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학과 시' 제7호에 게재

草夢 리문호 시인

 

이문호: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 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KBS성립 45주년과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망향시 우수상 두 차례 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료녕성 작가협회 회원,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역임. 심양 시조문학회 부회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 '다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 시선집(리문호편찬)'가 있음.
이문호: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 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KBS성립 45주년과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망향시 우수상 두 차례 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료녕성 작가협회 회원,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역임. 심양 시조문학회 부회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 '다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 시선집(리문호편찬)'가 있음.

 

Z님 :
먼저 명상 시를 말하기 전에 시 현상에 대해 말해보려 해요.
시란 시인의 영감 활동을 언어로 기록해 놓은 것이에요. 여기서 영감이란 시인 자신이 신격화(神格化)되는 감수에 도취되는 것을 말하지요. 시인은 언제나 자기를 모든 사물의 신으로 대변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그래서 시를 쓸 때 시인은 영(靈)적 영역에 진입하지요

그럼 영감이란 무엇일까요?  영감을 말하기엔 너무 길어 질 것 같아서 간단히 말할게요, 사람에게는 다른 동물과 달리 영혼이 있는 고급 동물이에요. 사람에게 영혼이 왜서 존재하고 어떻게 존재하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고 있어요. 다만 680억 개의 신경원(神經元)과 교질 세포로 구성된 뇌조직의 활동에 나타나는 일종 초 물질적인 정신의 주파현상이지요. 그 주파는 진폭과 장단의 특성을 같고 있어요, 시인에게 이런 주파는 음율이 되고 음악이 되지요. 시를 쓰는 것은 바로 이런 내재적 주파를 언어로 기록해 놓은 것이에요

우리는 오감을 통해 객관 사물을 인식하고 인지하지요 또한 이 인지 기능을 통해 이해, 추리 판단하여 뇌에 기억하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기억되지 않은 감각은 잠재의식으로 되지요. 기억이란 이미지 기억, 원리(철학, 론리, 도덕 등)기억, 언어(수자포함) 기억, 시간과 공간. 감정 기억, 등 다방면의 기억인데 이 기억이 바로 지식, 체험이에요 기억적 바탕이 그리고 이 기억으로 다시 객관을 관찰하고 느낌을 얻고 환상, 상상 등 영적 활동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 창조하지요.  . 

문자와 언어는 통감을 통한 체험(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체험)과 갈라 놓을 수 없지요. 예를 든다면 <달다>,<쓰다> ,<맵다>, 하는 단어를 우리가 기억 할 때는 미각적 체험을 통해 부동한 미각 신경 주파로 기억하지요 모든 물체는 고유 주파가 있는데 우리는 미각으로 그의 주파를 감지해 신경원을 자극하면서 기억하지요. 기억 역시 사물의 고유주파를 기억하는 것이에요. <노랗다>, <붉다>, <푸르다> 하는 것은 시각적 체험을 통해 부동한 시신경 주파로 기억하지요 청각 후각 촉감도 마찬가지 체험이에요, 그런데 체험을 통해 기억한 지식, 혹은 문자와 언어가 풍부할수록 객관에 사물에 대한 관찰과 인지 능력이 강하고 풍부해지며 창조적 상상력이 풍부해지지요. 이를 지능이라 해요,

화가의 사유와 표달 공구는 선, 점, 알료로 원근감, 명암감 기법을 나타내지만 시인은 문자와 언어로 의상, 의경 등 이미지를 나타내요. 하기에 시가 좋으려면 형상사유의 공구인 언어가 풍부해야 해요. 언어는 체험적 기억을 통해 기억되고 시를 쓸 때는 그 기억들이 다시 오관에 작용 되어 완성되지요 특히 시각적 이미지가 주요하게 작용하지요, 예를 들어 현대 시 창작에서는 청각적 이미지를 시각적 이미지로 변형될 경우 <푸른 종소리>, <붉은 울음> 등 미각, 후각, 촉각 등 감각 기능을 변형시키지요,. 이는 시인의 영적 활동에 의하여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시를 알자면 먼저 문자와 언어에 대하여 약간 말하려 해요, 문자는 최초로 표기나 표적으로부터 발전했어요, 산속을 들어갈 때 길을 잃지 안기 위해 나무에다 기호를 새겨 넣지요, 집에 가축이 몇 마리인가 바람벽이나 나무에 기호를 새겨 넣어요. 만약 양을 기록하려면 양 모양새를 그리고 금을 그어 놓아요. 이런 기호들이 발전하여 상형문자 즉 표의 문자, 표음 문자로 발전했지요. 현대 어떤 시론에서는 언어의 의미를 최소화하여 기호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우리 민족어는 표의문자 한자어와 우리 고유의 언어 낱말로 구성 되였어요. 그리고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 외래어가 많이 끼여 들고 있어요. 그래서 시어사용에도 많은 혼돈을 일으키지요. 우리 민족에게 가장 통탄스런 일은 1933년 조선언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내면서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고 세운 원칙이 우리의 아름다운 고유어 유산이 상실되기 시작했어요. 만약 낱말이 그대로 계승 보존 되였다면 우리의 시는 더욱 입체적으로 풍부하고 아름다울지 몰라요. 언어 상실로 인해 백석의 시를 보면 어떤 낱말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언어는 사유의 공구인 만큼 언어가 부족하면 좋은 시를 쓸 수가 없지요 

Z님 : 아래 명상시를 말해보려 해요
시인이 시를 쓸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하나는 <흥(兴)>에 겨워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명상에 잠겨 쓰지요. <흥>은 현장감에서 일어나는 정서이고 명상은 정(靜)적 환경에서 일어 나는 정서이지요. 그러나 저는 시를 쓰는 과정은 대부분 예술적 명상사유에서 완성된다고 봅니다 명상사유의 핵심은 영적 활동입니다, 즉 형상사유의 이미지는 기억된 상상 속의 이미지로 자기의 관념을 형상적으로 재현하거나 혹은 현존환경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나 허상, 환상, 감각화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방에 앉아서 형상사유를 통해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나를 그려 넣어 누구와 만나 산책하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즉 시간적 공간적으로 부동한 기억적 이미지를 연상하여 재 창조해 머리 속에 아름다움을 떠 올리게 합니다. 시인의 상상은 언제나 현실의 미를 초월하지요.

명상 사유는 정(靜)적 환경에서 이루어 집니다, 즉 고적, 고독한 그리고 아늑하고 고요한 환경입니다. 저의 창작 경험으로 보면 명상 시에는 의념( 意念)적 명상, 의상( 意象)적 명상, 의경(意境)적 명상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래에 이 몇 가지 방면으로 명상 시를 말해보려 해요.
 
Z님:  의념(意念)적 명상이란 시인의 상상이 시간적 공간적 어는 시점에 머물어 기를 모아 염원을 기원하는 시지요. 사랑 시, 상사(相思)시, 축원 시, 송시, 기도 시, 그리고 저항 시, 참여 시, 저주 시, 라 생각하지요. 이런 시는 대방을 자기의 의도로 움직이고 개변시키려는 염원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참여시는 시인이 같고 있는 사상과 주장으로 객관 사회현상에 대한 격렬한 감정 의식을 시화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한국의 저항 시인으로 유명한 서은 문병란 시인의 시 <계란으로 바위를 치던 날>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오늘도 바보가 던지는 계란탄 속에서/ 아직도 민주주의는 보약이다/자유, 자유, 그것은 지랄탄을 이기는 / 민주탄이다, 눈물탄이다! > 이 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항쟁하는 참여 시로 격정에 잠긴 시지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진폭이 크고 파장이 짧아 긴박감을 안겨 주는 시 이지요. <온 몸으로 시대를 끌어 안은 시인>, <화염병 대신 시를 던진 한국의 저항 시인>으로 의기가 넘치는 시인이지요, 이런 시는 의념적 명상에 의한 격앙된 정서가 뒷바침한 시라 보아야지요
사랑에 대한 의념적 명상 시는 <시학과 시> 여름호 6호에 발표된 지향옥 시인의 <내속의 진주>를 예들 수 있습니다.
 
태초의 깊은 바다
암흑 속에서
두 팔 벌린
한 아름 기다림
 
내 님 언제 오시려나
죽도록
아니, 죽을 만큼
사랑하고 싶어
 
세파의 파도에
온 몸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끝 없는 그리움
억겁의 세월
기다림 속
눈물이 굳어지고
슬픔이 굳어져
 
처절한 아픔의 빛을 품은
오색영롱한 진주 하나가
내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지향옥 시 <내 속의 진주> 전문,(시학과 시) 6호
 
이 시가 의념 시 속하는 이유는 화자의 내심의 시적 에너지를 진주조개라는 상관물에 집중시켜 사랑에 대한 갈망을 진술 했다는 점입니다. 진주 조개는 속살에 모래알이 끼였을 때 고통스러워 하며 진액을 분비하여 진주를 만듭니다. 그래서 한아름 기다림이 죽을 만큼 그리움으로, 억겁의 세월에 눈물이 굳어지고 슬픔이 굳어지며 오색영롱한 진주가 <내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라고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측하건대 초연의 아픔이나 사랑의 아픔을 체험한 분만이 쓸 수 있습니다
의념 명상시에 은유와 상징법으로 쓴 시를 예 든다면 변리영 시조 시인의 시조 <별은 내게 가까이>입니다.

무수한 작은 별들 가슴에 담았어도
가슴이 울컥하는 별 하나 기다린다
언젠간 심연을 뚫고 북광처럼 오겠지
                   
 변리영 시조<별은 내 가까이> 전문
 
<시학과 시> 6호에 조명된 벼리영 시조 시들이 말해주다 싶이 시조는 정형시로 율격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내용과 풍격은 고전적 전통 시와는 다른 많은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무달고(詩無達詁)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모호성이라 하는데 모호성은 예술적 층차를 풍부하게 해줍니다. 즉 시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경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또는 한 수의 시에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별은 무슨 의념을 제시 할까요? 또 북광은 무엇을 의념 했을 까요 ? 시인은 가슴이 울컥하는 별 하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북광처럼, 이 기다림은 사랑일까요 아니면 심중의 어떤 염원일까요. 읽는 독자의 이해와 감성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더 해석하면 시를 읽는 흥취를 저하할 뿐입니다 이런 시는 읽는 묘미와 여운이 있습니다 이런 시는 <흥>이 아니라 명상으로 이뤄집니다

모든 시는 시인의 정신력의 표현입니다. 즉 영적 표현입니다. 의념시는 의념력 명상에 의하여 표현됩니다. 시인은 자기의 가치관과 사상으로 세상을 개변하려 할 때 이런 의념 시를 쓰게 됩니다 여기에서 시인의 심리 건강이 중요 하지요. 분노,, 슬픔, 저주를 표현하면 마음이 후련하고 상쾌하지요. 하지만 시인의 염원과 현실은 언제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과도한 염원에 집착한다면 조급성을 느낀다면 오히려 시인의 심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우울증. 정신 분열증에 걸릴 수있으며 심지어 자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인들이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념이란 기공사 들이 많이 수련하는데 주화입마(走火入魔)란 말이 있습니다. 하기에 의념 명상시는 시인의 심리 상태가 중요합니다. 염원이란 꼭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감내해야 합니다
 
Z님: 의상(意象)적 명상이란 이미지 명상과 같은 말이에요. 의상이라면 시론에서 흔히 말하는 심상과 일맥상통합니다. 명상을 통하여 정경( 情景)을 떠 올리는 형상 사유를 말하지요.

의상적 명상은 역시 정적인 환경에서 마음의 기억들을 그림으로 구상(具象)화하는 창조과정입니다, 의상은 시 창작에서 구사의 핵심이며 시 창작과정의 주요 원소로 시 창작에서 형상사유의 시종에 융합 되여 있습니다, 의상적 명상은 비유식 명상, 상징적 명상, 통감적 명상(오관의 감각적 의상), 교체적 명상 겹영식(叠映) 명상(두 그림이나 몇 개의 그림을 겹치는) , 시공적 명상, 복사식 명상 등 여러 가지 명상을 통해 시의 형상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해줍니다, 이런 의상을 시인은 동태적 의상, 즉 움직이는 의상으로 만들면 더 생동한 시가 됩니다, 그래서 좋은 명상시는 정경속에 움직이는 미적인 형상을 시인의 생활에서 독특한 감수, 발견을 인입(引入)합니다. 즉 나비, 꿀벌, 잠자리, 사슴, 낙타 등등을 등장시켜 시인의 감정을 대변합니다, 그리고 그대, 님, 녀신, 시신( 詩神)등을 정경 속에 인입 시켜 시의 동태적 미를 더해줍니다. 아름다운 정경속에 우아한 녀신이 단풍 길에서 드레스를 끌고 천천히 걸어가는 화면을 시화해 넣으면 시의 정취가 아늑하고 독자가 읽어 감상하면 자기가 그 속에 있는 것처럼 미적 감화가 깊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술로서의 의상 창조입니다, 의상 명상의 주요 특점은 의념명상과는 반대로 기의 응어리를 풀어 안개처럼 사라지게 하여 그 자리에 미적 정경을 드러내게 하는 것입니다.      

<시학과 시> 6호에 게재된 시조들은 시정이 진한 시로 현대 시조의 감정적 확장을 잘 표현한 시들입니다. 여기에 두수를 예 들어 의상적 명상을 말해보려 합니다
 
살포시 뜨는 달빛 연초록 녹음 밝아
앵두 알 여문 골에 감꽃도 따라 피어
봄 처녀 갑순이 댕기 우물가를 맴돈다
 
버들잎 봄바람에 풀피리 서성일 때
방앗간 물레방아 초승달을 굴린다
임이여, 짧은 이 한밤 사랑도 굴려주오
 
애달픈 가슴 안에 깃든 적막 고이 씻어
교교한 달빛 끌어 임 가슴에 안겨주리
사랑아 봄날이 간다 너와 나의 봄까지도
 
     -이근모<춘사비곡(春思悲曲)> 전문,(2019봄호)
 
이 시는 분명 명상에 의하여 쓰여진 대표적 시입니다. 의상시의 여러 가지 기법이 포괄된 영적 명상으로 시의 입체 성, 풍부 성을 더해주어 춘사비곡의 심상을 생동하게 안겨줍니다 체험적 기억속의 이미지를 재 창조하여 춘사비곡의 정경을 토로하여 독자들에게 감화를 일으킵니다 <달빛>과 <녹음>의 연대성, <앵두>와 <감 꽃>의 거리와 시간적 이미지, <갑순이>와 <댕기 우물가>겹영, <버들잎 봄바람>과 <풀피리 서성일 때>의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 이미지로의 전환, 다시 청각적 이미지를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교체적 기법, <방앗간 물레방아>에 굴러가는 <초승달>을 연상하여 사랑도 굴려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적 명상 <짧은 이 한밤>, <사랑아 봄날이 간다 너와 나의 봄까지도>, 이런 시간의 거리적 명상은 애절함을 더해줍니다. 한 수의 시에 명구가 있게 되면 그 시의 미감을 우아하게 해줍니다. 이 시에서 창조적 이미지는 <댕기 우물가> <버들잎 봄바람에 풀피리 서성일 때> 는 명구로 이 두 구절이 없다면 이 시는 일반화된 시로 되였을 것입니다. 의상적 명상은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 맘의 미감을 형상하는 것입니다, <애달픈 가슴 안에 깃든 적막 고이 씻어>란 구절은 충분히 명상시의 효과 성을 말해줍니다 한 수의 시조가 이토록 풍부한 시정을 담기는 시인의 경계가 영적 세계에 도달 했음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시조 한 수를 더 예 들겠습니다
 
고독이 밀물되어 창턱을 넘어서면
시린 듯 뽀얀 달빛 방안 가득 끌어들여
적막에 월광을 풀어 썰물 되어 떠갈까
 
가을밤 갈대숲에 은빛 파도 출렁인다
귀뚜리 구애소리 향기로 파고 들면
이명에 뒤척이는 밤 달빛 한 점 훔친다
           -정택명,<달빛 훔치는 밤> 전문 (2019겨울호)-


이 시조 역시 이미지를 조밀하게 겹영 시킨 명상 시로 오로지 명상에 의하여 쓰여진 시입니다. 시제가 말해주다 싶이 강렬한 호기심을 끌어 들이는 시입니다. 고독을 밀물로 시각적 이미지화하여 동태적 형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달빛을 공간적 방안에 가득 끌어들여 적막이란 화자의 심경을 월광에 실어 썰물로 내 보냅니다. 그러면 갈대밭에 시인의 심경이 은빛 파도로 출렁이고 귀뚜리 구애소리 향기로 파고듭니다. 정경 묘사가 입체적 풍부 성을 나타냅니다.

위에 열거한 3수의 시조는 시조가 현대시로 발전한 척도를 짚어 볼 수 있는 수작이라 생각됩니다
 
Z님, 다음엔 의경적 명상 시에 대해 말해 볼까 합니다. 의경은 한국에서 말하는 심경을 말합니다. 의경(意境)은 의상에 비해 더 광범한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의상도 의경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의경은 정이형신(情,理,形,神) 의 엄청난 의미가 있는데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신(神)입니다 즉 한 수의 시에 영(靈)l적 경계와 공백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신(神)은 시인이나 독자를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 넓혀 주는 작용을 합니다. 세계는 허(虛)와 실(實), 무(無)와 유(有)의 공간으로 우리의 정신에 무한한 미적 공간, 혹은 상상의 공간을 넓혀 줍니다, 그리고 허가 실이 될 수 있고 실이 허가 될 수 있고 무가 유로 될 수 있고 유가 무로 될 수 있는 변화의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에 시의(诗意)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시인과 독자를 끌어들이는 무한한 미적 시공이 존재합니다, 시인의 심령과 풍부한 상상력은 이런 시공을 만유 ( 慢遊) 하는 것입니다, 이는 심광신의(心旷神怡)의 정서를 창조하여 시인 자신과 독자를 감화하는 드넓은 여백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중국 현대시론에서 시의 의경은 파괴되고 무시 되였다 하지만 저는 그 이론에 이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수의 영적 공간이 없다면 시로서의 의미가 상실된다고 봅니다. 시 본래의 의미는 비 물질적인 영혼 활동으로 정신의 주파를 기록한 것이며 또한 그 주파를 독자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정신 활동이란 두뇌에 기록된 기억들의 재 결합 재 창조입니다 이로 인해 미적 경계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아래에 시를 예들어 말하려 합니다
 
광활함이 그려놓은 악보 위를 건반처럼 걷는다
펼쳐 놓은 숨은 뜻을 찾고 싶어 왔는가
두려움에 찬 마음으로 의심을 품었다
 
새소리 물소리 영 들을 수 없었고
기댈 그늘 한 점 없어서 가슴 밑에
품어 안은 눈물 몇 조각 끌어내 음표로 건다
 
절망처럼 다스리지 못 할 것 같던
모래 언덕을 토닥여 길을 내어줄 때마다
허공으로 뻗어 나간 멜로디를 붙잡고
 
발 닿던 곳마다 일어나는 흙먼지가
허물고 지나간 자리마다
각각의 음계를 그리게 했다
 
부서지고 버려질 듯한 흔들림이 경고를 보내면
투혼으로 반짝이게 한 눈빛은 실크로드에 뜨는
해가 지휘하는 환상곡이었다 분명
 
    곽구비 <사막을 연주하다>전문,<시학과 시>6호
 
이 시는 사막을 건반처럼 환유하여 명상한 시로 삭막한 사막을 멜로디가 흐르는 청각적 이미지가 농후하게 안겨줍니다. 시인은 명상 속에서 사막을 걸어 가는 발자국을 건반을 걷는 것처럼 묘사하여 음악이 발생하는 의경을 창조합니다 .결국 이 건반은 시인 마음의 건반으로 <품어 안은 눈물 몇 조각 끌어내 음표로 걷는다>고 피력합니다. <허공으로 뻗어 나간 멜로디를 붙잡고><각각의 음계를 그리게>했다던가 <투혼으로 반짝이게 한 눈빛은 실크로드에 뜨는><해가 지휘하는 환상곡>이라던가 무한이 넓은 의경을 안겨줍니다
아래에 인체를 사막으로 환유해 쓴 시를 예 들려 합니다
 
내가 보는
그의 누드는 불과 사막 이였다
시선이 우미로운 곡선 따라 휘여 뻗으며
부드럽게 눕혀지는 황홀한 사막,
나는 낙타 타고 솜털을 즈려 밟으며 갈 때 ‘
환열에 대한 갈망으로 불볕 탄다
연지 빛 동경, 살결에 반짝거리고
보랏빛 환상, 신기루로 떠오르는
포근포근한 황금빛이 깔려있는 사막에
시선의 깊은 흔적이 안보이게 찍힌다
그의 굴곡은 너무나 멀고 아득하다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
 
           리문호 <누드사진>전문, 시집<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출판사 출판)>
 
이 시는 역시 명상에 의하여 얻은 영감을 시화하였습니다. 세상 만물 속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체로 대자연이 만들어낸 정화입니다. 인체 미는 회화, 촬영, 조각 등 예술 분야에서 숭상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녀신이 온 몸의 긴장된 살을 풀고 누워 있는 모습은 흡사 사막의 후미진 곡선과 능선이 만연되어 아득히 뻗어 있는 것 같습니다 환열과 갈망에 찬 시선은 불볕에 타며 포근포근한 그 위를 걸어갑니다 그러나 은밀한 오아시로 갈려면 너무나 아득하게 먼 여정입니다 이는 예술과 성에 대한 암시적 묘사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사막과 누드를 겹영하여 시적 미학의 의경을 나타낸 시입니다
아래 의경적 명상의 극치가 담긴 이근모 시백님의 <국화의 진실>을 예듭니다
 
늦가을 소슬한 바람
국화 꽃잎 흔들어 올려놓은 자리에
그대 저만큼 내 누이처럼 웃고 있습니다
 
아홉 번 서리 맞아야
비로소 향기를 품는 다는 국화
진실은 오직 서리에 있어
찬서리 무서리로 익을대로 익은 연정이
샛노란 꽃대궁에서
그대는 아직도 그리움으로 서 있습니다
 
맞으소서 그 차가운 서리
아플수록 더욱 진실을 안다는
슬픈 고독의 향기를 안고
오늘도 나는 그 어느 어귀에 서서
그대를 서리 풍성한 꽃잎으로 맞이 합니다
 
별빛 내리는 가을과 겨울의 사잇길
아직은 덜 익은 나의 연정
서리로 달궈 그대에게 바칩니다
 
서리속 황국화로 웃고 있는 그대
꽃잎, 잎새 마다마다 달빛이 내려
동국 꽃초롱 서리서리
꽃무뉘 피어 납니다
 
                         -이근모<국화의 진실> 전문
  
이근모 시백님의 이 시는 낭송 시로 제작되어 널리 애송되고 애청하는 시입니다. 시의 미학을 극치로 반영한 시로 시선( 詩仙)만이 쓸 수 있는 의경 명상시 입니다. 일반 인들은 꽃의 모양과 색상에 취해 표상적으로 꽃을 감상하지요. 그러나 이근모 시백님은 꽃의 음운(音韻), 신운(神韻)을 영적으로 감지하여 그 맛의 깊이를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 시는 국화, 그대, 나란 3요소의 정의 흐름을 합리하고 굴곡적으로 형상화 시켜 애절한 연모의 정서를 우리에게 감명적으로 안겨 줍니다. 이근모 시백님의 시를 많은 독자들이 애송하는 원인은 영적 경계가 형상화되어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즉 새로운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시의 의경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지요.이를 우리는 미적 향수라고 합니다.
 
Z님 이상 명상 시에 대하여 생각 나는 대로 말했어요. 총적으로 시인에 있어 명상이란 영감을 얻는 것이에요. 어떤 초학 시인들은 의식으로 시를 쓰지요, 이 말의 뜻은 시를 쓸 때 이 구절은 무슨 의미고 저 구절은 무슨 의미고 하며 도식적으로 쓰지 말라는 말입니다, 사물과 환경에 대한 의식을 영감화로 승화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어요. 즉 영감으로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인이 영감을 시로 써 놓고 자기도 자기 시를 해석하지 못 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이상의 <오감도>가 바로 그런 시지요. 백년이 되어 와도 해석하는 평론가가 없어요 이런 시는 <아해>와 <무서움의>정서 시라 보면 됩니다. 즉 일제 시대의 거리를 정서화한 시로 정서 시는 뜻이 없어요.그저 정서로 느끼면 되지요.

영을 미신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영적 사유는 사람의 정신 활동이에요.또한 영은 신체를 떠나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 한다면 시를 책으로 냈을 적에 문자로 기록되거나 남기지요. 시를 쓴 다는 건 자기를 우아하게 신격화하는 일이에요. 사람마다 뇌 주파를 발산해요. 시인의 뇌 주파는 운률이 되고 노래가 되지요. 그래서 시인과 만나면 자연히 편안하고 친근해 지지요.      

명상 시에 대한 잡담은 근근히 저의 생각을 정리했을 다름이에요. 아직 이론화 되지 않은 저의 잡담이라 생각하면 되요. 혹시 오도되지 않을까 두렵네요. 시를 쓰려면 시론에서 배우지 말고 시를 많이 탐독하며 배워요. 그리고 시평을 읽어 배워요. 시론은 너무 방대해서 갈피를 잡기 힘들어요. 시론은 시인의 영과 개성을 포박하고 있어요. 그래서 잘 못 들게 되면 자기의 개성을 말살해요. 시인은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 비상해야 합니다. 제 멋에 시를 써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6, 8 서울에서
                                              
한국<시학과 시> 제7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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