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시인

이혜선 시인 (약력 하단 참조)
이혜선 시인 (약력 하단 참조)

사람의 마을           

 

산은 고단한 귀를 접고
순한 짐승이 되어 엎드렸다
웅크린 발치에서
따뜻한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기슭에
사타구니에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품었다

등짐을 지고 어깨로 어둠을 밀며
고샅길로 들어서는 발자국 하나

동네 맨 끝집에서
누렁이가 낑낑 꼬리치는 소리
처마 끝에 등불이 높게 내걸린다

사람의 마을에는 하나둘 불이 켜진다
불빛이 어둠옷을 입고 점점 밝게 살아난다

 

웃음대포          

 

암사동 양지시장 들머리 좁은 골목에
털모자 둘러쓴 뻥튀기 아줌마
아침해가 떠오르면
뻥! 뻥! 대포를 쏘아올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둥근 뻥튀기통 속에서
아침 해가 따뜻하게 익어간다
웃음알갱이들 하얗게 부풀어간다
긴 푸대자루 속에서 와르르 쏟아진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골목 저만치 물러섰던 동네아이들 우우 몰려와
흩어진 알갱이 다투어 집어 먹는다
미어지게 불룩한 볼따귀마다
더 크게 부푼 웃음덩이를 쏟아낸다

날마다 해를 향해 웃음대포 쏘아 올리는 암사동
선사유적지 마당에
벌거숭이 아이들이  햇살옷을 입고 달려나온다

 

이혜선李惠仙 약력

1981년『시문학』천료. 시인.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문체부 문학진흥정책위원. 시집『흘린 술이 반이다』『운문호일雲門好日』『새소리 택배』등. 저서『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문학과 꿈의 변용』등. 윤동주문학상, 예총예술문화대상, 동국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상(평론) 외 다수 수상. 세종우수도서 선정(2016). 동국대 외래 교수역임.
⟪현대향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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