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웅 : 연변대학교 조한문학원 교수, 박사생 지도교수, 중국 작가협회 회원. 연변대학교 한국학연구센터 소장, 문과 학술위원회 주석 역임.
김호웅 : 연변대학교 조한문학원 교수, 박사생 지도교수, 중국 작가협회 회원. 연변대학교 한국학연구센터 소장, 문과 학술위원회 주석 역임.

하늘에서 웃으시네 이 세상을 굽어보며

모진 풍상 이겨내고 자식들을 키운 어른

막내딸

빼여난 문채 자랑하며 영웅호걸 논하네

 

-10.7, 위쳇에서 일본에서 살고 있는 엄정자 사의 소식을 듣고

김호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매일 타고 다니는 전철인데 석양녘의 부드러운 광선 속에서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의 열차같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부드러운 석양녘의 햇살이 몇 십년 세월의 흔적과 먼지도 어루만져 선명한 빨간 색이 아득히 먼 그 시절로 시간의 태엽을 돌려줍니다.

쨍쨍한 아침 햇살보다 비스듬히 금빛을 뿌리는 석양을 좋아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인지

네댓살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산책하기를 즐기셨습니다. 석양녘의 강가나 근처 늪가를 거닐면서 끊임없이 동화를 들려주셨습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세계 명작 동화는 물론 자작동화도 물레실같이 매일매일 자아냈습니다. 

늪속에 거꾸로 비친 나무며 가로등이며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리키며 물 속 세상은 저렇게 모든 것이 거꾸로 서있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정말로 믿으면서 언젠가는 꼭 그 세상에 데리고 간다는 아버지의 말을 철석같이 믿던, 그 시절의 제가 아련히 떠오릅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자박자박 걸으면서 밥알 한알이 도시락통만해서 칼로 썰어먹는다는 세상을 동경하던 그 시절,

아버지는 지금도 거꾸로 된 그 세상에 계시는듯•••

빨간 전철이 그림움을 싣고 석양속으로 사라집니다.

 

글 엄정자. 

2020.10.7. 일본 나고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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