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춘화 수필가

리춘화 약력 : 연변대학 졸업. 할빈 시 조선족 제1중학교 정년 퇴직교원. 중국 조선족 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 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 시 다수 발표 및 수상 경력 있음.
리춘화 약력 : 연변대학 졸업. 할빈 시 조선족 제1중학교 정년 퇴직교원. 중국 조선족 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 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 시 다수 발표 및 수상 경력 있음.

오늘 삼성서비스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전에 문제도 있었고 해서 에어컨 상태를 점검하러 온다는 것이다. 시간 예약 대로 11시에 대략 40대인 남성 회사원이 커다란 공구 가방을 들고 왔다

우리는 금년 2월에 신축 오피스텔에 이사 왔다. 새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삼성 제품이고 그 외에 다른 회사 제품인 드림 세탁기, 공기청정기, 인덕션 등 필요한 전자제품이 건물에 혼연일체로 고정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거실 공간이 쾌적하고 넓어 보여 좋았다. 이사가 잦은 서울에서는 세트로 완비된 이런 집이 인기있었다. 5월이 되니 채광이 좋은 거실의 큰 유리창으로 인해 한낮이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켰는데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아서 삼성서비스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날짜 예약 잡아 온 사람이 가스가 새서 없기에 보충해야 하는데 제품 문제가 아니라 건축회사문제일수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허 참 … 소비자인 우리는 또 무슨 죄이람! )불만스럽지만 별 방도가 없다. 그 사람은 비용도 산출되고해서 오피스텔 경비원에게 회사로 전화해 다시 예약 잡으라 하고는 돌아갔다. 그래서 월요일 경비원이 출근 한 후 서비스센터에 전화 해서 날짜 예약 잡고 다시 온 사람은 역시 처음 온 사람이었다. 실외기에 가스를 천천히 주입시키고 그 다음엔 실내기를 열고 컴퓨터도 켜놓고 무슨 수치를 측정하고 오래 지켜보고 머물다가 일을 끝내고 갔다. 덕분에 올해 여름은 시원히 잘 지내게 되였지만 더위 속에서 고생한 며칠을 생각하면 남아있는 응어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요청도 안 했고 에어컨이 정상인데 점검 온다니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집에 온 회사원은 우선 처음에 부른 것은 무슨 문제 때문인가 물었다. 그러면서 창문 밖 베란다에 있는 실외기를 살펴보았다. 거실 천정에 있는 에어컨을 열고 컴퓨터에 가는 도관을 연결한 후 에어컨을 켜고서 무엇을 한참 보는 것이었다. 한번 겪은 일이라 시간이 걸리는지 알지만 다른 일 할 수도 없어 나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 컴퓨터로 점검하는 것이 새롭다고 말을 걸면서 어떤 것들을 측정할 수 있는 가고 단순히 물어보았다. 바람의 온도와 가스의 압력에 대해서 테스트 한다는 것이다. 에어컨은 이전 것은 압력을 직접 측정했는데 지금은 역으로 에어컨 바람 온도를 측정하면 가스 압력이 정상인지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온도를 약한 바람으로 내리 우면서 정확한 수치 측정을 위한 것이라 덧붙이는 것이다. 내가 가스가 또 새지 않을까 걱정 하고 있다고 말하니 가스가 샌다면 5월에 넣어서 6월이면 다 나갔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한번 가스 넣으면 얼마나 갈수 있는가 하니 꽉 잘 조여진 상태라면 10년도 갈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4년 정도는 갈 것이고 아주 미세하게 새는 것이라도 2년은 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에어컨 무료 서비스 기간은 2년이라는것도 덧붙인다. 

이윽고 측정이 끝내고 그 분은 에어컨이 정상이라고 하면서 에어컨 닫기 전에 먼지 필터 씻어보았는가 물어 본다. 없다 하니 하던 동작 멈추고 먼지 필터를 꺼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 후 주방 싱크대에 가서 직접 흐르는 수도 물로 먼지 제거하고 물기 닦아 다시 넣어 닫는 것까지 시범으로 보여준다

이 에어컨제품은 신식이어서 나에게는 그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센터에 전화해서 도움을 구하는데 한번 먼지 제거 하는 데만 3만원 넘어 든다는 것이다. 참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이런 회사원의 모습을 보면서 삼성이 잘 운영되어 가는 이유도 알 것 같고 큰 회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도 알 것 같다. 따라서 저번에 만족스럽지 않던 기억도 말끔히 가셔지는 것 같다.

코로나 시기이지만 할 일은 책임적으로 다하는 한국사회를 보면서 비교되는 것이 떠오른다. 여권 연장 받으러 얼마전에 예약 날짜와 시간대에 일찍 중국대사관에 갔는데 안내원이 대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서 비대면 공무를 본다는 것이다. 연락 방법을 물어보니 문밖 포스터를 보라는 것이다. 여러 항목으로 가득 붙여 놓은 것을 보는데 예약 시간 이틀 전에 지정 택배(일양 택배-다른 택배 회사는 안됨)에 자료를 넣어서 대사관에 보내면 예약시간대에 처리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문자를 해서 알리지 않지? 예약 서류에 개인 정보가 다 있는데? 내가 질의를 하니 지금 해도 된다고 그런데 대사관 홈 페이지에 들어가서 서류를 다섯 장 뽑아 프린트하고 서명한 후 돈 2만원을 대사관 계좌로 넣고 그 영수증 동봉하고 일양 택배로 보내라는 것이다. 어떤 서류인가 표본을 보여줄 수 없는가 하니 자기네는 모른다고 한다. 시간 좀 걸릴 것 같아 내일 보내와도 되는 가고 물어보니 그럼 일이 더 지체된다는 것이다. 예약도 긴긴 다섯 달 후에야 잡혔는데? 하는 수 없이 옆에까지 와서 일거리 찾는 여행사에 가서 정상적으로는 2만원 쓸 돈을 8만원 내고 일을 끝냈다. 대사관의 직업적인 서비스 자세가 부족한 이런 배치와 태만하고 “명철 보신”적인 처리방식 때문에 평민에게만 불편함을 끼친 것이다. 전화문의도 쉽지 않다. 뭐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나…

이 외에도 이런저런 비교가 떠오르면서 무엇이 바람직한지 생각하게 해준다.

짧은 만남이지만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더불어 함께 산다는데 의미를 부여해주면서 사회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고 살맛이 나게 해 주는 것이다. 나는 짧은 만남에서 도움을 얻은 적이 많다. 작게는 갓 왔을 때 길 찾기부터 잃은 물건 찾기, 크게는 회사의 일과 관련된 여러 면에서까지 자신의 일처럼 타인에게 시간을 할애해주는 고마움에 감동 받은 적이 참 많았다. 고마움은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몸체를 키우고 있어 자질구레한 티끝까지 지워주는 신기한 힘이 있는 것이다.

짧은 만남은 물체의 횡단면과 같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 물체의 소재와 질감, 그리고 힘이라든가 그 영향력의 파급까지도 추측된다. 짧은 만남은 단지 우연이고 별개의 문제라고 볼 수 없는 것은 그것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기때문이다.
                                        
  2020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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