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국적회복 추진운동본부가 발족한다니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식에 날듯한 기분이다. 발족이야 누가했든 간에 여기에 동참할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들이다. 누군가가 기차길을 신설해 놓았는데 그 위로 달리는 열차가 없다면 그 기차길은 녹슬어 부패될 것이며, 잡초만 무성히 자랄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적회복 추진운동본부란 이 길위로 걷고 달릴 사람은 200만 재중동포이며 현재 불법체류중인 우리들이다. 우리를 대신해서 이 길을 걸어줄 사람은 이 세상 동서남북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누구고 이 운동에 가담하지 않고 뒷전에서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최소한의 민족적 양심도 없는 사람이며, 우리 민족 대열에 가담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불법체류자란 오명을 벗어버리고 우리의 힘, 우리의 손으로 합법화의 길을 정정당당하게 개척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추리해 볼 때 우리 민
족은 이미 고구려 시대에 만주 땅(지금의 동북3성)에 정착해 있었다. 근대에 와서는 수많은 애국지사와 독립투사들이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 쟁취를 위한 굳은 신념으로 정착했으며, 김구 주석을 수반으로 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 상해에 있을 때에는 우리의 선친들은 임시정부에 세금도 냈으며, 그 정부의 시책을 받들고 살았다. 일제 강점시대에는 고향과 형제를 버리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가기 싫은 강제이민을 만주 땅으로 떠났다.
현재 한국에 불법체류중인 중국동포들은 모두가 그들의 후손들이다. 좀더 적절하게 말을 한다면 가출했던 자식이 부모님의 집을 다시 찾아 왔는데 그 부모님인 한국 정부는 찾아온 자식인 우리 동포를 올 11월15일까지 무조건 집밖으로 추방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우리 중국동포에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다같은 단군님의 피를 나누어 가진 동족들이며, 우리가 찾아온 곳은 그 누구도 부인해서는 안될 조상님들의 뿌리가 내린 조국 땅이다. 우리는 기미년 3월1일“대한민국만세”도 함께 외쳤고, 36년 이전 긴긴 세월 일본 군국주의 식민통치도 함께 겪어낸 동일한 형제 민족이다. 이와 같이 역사적인 민족의 운명앞에서 사선을 함께 넘나들면서 희노애락을 같이 한 도저히 분리할 수 없는 일심동체의 관계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동포를 재외동
포의 품안에 함께 안아주지 않고 외국인 취급을 하고 있다. 이야말로 원통하고 분한 노릇이며 땅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다. 그래서 이렇게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는 것이‘재중동포 국적회복 추진운동’이다. 이 운동에는 너나 할 것없이 재한중인 모든 중국동포들은 다같이 동참해야 한다. 두려워도 하지말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일심단결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정정당당하게 이 거사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이 운동을 전개할 권리와 자격을 갖고도 남음이 있는 민족이 다. 우리가 하는 이 운동은 무법천지의 데모도 아니고 무자비한 충돌도 아니다. 다만 모든 중국동포들에게 고국인 대한민국에서 마땅히 가져야할 국적회복권과 자유왕래권을 달라는 것뿐이다. 사실 모든 재중동포들에게는 이러한 향수를 해외 기타 어느 지역의 동포들 보다도 제일 먼저 맛 보아야 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모든 중국동포를 재외동포에서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외국인 취급을 하니 이제는 우리 동포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너와 나의 몫이 따로 없다. 물론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가려면 길도 험하고 상상치도 못할 난관과 험악한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이 거사를 하는데 생각만 가지고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에 소원도 내야 하고 변호사들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몇 차례에 걸친 집회와 모임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일정한 경제적 소모도 생기고
필요할 땐 결근도 해야한다. 이 모든어려움과 문제를 함께 분담하면서 손에 손잡고 힘과 지혜를 모아 중도하차 없이 종점까지 간다면 모두가 가슴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것이다.
이철구(흑룡강성 동포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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