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근 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예동근 부경대학교 교수
예동근 부경대학교 교수

 

추석 전까지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은 공정을 강조한다. 정부는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국민들을 거대한 국가 공동체에 포용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동체를 접촉하고 느끼는 방식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비대면 접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클릭해야 이루어진다. 배우고, 일하고, 먹고, 노는 모든 접근 방식이 모니터를 보고 손가락이나 마우스로 클릭하는 데 익숙해야 살아남는다.

코로나로 원자화되고 있는 개인들
공동체에 오히려 도움 청하고 있어
약자 도울 디지털 플랫폼 구축해야

취향과 기호는 우리의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한다. 음식 배달, 쇼핑, 게임, 음악, 영상 등이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개인은 더욱 원자화되어 가고 있다. 한편으로 자유롭게 편리하게 탈공동체로 나아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염병이 만들어 낸 다양한 위기로 개인들은 공동체에 오히려 도움을 청하고 있다.

노변에서 채소 파는 할머니, 손님 없어 울상이 된 식당 주인,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환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 일자리 잃은 일용직 아저씨, 라면 끓여 먹다 다친 아이들…. 하나하나 보살핌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의 자리를 한 치도 떠나지 않고 코로나19와 끝까지 싸우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노고는 국가와 지역 사회의 인정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채소 파는 할머니부터 라면 끓이다 부상 입은 아이까지 공동체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공동체의 도움을 청하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은 타인을 위한 헌신의 클릭에 얼마나 마음을 두고 있는가? 위태로운 것은 그러한 ‘공동체 플렛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 배제된 약자를 지역 사회의 보호망 안으로 끌어 들이는 동시에,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장기적 비대면 활동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공동체 플렛폼’이 꼭 필요하다. 사회적 배려와 공동체 의식이 강한 시민들이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지역 상생이고, 도시 재생, 지역 재생의 핵심 현장이다.

아직까지 시장성이 강하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당근마켓’ 같은 플랫폼은 지역 상권 활성화와 지역 생활 커뮤니티에 일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도 점차 친사회, 친공동체로 변하는 하나의 조짐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사용자가 매달 1000만 명 정도로 급증하면서 긍정적 역할도 하고 있다. 지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와 유사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창출할 때 지역 공동체가 튼튼해진다.

부산은 거대한 구호를 좋아한다. 동북아의 허브도시, 강한 부산, 신남방과 신북방의 관문, 해양수도…. 거기에 멈추지 않고 국가 공동체, 동북아 공동체, 인류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비전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큰 꿈을 갖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눈에 보이고, 우리가 발을 디딜 수 있고,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작은 비전과 행동들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밀착형 ‘동네 인터넷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또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약자 등 디지털 정보에 약한 사람들도 쉽게 클릭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나아가 인터넷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인적 지원까지 가능한 플렛폼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로 국가 존망의 위기의식을 갖고 튼튼한 지역 사회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되고 지속가능한 플랫폼과 그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플랫폼 곳곳에 끼어 들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지향의 쇼핑, 재능 기부와 자원 봉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기서 한발 더 나가면 전통 차원의 품앗이를 디지털 사회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지역 차원에서 ‘노동시간 저축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지역의 노동력 수급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이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추석 시즌 택배 문제, 코로나 방역 등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 기업들이 연대하여 ‘노동시간 기부’를 현금 혹은 다른 대등한 노동 서비스로 활용토록 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할 수 있다. 디지털 사회가 급속히 확장하면서 생기는 개인의 탈공동체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우리 모두 공동체 지향의 클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출처=부산일보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