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상

 김재연 프로필 : 중국 길림성 반석현 출생 길림성 영길시 조선족고등학교 졸업. 교사, 자영업 종사. 현재 아모레 퍼시픽. 1989년 '도라지' 문학지에 수필(처녀작)  발표. 시/수필 다수 발표.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 다수. 재한동포문인협회 전사무국장.
김재연 프로필 : 중국 길림성 반석현 출생 길림성 영길시 조선족고등학교 졸업. 교사, 자영업 종사. 현재 아모레 퍼시픽. 1989년 '도라지' 문학지에 수필(처녀작) 발표. 시/수필 다수 발표.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 다수. 재한동포문인협회 전사무국장.

성에꽃

 

어둠 속에 은빛나비가
유리창에 내려앉아
파르르 떨고 있다

회오리 바람결에 
한 올 한 올 흩날리는 
헝클어진 머릿카락

시린 가슴이 토해낸
하얀 사연들
혹한에 돋아난다

추억의 터널을 지나
삶의 궤적을 따라
피어 오르는 잔물결

텅빈 벌판에
어렴풋이 보이는
어머님의 휘어진 등허리

당신의 따스한
내음이 그리워
다가가 입맞춤하니

어느새
녹아 내리는 
차가운 눈물

지금도 
가슴에서 피고 있는
얼음꽃 당신이여

심사평

대상 시 김재연 <성에꽃>

 

이 작품 중에서 김재연의 시 <성에꽃>은 흔치 않은 수작이다. 특정 지역의 응모작이라는 한계를 떠나서 보는 결과가 그렇다. 한국 시단은 기교주의의 미몽(迷夢)에 매여서 시문학의 개념 자체가 원천적으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를 떠나서 이 작품은 기성 시단에서도 흔치 않은 수작이다. 기법의 변화에 목을 매는 언어유희가 아니라 문학이 있어야 할 이유와 함께 미를 창출해 내는 성과가 그렇다. 중심 소재는 한겨울 유리창의 성에이고 이것을 어머니의 사랑으로 읽어낸 것이 주제가 된다. 그것은 수사법으로는 탁월한 상상력에 의한 은유지만 여기서 거룩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내고 전하는 메신저가 된 것은 작자의 소중한 가치관이 그런 눈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성애를 허리 굽은 어머니의 흰 머리로 읽고 은유법의 함축적 언어 속에 그 사랑의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성에는 희고 맑기 때문에 아름답고 순수한 회화적 이미지가 되고 혹한에서 피는 것이기에 인고(忍苦)와 불굴의 의지에 헌신적 사랑의 의미가 최상의 소재선택이 된다. 또 성애의 흰색이 헝클어진 흰 머리칼의 비유가 되는 것도 그렇다.

이같은 사랑의 의미만이 아니라 회화적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다. 성에를 한밤에 유리창에 내려앉은 은빛나비로 본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환상적인 회화이며 우리 말의 섬세한 감각적 리듬을 살려나간 음악적 감각이 감동을 증대시킨다.

‘어둠 속에 은빛 나비가/유리창에 내려앉아 /파르르 떨고 있다’는 정지용의 <유리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는 ‘유리창에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고 했다. 이 작품은 작자가 자기보다 먼저 떠난 어린 자식에 대한 슬픔을 나타낸 것이 정평이며 맞는 해석이지만 슬픔이라는 자기감정을 직설적으로 전한 것보다는 그런 슬픔을 안으로 삼킨 채 파르르 떨고 있는 나비의 회화적 이미지로 그린 것이 더 품격이 높고 감동적이다. 또 정지용은 유리창에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라 했지만 김재연의 ‘성에꽃’에서는 ‘당신의 따스한 /내음이 그리워/다가가 입맞춤하니’라고 했다. 지용은 직설적으로 입김을 불어 넣어 흐리게 했음을 설명하지만, 김재연은 애인에게 하듯 입맞춤했다고 말한다. 은유법이기에 해석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이미지의 현상학으로 이름 난 가스똥 바슐라르의 감동적 아름다움의 기법과도 맞는 기법이다. 그리고 녹아 내리는 성에를 차가운 눈물이라 함으로써 훨씬 아름다운 그림의 언어미학을 연출하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칫 윤리 도덕적 교훈이 되기 쉽고 그런 유형의 사모곡도 많지만 이런 관념의 관행을 배제하고 어머니란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상인가를 전하는 울림의 힘이 매우 탁월해서 대상으로 정했다. 혹시 기성 시단에서 이미 활동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구라도 발표자라는 공인이 되면 끊임없이 비평적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으며 이런 비평작업은 때때로 보물찾기가 된다.

본 심사 : 김우종 문학평론가(창작산맥 발행인)
예비심사 :  허선주 시인(수필가 창작산맥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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