소 / 개야개야 쌉살개야 / 개야개야 쌉살개야 / 짖지를 마라 멍멍멍멍 / 짖지를 마라 

—민요 “개타령”

# 015
노래소재의 다양성에 대한 이러한 실례는 외국가요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1839~1881)가 1879년에 작곡한 “벼룩의 노래”는 괴테의 대작 ≪파우스트≫ 중 “아우어바흐 움막에서의 메피스토펠레스의 노래”에서 몇 구절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스트루고프시치코프가 러시아어로 번역한 대본을 노래말로 한 이 가요는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러시아어의 억양을 탁월하게 살려낸 사실주의 음악의 정수로 손꼽힙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파우스트≫ 1부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부르는 노래로 괴테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입을 빌어 당시 작센궁의 폭압적인 왕실과 부패한 간신들의 행태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멋 옛날 한 임금이 벼룩을 길렀다네”로 시작되는 이 가사는 벼룩에게 온갖 호화로운 사치를 시키는 왕의 어리석음과 벼룩에게 꼼짝도 못하는 비굴한 신하들의 모습을 신랄하게 그렸습니다. 무소륵스키는 괴테의 풍자를 차용함으로써 자신이 사무치게 절감하고 있던 당시의 부패한 러시아 정치를 교묘하게 조소하였습니다.  

먼 옛날 한 임금이 벼룩을 길렀다네 / 임금은 제 사람보다 더 살뜰히 보살폈네 / 벼룩을 하하하 / 임금은 재봉사를 불렀네 / 네 노복아 듣거라 / 친애하는 나의 벗에게 도포 한 벌 지어드려라 / 벼룩의 도포 하하하 / 번쩍이는 도포를 몸에 입고서 / 궁전 안팎 그 어데나 뽐내며 쏘다녔네 / 벼룩임금은 벼룩을 재상으로 삼았네 / 벼룩의 벗들도 저마다 한 몫 봤다네 / 황후와 궁녀들은 온 몸이 물려 / 아프고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네 / 그러나 그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 했네 / 만약 우릴 물기만하면 / 비벼 죽이리 하하하

—“벼룩이 노래”

# 016
이렇게 보면 세상만물이 모두가 노래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살펴본 봐와 같이 개나 벼룩이도 노래의 소재가 될 수 있으니 소재선택에서 또 무엇을 가리고말고할 것이 있겠습니까. 다만 자신의 창작예술기량을 높이여 무슨 소재든지 능숙하게 다듬을 수 있게끔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노래말을 지을 때 뿐만 아니라 문학예술의 모든 창작과정에 다 같이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지난 세기 3, 40년대 중국 동북지역에서 활동하였던 저명한 시인 백석(白石, 1912년 – 1996년)은 “시는 가까이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무엇을 쓸까? 어떤 시를 지을까? 하고 생각하지 말고 우선 자기 자신이 무엇을 볼 때, 무엇을 들을 때, 무엇을 꿈꿀 때, 무엇을 느낄 때 즐거우며 흥분하게 되며 감동을 받게 되며 행복한 것을 깨닫게 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감동 속에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여 보면 이것이 시로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시들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예술창작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과제에 쫓기고 있습니다. 우에서 살펴본 고금중외 우수한 노래들에서 우리는 이 새로운 것이란 결코 소재의 새로움만이 아니라 그 소재에 깃들어 있는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서 흔히 보는 사물이라 할지라도 어느 시각,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노래말의 소재는 이같이 우리가 항상 새로운 눈으로 살펴보기만하면 천지간에 무진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017
이번엔 노래말의 제목에 대하여 알아봅시다. 우리 노래는 일반적으로 2, 3절로 구성되고 노래말은 보통 10~20행의 50자 남짓한 짧은 형태로 완성되기에 전체 작품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래말에서 제목의 효과는 문학예술의 다른 장르에 비하여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노래말은 음악선률의 흐름에 실려서 청각적인 시간예술로 완성되는 문학이기에 제목이 안겨주는 울림이 문학예술의 기타 장르에 비하여 더욱 크고 선명하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런 의미에서 노래말을 지을 때 훌륭한 제목을 얻게 되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말하게 됩니다. 그러면 좋은 노래말의 훌륭한 제목은 어떤 요소가 구비되어야 할가요. 아래에 몇 가지 방면으로 찾아봅시다.

첫째. 노래제목은 함축성(含蓄性)이 있어야 한다. 

이는 작품의 내용을 압축하여 말하는 것으로 제목이 어떤 상징성이나 이미지를 띄고 있어 곧바로 작품의 정서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함을 가리킨다.

둘째. 노래제목은 신선미(新鮮味)가 있어야 한다. 

이는 가사제목이 다른 작품에서 아직 쓰지 않은 참신한 표현으로 낡고 진부한 것을 버리고 독창성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노래제목은 간명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이는 가사작품의 제목이 거창하고 추상적이 아닌 것으로 입에 잘 오르고 기억하기 쉬운 것을 말한다.

넷째. 노래제목은 멋과 재치가 넘치면 더욱 좋다. 

가사의 제목을 잘 붙이면 경우에 따라서 평범하게 머물러버릴 소재를 매우 의미가 있는 경지로 끌어 올릴 수 있고 내용이 엉뚱하거나 좀 단조로운 것이라도 그 질서에 새로운 의미가 산생하도록 만들어주는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키게 할 수 있다.

# 018
어떤 제목이 좋은 노래제목일까요. 우리의 명작에서 그 답을 찾아보기로 합시다. 연변조선족문화발전추진회에서 편찬한 《중국조선족가요대전》과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서 편찬한 《우리노래 50년》은 우리 노래의 수십년간 성과작들을 비교적 전면적으로 수록한 권위적인 작품집입니다. 이 두 작품집에 중국조선족 대표시인 김성휘 시인이 가사를 쓴 노래가 10여수 수록되어 있는데 그 제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내물”(박진영 작곡, 1950년대)

2) “북경에 가고 싶소”(정진옥 작곡, 1960년대)

3) “나리꽃 피었네“(최삼명 작곡, 1970년대)

4) “그 총각께 시집갈래요”(최삼명 작곡, 1970년대)

5) “고향길에 정다운 소방울소리”(김성민 작곡, 1980년대)

6) “오세요 정든 고향에”(김예풍 작곡, 1980년대)

7) “내 고향은 연변일세”(리일남 작곡, 1980년대)

8) “그대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서영화 작곡, 1980년대)

9) “그리워라 정든 모교여”(동희철 작곡, 1980년대)

10) “수양버들”(허원식 작곡, 1980년대)

11) “노래하며 살며는 젊어만 진다오”(리일남 작곡, 1980년대)

김성휘 시인의 상기 노래말들은 모두 시대와 력사의 고험을 거쳐 오늘에 이어온 우리의 가요사에 길이 빛날 주옥 같은 명작들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훌륭한 작품들을 분석하고 우수한 창작수법을 따라 배워 자신의 노래말짓기과정에서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 상기 김성휘 시인이 쓴 노래말에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 019
첫째. 가사의 제목은 우선 그 작품의 주제와 일치하거나 그 주제를 암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김성휘 시인이 쓴 노래말인 작품 1) “시내물”과 작품 10)의 “수양버들”의 경우처럼 사물이나 관념에서 옮겨온 단순명사형으로 쓰는 방법에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런 단순명사형의 제목은 작품의 주제와 내용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여 청중들이 곧바로 작품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하나의 단어로 된 단순명사형의 제목은 대상의 폭이 좁아 감정의 흐름이 폭 넓게 펼쳐질 수 없어 정서를 메마르게 하여버리는 요소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이런 단순명사형은 이미 같은 단어로 쓰인 기존작품들이 동일한 제목으로 수많은 작품이 나왔거나 이후에도 계속 창작될 수 있다는 류추를 가능하게 합니다.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단순명사형이 아닌 수식된 복합적인 명사형으로 쓴 제목은 작품내용을 처음부터 비교적 명료하게 드러내게 하고 작품의 형상성을 한결 높여준다. 

이 방법은 제목에서부터 좀더 구체적인 서술과 묘사를 곁들게 하여 제목으로 하여금 더욱 생동하고 친절하게 청중들에게 안겨오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방법은 하나의 단어에서 파생되는 표현이 수많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작품의 제목과 비슷하거나 중첩되는 경향을 피하게 할수 있습니다. 김성휘 시인이 노래말을 쓴 작품 5)의 “고향길에 정다운 소방울소리”에서 그 효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셋째. 수사학적인 전도법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면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생동하고 남다른 표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말에는 “같은 말이라도 ‘어’가 다르고 ‘아’가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는 말이라도 이렇게 순서만 바꾸어 놓아도 그 효과가 하늘땅만큼 다르게 나타낼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수사법은 말하거나 글을 쓴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표현하는 기교와 방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크게 보아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 등 세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020
그중 많이 쓰는 표현의 하나가 비유법입니다. 이는 표현하려는 대상을 그와 비슷한 사물과 비겨서 나타내는 방법이고 다음은 강조법으로 문장에 힘을 주어 강조함으로써 짙은 인상을 주는 방법이며 이어서 변화법은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피하려고 변화를 적적히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전도적인 수법은 바로 이 수사법 류형에서의 세번째 류형인 변화법을 사용하여 작품의 신선미를 높여준 좋은 실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성휘 시인의 가요작품 6)의 “오세요, 정든 고향에”과 9)의 “그리워라, 정든 모교여”에서 그 실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넷째, 미래형과 가정형 또는 미완성문장으로 제목을 작성하여 내용을 더욱 간절하게 표현하게 할 수 있다. 

김성휘 선생이 쓴 작품 4) “그 총각께 시집갈래요”, 작품 8) “그대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이 그런 류형입니다. 이처럼 미래형과 가정형 또는 미완성문장은 사람들에게 다음에 서술할 내용과 답을 기다리게 하는 현념을 조성하여 작품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게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결과보다는 아직 미지의 경지거나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더욱 궁금하게 되며 신경을 모으게 됩니다. 미래형, 가정형 또는 미완성으로 작성된 문장은 심리적으로 사람들의 이런 호기심을 유발시켜 제시한 문제에 주목하게 하고 더욱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작품의 제목을 쓸 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처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눈길을 끌게 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하나의 서술형 문장으로 제목을 만들어 가수나 청중들로 하여금 더욱 구체적으로 작품의 내용에 접근하게 하고 더욱 쉽고 빠르게 작품의 정서에 빠져들게 한다. 

김성휘 시인이 노래말을 쓴 작품 2) “북경에 가고 싶소”, 작품 3) “나리꽃 피었네“, 작품 7) “내 고향은 연변일세”, 작품 11) “노래하며 살며는 젊어만 진다오” 등 노래가사의 경우입니다. 이는 곁에서 소곤소곤 이야기하거나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되어 노래말이 매우 친절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있게 하는 우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노래의 제목에서부터 너무 진부한 이야기거나 생동감이 없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면 식상하게 하여 목적과 정반대되는 마이너스 효과를 일으키게 할 수 있습니다. 하기에 이 방법으로 노래제목으로 쓸 때 상당한 주의를 돌려야 합니다. 

# 021
좋은 노래제목은 가사창작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은 그렇지 않은 노래제목은 시작부터 절반의 실패라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개성이 없는 평범한 노래제목은 그와 비슷한 수많은 평범한 제목의 작품들과 먼저 우렬을 비기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성공이라는 단계로 나아가게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곱절의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다른 작품들과 동일한 수많은 “고향”과 수많은 “사랑” 등은 이미 세상에 나온 그와 같은 제목의 또 다른 작품들과 내용상에서의 우렬을 비기고 나서야 다시 승패가 결정됩니다. 

그러니 조금은 어렵더라도 이미 나온 노래제목과 같은 작품은 될수록 피해 나가고 이런 제목은 처음부터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첫눈이 온 새하얀 대지에 자기만의 첫 발자국을 찍으며 나가는 것처럼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 험난하지만 그 길을 개척해 걸어가는 것에 창작자로서의 진정한 쾌감이 깃들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평범한 노래제목은 개성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어디서 본듯하여 이 작품과 저 작품의 구별이 눈에 뜨이지 않아 처음 선택과정에서부터 한 발자국 밀리게 되며 또한 생동하고 깊은 인상을 각인시켜주지 않기에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가요창작의 실태를 살펴보면 고향이거나 연변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 “장백산”을 떠나지 못하고 “진달래”만 피어나고 “해란강”, “두만강”이 넘쳐나서 이와 같은 몇 가지 단어가 범람하는 노래가 대량적으로 생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가사 창작자의 안일한 창작태도에서 비롯된 경향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비슷한 단어나 비슷한 이미지를 라렬해 놓은 노래말이라면 곡을 지을 작곡자에게 새롭고 신선한 음악적 령감을 안겨줄 수 없어 작곡자의 머리 속에 좋은 선률이 떠오르게 할 수 없게 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새로운 창작곡으로서의 개성과 신선미를 잃어버리게 할 것입니다. 이런 노래는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청중들과 여러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 흥미와 구미에 들지 않아 귀맛, 입맛이 떨어지게 하여 즐겨 듣지도 않고 따라 부르지도 않을 것입니다. 

함축미가 있고 신선미가 넘쳐 생동하며 간명하고 겸손하면서도 재치 있는 노래제목은 사람들의 눈에 확 뜨이고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만난 가요작품은 오래동안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고 우리들을 감동시킨다. 때문에 우리는 노래말을 지을 때 “좋은 제목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명제를 기억하고 가요 작품창작에서 노래제목이 가지고 있는 이 의미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022
이번에는 노래말의 첫구절을 어떻게 뗄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봅시다. 처음이라는 “첫”자와 만나 이루어지는 말들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매우 설레게 합니다. “첫날”, “첫걸음”, “첫사랑”…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첫”이 있고 이 “첫”이 있은 다음에 우리는 비로소 그 다음의 것들과 차례로 어울리면서 한걸음씩 새롭게 앞으로 나갈수 있습니다. 

노래말을 지을 때도 이 첫인상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바로 첫구절입니다. 노래말의 첫마디, 첫 구절을 어떻게 떼느냐 하는 것이 어쩌면 작품의 성패와 직결되는 관건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첫인상”은 외모나 말투, 표정 심지어 간단한 한두 가지 남다른 동작으로도 각인되여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노랫말의 첫 구절도 독특하고 신선하며 강렬한 인상으로 안겨 와야만 사람들의 입에 잘 오르고 귀에 쏙 들어오며 가슴에 오래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어디서 자주 들어본 소리 같은 평범한 구절이거나 뭐가 뭔지 분명치 않고 흐지부지한 형상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져줄 수 없습니다. 특히 노래는 음악선율의 흐름에 따라서 실현되는 시간예술로 한줄기의 흘러가는 선형구조(線性构造)를 이루며 진행되여 나가기에 처음 첫 구절에서 받아 안은 인상이 전반 작품의 흐름을 강렬하게 관통하며 마지막 끝까지 이어져 나가게 됩니다. 

그러면 노래말을 지을 때 “첫 단추를 잘 꿰고” “눈에 콩깍지 씌우는” 인상 깊은 첫마디, 첫 구절을 어떻게 쓸 것인에 대해 우리 가요의 명작들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로 그 유형을 살펴보고 모범답안을 찾아보기로 합시다.

# 023
첫째. “개문견산(开门见山)”식 

문을 열자 바로 눈앞에 산이 안겨오는 것처럼 노래말의 첫 구절부터 곧바로 작품의 주제에 접근하게 하여 작품의 내용을 직접 드러내게 합니다. 노래말의 첫 구절을 직접 주제에 련계시키면 주의력이 집중되고 감정포착이 빨라져 가수나 청중이 쉽게 작품의 정서에 공감하게 됩니다. 

노래 “친선의 꽃”(방죽송 김태갑 작사)의 첫 구절은 “도문강칠백리 친선의 꽃이 피였네”로 시작하여 차디찬 얼음물속에서 중국어린이를 구한 조선청년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노래 “오래오래 앉으세요”(허동철 작사)는 “오늘은 우리 집에 기쁨이 넘치는 날”로 시작되는 첫 구절에 시간(오늘), 장소(우리집)를 제시하며 “기쁨이 넘치는” 현장을 단번에 펼쳐냈습니다. 이어서 “어머님을 높이 모신 환갑날이랍니다”로 곧바로 내용을 제시하며 2절, 3절로 전개해 나가면서 조손3대가 모인 어머님 환갑잔치날의 즐거운 정경을 담아내고 이로써 전반 작품의 주제를 관통시켰습니다.
 
둘째. “풍기운용(风起云涌)”식 

이는 큰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는 것처럼 작품의 처음부터 특정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노래에 정서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의 감정, 정서를 가장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예술형식인 노래는 기쁨과 그리움, 슬픔 등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출합니다. 따라서 노래말의 첫 구절에서부터 작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정서적환경을 조성하면 사람들이 쉽게 감정이입이 되고 곧바로 그 느낌에 빠져들게 됩니다. 

노래 “선생님 들창가 지날 때마다”(김철 작사 동희철 작곡)는 선생님에 대한 다함없는 고마운 정을 담아내기 위하여 노래말 첫 구절의 “별들이 조으는 깊은 밤에도”라는 장면으로 고요하고 아늑하며 명상적인 분위를 형성하였습니다. 깊어가는 밤, 하늘의 별들이 졸지만 선생님의 들창가에서 밝은 등불이 꺼질줄 모릅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밤이 깊어갈수록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정은 더욱 깊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상반되는 정경으로 가사 “자치주성립 경축의 노래”(차창준 작사)는 “에루와어절시구 좋구나좋네”라는 조흥구로 첫 구절을 떼고 이어서 “해란강도 노래하고 장백산도 춤을 추네”의 흥겨운 장면으로 이어나가며 1952년 9월 3일,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창립을 경축하는 당시의 감동적인 장면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 024
셋째. “출구성장(出口成章)”식 

이는 노래말의 첫 구절을 세련된 명구나 의미 있는 글귀 또는 시대적 명제를 담아 격이 있고 남다른 느낌을 주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노래 “로인절가”(김경석 작사)에서 시인은 자치주정부에서 “로인절”을 제정하여 어르신들을 존경하고 받드는 아름답고 문명한 민족풍습을 보존하고 지켜가는 호시절을 맞이한 로인들의 기쁨을 담아 노래말의 첫구절을 “고목에도 꽃이 피는 세월이 좋아 / 늙은이들 경사로운 명절이 왔네.”라고 엮었습니다. 이처럼 노래말 첫 꼭지에 옛스러운 한자 사자성구 “고목개화(古木开花)”를 조선말로 풀어썼기에 고풍스러우면서도 품위가 있는 우리 시대 로인들의 풍모들 잘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노래 “일생은 사흘이야”(유영호 작사)에서 작자는 노래말의 첫 구절을 “너도 나도 일생은 사흘이야 / 어제 오늘 래일 사흘이야”라고 써서 인생이라는 큰 주제를 노래하면서 추상적이고 생경할 수도 있는 인생철리를 엮었지만 세련된 명구를 찾아 썼기에 한두 마디의 시구에 작품 전체의 주제와 내용을 개괄하여 인상 깊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넷째. “포전인옥(抛砖引玉)”식 

이는 돌을 던져 옥을 얻듯이 다양한 수사학적 기법들을 충분하게 동원하여 노래말의 첫 구절이 신선하고 생동한 표현을 띄게 하는 수법입니다. 비유, 상징, 과장, 서술, 인과, 가설, 설문, 반문, 반복, 호소, 대조, 대구 등 여러 가지 수사학적 표현방법들은 노래말로 하여금 독특하고 생신한 구절로 엮어지게 하고 심리적인 기대감과 현념을 조성하게 하여 재미와 감동을 더해줍니다. 우리의 노래말 가운데서 첫 구절이 인상적인 몇가지 표현들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가로 물곁치는 밀림의 바다(비유)”(김철학, “밀림은 푸른 바다 나는 갈매기”)

“꿈 많은 시절을 축복하는가(가설)”(유영호 작사, “교정의 종소리”)

“맑고 푸른 하늘가에 기러기 줄지어가면(인과)”(석화 작사, “추억의 노래”)

“안개 내리네 물안개 내리네(점층)”(김태갑 작사, “장백의 물안개”)

“물길따라 천리길 구름따라 만리길(렬거)”(김철 작사, “물길따라 천리길”)

“내 노래에 맞추어 한곡 부르오(호소)”(김성휘 작사, “노래하며 살며는 젊어만진다오”)

“일터에선 말없이 일만하던 저 총각(서술)”(김창석 작사, “손풍금 타는 총각”)
 
# 025
다섯째. “독수일지(独树一帜)”식 

남다른 풍격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형상을 창조하여 노래 첫 구절부터 깊은 인상을 새기게 합니다. 우리 노래에는 고향에 주제와 제재를 바친 작품이 매우 많은데 그 가운데서 첫 구절부터 평의성과 유사성을 버리고 독특하고 선명한 시적형상을 창조해낸 작품만이 세월의 고험을 이기고 훌륭한 작품으로 오래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남쪽바다 수평선우에 보름달이 떠오르면”으로 시작되는 “고향생각(김인준 작사)”은 노래가 시작되면서 우리가 익숙한 북방의 조선족집거지역이 아닌 남쪽바다의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어 병사가 총을 잡고 있는 곳과 “함박꽃 피어나는 내 고향”과의 거리감을 강조하였기에 그리움과 감동의 폭이 넓게 하였습니다. 

노래 “내 고향 금파도(김동호 작사)”도 이와 같은 거리감으로 상상력을 키워내여 생동한 형상을 창조하였습니다. 바다가 없는 북방의 연변지역에서 바다를 떠올리며 푸른 벼가 넘실거리는 논벌을 두고 노래말의 첫구절을 “여기는 내 고향 바다가 멀어도 / 파도치는 푸른 바다 부럽지 않다네”라고 지었던 것입니다.

여섯째. “일사천리(一泻千里)”식 

노래말의 첫 구절을 입에 잘 오르고 기억하기 쉬운 말을 골라 써서 줄기찬 물결처럼 거침없이 흘러가게 합니다. 노래말에서 난해하거나 생경한 어휘는 곧바로 감정이입 하는데 지장을 주고 입에 잘 오르지 않게 할뿐더러 기억에 오래 남게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래말의 첫 구절부터 줄기찬 물결처럼 거침없이 흘러가게 하려면 내용이 순통해야 할뿐더러 입에 잘 오르는 말을 골라 써야 합니다. 노래말의 첫 구절을 입말체 구두어와 조선어고유어에서 찾아 쓰면 노래가 매우 친절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래말을 지을 때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 특히 유향자음과 무성자음, 된소리, 거센 소리, 개음절, 페음절과 같은 성음의 색채와 효과를 최대한으로 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사 “고향길에 정다운 소방울소리”(김성휘 작사)는 첫 구절부터 입말체 구두어와 조선어고유어 어휘를 찾아 쓰고 이어서 소방울소리의 의성어 “왈랑절랑”을 재치있게 구사하여 정답고 명랑한 산촌의 정경을 그림처럼 펼쳐 내였습니다.

고향길에 정다운 소방울소리 / 민들레꽃 흔들며 굴러가누나 / 시골처녀 수집다고 왈랑절랑 / 덜먹총각 속태운다 왈랄절랑 / 산촌의 명절을 실어오는 방울방울 소방울소리 / 행복의 노래

—    “고향길에 정다운 소방울소리”, 1절

이렇게 가사의 첫 구절이 잘 씌여져야만 비로소 가사작품창작에서 “명가사에 명곡”이라는 전제조건이 지어지고 따라서 작곡가들이 남다르고 훌륭한 음악동기를 창조할수 있게 됩니다. 가사창작에서 좋은 제목이 절반의 성공이라면 훌륭한 첫 구절은 작품 성공의 관건이 됩니다.

# 026
아래에 노래말의 언어에 대하여 논의해 보겠습니다. 밥을 지으려면 쌀이 있어야 하고 옷을 지으려면 옷감 즉 천이 있어야 하고 집을 지으려면 벽돌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의 쌀과 천과 벽돌처럼 어떤 물건을 만들 때 필요한 것들, 바탕으로 사용되는 것들을 재료(材料, material)라고 합니다. 

문학예술의 창작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작품창작에 사용되는 재료를 매재(媒材, medium)라고 하며 모든 문학예술은 그것을 이루는 매재에 의하여 장르적 형태가 구분됩니다. 음악은 소리가, 무용은 신체의 율동이, 영화는 빛과 음향이 그리고 미술은 선과 색채가 그 매재이며 조각예술에서는 나무나 돌, 점토나 석고 같은 것들 또는 동, 철과 같은 것들이 매재가 됩니다. 조각의 재료인 나무나 돌과 같은 것들은 예술작품이 되기 전에는 그냥 자연상태의 일개 수수하고 평범한 사물들이었지만 예술가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서의 생명을 얻어 새롭게 탄생됩니다. 

먼저 “1:다(多)”의 언어에 대하여 논의해 보겠습니다.

밥을 짓는데 쌀이 있어야 한다면 노랫말을 짓는데 뭐가 필요할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말, 즉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노랫말의 매재는 언어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문학적인 각도에서 볼 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일상어와 시어로 나누어 보게 됩니다. 먼저 일상어란 우리가 일상의 생활현장에서 사용하는 언어 또는 산문이나 기타 응용문에서 쓰이는 언어를 가리킵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나 산문에서 쓰이는 언어로 사물을 지시하고 관념과 주장을 진술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도구나 수단으로 쓰이는 하는 언어로 말과 어휘가 담고 있는 내용이 동일한 언어입니다. 즉 일상어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뜻으로 파악되어 개념과 표현이 일치되는 “1:1”의 대응 관계를 이루는 과학적인 언어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상어가 생활가운데서 방송과 신문의 소식보도, 각종 규범이나 법률조항, 계약서와 설명서 등에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래말에서 쓰이는 언어는 개념과 표현이 일치되는 “1:1”의 대응 관계를 이루는 과학적, 사전적인 언어인 일상어가 아니라 시적 언어입니다. 노래말에서 쓰이는 이 시어는 일상어와 달리 하는 말과 가리키는 내용이 서로 다를 수도 있는 특별한 언어입니다. 시어는 일상어의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그 위에 새로운 의미를 더 획득하면서 하나의 표현이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다의성을 지니는 “1: 여럿(다, 多)”의 언어가 되기 때문입니다. 

# 027
즉 우리가 “밥” 또는 “빵”이라고 했을 때 여기서 말하는 밥이나 빵이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서의 밥이나 빵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가리키는 것만이 아닌 그 밖의 또 다른 어떤 의미가 더 첨부된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일례로 “밥값을 하다”, “눈물 젖은 빵”등 표현에서 “밥값”은 수당에 걸맞은 능력을 가리키고 “빵”은 인생에서의 고난이나 시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시인의 가슴을 거쳐 노랫말로 만들어 질 때 이 언어는 예술적인 언어 즉 시어로 새롭게 탄생됩니다. 마치 조각품을 만들어 낸 나무나 돌이 이제부터는 그냥 자연상태의 나무나 돌이 아니라 즉 재료로서 일개 사물만이 아닌 것처럼 시작품 속에 들어온 언어는 이미 사전적 의미를 지칭하는 일상어가 아닌 예술창작의 매재로서의 시어로 새롭게 다시 탄생되는 것입니다. 

동북의 새벽하늘 동이 트는 대지에
새로운 력사 싣고 종소리는 울린다
모여라 동북인민 우리들의 일터로
희망의 아침이다 새 기발을 날리자

― 윤해영 작사, “동북인민행진곡”

1945년 11월 1일, 목단강에서 발행한 우리말신문인 《조선인민신보》에 처음 실린 이 노랫말에서 “새벽하늘”, “대지”, “종소리”, “일터”, “새 기발” 등 어휘들은 사전적 의미로서의 원래의 뜻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단어들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의미를 더하여 간악한 일제와 국민당반동파를 몰아내고 광복을 맞이한 동북인민들의 환희와 해방된 땅에 펼쳐질 새 생활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시적 의미로 특징되는 일상어는 사전에 정의된 대로의 말의 일반적의 의미 즉 사회적으로 공인된 비개인적인 의미로 모든 사람에게 같은 뜻으로 파악되는 언어이지만 가사창작에서 사용되는 시어는 일상어의 지시적 의미를 구체적인 문맥 속에서 확대, 심화시킨 함축적인 언어로서 주관적이며 간접적인 의미와 다의적, 암시적, 상징적인 의미로 독자나 청중들의 감각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대상을 지시함과 함께 정서적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사용되는 특수한 언어입니다.

# 028
이번엔 “춤을 추는 언어” 즉 노래말이 갖춰야 할 춤추는 언어에 대하여 말해보겠습니다.

봄바람 불어오네 산과 들에 불어오네.
잎도 피고 꽃도 피는 따사로운 봄이 왔네.
내 고향 산골에도 봄볕이 따사롭네. 

양지쪽에 꽃이 피고 음지쪽에 눈이 녹네.
정다운 봄바람이 삼산 속에 불어가네
눈에 묻힌 초목들도 그대 반겨 춤을 추네.

봄이 왔네 봄이 왔네 
봄이 오니 눈이 녹고
눈 녹으니 꽃이 피네

― 최정연 작사, “눈 녹으니 꽃이 피네”

이 노래는 문화대혁명이 결속된1970년대 말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노래의 창작과정에 대하여 작곡가 동희철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씀했습니다. 

“1978년 년초에 내가 자치주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회의에 참가하였는데 마침 얼마 전에 해방된 김철 동무하고 최정연 동무 두 분이 렬석으로 이 회의에 참가하였습니다. 만나니 기뻐서 악수를 나누면서 ‘당신들이 연변문화국계통에서 정책락실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것만 가지고 되겠는가? 작가가 진정으로 해방되였다는 것은 작품이 나와야 해방된 것을 뜻하지 않겠는가? 우리 다시 합작하여 명곡을 짓자.’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창작된 것이 바로 이 노래 최정연 작사, 동희철 작곡 “눈 녹으니 꽃이 피네”입니다. 이 노래에서 우리는 작품에 쓰인 시어가 일상적 언어와는 판이하게 다름을 보게 됩니다. 일상어에서 “눈”의 어휘적인 해석은 “대기중에 있는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우로 내리는 흰 솜모양의 결정체”로서 이는 사전적이고 과학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입니다. 그러나 이 “눈”라는 어휘가 시어로 노래말 속에 들어오게 되면 함축적 의미를 지니게 되고 암시적이고 정서적으로 쓰이게 됩니다. 

# 029
여기서의 “눈”은 일상어의 사전적 의미의 겨울 하늘에서 내리는 자연상태로서의 눈이라는 의미 외에 지난 세기 60년대~70년대 문화대혁명시기의 “엄동설한과 같은 어렵고 간고한 시련의 시기”라는 특수한 시적 의미를 얻게 되며 단순한 자연현상으로서의 눈이 아니라 대동란시기 림표와 “4인방”에 의하여 온 나라가 뒤죽박죽이 되여버린 엄혹한 시절로 찬바람이 불어 춥고 세상을 얼어붙게 하는 시대적 존재로 형상화됩니다. 그리하여 이 “눈”은 “봄바람”이 불어오고 “꽃”이 피는 계절이 찾아와서 녹아버리듯이 마침내 문화대혁명이 결속되고 조국대지에 시대의 새봄이 찾아와서 새로운 해방을 맞은 따사로운 봄을 맞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가사의 시어는 일상적 언어를 바탕으로 성립된 언어이면서도 일상어 속에 용해 될 수 없는 풍부하고 다양한 정서적 의미와 독자성을 갖는 언어로서 일상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특수한 언어입니다. 일상어가 사전적 의미를 가진 과학적 언어라고 한다면 시어는 일상어의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그 위에 새로운 의미를 더 획득하면서 하나의 표현이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다의성을 지니는 언어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어와 일상어가 구별되는 것은 닿고자 하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Valery Paul)는 시어를 춤을 추는 무용에 그리고 일상어를 걸음걸이의 보행에 즉 그저 걸음에 비유하였습니다. 

일상어가 보행과 같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걸어가는 산문적인 언어라면 시어는 무용처럼 황홀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지향하는 감화적인 언어라고 하였습니다. 무용의 여러 가지 몸놀림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황홀한 춤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걸어가서 목적지까지 닿으면 행위가 끝나는 일상어의 보행의 언어가 아닌 시어로서의 무용의 언어는 움직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동작이 끝나도 여운은 남아있게 됩니다. 따라서 시적언어를 창조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시어가 일상어와는 달리 매우 자유로운 언어로서 시적 효과를 위하여 여러 가지 표현방법을 지향하게 되는 것도 이처럼 단순한 보행의 언어가 아닌 복합적인 무용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 030
계속하여 “노래말은 시적 지향의 언어이다”라는 화두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가사는 문학장르로 나뉠 때 운률에 기반한다는 것은 시와 동일합니다. 다만 시는 읽는 것, 보는 것 즉 시각에 기운다면 노래말은 듣는 것, 부르는 것 즉 청각으로 완성된다는 구별이 있습니다. 시각은 면의 예술이고 청각은 시간예술입니다. 이미지와 메타포로 사색의 깊이에 닿아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시와 달리 노래말은 선률에 실려 정서적인 감명를 불러일으켜 희ㆍ로ㆍ애ㆍ락 등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세계를 자극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출발하여 노래말은 다음과 같은 특점을 구비하면 좋습니다.

첫째. 노래말은 입말체의 언어 즉 구두어를 쓰는 것이 좋다. 

우리들의 언어생활은 구두어와 서면어로 나누기도 합니다. 문장에서 많이 쓰이는 서면어는 전달하려는 내용을 자세하게 서술하거나 조리가 분명하게 론리를 해석하고 규명하는 등 방면에 많이 쓰입니다. 그것은 서면어가 눈으로 보아 머리로 사색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음악의 흐름에 실려 시간적으로 표현되는 노랫말은 입에서 귀로 전달되는 청각적 작용으로 기능을 발휘하여야 하기에 입말체의 구두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부르기 쉬워야 듣기 쉽고 듣기 쉬워야 그 내용이 곧바로 가슴에 닿아 깊은 감동을 주고 오래 기억됩니다. 우리는 김태갑 시인의 “고향길”과 같은 일련의 작품에서 노랫말에서의 구두어 사용이 얼마나 훌륭한 예술효과를 거두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봄이면 민들레꽃 노랗게 피는
고향의 들길이 나는 좋아라
하늘에는 종달새가 노래부르고
농민들의 웃음소리 넘쳐나는 길
아, 농민들의 웃음소리 넘쳐나는 길

― 김태갑 작사, “고향길” 1절

# 031
둘째. 노래말은 생동하고 형상적인 언어를 골라 쓰고 직접적으로 내용을 제시하는 어휘를 쓰는 것이 좋다.

이것은 노래말이 청각적인 예술, 시간적인 예술인 음악의 선률에 의하여 표현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요구입니다. 관념적이고 생경한 언어는 어휘를 해석하고 리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노래말이 선율에 실려 귀에 닿자마자 즉각적으로 심미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데 지장을 줄수 있습니다. 때문에 추상적이고 리념적인 주제라고 하여도 형상성이 있는 어휘를 골라 써서 생동감을 부여하여야 합니다. 김철 시인이 노랫말을 쓴 “물길따라 천리길”은 비록 애국주의라는 크고 무거운 제재를 다루었지만 생동하고 형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였기에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줄 수 있었습니다.

물길따라 천리길 구름따라 만리길
춤추는 물길따라 가고 또 가도
넓고 넓은 내 조국 끝이 없어라
사랑하는 조국산천 
살기 좋은 내 고향

― 김철 작사, “물길따라 천리길” 1절.

# 032
셋째. 노래말은 반드시 언어규범을 따라야 한다. 

노래말은 가사라는 이름으로 시문학 장르에 속하는 하나의 독특한 장르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가사는 자유시로서의 서정시나 정형시로서의 시조 등과 같이 시문학장르 안에서 노래로 불리는 시 또는 노래를 위하여 창작되는 시로 그 가창성에 특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가창성의 특징으로부터 노랫말은 문학예술의 다른 장르들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대중들과 접촉한다는 특점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잘못된 표현이나 언어규범을 벗어나는 표현은 그 부작용이 그만큼 더 크게 발생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노래말 “내 고향 오솔길”에 “포동진 애고사리 손잡고 놓지 않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매우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 “포동포동”에서 온 형용사로 “포동포동하다”라는 표현은 가능하나 “어떤 상태나 현상이 겉으로 드러나거나 이루어짐”을 나타내는 접미사 “~지다”를 써서 “값지다. 멋지다. 건방지다.”처럼 “그렇게 되어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뜻의 형용사를 이루지는 못합니다. 

노래 “오래오래 앉으세요”에서의 “나풀 춤을 춤니다”도 그릇된 표현입니다. 부사 “나풀나풀”은 “세게 나부끼는 모양”을 나타내고 여기서 동사 “나풀거리다”가 나오지만 “나풀”은 어떤 품사에도 속하지 않는 사전에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노래 “고향산 기슭에 올라서서”에서 “기슭”은 “산, 처마 등의 비탈진 곳의 아래부분”이거나 “강, 바다 등의 물과 닿은 땅의 부분” 또는 “옷의 자락이나 소매부분”을 가리키는 어휘입니다. 그러니 산기슭에는 내려서야 하고 어느 “기슭”에 올라서려면 바다나 강물에서 올라와야 합니다. 

상기 세 작품은 모두 우리가요의 명작으로 가사 창작자들은 모두 해당 어휘의 그릇된 사용에 대하여 변명하고 있으나 그릇된 것은 그릇된 것일 뿐입니다. 좋은 작품을 창작하면서 이와 같은 오류를 만들어내어 대학에서 언어학과 문법의 강의시간에 그릇된 표현의 실례로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사의 창작은 시문학과 음악의 결합을 전제로 보다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기에 반드시 노랫말의 매 한마디, 매 한 구절마다 다듬고 또 다듬어서 그야말로 언어예술의 최고 경지에 닿아야 합니다.   

# 033
이번에는 노래말의 운률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래말에서 쓰이는 언어는 “1:1”의 과학적, 사전적인 언어인 일상어가 아니라 시적 언어입니다. 노래말에서 쓰이는 언어인 이 시어는 하나의 표현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1: 여럿(다, 多)”의 다의성을 지닌다는 특점과 함께 춤추는 언어로서 리듬을 가진 운률적인 언어라는 특점을 가집니다. 신문기사나 론문, 설명문 뿐만 아니라 문학장르인 수필이나 소설의 언어도 일상어로 완성되지만 시의 한 장르인 가사 즉 노래말은 반드시 운률을 띤 시적언어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나. 운률과 리듬

운률(韻律)이란 시와 가사와 같은 운문에서 행을 이루는 단어의 배열과 글자의 발음에 의하여 소리의 반복으로 자아내는 일정한 리듬을 가리키는 문학용어입니다. 리듬(rhythm)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운문문장에서 리듬은 성음의 강약, 장단, 반복 등 음성적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이 리듬은 문학작품의 운문문장에서뿐만 아니라 우주의 삼라만상 모든 운행질서에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몸의 심장박동과 들숨과 날숨의 호흡, 그리고 해가 뜨고 지는 것에서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뀌고 다시 오는 것에서 또 출렁이는 강물과 높고 낮은 산발과 같은 자연현상과 경물에서 나아가 찰칵찰칵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소리, 덜컹덜컹 기찻길을 달리는 열차바퀴의 율동 등 세상의 모든 것에서 이 리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호흡 즉 숨을 쉽니다. 들숨과 날숨의 이 호흡은 생명의 첫째가는 표현입니다. 한 민족의 언어는 모태의 시간을 넘어 현재까지 흘러온 그 민족의 숨결과 맥박이 이어져 오면서 그 민족언어만의 독특한 운률을 형성합니다. 하나의 민족은 력사, 지리, 문화 등 사회학적 공통성과 함께 피부, 골격, 체질 등 생리학적 공통성을 지니고 있으며 민족의 언어는 그 민족 나름의 호흡에 의한 독특한 발성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민족의 언어 속에는 그 민족의 숨결과 함께 그 민족의 문화, 풍습, 력사와 전통의 모든 것이 담겨 있고 그 민족의 혼과 얼이 담겨 있다. 이로써 언어는 그 민족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 담긴 디엔에이(DNA)라고도 합니다. 

# 034
우리 인간의 무수히 반복되는 호흡은 그가 속한 민족의 언어에 살아 숨쉬는 독특한 리듬을 형성하는데 언어예술의 한 형태인 시와 가사는 바로 이 호흡으로 이뤄지는 리듬을 모방합니다. 따라서 언어를 매재로 창조되는 언어예술인 시와 가사는 민족어의 리듬을 추구하게 되며 이와 같이 시와 가사에서의 리듬은 자연의 리치와 인간의 삶의 원리를 수용하여 심리적 질서를 형성하고 미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됩니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 윤해영 작사, “선구자” 1절

이 노래는 우리민족의 처절했던 지난 시기의 정경을 “3.4”조 음수률의 노랫말 구절구절에 담아내며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노래말에 담긴 일송정의 푸른 솔과 해란강 그리고 말달리는 선구자의 모습이 우리말의 정제된 운률에 흩어짐이 없이 그대로 실렸기에 비로소 마디마디 가슴속에 흘러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둘. 운률의 류형과 특성

시와 노래말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인 “운률(韻律)”이란 말은 한자에서의 “운(韻)”자와 “률(律)”자로 이루어진 어휘입니다. 따라서 이 “운률”을 “운(韻, rhythm)”과 “률(律, meter)”의 요소로 따로 살펴볼수 있는데 “운(韻)”은 각 행의 일정한 위치에 일정한 음을 규칙적으로 반복하여 만드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률(律)”은 음수, 음보, 장단, 강세 등의 규칙적인 반복에 의해 형성되는 리듬형태로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시와 노래말에서 “운(韻)”은 각 행의 일정한 위치에서 같은 소리나 비슷한 음의 반복으로 음악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이는 머리운 즉 “두운(頭韻)”, 허리운 즉 “요운(腰韻)”, 꼬리운 즉 “각운(脚韻)” 등과 같이 한시나 영시에서 흔히 볼수 있는 특정한 위치에서의 소리 반복에 의해 형성됩니다. 한시에서는 이를 압운(押韻)이라고 하며 시행의 처음, 중간, 끝과 같은 동일한 위치에 같은 운이 규칙적으로 나타나 하나의 “음위률(音位律)”을 이룹니다. 이런 특점은 우리 노래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035

장백산 높은 봉에 백학이 나래치고
천지의 맑은 물에 선녀가 내린다오
해란강 옥토벌에 금파도 설레이고
양지바른 언덕마다 사과배 주렁지네

장백산 미인송은 해마다 울창하고
우리네 살림에는 노래가 넘친다오
도시와 농촌마다 새집들이 일떠서고
다정한 형제민족 손잡고 나간다네

아 우리네 연변 아름다운 산천아
예가 바로 살기 좋은 북국의 강남일세

― 김창호 작사, “아름다운 연변이여” 전문

이 노래말은 1절과 2절에서 상응하는 행의 마지막 음을 “~고, ~오, ~고, ~네”로 일치하게 맞추어 꼬리운 즉 “각운(脚韻)”이 형성되게 하였다. 이로써 작품에서 앞 구절이 뒷 구절을 이끌어 오고 뒷 구절이 앞 구절을 이어가듯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뤄내게 하고 일정하게 기복을 이루면서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흐르는 리듬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운률의 류형를 살펴보겠습니다.

①음성(音聲)률:

음의 성질 즉 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을 가려서 배렬하는 률격으로 한시에서의 평(平), 상(上), 거(去), 입(入)의 사성(四聲)에 따라서 배렬하는 평측(平仄)법과 영시에서의 소리의 강약에 준하여 운률을 형성하는 미터(meter)법과 같은 것입니다. 

②음수(音數)률:

음절의 자수로 구와 행을 구성하는 률격으로 3장 6구의 형식으로 종장의 첫 음절과 두 번째 음절에서 “3”과 “5” 음절의 형성을 요구하는 우리의 시조나 한시의 오언(五言)시, 칠언(七言)시와 같은 정형시에서 많이 보인다. 일본의 하이쿠(俳句)도 “5 ·7 ·5”의 음수률로 이뤄집니다. 

# 036

③음보(音步, foot)률:

음보는 같은 시간 단위에서 지속되는 소리의 음절을 뜻합니다. 노래말에서 음보는 음절이 모인 것 또는 행을 이루는 단위로 동일한 호흡량이 시행 속에 지속되는 형태를 의미하는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는 말소리의 덩어리입니다. 따라서 음보는 음절수가 같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때 호흡에서의 같은 시간적 길이로 읽혀지는 문법적, 율격적 단위입니다. 노래말은 음절이 모여 음보가 되고 음보가 모여 행이 되며 행이 모여 절이 되는데 그 어휘가 환기하는 고유의 정서에 따라 길게 또는 짧게 조절될 수도 있습니다. 보통 한 행에 있는 음절의 수는 가변적이지만 음보의 수는 고정적으로 조직됩니다. 우리시의 정형률인 “34조”나 “75조”에서 한 두 자가 적거나 많아져도 운률이 형성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④내재(內在)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규칙적인 음절수와 음보수의 반복에 의존하여 나타나는 리듬을 외재율이라 한다면 자유시에서처럼 시상의 흐름과 상상력의 기저에 흐르는 리듬을 내재율이라고 합니다. 외재율은 율격적 반복이나 제약에 의해 외재적으로 드러납니다. 반면, 내재율은 시의 의미나 음성의 색조, 시의 구조 등과 내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자유로운 구조를 지니게 됩니다. 따라서 시의 내재율은 시의 외적 형태를 벗어나서 시인의 상상력과 시의 의미 구조와 긴밀하게 구조화 되어 있습니다. 자유시의 리듬은 쉽게 그 외적 형태가 파악되지 않으며 시의 상징과 의미, 어조 등의 내적 구조와 유기적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 037
둘. 운률의 특성

①관습성:

운률의 관습성은 운률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률성에서 나타납니다. 률격은 언어원칙을 기초로 하지만 언어원칙을 뛰어넘는 자체의 자률적인 론리와 필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노래말에 있어서 운률의 작용은 일상어의 언어습관과는 다르게 나타나며 미적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관습성을 지닙니다.

②주기성:

운률의 주기성은 시와 노래말에 있어서 주기적인 악센트나 가락의 지속과 관련된 음악적 구문으로 언어의 운동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단조로움의 도움으로 주기적으로 배렬되는 방법입니다. 운률은 이 주기적 반복에 의해 사람들의 심리적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소리 패턴의 규칙적 순환에 따라 률격적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세월이 좋아서 신선이 놉니다
니나네 닐리리 닐리 쿵쿵 닐리리
백발로인이 청춘이 됩니다
니나네 닐리리 닐리 쿵쿵 닐리리

장백산 두루미 훨훨 납니다
니나네 닐리리 닐리 쿵쿵 닐리리
련못속에서 금붕어 놉니다
니나네 닐리리 닐리 쿵쿵 닐리리

동산의 해와 달 밝기도 합니다
니나네 닐리리 닐리 쿵쿵 닐리리
인간륙십에 만년락 봅니다
니나네 닐리리 닐리 쿵쿵 닐리리

― 김창석 작사, “로년의 노래”

이 노래는 한 구절에 이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니나네 닐리리 닐리 쿵쿵 닐리리”라는 조흥구가 전체 작품에서 운률의 주기성을 형성하여 이 한 구절의 조흥구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심리에 주기적인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게 하였다. 이로써 행복한 만년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흥겨운 모습을 잘 담아 내였습니다.

# 031
셋. 우리시가에서의 “3.4”조 운률

많은 자연언어들을 형태상의 특징으로 보았을 때에 그 전체적인 틀은 대체로 첨가어, 고립어, 굴곡어, 집합어로 나뉩니다. 대표적인 고립어로는 한어(중국어)가 있고, 굴곡어로는 영어, 집합어로는 에스키모어가 있습니다.

우리말은 첨가어입니다. 첨가어란 문장을 이루는 여러 말마디가 대부분 “중심이 되는 부분”에 “보조하는 부분”이 첨가되어 덧붙는 언어를 가리킵니다. 중심이 되는 부분은 대체로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고 보조하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합니다. 언어학에서는 전자를 “실질형태소” 또는 “의미소”라 하고 후자를 “형식형태소” 또는 “문법소”라고 합니다. 

문법소는 자립성이 없는데 여러 언어 중에는 이것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 언어가 있는가 하면 매우 제한적인 언어가 있습니다. 우리말과 같은 첨가어는 문법소가 매우 발달되어 있는 언어입니다. 우리말의 문법소에는 “토씨(조사)”와 “씨끝(어미)”이 있습니다. 어미는 동사, 형용사 등을 이루는 한 부분이지만 조사는 명사를 비롯하여 여러 품사 뒤에 두루 놓입니다. 그리고 낱말의 구성요소로만 참여하는 “가지(접사)”가 있습니다. 

우리말의 고유어는 대부분 1음절이나 2음절로 되여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에 한자어와 외래어가 도입되면서 2음절 이상의 어휘가 많이 증가하였습니다. 여기에 다시 토와 접사가 붙어 의미를 형성하기에 우리말의 많은 구절은 3음절이나 4음절로 완성됩니다. 

시와 가사의 음수률에서 말하는 “3.4”조란 이와 같은 우리말의 구성 원리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7.5”조는 “3+4=7”, “2+3=5”의 형태로 결국 “3.4”가 변형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 039

우리말의 고유어:

1음절: 
해, 달. 별, 벌, 땅, 흙, 눈, 비, 풀 … 
범, 곰, 뱀, 새, 쥐, 소, 말, 개, 닭, 삵 … 
몸, 배, 등, 골, 눈, 코, 입, 귀, 손, 발, 팔 …
둘, 셋, 넷, 열, 쉰…

2음절: 
하늘, 바다, 고개, 언덕, 나무, 노을, 번개 …
사람, 머리, 허리, 다리 …
토끼, 고기, 노루, 사슴, 개미 …
하나, 다섯, 여섯, 일곱, 아홉, 여덟, 스물, 서른, 마흔…

3음절: 
어머니, 아버지, 나그네…  
무지개…  
수리개, 코끼리, 호랑이, 고양이, 승냥이… 

토: 

가/이, 는/은, 과/와, 도, 에서, 부터, 까지 ~다 … 

우리말의 한자어와 외래어:

조국, 고향, 학교, 진보, 발전, 희망, 기차, 자동차, 비행기 …
비타민, 피아노, 뜨락또르, 헬리콥터, 카리스마, 스트레스 … 

# 040

따라서 우리말은 2음절 혹은 3음절로 된 어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거기에 조사나 어미 등이 붙어 3음절 혹은 4음절을 이루며 그것이 우리 시가의 기본리듬인 “3.4”조를 형성하며 운률의 주요한 패턴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강 건너 나붓기는 갈대잎 아지는
애타는 내 가슴을 불러야 하건만
이 몸이 건너가면 월강죄란다오

기러기 제철마다 일러서 보내며
꿈길에 그대와는 늘 같이 다녀도
이 몸이 건너가면 월강죄란다오.

― 작자 미상, “월강죄” 전문. 

이 노래는 우리민족 이주사의 첫 페이지를 적으면서 고난에 찬 첫걸음의 력사를 생동하고 진실하게 담은 “월강곡”입니다. 이 노래는 지금까지 수집된 중국조선족 창작민요들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노래로 1910년대 간도 사립학교의 조선어문 교과서에 수록되였습니다. 이 노랫말에서 우리는 시가운률의 가장 기본적인 리듬으로 형성된 “3.4”조 4음보의 운률모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041
다음에는 노래말의 이미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노래말은 “정서와 사상”을 “언어에 담아 표현”하는 일로 여기서 “표현”이란 말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자기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공명을 일으킬 때에만 비로소 그 느낌이나 생각이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으로 탄생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느낌이나 생각을 자기만이 알고 입을 꾹 다물고 있거나 일기처럼 적어서 꽁꽁 숨겨만 둔다면 예술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따라서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나의 느낌이나 생각이 형상으로 표현되어 다른 사람의 가슴에서 공명을 일으키고 나와 같은 감동을 일으킬 때에야 비로소 한 편의 예술작품은 생명력을 얻고 존재가치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이고 정서적이며 감동적인 작용을 발휘하여 공명을 이루는 것으로 노래의 가사는 언어로 그 경지를 이루어 내는데 이는 노래말에서 청각이나 시각, 촉각 등 감각적인 체험의 매개물인 이미지의 전달을 통하여 실현됩니다. 

먼저 이미지의 종류를 살펴보겠습니다.

인체의 감각은 눈, 귀, 코 등 감각수용기의 종류에 따라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촉각(觸覺) 등으로 분류되는데 시적 이미지란 이런 외계의 자극이 언어에 의하여 마음속에 떠오른 의식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다양한 종류로 표현됩니다. 

첫째. 시각적 이미지

시각은 우리들의 지각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시각적 이미지는 사물의 명암, 대소, 색깔 및 채도, 두터움과 엷음 그리고 움직임과 정지 등 눈에 보이는 형상과 현상을 언어로 보여주는 이미지로서 눈에 보이는 사물의 외형적인 모습을 그려내어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체현됩니다. 

둘째. 청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란 장단이나 강약이 지배하는 사물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으로 주로 들려지는 소리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통하여 서정자아의 심리상태를 그려내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들려지는 소리는 작품의 분위기를 생기 있게 만들어 주는데 때로는 작품대상의 일반적인 소리를 담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독특한 듣기를 통해 특수한 소리를 담아내기도 하며 서정적 자아의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청각적 이미지는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모방하는 의성어의 사용이 대표적인 언어형식으로 되고 있습니다. 

# 042

셋째. 후각적 이미지

코와 같은 감각기관에 의해 느껴지는 냄새에 대한 감각이 이루어내며 향기나 악취 등으로 구분되는 이미지입니다.

넷째. 촉각적 이미지

신체접촉에서 감지되는 단단하거나 부드럽고 예리하거나 뭉툭하고 또 차거나 뜨거운 등 무엇에 닿아 생성하는 느낌이 이루어내는 이미지로 부드럽고 따뜻하고 차가움 등 피부감각(皮膚感覺)으로 구별되는 이미지입니다.

다섯쩨. 미각적 이미지

미각적 이미지는 혀와 같은 감각기관으로 달고 시고 짜고 쓴 등 미감(味感)을 느끼어 이루어지는 이미지입니다.

여섯쩨. 근육감각적 이미지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슬퍼서 콧날이 찡한 느낌이라든지 성이나서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것과 같이 근육의 움직임으로 이뤄지는 이미지입니다.

일곱째. 공감각(共感覺)적 이미지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이미지들이 서로 어울려 표현되는 것을 공감각(共感覺)적 이미지라고 합니다. 김일량 시인은 “가을밤”라는 시에서 가을밤의 별빛을 “짤짤하지만”이란 시구로 소금가루의 짠 맛을 안겨주었다가 다시 “촉촉이 젖어”있고 “피처럼 진득진득”한 촉감과 함께 버무려내었으며 또한 가을밤의 별빛을 눈에 보이는 “하얀 깊이”로 시각화 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다양한 감각으로 가을밤의 정취를 맛으로 그리고 피부로 느끼게 하였습니다.  

# 043
이번엔 이미지의 작용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은 일상생활의 주고받는 평범한 대화가운데서 가끔 이미지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나는 끝까지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고 싶다.”거나 “그 녀자에게서 장미꽃 이미지를 느낀다.”라든지 “이번 일로 너는 종전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와 같은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미지란 우리가 몸이나 마음에 감각되는 어떤 느낌을 가리키는 것으로 눈에 보이는 모습이나 귀에 들리는 소리 또는 이런저런 것들이 얽히고설키며 한데 모아져 안겨오는 전체적인 느낌 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이미지는 문학예술의 창작에서 특히 언어로 완성되는 시와 노래말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일으킵니다.

떡방아 찧는 소리 들려오더니
떡가루 날렸느냐 마을에 눈 내리네
이쁜이가 가는 길 시집가는 길
하얀 너울 쓰고 간다 
령길에 눈이 내리네

하늘에도 배꽃잎이 곱게 날리나
하늘땅 그 어데나 흰눈이 날리네
있더라도 가더라도 우리 다 같이
티 없이 살아보자 
흰눈이 내리네  

아. 송이송이 하얀 눈이 
산에도 들에도 소복이 내리네

― 김동진 작사, “눈이 내린다”

이 노래말은 한 겨울날 산에 들에 하얗게 눈이 내리는 정경을 “떡가루”, “하얀 너울”, “배꽃잎”과 같은 사물을 불러와 노래하고 있습니다. 흰눈이 하늘에서 춤추며 내리는 모양에서 떡방아간의 하얀 떡가루가 흩날리는 모양을 불러오고 하얗고 그래서 순결한 흰눈의 형태와 성질에서 하얀 꽃너울을 쓴 첫날 새색시의 잔칫날 모습을 그려내고 이어서 “티 없이 살자”는 시골사람들의 소박한 염원도 담아냈습니다. 노랫말은 이렇게 흰눈을 떠올리는 여러 사물들을 우리들의 눈앞에 차례로 하나하나 보여주며 눈 내리는 날의 시골마을 잔칫날 정경을 그 현장에서 느끼듯 생동하게 그려냈습니다. 

# 044
이어서 알아볼 내용은 노래말에서의 비유, 아주 중요한 내용입니다. 비유는 한자로 견줄 “비(比)”자, 깨우칠 “유(喩)” 자로 쓰며 어떤 것을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하여 깨우치게 한다는 말로서 내 생각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수사학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수법으로 어떤 대상의 모양, 성질, 특성, 상태 또는 추상적인 의미나 관념 등을 상대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어떤 것과 바꾸어서 설명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새로운 인식이나 구체적인 리해를 가져오게 하는 언어적 표현방법입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설명하거나 무슨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그것과 비슷한 것들 가운데서 우리가 많이 보아와서 익숙하거나 자주 겪어서 잘 알고 있는 사물과 현상들을 들어 듣는 사람이 쉽게 리해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내용을 상대가 이미 잘 알고 있던 원래의 것에 비겨서 이야기한다면 상대가 그것을 더욱 쉽게 리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래말을 지을 때 비유법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생동하고 선명한 형상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1. 비유의 표현: 노래말 “녀성은 꽃이라네”의 경우

꽃은 예쁜 모습과 그윽한 향기로 예로부터 아름다움, 신비로움, 사랑스러움의 대명사로 되여왔습니다. 따라서 자고로부터 수많은 그림과 시와 노래 등 문학예술작품에서 녀성은 꽃에 비유되였습니다. 그중 조선노래 “녀성은 꽃이라네”(김송남 작사, 리종오 작곡, 리분희 노래)는 녀성을 아름다운 꽃에 비유한 매우 훌륭한 가요작품입니다. 

녀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한 가정 알뜰살뜰 돌보는 꽃이라네 
정다운 안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생활의 한자리가 비어있으리 
녀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녀성은 꽃이라네 행복의 꽃이라네 
아들딸 영웅으로 키우는 꽃이라네 
정다운 안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행복의 한자리가 비어있으리 
녀성은 꽃이라네 행복의 꽃이라네 

# 045
녀성은 꽃이라네 나라의 꽃이라네 
걸어온 유훈의 길을 수놓을 꽃이라네 
정다운 안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나라의 한자라가 비어있으리 
녀성은 꽃이라네 나라의 꽃이라네 

—    (조선) 김송남 작사 “녀성은 꽃이라네” 전문

이 노래는 제목에서부터 “녀성은 꽃이라네”라고 제시하고 녀성을 꽃에 비유하여 “생활의 꽃”, “행복의 꽃”, “나라의 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비유는 내가 하려는 말과 그 말을 표현해주는 대상 이렇게 두 가지를 전제로 이뤄집니다. 이 노래에서의 “녀성”과 “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노래말에서 “녀성”은 내가 하려는 말이고 다른 하나의 전제인 “꽃”은 “녀성”을 표현해주는 대상입니다. 수사법에서는 이것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라 합니다. 원관념은 원래 전하려는 생각이란 뜻이고 보조관념은 그것이 쉽게 전달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말하려는 “이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그것”에 비교하여 말한 것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비유의 표현입니다. 

# 046
2. 비유의 효과: 노래말 “사모곡”의 경우

우리의 옛 조상들도 일찍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수사학적인 비유방법의 묘미를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천년 전에 만들어진 고려가요 “사모곡(思母曲)”이 바로 그 대표작입니다.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노래한 이 작품에서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의 관계에서 표현되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원래 전하려는것 즉 원관념이라면 이런 내용이 쉽게 전달되도록 표현해 주기 위해 사용된 보조관념은 바로 “호미”와 “낫”이 되는 것입니다. 

호미도 날(刃)이지만 
낫같이 들 리도 없어라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만 
위 덩더둥셩 
어머님같이 사랑하실리 없어라 
아아, 님이시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리 없어라 

—    고려가요 “사모곡” 전문

이 노래는 처음의 제1행과 제2행에서 호미와 낫을 비교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호미에 어머니의 사랑은 낫에 비유하여 둘 다 날(刃)을 지녔지만 낫의 날이 호미의 날보다 더욱 잘 든다고 노래하였습니다. 이어서 제3행과 제5행은 아버님도 어버이지만 어머니만큼 우리들을 사랑하실리 없다고 하여 어머니의 사랑을 부각시켰습니다. 나머지 행에서는 반복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며 끝을 맺고 있는데 제4행의 “위 덩더둥셩”은 북소리, 즉 악기의 의성어입니다. 

이 노래말에서는 다 같은 부모님의 사랑이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호미의 무딤”에 어머니의 사랑을 “낫의 날카로움”에 비유하여 호미와 낫의 비유를 통해 아버지사랑보다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크고 더 깊고 더 자애롭다는 것을 소박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이는 참으로 천년이 지난 오늘에 다시 보아도 참신하고 뛰어난 착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래는 이렇게 호미와 낫으로 쓰임새가 다르면서도 다 같은 농기구 라는 다른 것과 닮은 것끼리의 결합을 통하여 차이성가운데의 동일성이란 두 가지 전제로 이뤄지는 비유의 본질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 047
3. 비유법의 여러 가지 표현방법

수사학의 한 종류인 비유법에는 여러 가지 표현방법이 있는데 이를 노래말을 지을 때 많이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아래에 중국조선족명가사의 작품속에서 이 수사학적인 비유의 방법들이 어떻게 사용되였으며 작품가운데서 어떤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가를 찾아보도록 합시다.

첫째, 직유와 은유 

직유(直喩)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련결사로 이어져 직접적으로 비교되면서 이뤄지는 비유의 방법입니다. 아래의 노래 “싸우러 나가자”에서 “중국의 남아”는 “∼같고”, “∼같은”라는 련결사에 의하여 “강철”과 “맹호”로 이어져 직접 비유되였습니다. 

강철 같고 맹호 같은 중국의 남아야 
넒은 들과 굽은 산길 우리의 싸움터(직유법) 

― 신활 작사, “싸우러 나가자” 1절 

이 노래에서처럼 “∼같은”이라는 연결사가 문장의 표면에 직접 드러나는 것이 직유라면 문장에서 련결사가 보이지 않고 문장의 뒤에 은폐되여 숨어있는 형태로 암시되는 비유를 은유(隱喩, metaphor)라고 합니다. 여기서 원관념을 A, 보조관념을 B라고 한다면 직유는 “A같은 B”의 형태로 이뤄지고 은유는 “A= B”의 형태로 이뤄진다. 한마디로 “∼처럼”, “∼같이”, “∼인양”, “∼답게”, “∼하듯” 등 련결사가 있으면 직유이고 련결사가 없으면 은유입니다. 

두만강 칠백리 친선의 꽃이 피였네 
두 나라 인민들의 친선의 꽃이 피였네(은유법) 

― 방죽송 김태갑 작사, “친선의 꽃” 1절 

둘째, 환유와 제유 

은유에는 또 여러 가지 류형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환유(換喩, metonymy)와 제유(提喩, synecdoche) 가 가장 많이 쓰인다. 환유는 표현하려는 대상과 밀접하게 련상되는 다른 사물이나 속성을 대신 들어 그것과 관계가 깊고 가까운 낱말을 빌려 표현하는 비유이다. 노래 “즐거운 로년”에서는 “늙어도 청춘, 마음도 청춘”인 새로운 시대의 로인들을 늘 푸른 청산의 꿋꿋한 소나무인 “불로송”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 048

청산이 푸르더냐 불로송 우리로다 
늙어도 청춘 마음도 청춘(환유법) 

― 김창석 작사 “즐거운 로년” 1절 

제유는 전체가 부분을, 일반이 특수를, 류개념이 종개념을 또는 이와 반대의 량적관계를 표현하는 비유입니다. 제유는 겉으로 드러나 있는 한 부분(보조관념)이 안에 숨어 있는 전체(원관념)를 비유하고 이처럼 드러나 있지 않은 전체를 그 사물의 일부분으로서 대신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해란강 물소리 듣고 싶었소 
선경대 진달래 보고 싶었소 
산기슭에 언덕에 과일동산 
구름같은 사과배꽃 보고 싶었소(제유) 

― 김문회 작사 “보고 싶었소 듣고 싶었소” 1절 

노래 “보고 싶었소 듣고 싶었소”에서는 “고향의 그 모습”을 “해란강물소리”, “선경대진달래”, “산기슭 과일동산” 등 여러 모습들에서 차례로 찾아보았다. 즉 부분으로 전체를 보고 이를 표현한   것입니다. 

셋째, 의인법과 의물법 

비유법에는 무생물을 생물로, 무인격의 사물과 현상을 인격화하여 생명이 없는 것들에게 생명을 주고 인격이 없는 것들에게 인격을 부여해 마치 사람처럼 대하는 의인법(擬人法) 및 그 반대방식인 의물법(擬物法) 등이 있습니다. 

동산천리 돋으신 해는 
점심때가 되어온다(의인법) 

― 류동호 작사 “호메가” 1절 

# 049

내가 만약 물방울이라면 
지성어린 어머님 정성을 안고 
언제나 하얗게 피여나는 
내 고향 팔간집 뜨거운 김이 되리라(의물법) 

― 김성휘 “내가 만약 물방울이라면” 1절 

노래 “호메가”는 사람에게 쓰는 존경토 “∼신”으로 자연사물인 “해”를 의인화하여 높은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해에게 존경의 뜻을 나타내였다면 노래 “내가 만약 물방울이라면”에서는 반대로 사람인 “내”가 물방울이 되여 고향에서 “김”이 되고, “이슬”, “샘물”, “금물결”이 되고 싶다는 표현으로 짙은 사향애를 드러내였습니다. 

넷째, 기타 다양한 비유의 방법 

이상 찾아본 여러 가지 방법외에도 비유법에는 “앞강물 뒤강물에 물오리 동동 뜨고 / 네 가슴 내 가슴에 기쁨이 동동 뜨네”(석화 작사, “동동타령” 1절)에서처럼 묘사대상의 음향적, 형태적 특성을 드러내는 의성의태법(擬聲擬態法)이 있습니다. 또한 사물의 일부나 그 속성을 들어 그 전체나 자체를 대신하여 나타내는 대유(代喩)와 두 대상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사물에다 다른 사물의 이름을 전이하여 만드는 치환은유(置換隱喩), 서로 이질적인 대상들이 병렬과 종합의 형태를 통하여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병치은유(竝置隱喩)와 풍유(諷諭), 교유(交喩)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우리들은 부단한 창작실천가운데서 이와 같은 훌륭한 표현방법들을 하나씩 장악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4. 비유법의 사용에서 주의할 점

비유는 이렇게 서로 다른 사물들 사이에서 동일성을 찾아내어 이질적인 두 사물을 련결하는 것에서 그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두 사물에서 동일성을 찾는데서 본 비유의 특점이라면 이 동일성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두 사물의 차이성입니다.  본질적으로 말하여 비유의 보다 큰 효과는 두 사물의 차이성에서 나타납니다. 그것은 두 사물의 거리가 멀수록 거기에서 산생되는 이끌림의 힘이 더 커지게 되기에 비유의 효과도 그만큼 더 크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전달하려는 것(원관념)과 그것을 말하기 위해 빌려온 것(보조관념)이 속성이나 형태, 기능 등 방면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거기서 산생되는 에너지가 커지므로 거기서 발생되는 비유의 효과도 따라서 그만큼 커집니다. 

# 050

우리가 주의를 돌려야 할 부분은 두 사물의 차이가 너무 크면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동떨어지여 엉뚱한 말이 되기에 비유가 형성되지 않게 되고 반대로 두 사물의 사이가 너무 가까우면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아 말하려는 것과 표현해주는 대상이 피차일반이 되기에 비유로서의 의미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독특한 비유, 생신한 비유, 자기만의 비유를 발견하고 사용하는 것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라든지 누가 이미 써먹은 표현, 값싸고 나태한 비유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처럼 낡고 경직된 비유는 “죽은 비유” 즉 “사비유(死比喩)”라고 합니다. 

우리는 창작과정에서 이런 “사비유”를 버리고 남다르고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여야 합니다. 이런 창작방법을 “낯설게 하기”방법라고 부릅니다. 

비유는 일종 언어의 려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언어가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이동하면서 이뤄지는 비유는 우리가 이곳에서 다른 저 곳으로 려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에 의하여 발견된 생신한 비유가 우리가 예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키는 것은 우리가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곳의 새로운 풍경과 만나게 되면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느낌, 새로운 생각을 얻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참신하고 생동한 비유를 찾아 쓰는 것은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습니다.
 
# 051
"노래말에 이야기를 넣어라.” 

사람들은 흔히 “인생은 한권의 소설책이요 세상살이는 끝이 없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태여나서 성장하고 삶을 다 마치기까지 수많은 일을 경험하고 갖가지 파란곡절을 겪게 되는데 이런 인생은 다양한 이야기로 엮어지는 소설이나 드라마와 비슷하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또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노래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러가지 이야기로 엮어지게 되며 그 이야기 속에 기쁘고 슬프며 즐겁고 노여운 희로애락의 각가지 정서를 담게 됩니다. 

이에 대하여 “모닥불”, “잊혀진 계절”, “단발머리”, “우린 너무 쉽게 헤여졌어요” 등 훌륭한 노래말을 많이 지은 한국의 이름난 작사가 박건호 선생(1949년 2월 19일 ~ 2007년 12월 9일)은 “노래는 3분 드라마”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그것은 노래 한 곡이 보통 3분 내외이고 그 속에서 집약된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노래에 이야기를 어떻게 엮을 것인가? 아래에 몇가지 방면으로 살펴 봅시다.
 
1. 노래말에 의미가 있는 이야기를 

노래말로 엮어내는 이야기는 우선 의미 있는 이야기 여야 합니다. 창작자가 주변의 수많은 소재들 가운데서 비교적 가치 있는 소재들을 선택하여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발굴하여 보다 감명 깊은 이야기로 엮어낸다면 사람들에게 더욱 큰 공명을 안겨줄수 있습니다. 

교우(乔羽)가 가사를 쓰고 류치(刘炽)가 곡을 지은 예술영화 “삼감령”의 주제가 “나의 조국”은 “한줄기 넓은 강물이 흐르고 벼꽃향기 량안에 넘치는” 고향에서 “처녀는 꽃과 같고 총각은 가슴이 넓어” 서로 사랑을 가꿔가는데 “친구가 오면 좋은 술로 반기지만 승냥이가 덮친다면 렵총으로 마중하리라”는 이야기를 엮어 고향과 조국을 무한히 사랑하지만 침략자에게는 조금도 사정을 주지않을 것이라는 애증이 분명한 태도를 밝혀냄으로써 수억만 인민대중들의 심금을 깊게 울려주었습니다.

# 052
다음에는 외국노래 한수 찾아보겠습니다.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그리스의 카떼리니라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남녀간의 리별을 다루고있는 가요로서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가 나치파쑈독재에 맞서 싸우다가 죽은 젊은 친구를 위해 만든 작품입니다.  

카떼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떼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여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않으리 
 
기차는 멀리 떠나가고 당신은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속에 이 아픔을 남긴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 (그리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전문

떠나고 돌아올 줄 모르는 청년 레지스탕스애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매일 기차역으로 나가는 한 젊은 녀인의 슬픈 사랑을 담은 이 노래의 가사를 토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녀는 11월의 어느날 한 기차역에서 애인을 만나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카떼리니로 떠나기로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앉는다. 8시 정각이 되자 그녀는 홀로 카떼리니행 기차를 타고 떠난다. 그녀의 애인은 기차역 한구석에 몰래 몸을 숨기고 홀로 떠나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애인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적들에게 잡혀서 투옥되거나 아니면 계속 투쟁을 진행하거나 어쨌든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련인과 가슴 아픈 리별의 시간과 공간인 이 11월과 카떼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그녀의 기억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추운 겨울 밤, 비장하면서도 애절한 가락으로 들려오는 이 노래는 당시 수많은 그리스젊은이들의 가슴을 적셨으며 뜨거운 눈물을 닦고 또 다시 조국을 위한 가렬처절한 싸움터로 나서게 하였습니다.

# 053
2. 노래에 정감이 있는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내는 이야기는 정감이 있는 이야기 여야 합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러 나오는 정감은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다정한 벗과 동료들의 마음에 실려 따뜻한 이야기로 엮어지게 됩니다. 비록 작고 소박한 사연일지라도 마음이 이어진 사연이라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목이 메이고 눈물이 솟아나게 됩니다. 일본가요 “북국의 봄(이데하꾸 작사, 엔미노루 작곡)”은 훌륭한 노래말이 갖추어야할 이와 같은 원리를 매우 형상적으로 담아 내였습니다. 

봇나무숲 푸른 하늘 솔솔 부는 바람
목란꽃 피는 저 언덕에 북국의 봄
아. 북국의 봄이여
도시에선 계절의 갈림을 모르리라 념려하여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작은 보자기
그리운 고향아. 그리운 고향 언제 가려나

눈이 녹아 시내물 속삭이는 나무다리
락엽송에 새움 트는 북국의 봄
아. 북국의 봄이여
마음속에 사랑하면서 말 못한채 헤여지니
손꼽아 오년이 되건만 그 처녀는 잘 있는지
그리운 고향아. 그리운 고향 언제 가려나

매화꽃 아침안개 작은 물방아간
노래소리 들려오는 북국의 봄
아. 북국의 봄이여
형님도 아버지 닮아 말수 적은 분이니
한적할 때면 마주 앉아 술잔이라도 드시는지
그리운 고향아. 그리운 고향 언제 가려나

― (일본) 이데하꾸 “북국의 봄” 전문

# 054
북국에 봄이 오지만 삶에 쫓겨 정든 고향을 떠나 번잡한 도시에서 생활하여야 하는 노래의 주인공에게 바뀌는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어머니님이 보내주신 작은 보자기를 헤치니 머나먼 고향에서 보내온 봄내음이 물씬 풍겨나며 그리움에 가슴이 울컥해납니다. 그리운 어머님의 다정한 모습과 함께 5년전 헤여졌던 짝사랑의 처녀가 떠오르고 말수 적은 형님과 아버지의 얼굴도 눈앞에 안겨옵니다. “아. 북국의 봄이여”, 고향을 멀리 떠나와 외로움에 메말랐던 주인공의 가슴에도 그제서야 싱긋한 새봄이 찾아와서 시든 마음을 달래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와 같은 만남과 헤어짐, 바램과 기다림 그리고 한없는 그리움과 같은 인지상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타줄을 가볍게 튕겨 심금을 흔드는 은은한 울림이 퍼져나가게 하는 것과 같이 인간의 감정세계에 닿은 마음의 금선을 튕겨 감동을 안겨주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노래말이 비로소 훌륭한 가사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노래에 그림이 있는 이야기를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 밑에서 굳게 맹세해
비겁한자야 갈 테면 가라 우리들은 이 기발을 지키리라

― 항일가요 “적기가” 1절
 
우리에게 “항일혁명가요”로 잘 알려진 “적기가”의 1절이다. 희생된 전우와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추도식의 장면을 투박하고도 짙은 한 폭의 유화 와도 같은 그림으로 그려낸 이 노래는 가슴에 적탄을 맞고 쓰러진 “전사의 시체”에서 흥건히 배여 나오는 “혈조”와 이 선혈로 물들여진 “붉은 기발”을 높이 쳐드는 것으로 전체 화면을 온통 붉은 색깔로 넘쳐냈습니다. 이 시뻘건 핏빛으로 가득찬 붉은색이미지들은 상황이 긴박하고 치열함을 강조함으로써 가혹한 항쟁의 나날, 쓰러진 전우의 시체를 땅에 묻으면서 “비겁한자야 갈 테면 가라 우리들은 이 기발을 지키리라”고 외치며 최후의 승리를 향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굳게 다짐하는 항일투사들의 비장한 결의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055
노래말의 이야기는 이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수 있습니다. 그것은 노래말이 멜로디의 청각적 효과에 특정된 이미지로 그려지는 시각적 효과가 곁들여져 더욱 생동한 기억으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오관을 통하여 느끼고 받아들입니다. 외부의 각가지 신호를 눈, 귀, 코, 입과 피부로 느끼고 그것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감수하고 판단하고 대응하는데 밖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이와 같은 다양한 신호들 가운데서 시각으로 받아들인 신호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이것을 가리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하였습니다. 객관세계를 인식하고 리해하는 여러가지 감각들 가운데서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기술의 발달과 모바일기기(Mobile Display, 移动通信显示器)의 보급으로 정지된 화면이 아닌 련속적으로 흘러가는 동영상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였습니다. 노래말의 이야기가 담아내는 화폭도 또한 갤러리 벽에 그냥 걸려있는 미술작품과 같은 한 폭의 그림이 아니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에서 펼쳐지는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련속되는 장면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우리 중국조선족가요사를 살펴보면 시작과 끝이 있고 스토리전개로 이뤄지는 영상물과 같은 노래들이 일찍부터 만들어졌는데 지난 세기 5, 60년대에 창작되여 널리 사랑을 받은 무대예술표현가요 “처녀의 노래”(최정연 작사, 정진옥 작곡)나 서정가요 “손풍금 타는 총각”(김창석 작사, 동희철 작곡)”이 바로 하나의 이야기를 한편의 영상물처럼 이어지는 화면으로 생동하게 담아낸 명작들입니다. 
 
4. 노래에 재미가 있는 이야기를 

노래말에 엮인 이야기는 또한 재치가 있고 재미가 있어 유쾌하고 즐거운 정경을 보여주면 더욱 좋습니다. 유머와 해학, 풍자가 바로 이와 같이 재미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수법입니다. 1950년대의 “6.25”전쟁시기에 창작된 조선노래 “아무도 몰라”(정서촌 작사. 박한규 작곡)는 포화가 울부짖고 총탄이 빗발치는 가렬처절한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젊은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은 꽃으로 피여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056 
오솔길덤불에 치마폭 찢겨도 
처녀는 춤추듯 집으로 달리네
김매던 호미자루 집어던지고
달려가는 처녀마음 아무도 몰라
 
돌다리 건느다 내물에 빠져도
부끄럼 모르고 집으로 달리네
전선에서 찾아온 한장의 편지를
처녀가 받은 줄 아무도 몰라
 
물 먹던 송아지 놀라서 뛰고
우물가의 할머니도 영문을 모른다네
총각이 써 보낸 살뜰한 편지를
처녀가 받은 줄 아무도 몰라
 
― (조선) 정서촌 작사 “아무도 몰라” 전문

우리는 이 작품에서 두번째 단락의 “전선에서 찾아온 한장의 편지”라는 구절을 빼면 이 노래가 당시 불꽃 튀는 전쟁시기에 만들어지고 그 전쟁의 당사자들이 바로 주인공들이며 이 노래가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는 것을 잠시나마 망각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오솔길덤불”이나 “치마폭”, “돌다리”, “내물”과 “물 먹던 송아지”, “우물가의 할머니”등 이미지들이 전쟁장면과 다른 너무나도 평화로운 향촌의 정경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래는 이처럼 한수의 명랑한 가요로 인간의 사랑은 반드시 승리하고 아무리 잔혹한 전쟁도 꼭 이긴다는 휴머니즘의 찬가를 엮어 내였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무한한 힘인 것입니다.

# 057
유머와 해학, 풍자를 담은 재미가 있는 작품들을 우리 중국조선족가요에서도 많이 찾아볼수 있습니다. 숫처녀가 내숭을 떠는 것을 밉지 않게 그려낸 노래 “왜 물어보나”(김태갑 작사, 최삼명 작곡), 천방지축 시골새색시의 일상을 유머스럽게 담은 노래 “얄미운 각시야”(라룡걸 작사, 황양묵 작곡), 전래동화에서 소재를 취하여 해학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한 노래 “개구리네 칠형제”(석화 작사, 고창모 작곡)등이 이런 작품들입니다. 

그리고 미국영화 “음악의 소리”에서 나오는 노래 “도레미(하머스텐 작사, 러제스 작곡)”는 음악의 “도, 레, 미, 화, 쏠, 라, 시” 일곱 개 음부를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여러가지 사물과 현상으로 재치 있게 비유하여 어린이들도 알기 쉽도록 표현해낸 것이 특징입니다. 

독일시인 괴테의 시에 로씨야작곡가 무쏘르쓰끼가 곡을 지은 “벼룩의 노래”는 임금과 벼룩이의 얼토당토한 이야기를 우스운 노래말로 써서 해학과 풍자의 경전작품으로 남게 하였습니다. 
 
5. 노래말에 다양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노래말에 담은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고 자주 쓰이는 형태는 제3자가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 전달이라는 목적을 제일 부담 없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서술 방식은 영화나 방송, 연극, 전람회 등에서 줄거리나 장면에 관한 해설을 진행하는 내레이션(narration)의 방식으로 가요 “그대들은 생각해 보았는가”(리선근 작사, 방룡철 작곡), “갑돌이와 갑순이”(김부해 편곡)등 많은 작품들에서 쓰였습니다.

다음으로 주고받는 대화의 형태로 대창이나 표현창 등에 많이 쓰이는 형식으로 “복된 살림 이루었네(리룡연 작사, 김태국 작곡)”, “잘했군 잘했군(반야월 개사, 리명희 편곡)”, “자동차운전수의 노래(심봉원 작사, 정진옥 작곡)”, “웃음꽃이 만발했네(렴백운 작사, 림헌익 작곡)”등 작품입니다. 

# 058
그리고 마주한 대상과 직접 1대1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이는 매우 친절하고 다정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최로사 작사, 박용필 작곡)”, “홍도야 울자말라”(리서구 작사, 김중영 작곡), “둘이서 걸읍시다(김창석 작사, 김우찬 작곡)”등 작품에서 이런 수법이 보여집니다. 

또한 일인칭 독백의 형태가 있는데 내면의 심리적인 고백이나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토로하는 작품에 많이 쓰인다. “누나생각(석화 작사, 고창모 작곡)”, “물방아 도는 래력(손로원 작사, 리재호 작곡)”등 작품이 이런 노래입니다. 
노래말의 이야기는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는데 창작실천 가운데서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알맞게 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문화계정 “글밤청오”에서 기획한 “문학에 봄이 오면 삶에 꽃이 핀다” 프로젝트의 두번째 강연으로 “삶이 어떻게 가사가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노래말 즉 가사를 말할 때 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이 강연을 마무리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답을 말한다면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가사는 노래하는 시다.”

가사는 자유시로서의 서정시나 정형시로서의 시조 등과 같이 시문학장르 안에서 노래로 불리는 시 또는 노래를 위하여 창작되는 시로 그 가창성에 특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유개념과 종개념 그리고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가사는 문학이라는 유개념 아래의 시라는 종개념의 하위개념으로 분류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로써 다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본다면 노래말, 가사는 반드시 상위의 종개념인 시의 특점과 그 상위의 유개념인 문학의 특점을 모두 구비해야 한다는 선결조건이 있습니다. 

문학은 “언어를 기본수단으로 하여 인간과 그의 생활을 형상적으로 반영하는 예술”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고 시는 “운률적 언어로 쓴 문학작품”라고 정의합니다. 문학과 시, 여기서부터 “언어예술”과 “운률적 언어”라는 특점으로 개괄할 수 있는데 가사란 “언어예술”이라는 문학의 피줄을 이어받고 다시 “운률적 언어”라는 시의 숨결로 호흡하는 “노래하는 시”라는 독특한 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는 “세련된 언어로 고유의 운율과 절주를 가지고 있으며 상상과 환상에 기대고 비유와 과장 등 수사방법이 동원된 예술효과를 지향하며 시인의 사상과 감정이 혼연일체로 이뤄진 이미지 혹은 의경으로 만들어진다.”라고 하는데 여기에 “노래하는 시”라는 특점을 더하여 가사의 정의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 059
창조적인 시정신 “나무를 보는 눈”

문학예술작품의 창작에서 첫째가는 과업은 발견입니다. 작품성공의 첫째 요소는 소재와 주제, 형식 등에서의 참신한 발견에 있는데 창작론에서 이것을 작품의 “종자”를 얻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한 알의 종자 즉 작은 씨앗에는 줄기와 뿌리, 이파리와 꽃 나아가 주렁진 열매까지 모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씨앗 한 알이 흙에 뿌려져 적당한 온도와 수분 그리고 햇빛을 받게 되면 움트고 자라나 강가에 흐드러진 버드나무나 하늘가에 닿는 낙락장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나무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나무 한 그루 서있습니다. 그 나무는 우리가 길가에서 산기슭에서 그리고 동네 어귀에서 무심코 만나던 나무와 별로 다를 바 없는 그냥 보통 나무입니다. 그런데 한 그루 나무를 그냥 나무로만 볼 수도 있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거기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시적 발견이고 시인의 몫입니다. 

어느날 시인의 눈에 수양버들 한 그루가 들어왔는데 이 한 그루 수수한 수양버들에서 시인은 그리운 고향을 보았고 가슴을 깊이 적시는 진지한 서정을 풀어 내었습니다. 바로 김성휘시인이 쓴 노래말 “수양버들”입니다. 

반갑게 맞아주고 바래여주는 / 마을 앞 수양버들 세월의 동무 / 세월은 흘러가도 변함이 없이 /고향을 지켜선 새파란 수양버들 

까치 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 친구들을 기다리는 고향의 동무 / 동구 밖 시냇물에 머리채 감고 /큰 길목을 바라보는 정다운 수양버들

고달프던 옛날은 없었던 듯이 / 새아침을 즐기는 마음의 동무 / 고향의 자랑을 한 몸에 안고 / 밤낮으로 춤추는 낭만의 수양버들

― 김성휘 작사, “수양버들” 전문

# 060 
고향의 수양버들은 이렇게 시인의 가슴속에 서려있는 많고 많은 말들을 우리의 귀가에 들려준다. 시인에게 선택되어 가사작품 속에 들어온 수양버들은 이렇게 “세월의 동무”, “고향의 동무”, “마음의 동무”가 되어 우리들을 정답게 맞아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한 그루 수양버들을 통하여 고향의 모습과 고향 사람들 그리고 고향의 깊은 정을 보고 느끼는 생생한 그림으로 만나게 됩니다. 고향은 어머니와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정답고 따듯한 말입니다. 고향, 이 한마디 말에서 우리는 한없는 그리움과 함께 가슴 깊이 전해지는 따사로움과 끝없이 차오르는 정겨움을 가득 느끼게 됩니다. 이 고향이란 부름 속에서 우리는 눈앞에 사과배꽃이 피어나는 언덕 아래 자리 잡은 새하얀 마을, 그리고 마을 앞에 펼쳐진 무연한 논벌과 그 기슭을 스치며 흘러가는 푸르른 강물 등 수많은 아름다운 그림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넘쳐나는 감정과 수많은 경물들을 7·5조와 3·4조의 3절 12행, 150자 남짓한 가사에 어떻게 모두 담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시인은 고향의 이 모든 것을 한 그루 “수양버들”이라는 이미지에 담아 표현해 내었습니다. 

이것은 시인이 나무에 대한 일상적 사고의 통념에서 벗어나 고향의 수양버들, 이 한 그루 나무를 새롭게 보는 관점에서 얻어낸 결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훌륭한 시인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반인과의 시각 차이로 단계화하여 구분한다면 다음과 같은 유형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양을 자세히 본다.

⑤ 나무속에서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양과 생명력의 상관관계를 본다.

⑦ 나무의 생명력이 뜻하는 의미와 사상을 본다.

⑧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⑨ 나무를 매개(媒介)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 061 
시인은 이렇게 아홉 가지 단계를 넘어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까지 내다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①부터 ④까지는 나무의 외형을 보는 것에 그치지만 ⑤에서 ⑦은 나무의 내면을 보는 시각으로 일상적, 상식적 차원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나무의 생명력이나 사상을 보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시인의 시선이 ⑧과 ⑨의 단계에 이르면 나무 건너편의 세계인 우주의 또 다른 삼라만상을 보게 됩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하여 또 다른 세계를 보고 그와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인에 의하여 이렇게 발견된 새로운 세계는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을 안겨주게 됩니다. 

이와 같이 창작자에게 있어서 본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보아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눈을 떠서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아직 예술가가 아닙니다. 당신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엔 훤히 보이는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람을 보는 눈을 가지는 것입니다. 

바람은 꽃잎을 흔들어 존재를 나타내고 깃발을 펄럭이어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언덕이 파랗게 물들어지면 봄바람의 아랫도리가 보이고 들판이 누렇게 물들어 가면 가을바람의 뒤 잔등이 보입니다. 바람은 제 곁의 다른 것을 흔들어 자기를 나타냅니다. 이 모두를 바로 보려면 우선 바람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바람의 무게, 바람의 향방, 바람의 색깔, 바람의 모양을 바로 알아보는 눈을 창작자는 반드시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좋은 노래말, 좋은 가사를 쓰는 비결입니다. 여기까지 오늘 강의내용입니다. 
경청 고맙습니다.

이어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많은 질의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6월 2일 화요일 20시                            ]

 

<석화(石華) 시인 약력>

중국 길림성 용정 출생. 중국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부, 한국 배재대학교 인문대학원 졸업.연변인민방송국 문학부 주임, 월간 《연변문학》 한국 서울지사 지사장 역임.현재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인민출판사 편집, 문학아카데미 “해란강문학성” 지도교수. 시집: 《나의 고백》, 《꽃의 의미》, 《세월의 귀》, 시선집 《연변》 등.

문학평론집: 《시와 삶의 대화》. 《김조규시문학연구》. 《윤동주대표시 해설과 감상》 등.번역저서: 《병법36계/ 전3권》. 《중국동화선집/ 전2권》. 《갈채하는 숲/ 한중대역시집》 등. 수상: 《천지문학상》, 《장백산문학상》. 《지용시문학상》, 《해외동포문학상》외 다수.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