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시인

김택 프로필 : 본명 림금철,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한 동포문인협회 부회장,한국 문인협회 회원,연변문학 문학상, 백두아동문학상, 동포 문학 대상 등 수상.동시집"이슬",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 출판.
김택 프로필 : 본명 림금철,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한 동포문인협회 부회장,한국 문인협회 회원,연변문학 문학상, 백두아동문학상, 동포 문학 대상 등 수상.동시집"이슬",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 출판.

 

새 아파트와 동백꽃

 

넓은 아파트

따스한 밥상

크지 않은 글라스에

술이 담긴다

 

한라산의 눈꽃이

앞창열고 들어와

그 안에 차갑게 눕는다

 

바다가 보낸

갈매기의 슬픈 울음소리도

뒤창으로 들어와

그 안에서 쿨쩍 쿨쩍

 

겨우내 추위에 떨던 얘기

집 없는 떠돌이 신세 타령

글라스는 눈을 질끔 감고

마셔 버렸다

백룡담같이 파인 가슴에

동백꽃이 피였다

 

-제주도 외도동에서

 

아버지

 

이 자리에

뿌리 내리기까지

두 발 부서져 잔 돌 되고

모래 되였어도

몸과 마음은 끄떡

흔들리지 않은

바닷가의 바위는

가라앉지 않고

바다를 헤염쳐 왔다

 

파도가 살점을

갉아먹어도

기색 하나 변하지 않고

머리에 새 한마리 얹어놓고

멀리 두고 온 고향

그립고 그리워도

맘속에만 묻고

울음도 속으로만 울었다

 

밤이면 외로움 덮고 자다가

갈매기 무리지어 날아들 때면

물우에 둥둥 떠오르는

빨간 아침 공을 받아 먹으며.

 

 

고독 10

 

11

문 열기 바쁘게

논밭의 검정주단이

나의 집에 뛰여든다

 

나는 그 위에

고독을 켜놓고

그리움을 잠 재운다

이따금씩 들리는 앓음소리

 

차가운 식탁 모퉁이에

자연스레 놓여진 술잔은

이빨이 빠진채로

메마르고 있다

 

베란다에서 굶주리던

퀴퀴한 홀애비 냄새는

소리없이 안전화 속으로

드나들며 밤참을 찾고

 

흐르는 세월소리만

똑딱 똑딱

아직 살아서

나의 가슴을 누른다

 

4시간의 밤은 왜

이리도 긴지

망치를 베고

잠을 재촉하는 밤이여!

 

충북 덕산에서

 

꽃을 찿아

 

꽃이 고와 천리 길

꽃이 그리워 만리 길

이제야 겨우

꽃잎을 만났네

꽃잎에 앉았네

꽃잎은 흔들 흔들

차가웁고

꽃잎은 파란 톱날로

나를 찌르네

 

머리들어 바라보니

꽃은 하냥 웃고 있고

머리돌려 냄새 맡으니

꽃은 그 고운 향으로

나를 죽이려

칼을 갈고 있네

 

칼 아래에 목을 들이밀고

뜨거운 이슬 반짝이며

다시 꽃을 바라보니

그 순간에도 꽃은

아름답고 향기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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