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약력 : 연변대학조한문학원 비교문학연구소 소장‧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박사생 도사(导师), 연변작가협회 이사. [연구방향] : 중조일문학연구. [주요 강연 과정]: 글쓰기 기초, 문학 개론, 미학 개론, 문학 비평 방법론 등. [저서] : 2009년 조류와 한류의 비교문학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2009년 7월~2009년 12월) , 2015년 국가사회과학원기금 중점입찰사업 20세기 동아시아 항일서사정리 연구 자과제(子课题) 담당자 등 10부.
우상렬 약력 : 연변대학조한문학원 비교문학연구소 소장‧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박사생 도사(导师), 연변작가협회 이사. [연구방향] : 중조일문학연구. [주요 강연 과정]: 글쓰기 기초, 문학 개론, 미학 개론, 문학 비평 방법론 등. [저서] : 2009년 조류와 한류의 비교문학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2009년 7월~2009년 12월) , 2015년 국가사회과학원기금 중점입찰사업 20세기 동아시아 항일서사정리 연구 자과제(子课题) 담당자 등 10부.

18.작업복과 쌍글라스

김정일은 신비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비쳤다. 조선에 들어가기 전에 나한테 가장 신비하고 의문스러운 것은, 김정일은 왜 내내 잠바만 입지? 그리고 왜 쩍하면 쌍글라스를 끼지? 하는 것이었다. 옷이 없어 그러나, 눈 앓이를 해서 그러나? 그렇게 위대한 분이 옷은 없을리 없고 눈 앓이를 하면 곧 바로 낫도록 조처하겠는데… 조선에 들어가 좀 있을라니 나의 이 의문은 풀렸다. 

원래 김정일이 입고 있는 잠바는 그 무슨 멋으로 입는 잠바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업복이라는 것이다. 조선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위대한 장군님은 수령님의 전사된 영예 안고 하루에 서너시간 밖에 주무시지 않고 인민을 위하여 사업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자신이 내건 인민을 위해 복무함! 그 자체었다. 실로 불면불휴, 그러니 그 작업복 잠바 옷을 벗을 사이가 없다는 것이다. 외빈을 만날 때도 그 잠바옷을 벗어 버릴 수 없는 것은 그것 역시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감복되는 바가 있다. 김정일 그 자신은  예술적 감각이 뛰여 난 지라 사업 외 시간에 얼마든지 그 잠바보다 멋진 옷을 입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이 바쁘다 보니… 그리고 그 쌍글라스, 이것도 불면불휴의 사업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쉽게 풀이가 된다. 김정일 동지는 불면불휴하다 보니 수면 부족으로 항상 눈에 피줄이 서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일성 주석이 살아 계실 떄 주석께서 항상 김정일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시는 근심걱정을 덜어 드리기 위한 방편으로 쌍글라스를 끼게 되었는데 그것이 습관화되다 보니 계속 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참 수령과 전사의 관계로 놓고 볼 때는 더 없는 충성심이요, 부자간의 관계로 놓고 볼 때는 더 없는 효성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연을 안고 있는 김정일의 작업복과 쌍글라스는 조선인민을 더 없이 감동시킨다. 조선인민은 위대한 장군님 만세 만만세를 높이 부르며 장군님을 따라 배우자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너도나도 장군님 따라 배우기. 그래서 너도나도 잠바, 쌍글라스. 특히 한자리하는 사람은 기를 쓰고 잠바, 쌍글라스. 그런데 지하철 속에서도 쌍글라스를 끼는 그 광경은 좀 웃겨.


19.우리 식

남북 한국, 조선은 이혼한 어머니, 아버지 같다. 한국은 여성적인 유연함으로 실리를 잘 챙기고 조선은 남성적인 꿋꿋함으로 국제정치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좀 호들갑스럽고 불안정하다. 서로 물고 뜯는 난장판인 감을 주기도 한다. 이른 바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 정치의 생리인지도 모른다. 조선의 정치 좀 경직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일관되고 안정된 감을 준다. 그리고 우리식 특색이 있는 듯하다. 조선에서 스스로 가장 많이 외우는 말도 우리 식.

조선의 대동강변에는 주체사상탑이 우뚝 솟아있다. 170여 미터의 탑꼭대기에는 주체의 홰불이 타오르고 있다. 1920년대 김일성주석이 주체사상을 창시할 때 그 기본 출발점의 하나가 바로 사대주의를 반대하는 것이었다. 조선은 지정학적으로 대국들 사이에 끼여 있으므로 큰 나라에 가 붙는 사대주의정치를 많이 해 왔다. 결국 사대주의는 망국의 화근의 하나로 되여 왔다. 그래서 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체적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 온 조선.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우리 식대로 해결하자는 주대를 세운 조선. 사회주의를 해도 우리 식 사회주의!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 이는 국가의 기본 방침, 정책, 로선. 불렉가담운동이 세계를 휩쓸 때 블렉불가담운동의 선구자, 리드격을 해 온 조선. 구소련으로부터 서브 즉 사회주의 경제권가담 압력이 가해 올 때도 조선은 제일 먼저 반대해 나서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자력갱생의 자립적 경제건설노선을 견지해 왔다. 구소련이 무너지며 동유럽이 따라 무너지도 조선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그래도 일정한 자립적 경제기반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 국방에서의 자위는 전민 군대화, 전국 요새화에 인민군대의 일당백의 기세로 확보. 그리고 현재 김정일시대는 先軍정치 즉 군을 첫자리에 놓고 내세우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군에 의거하는 통치술로 나타난다.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의 튼튼한 바탕을 닦아 놓았기에 조선은 국제정치무대에서 자기 할 소리를 하며 초강대국들과도 맞설 수 있다. 너네 사회주의 다 포기하면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사회주의 더 한다는 조선의 배짱. 사회주의는 우리꺼야,  사회주의 내 나라 좋아, 노래 소리 더 높게 울려 퍼지는 조선. 그리고 1992년 세계를 진감한 유명한 평양선언. 나에게서 변화를 바라지 말라! 조선은 명실공히 사회주의의 중심보루가 되였다. 세계혁명까지 떠메고 나가고 있다. 

우리 식은 강한 민족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단일민족인 조선에 있어서 이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높이 발양하자!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 조선 평양시내에 공공연하게 내건 구호들.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높이 발양(發揚)하고 조선을 위하여 배우면 그것은 자연히 우리 식의 민족주의로 나타나게 된다. 오늘날 글로벌시대에 까딱 잘 못하면 상실하기 쉬운 민족주의이기에 좀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도 무방할 줄로 안다. 

우리 식, 따져보면 사회주의와 민족주의가 갈무리된 것. 오늘날 조선에서 내건 강성대국건설도 이런 우리 식에서 벗어나지 않음.

우리 식대로 살아가자! 조선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외우는 구호. 그러나 이 이면에 나의 식이 없는 아쉬움도 있음. 그리고 우리 식은 내실을 기해야 되. 강성대국건설, 좋아! 그런데 강성대국건설, 너무 우리 식대로 해서는 안 되. 글로벌시대 국제룰에도 좀 맞추야 되. 나진, 선봉 좋은 한 모델. 좀 늦기는 해도. 좋은 일, 늦었어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거늘. 가자! 나진, 선봉으로.


20.선군정치

평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저어기 놀란 것은 군대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띠이는 것. 나이 지긋한 아저씨군인, 새파란 젊은 군인, 엉치큰 아줌마군인, 날씬한 처녀군인… 도처에 군인, 군인천지. 좀 이상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김정일이 한국의 박정희로부터 행해 내려 온 군바리정치와 비슷한 先軍정치를 펴고 있는 지라 너도나도 군대… 선군정치는 말 그대로 무엇이나 군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지라 그 만큼 대우도 따라 가는 것이었다. 군바리들이 살아나는 세상. 그러니 배고프고 어려운 때라 군에 가는 것이 여러 모로 보아 상책이다. 출세가도도 군에 있음. 물론 조선에 있어서 누구나 다 이런 실리 차원에서 군에 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 갔을 때 우리를 안내한 그 깜찍하고 귀여운 인민학교(초등학교) 여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앞으로 커서 무엇이 되지요?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군인이 되겠다고 했다. 이들 순진한 인민학교 여학생들은 어디까지나 철천지 원쑤 미제를 쳐부시고 조국을 보위하겠다는 그 순수한 정열에 들떠 군인을 선망했을 것이다. 조선에서는 실로 군바리들이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로 되고 있다. 그래서 처녀들이 대상자 선발 리스트 1호로 꼽는 것도 이 군바리들이다. 상이군인이 되어 제대되는 영예군인들한테도 처녀들 시집을 잘 간다. 그리고 군인부부, 군인부자, 군인형제 내지는 온 가족이 군인인 군인가족도 많다. 조선은 워낙 냉전의 최전방에 있은 지라 김일성주석 때로부터 군을 중시해 왔다. 전군현대화,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 그리고 일당백 등 구호들을 높이 웨쳤다. 그러다가 전 세기 90년대에 들어서 조선의 핵문제, 미사일문제가 터지면서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다 보니 군을 더 강화하게 되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속되는 자연재해 등으로 말미암아 이른 바 고난의 행군으로 들어서면서 정치형태를 완전히 군사체제로 바꿔 본격적으로 선군정치를 내 걸었다. 이른 바 총대중심. 배급체계가 마비되고 인민들 마음이 뒤흔들릴 떄 국내모순을 대외모순으로 돌릴 수 있는 이 선군정치는 그 어느 정치형태보다도 제격인 줄로 안다. 김정일은 확실히 이 면에서 정치원로가 되기에 손색없다. 

조선에서는 김정일을 선군정치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신분에 어울리게 장군님으로 칭하고 있다. 말하자면 장군님이 김정일의 대명사로 되고 있다. 그리고 전민은 실로 장군님의 전사인 만큼 모두들 군사편제에 속해 있다. 이를테면 학교에서까지 몇대대 몇중대 몇소대하는 식으로 짜여 있다. 나는 평양시내를 거닐다가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런 간판을 들고 보무당당히 걸어 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았다. 그리고 공장, 기업소마다에도 무슨 공장이요, 기업소요 하는 간판은 보이지 않어도 무슨 전투장, 돌격대, 근위대(친위대), 총진격하는 글발은 쉽게 눈에 띤다. 조선사람들은 자기가 출근하는 직장이나 일터를 전투장, 자기들(특히 청년들)은 돌격대, 근위대라고 잘 칭하며 총진격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대학교수들도 쩍 하면 하는 소리가 소논문 전투를 벌립시다, 학위논문 전투를 벌립시다이다. 그리고 그 말투도 한국사람들처럼 무슨 「…다만」 식으로 복잡하게 에둘러하는 것이 아니라 1이면 1, 2면 2식으로 단순하게 직방배기로 한다. 시원시원한 맛이 있다.

조선사람들은 이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군대식으로 변해 있다. 조선에서 누구나 다 공감하는 「위대한 장군님만 계시면 우리는 이긴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등 구호들은 사실 군인들에게 들어맞는 구호들이다. 무조건적인 믿음과 강한 의지가 내비치는 군인들의 기상 그 자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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