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휘

김동휘 약력 : 1955년 연길시 팔도 출생. 전 연변 로교수병원 중의과 주치의.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수필, 칼럼, 시, 가사 등 다수 발표.
김동휘 약력 : 1955년 연길시 팔도 출생. 전 연변 로교수병원 중의과 주치의.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수필, 칼럼, 시, 가사 등 다수 발표.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소해이다.
  육십 간지중 38번째 해로 하얀 소의 해라고도 한다.
  하얀 소는 흔치 않은 희귀 동물이라서 흰소 해인 올해는 신비하고 멋진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가져 본다.

  소 해에 소를 말해 보고 싶다.
  소란 원체 힘이 좋고 우직한 성질과 부지런히 일만하기에 주인의 총애를 받아온 동물이라 할 수 있다.
  순종, 성실, 근면, 인내, 희생, 헌신의 대명사로 불리는데는 소가 유일하다는 얘기가 된다.

  문뜩,중국 근대의 문학가 노신 (鲁迅)선생이 쓴시, 한 구절이 떠 오른다.
  타락하고 부패한 정치와 사악한 세력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날카롭게 맞서 싸워 왔지만 백성들에게는 코를 꿰인 송아지 마냥 온순하게 고분고분 헌신만 해야 된다는 뜻으로 쓴 시이다.
  "매서운 눈초리로 천부의 손 가락질에 대하고 머리숙여 달갑게 유자의 소가 되리라."
  매서운 눈초리로 뭇 사람들의 질타에 맞서면서도 기꺼히 백성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깊은 뜻이 숨어 있는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제나라 군왕 제경공(齐景公)은 6명의 아들중 유독 막내인 유자 (儒子)를 총애했다고 한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이였지만 어린 아들과 자주 놀아 줬는데 어느날, 유자가 제경공에게 소가되어 자기가 끌고 다니는 놀이를 하자고 하니 제경공은 기꺼히 끈을 자신의 이빨에 묶고 어린 아들에게 소처럼 끌려 다니며 놀아 줬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빨이 떨어지며 피가 나서 유자가 울음까지 터뜨렸지만 제경공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을 달래며 끝까지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고 한다.

  자식을 매우 사랑하는데서 유래된 이 이야기를 노신(鲁迅) 선생도 인용했고 나중에는 모택동 주석이 이를 인용해서 오늘 날까지 전해온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자" 라는 유명한 어록까지 만들어 졌다는 설이 있다.

  "유자의 소"란 원래는 부모와 자식간의 총애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으나 나중에는 노신(鲁迅) 선생과 모 택동 위인의 손을 거쳐 오로지 인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숭고한 사상"으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추론해 본다.

  소를 말하자면 당연히 소 코뚜레가 생각난다. 소를 쉽게 다루기 위해서는 소의 코에 구멍을 뚫어 이용하는 코뚜레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단 코가 코뚜레에 꿰인 소는 어린 아이가 소 고삐를 잡고 끌어도 고분 고분 말을 잘 듣게 돼있다.
  코뚜레에는 무서운 아픔도 있다,또 눈물도 있지만 그래서 순종이 더욱 돋보인다.
  코뚜레를 한 소는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주인이 이끄는 대로만 끌려 갈뿐이다. 자기만의 삶은 포기한 상태이다.
  코뚜레에는 원망, 미움도 그렁그렁 매달려 있더라도 머릿 속에는 오직 순종뿐이다.

  커다란 두 눈에는 눈물도 보이지만 뚜벅뚜벅 한 걸음씩 순종의 길만 걸어가는 우직한 소, 코뚜레에 꿰인 몸이지만 안달을 떨지 않는 인내하는 소, 날카로운 뿔을 가졌어도 함부로 들이 대지 않는 순종의 소,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꼬리나 가죽까지 사람들에게 남기고 가는 "바보 소"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 진다.

   우리 인간들도 무형의 코뚜레를 꿰여야 할부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시시 때때로 나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시기, 분노, 질투, 미움, 증오, 교만, 자존심과 탐욕이란 "괴짜"에게 코뚜레를 꿰여야 할것이다.

  코뚜레는 십자가인 동시에 순종이며 행복도 뒤따른다고 볼수 있다.
  코뚜레를 하려면 피를 봐야한다,아픔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자기를 내려 놓고 맡겨 버리는 자세로 나올때만이 가능 할것 이다.
  그렇다고 로봇같은 순종을 바라는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에겐 자유 의지가 부여 되여 있는만큼 선택권은 주어져 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 옳바른 길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는게 맞을 뿐이다.

  신축년을 맞아온지 벌써 4일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자년을 힘들게 지나 왔다.
  강추위와 코로나로 꽁꽁 얼어 붙은 현 시국에 마음만은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임하여야 할때인 것 같다.
  '나'란 "괴짜"에 꼬뚜레를 단단히 꿰놓아 오로지 자신의 모든 것은 내려 놓고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며 바쳐가는 "유자의 소" 정신을 지금 가져 봐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유자(儒子)의 소가 되리라."
새해에 가져보는 다짐이기도 하다.

       2021,01,04.
    서울 독산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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