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시인

위챗에 실린 후 며칠 만에 3만 번 이상 구독한 시...허창렬 시인은 "오늘도 누군가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삶의 눈길 따라 움직이는 뜨거운 가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허인 약력 : 본명 허창렬. 시인, 평론가. 기자/편집 역임. 재한동포문인협회 전부회장. 동포문학 시부문 대상 등 수상 다수.
허인 약력 : 본명 허창렬. 시인, 평론가. 기자/편집 역임. 재한동포문인협회 전부회장. 동포문학 시부문 대상 등 수상 다수.

1

 

나는 살아 죽어야 하리
이 나라 이 땅에
개구쟁이처럼 쑥부쟁이처럼
가난에 목 메인 웃음
신들메로 꼬옥 조이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들로 산으로 그렇게 떠나 가리!
구려하 칠백리 료동벌은
삼학사의 통곡소리련가?
백암성 오홀골성 소쩍새 울음소리는
뼈에서 짜낸 휘파람소리련가?
선친들이 일구놓은
밭고랑 떠나 나는 구름으로
먼 곳을 떠나간다


2

 

한치의 제땅도 없는 내 인생에
진달래꽃이 활짝 핀다
아리랑꽃이 활짝 핀다
눈물은 사치한것,
뒤돌아 보면
위나암성 성벽에는
류혈이 랑자하구나! 누가
우리를 쪽박 차고
두만강 건너 압록강 건너
살길 찾아 떠나온
월강 민족이라 하였던가?
어디에 살던 우리네
가락에 덩실덩실
우리네 정서에 훈민정음이
뼈속까지 법글로
새겨진 중국 조선족


3


어디에서 어떻게 살던
내 이름 석자에 조상의
얼이 깃들어 있으면 그만
어디에서 무얼하며 살던
만나면 반가워
서로 어깨 부둥켜 안고
김치에 막걸이에
진한 정 짠하게 나누면 그만
생성사멸의 인생
두만강 기슭의 자갈돌이면
어떠하리 압록강 기슭의
이름모를 물새면 또 어떠하리?
봄이 오면 새 울음소리에
씨앗 뿌리고
가을이면 도리깨 높이
쳐들어 하늘을 타작하던
우리는 중국 조선족


4

 

너무 멀리는 가지마라
갔던 길 되돌아 올수 있게끔
길섶에 봉선화며
진달래꽃 뿌리며 가자
백합이 만개할 무렵
고향이 그리워
친구가 그리워
인정이 그리워
엄마가 그리워
아빠가 그리워
고향으로 되돌아 올적에
갔던 길에 꽃내음
맡으며 길 잃지 않게끔


5

 

올망졸망 강기슭 따라
오손도손 모여앉았던
하얀 초가집이 쓰러진다
아버님의 연자방아
디딤돌위에 잡초가 무성하다
내 고향은 컴퓨터 마우스로
이제 말끔히 지워야 하나?
품생품사 품두논족
난 이제 내 이름에
금빛 도금해야 떠떳이
살수가 있나?


6

 

남에 가면 조선족
북에 가면 동포
이률배반의 어설픈 명작ㅡ
동질의 이질감에
상처만 깊게 패인다
백년도 채 못 사는 인생
뭘 바라고 네것 내것
그렇게 알뜰히 따져왔던가?
돌아서면 언제나
슬며시 따라와 내곁에 서는
너는 나의 그림자
나는 너의 구름
한송이ㅡ

 

7

 

연변에 살아도 좋다
료녕에 살아도 좋다
흑룡강에 살아도 좋다
이 세상 그 어디에 살아도 좋다
만나면 반갑게 두 손
덥썩 잡고 알싸한 된장국에
술 한잔씩 털어 넣고
아리랑에 쓰리랑
눈물 딲으면 너는 조선족
이 나라 이 땅에
무궁화 꽃이 아닌
개나리 천지꽃이라도 좋다
북경에서 만나도
상해에서 만나도
서울에서 만나도
뉴욕에서 만나도
품생품사 품두논족
우리는 중국 조선족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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