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문봉 박사과정

신문봉 약력 : 고향은 연변. 재산조선족작가협회 사무총장,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사무국장.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 밟고 있음.
신문봉 약력 : 고향은 연변. 재산조선족작가협회 사무총장,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사무국장.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 밟고 있음.

세상에는 잘생긴 얼굴과 못생긴 얼굴이 있다. 서럽지만 현실이 그렇단다. 물론 나라마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잘생김’의 기준은 좀씩 다르고 또 변해간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잘생긴 얼굴인데 이상하게 매력 없는 사람이 있고, 분명 못생긴 얼굴인데 신기하게도 매력 있는 사람이 간혹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우리가 얼굴과 표정을 혼돈했기 때문이다.

얼굴과 표정은 별개다. 얼굴에도 잘생김과 못생김이 있다면 표정에도 잘생긴 표정과 못생긴 표정이 있어야 마땅하다. 얼굴은 동물들도 있지만, 표정은 인간만 갖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 표정을 갖고 있을까? 그건 인간만이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의미를 산생하고 저장하고 전달할 수 있다. 그러니 표정이란 결국 이처럼 머릿속에 저장한 의미가 겉으로 드러난 결과물인 셈이다.

사람들은 가끔 “실물이 사진보다 좋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혹은 “실물이 훨씬 분위기 있네요”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사진은 주로 그 사람의 얼굴을 찍지만, 현실에서는 주로 그 사람의 표정을 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현실 만남에서는 우리는 그 사람의 의미와 접촉하게 된다. 물론 만나게 될 그 사람뿐 아니라 나 역시도 하나의 의미덩어리이다. 그러니 서로 잘만 만난다면 의미와 의미가 맞닿으면서 미묘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공부하면 잘생겨진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이 우스갯소리로 못생겼으면 공부라도 열심히 하랬다. 공부의 과정은 결국 외부의 의미를 내 머릿속에 집어넣는 과정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 의미가 머릿속에서 생경하게 남아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생경하던 의미들은 나만의 지혜로 숙성되고 다시 고급진 의미로 겉에 드러나면서 표정 개선의 효과에 이른다. 그러니 공부가 <표정 성형>인 것도 그렇게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이젠 조금 어두운 얘기를 해보자. 그렇다면 무작정 머릿속의 의미가 많아지면 좋을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슬프게도 세월이 지나면 얼굴도 늙어가지만 표정도 함께 일그러지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머릿속의 의미들이 고도비만에 빠지거나 병드는 상황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될수록 경험은 많아지고 생각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의미가 쌓이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지만, 관건은 의미의 부피보단 구조가 건강해야 하는데,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 마음의 상처, 콤플렉스 등은 모두 이런 구조를 망가뜨리기에 일쑤다. 그러니 정신은 차차 건강을 잃어가고 표정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 결국 잘생겼던 표정은 다 지나간 옛말이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주 부러워한다. 요새는 아이들도 996근무제 못지 않게 살인적인 과제에 치여서 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워하는 것은 아마도 아이들의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웃어도 밝게 웃고, 울어도 맑지게 운다. 결국 어른들이 부러워하는 건 아이들의 표정이다.

얼굴이야 세월에 맡기고 이제 다시 잘생긴 표정으로 돌아가자. 그러기 위해서는 <표정 헬스>를 시작해야 한다. 고도비만인 의미는 다이어트에 들어가고, 깡마른 의미라면 멸치 탈출을 위한 벌크업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웃자. 결국 웃음만이 복근 제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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