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성수, 그림/김성욱

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소

 

저녁이 오기 전에 제 가죽을 깔고 하늘을 보는 소들은 많다
트럭에 싣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들의 
울음소리가 대로에 질펀하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마저 감추고 
방향도 모른 체 소들은 간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소는 되새김질에 여념이 없고 어떤 소는 큰 눈망울을 굴리며 먼 산을 본다. 저것들은 순종인지 굴종인지,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은 캄캄한 어둠 뿐. 잡혀가는 소들은 살과 뼈와 피를 바치러 가지만 억울하다는 말 한 마디 안 한다.

한번도 자유를 누린 적이 없는 소들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그것도 모자라 
우족탕이 되고 설렁탕이 되고 갈비탕이 된다

길 위에서 길 밖에서 길 안에서 인간들이 길을 잃을 때,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소들은 쟁기를 차고 논밭을 갈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코뚜레가 풀리고 멍에를 벗는 순간 소는 자유를 얻은 것이다.

배를 깔고 워낭을 흔들어도 하늘과 땅 사이에는 
알아듣는 짐승들이 없다
소의 생애는 어쭙잖은 인간보다 백배나 났다 

 

정성수 프로필:

• 저서 : 시집 공든 탑. 동시집 첫꽃 외 다수
• 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아르코창작기금수혜
• 전)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
​​​​​​​• 현)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회장 고글출판사상임이사. 전주비전대학교운영교수

 

        소 (그림)

 

김성욱 프로필 :

 

학력 : 원광대학교미술대학한국화과 동대학원졸
전시 : 개인전(서울,전북,부산,대구,싱가폴 등) 22회
• 전) 현대 한국화 국제페스티벌(대구문화예술회관)​
​​​​​​• 현) 한국미술협회, 전라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 원광대학교, 국립군산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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