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수 소설가

허경수 약력 : 1952년 2월 3일 길림성 화룡시에서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1972년 5월 1일에 시 ‘림해의 아침에’를 연변일보에 발표, 선후하여 소설 여러편 발표, ‘내 이야기’ 5편이 한국 KBS 방송국 우수상 수상
허경수 약력 : 1952년 2월 3일 길림성 화룡시에서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1972년 5월 1일에 시 ‘림해의 아침에’를 연변일보에 발표, 선후하여 소설 여러편 발표, ‘내 이야기’ 5편이 한국 KBS 방송국 우수상 수상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저녁, 고수철은 노란 고양이를 안고  숙사에 들어왔다. 

“창턱에 앉아서 우는 것을 보니 불쌍하더군, 아마 임자가 없는 것 같소”

고수철의 동정심이 포근히 스며든 말이었다. 순간, 서명우는 가슴이 찌르르해짐을 느꼈다. 그는 세 번째로 고양이를 안고 들어왔던 것이다. 며칠 전에 그가 고양이를 안고  들어왔을 때 서명우는 수풀속에서 범의 새끼를 본 것마냥 징글스러운 감을 느꼈다.  그리하여 서명우는 고수철이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고양이를   슬며시 밖에  쫓아버렸다. 

그런데 그는 이튿날 또 노란 고양이를 안고 숙소에 들어왔다. 서명우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음, 참자, 친구는 고양이를 귀여워 하고 있는데 나는 왜이리도 무정할까?) 

이튿날 새벽, "야옹….야옹…." 하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서명우는 깨어났다. 그는 짜증이 나 냉큼 일어나서 고양이를 들어 밖에 버렸다. 

“아니, 왜 고양이가 보이지 않소?”

고수철은 일어나자 바람으로 고양를 찾는 것이었다.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서 밖에 버렸소.”

서명우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고 불쌍한 것을 버리다니?....”

고수철은 매우 서운해 하는 것이었다. 

“방에다  똥을 눌까봐…”

서명우는 조금 미안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똥을 누면 닦아내면 되지.”

고수철은 개의치 않아 했다. 그런데  비 내리던 그날  밤에 고수철은또 그 노란 고양이를 안고 숙소에 들어온 것이었다. 비에 촉촉히 젖은 고양이를 보니 서명우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 또 추방해버린다면 내가 너무 무정하지 않은가?) 

“배고파하겠는데 먹을걸 주오.”

서명우는 마음씨 좋은 고수철 앞에서 그만 누그러들고 말았다. 

“이것도 사람을 믿고 사는데…”

고수철은 고양이의 잔등을 살살 어루만지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정말 사랑이 넘치는 친구야~) 서명우는 흠모의 눈길로 고수철을 응시했다. 고양이는 고수철의 품에 안겨 졸고 있었다. 

사흘 후였다. 그 날도 비가 질척질척 내렸다.  고수철은 무슨 생각을 굴리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썰썰한데 고얘(고양이)나 잡아 먹을까?”

“엉? 그건 무슨 소리오?”

서명우는 의아한 눈길로 그를 응시했다. 자비를 베풀던 그가  며칠새에 변했단 말인가?  서명우는 풀포기를 인삼인줄로 착각했을 때처럼 서운한 감을 느꼈다. 

“썰썰하면 돼지고기나 서너근 사서 먹지, 고양이를 왜서 잡으려고 그러오?”

서명우는 섭섭한 어조로 물었다. 

“그까짓 짐승을 잡아 먹는게 뭐 그리 대단해서…”

고수철은 심드렁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서명우는 불현듯 가슴이 쓰르르해짐을 느꼈다. (그럼 애초에 고양이를 안아오지 말아야지)  서명우는 무거운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먹을 것이 많은데 하필이면 고양이를 잡자고 그러오?”

“허,당신은 마음이 약하구만, 그리 마음이 약하구사 무슨 일을 하겠소?”

고수철은 오히려 서명우를 핀잔주는 것이었다. 원래 고양이를 싫어하였던 서명우였건만 고수철이가 세 번이나 고양이를 안아오니 그는 그만 감동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이 갑자기 백정으로 탈 바꿈하다니  웬 일인가? (에라, 모르겠다. 짐승의 고기는 사람이 먹기 마련인데 그의 손에 맡기고 말까?) 서명우의 머리에 피끗 떠오르는생각이었다. 

“야옹….야옹…..”

고양이는 마치 고수철의 검은 심보를 알아 차린듯 서명우의 바지가랭이에 살살 기여들며 가냘프게 울었다. 찰나, 서명우는 가슴이 찡해나며 처음으로 고양이의 잔등을 살살 만졌다. 보드라운 감각이 그의 손바닥을 통해 페부에 포근히 스며들었다. 임자 없는 고양이는 잠시나마 안식처를 얻었는데 재난은 각일각 닥쳐오고 있었다. 고수철은 주방에서 칼을 썩썩 갈고 있었다. 

“야옹….야옹….”

고양이는 또 애처롭게 울어댔다. 서명우에게 구원을 바라는듯이 노란 눈동자에서는 애절한 빛이 흘러나왔다. 서명우는 고양이를 안고서 슬그머니 밖에 나갔다.  가슴을 갉아내는듯한 칼을 가는 소리를 뒤에 남기면서….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