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시인

 

김인덕 약력 :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졸업. 선후하여 도문시문화관 문학보도원, 부관장, 연변인민방송국, 연변일보사 문화부 주임,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 근무, 현재 《연변문학》잡지사 상무부주필. 시, 수필, 실화문학, 가사 등 문학쟝르 320여편 발표, 《연변일보》해란강문학상, 《길림신문》장백산문학상, 《연변문학》문학상, 《도라지》문학상, 길림성정부 장백산문예상 등 30여차 수상. 수필집 《산을 좋아하는 리유》 등 3부 저서 출판, 《당시 300수》, 《송사 300수》, 장편소설 《춘향》(김인순 저), 장편소설 《지압사》(비필우 저) 등 10여부 번역도서 출판.
김인덕 약력 :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졸업. 선후하여 도문시문화관 문학보도원, 부관장, 연변인민방송국, 연변일보사 문화부 주임,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 근무, 현재 《연변문학》잡지사 상무부주필. 시, 수필, 실화문학, 가사 등 문학쟝르 320여편 발표, 《연변일보》해란강문학상, 《길림신문》장백산문학상, 《연변문학》문학상, 《도라지》문학상, 길림성정부 장백산문예상 등 30여차 수상. 수필집 《산을 좋아하는 리유》 등 3부 저서 출판, 《당시 300수》, 《송사 300수》, 장편소설 《춘향》(김인순 저), 장편소설 《지압사》(비필우 저) 등 10여부 번역도서 출판.

 

 

꽃에 정겨운 눈길 오래 보낼 일이다

꽃에 따스한 손길로 온기 전할 일이다

 

꽃은

감사한 마음에

옷깃에 향기 듬뿍 실어주고

고운 눈망울로 먼길 바래주더라

 

걷는 내내 발길이 가볍더라

휘파람이 절로 나더라

 

 

나무

 

 

그 연약한 살점으로

손과 발이 갈갈이 갈라지도록

뿌리를 내리는 것은

뿌리의 깊이만큼

몸이 단단해지고

그림자가 똑바로 서게 됨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사나운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자기 몸의 곁가지를 사정없이 쳐내는 것은

락락장송이 되기 위한 시련의 과정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뿌리가 인내한 어둠의 깊이만큼

잎사귀는 푸르고 무성하고

그늘은 서늘하다

 

들이키는 것은 혼탁한 공기요

내뿜는 것은 신선한 산소라

우리네 인생도

나무를 닮을 일이다

 

 

흰 머리카락

 

 

젊은 시절엔

흰 머리 한올이라도 보이면

내 인생에 끼여든 잡놈 쯤으로 알고

보이는 족족 사정없이 뽑아버렸다

 

어느 때부터인가

더는 한올한올 뽑을 수 없을 만큼

흰 머리카락 무더기로 보일 때

마침내 인생이란 서로 상반되는 것의

동행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것도

미움이라는 것도

모두다 그러한 이치이리라

 

 

그리움

 

 

온종일 나비떼가

내 몸 밖으로 빠져나갔어

 

더러는 여유롭게

새벽 풀꽃에 취하고

더러는 감당하기 힘든

저녁노을로 승천하고

더러는 별무리처럼 돌아와

비수처럼 깊숙이

내 가슴에 꽂힌다

 

나는 온종일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오색찬연한 나비를

울컥울컥 토한다

 

 

살구꽃이 폈으니

 

 

살구꽃이 폈으니

우르르 술 마시러 가기오

당신의 친구의 친구라도 괜찮소

 

살구꽃 나무 아래서

술잔에 꽃잎 띄워

술 거나하게 마시다보면

꽃보다 더 예쁠 게 아니겠소

 

살구꽃보다 더 많은

지난일들을 안주 삼아

우리 다 같이 어우러져

거나하게 마시다보면

우리도 한창

꽃철이 아니겠소

 

 

연필

 

 

살점을 뭉텅뭉텅 뜯기우고

뼈까지 깍이우는 고통을 겪으면서

누군가의 살점이 되고

또 누군가의 든근한 뼈가 되면서

점점 본연의 모습을 잃은 채

버려질 운명의 꽁다리로 남지만

귀감의 작은 거인으로

우뚝 솟는 연필 한자루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연필이 되고 싶다

 

 

 

 

아무리 하찮은 꽃이라도

안으로 안으로 피는 꽃은 없다

 

못난 내 청춘

서럽고 또 서러워도

꽃은 결국

서러움을 안으로 안으로 삼키면서

세상을 향해

구름처럼 피어난다

 

 

림장마을 외딴집

 

 

바람벽엔 추상화인양

새똥이 어지럽게 발려있고

주인이 심어놓은

울타리 밖의 나리꽃은

낯선 손님의 등장에

고개를 꺾어 한결 붉다

 

문이 열린 빈집엔

주인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화면이 비탈리고 흐려지는

중고텔레비죤에서는

세련된 아나운서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이야기를

주절주절 엮어댄다

 

새들은 듣는 이 하나 없는

부질없는 노래를 멈추고

숲속에 몸을 숨긴 지 오래고

숲으로 짓쳐가던 바람은

수림에 막혀 힘없이 물러선다

 

이윽고

거쿨진 몸집의 주인장이

고요의 심연을 닮은 듯한

팔뚝 만한 초어 한마리 들고

집마당에 들어선다

 

—오늘 하루밤 묵고 갈 거지요.

술도 있고 방금 잡은 초어도 있어요

—돌아갈지, 묵어갈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거든요

—하하, 여기서는 생각이 많으면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거든요

 

뒤산에 무심히 서있던 잣나무가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아무 미련도 없이

나무가지 하나를 탈락시킨다

 

 

와인잔의 고백

 

 

부드러운 너의 손으로

잘록한 나의 허리를 꼭 감싸쥘 때

너의 부드러운 입술로

내 입술을 감미롭게 감빨 때

난 천하에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깨지지 말아야지

금마저 가지 말아야지

하체가 약한 큰 키에

흔들리지도 못하는

전전긍긍 숨막히는 나의 삶

 

정말이지

산산이 조각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깃털

 

 

모든

가벼운 것은

젖으면 날지 못하지

바람이 없으면 땅에 가라앉지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

 

 

행복의 의미

 

 

어려서 간식은 먹지 못했지만

한끼도 굶은 적은 없습니다

 

일자무식인 부모 만났지만

공부는 하고 싶은 만큼은 했습니다

 

흔한 장자 돌림 가진 적 없지만

량심 어기고 욕심 부린적 없습니다

 

단상에 올라 연설한 적은 없지만

마음을 담은 글은 많이 썼습니다

 

집안을 털면 먼지 뿐이겠지만

마음이 넉넉한 친구는 여럿입니다

 

고대광실은 갖지 못했어도

한몸 뉘일 자리는 넉넉합니다

 

운동건장처럼 단단하지 못해도

그런대로 무탈하게 살았습니다

 

경국지색은 얻지 못했어도

믿음 하나로 오늘까지 살았습니다

 

세상을 놀랠 업적 쌓은 적 없지만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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