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10월 23일 료녕신문
억새
꼬리를 하늘 향해 꺼꾸러 휘저으니
날개라 착각하면 열 두번 속을 거다
살면서 얼마나 또 또
꼭두각시 흔들까
골목길
누웠다 일어서면 골목은 비칠해져
후야근 퇴근길이 지치는 걸음이다
달빛아 너도 힘들지
그림자가 삐뚤다
문고리 잡은 손이 떨리게 아려오니
문앞에 휘여드는 바람도 저려있다
골목아 죽을 죄 없다
울지마고 허리 펴
떠난다 셋집으로 단출한 이삿짐들
흙 무지 돌 무지는 전세의 고양이 집
백 여년
꼬불잠 잤다
때가 왔어 깨거라
밤알
두 쪽에 셋 쪽이라
알알이 오돌차다
방문이 열리거든 말 말고 뛰쳐가라
그렇지
쪽 쪽이 금값
제 값데로 살거라
그네
허공에 점 하나만 찍어도 내 집이다
두 발에 힘을 주자 구름이 코 앞이다
하늘아
업혀 졸거라
등어리가 명당이다
코스모스
옷깃을 끄당기는 간절한 손짓이다
눈 감고 끌려오는 말쑥한 꽃그림자
보고도 못 본 척 할까
휘감기는 그 눈빛
어쩐지 두고 가면 외로울 얼굴인데
집에도 하나 있어 발걸음 뗄 수 없다
차라리 지고 말거라
꺾으려니 떨린다
추석송편
옹근 달 맞접어서 반 월로 빚어 볼까
거짓말 절반 넣고
우스게 반을 담자
배불룩
수저에 뜬 달
사투리가 익은 맛
등
남에게 보여 줬던 등어리 내 등일가
엎드려 절 할 때의 그 등이 내 등이다
착하다 모든 짐을 진
버팀목의 지게꾼
휘여 진 반달까지 숨어서 둥근건가
펼 때는 하늘마저 반듯이 일어선다
그렇다 품값 비싸다
세상살이 업었다
뒤에는 위험해서 수시로 위태롭다
눈총과 뒷소리는 등뒤가 과녁이다
불쌍타 업힌 하늘아
어떤 때는 남이다
석류
햇빛을 한 아름씩 노을도 한 자락씩
통체로 삼켰으니 뱃속이 불바다다
세상에
반 쪽만 터져도
온 하늘이 불 붙네
울먹인 가슴속이 얼마나 뜨겁기에
핏기가 눈동자에 저렇게 이글할까
엄마도
나를 낳을 때
자궁에서 불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