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춘식 수필가

김춘식 수필가
김춘식 수필가

모성애는 종종 기적을 부른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해당하는 것 같다.흰소띠해에 소들의 모성애를 보여준 사연을 몇 개 적어보도록 한다.

1. 피로 채찍을 물들이면서도 새끼를 위해 물을 얻는 어미소

이것은 물이 아주 결핍한 중국 청해성 (靑海省)서부의 한 사막지대에서 10여년 전에 발생한 진실한 이야기다.이곳 사람들의 매일 용수량은 1.5키로그램으로 엄격히 제한되었는데 일상생활에서의 음료수,세수물, 빨래물은 물론 가축들이 먹는 물까지 모두 이 1.5키로그램으로 해결해야 했다.그런데 그것마저 주둔군부대가 아주 먼 곳에 가서 날라오는 물이었다.사람은 물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가축들도 물이 없으면 갈증을 느낀다.

어느 날 매우 온순하다고 하던 한 어미소는 너무도 갈증에 시달리다 못해 고삐를 끊고 사막에서 유일한, 물운송차들이 반드시 경과하게 되는 한길복판에 뛰어들었다.이윽고 물을 나르는 군용차가 멀리로부터 다가왔다.어미소는 불가사의한 식별능력으로 쏜살같이 군용차를 향해 달려갔다.군용차는 긴급제동을 하였다.차 앞에 묵묵히 버티고 선 어미소는 운전수가 아무리 쫓아도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5분이 지났지만 소와 운전수는 서로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운전수는 이전에도 소가 길을 막고 물을 구걸하는 정경을 간혹 본 적이 있었지만 이 소처럼 이렇게 강경하지는 않았다.한참 서로 버티다 보니 교통이 막히는 통에 다른 운전수들의 욕설이 터져 나왔다.성질이 급한 어떤 운전수들은 불을 달아 쫓아 버리려 하였지만 어미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에 소의 주인이 찾아왔다. 대노한 주인은 기다란 채찍으로 뼈만 앙상하게 여윈 소잔등을 후려쳤다. 채찍에 껍질이 터지고 살점이 묻어났다. 하건만 어미소는 애처롭게 울부짖으면서도 좀처럼 길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피는 채찍을 물들였고 소의 처량한 울음소리는 사막의 음산한 바람과 어울려 그렇게도 비장하였다.

물을 나르는 운전수도 울었고 욕설을 퍼붓던 운전수들도 울었다.나중에 물을 나르는 운전수는 “제가 규정을 어기고 달갑게 처벌을 받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물을 반 대야,1.5키로그램가량 받아서 소에게 주었다.

그런데 생각 밖에도 어미소는 자기의 피로 바꾸어온 물을 마시지 않고 석양을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는데 마치도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았다.그러자 멀지 않은 곳의 모래무지 뒤에서 송아지가 달려 나왔다.부상당한 어미소가 걸탐스럽게 물을 다 마신 송아지를 자애롭게 바라보면서 눈언저리를 핥아주자 송아지도 어미소의 눈언저리를 핥아주는 것이었다.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어미소와 송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주인이 고함치지 않았지만 어미소는 송아지를 데리고 천천히 오던 길로 머리를 돌리는 것이었다

2. 죽는 순간까지도 온 힘을 다해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소 

구제역으로 어쩔 수 없이 소를 살처분 할 수 밖에 없는 안락사.그들은 이 직업을 택하고, 눈물 날만큼 후회한다고 한다.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죽음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무리 동물이라 할지라도...정말 괴로운 일임에... 구제역으로 전국 곳곳에서 가축들에 대한 살처분 매몰처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미소의 죽음을 넘어서는 안타까운 모정(母情)에 방역요원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2011년1월 ,강원도 횡성의 살처분 현장에서의 일이다.암소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근이완제 석시콜린을 주입하자 갓 태어난 듯한 송아지 한 마리가 곁으로 다가와 젖을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어미의 고통을 알리 없는 송아지의 모습에 살처분 요원들의 가슴은 무거워졌다. 송아지도 살처분 대상이었다.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소마다 약에 반응하는 시간이 다르지만  주사를 맞은 소는 대개 10초에서 1분 사이에 숨을 거두는데 어미소가 태연히 젖을 물린 것이다. 동물들은 사람보다도 더 자신의 위험에 대해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분명 그 어미소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고 있었을 거다. 

어미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를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온몸이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새끼에게 젖을 조금이라도 더 물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는 듯 했다. 주위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 모두 어미소와 송아지만 바라본 채 2~3분이 흘렀을까. 젖을 떼자 어미소는 털썩 쓰러졌다. 영문을 모르는 송아지는 어미소 곁을 계속 맴돌았다.

현장에 있던 공무를 수행하던 분들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죽음도 뛰어 넘은 어미소의 모정에 현장요원들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송아지도 결국은 살처분 대상이었기 때문에 같이 안락사되었다고 한다.

소는 많은 동물 중에서 특히나 모성애가 강한 동물이라고 한다...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자기가 곧 운명을 달리할 상황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떠했을까...그 슬픔이 어떠했을까... 너무 늦어 버린 그 순간에도 어미소는 끝까지 자식을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젖을 물렸다고 하는데. 그리고.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고통을 인내해가며 마지막 새끼에게 젖을 물려주고픈...소의 마음은 어떠했으랴...분명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원주시 문막읍의 한우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수의사 조모씨도 축사 분만실에서 목격한 어미소와 새끼 송아지와의 이별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이 농가의 축사 분만칸에는 어미소 30~40마리와 태어난 지 1주일에서 한달 가량된 송아지 15마리 가량이 함께 지내고 있던 중 주위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 이들 한우도 예비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게 된 것.

새벽녘 깜깜한 축사 보온등 아래서 근육이완제를 맞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어미소를 큰 눈으로 지켜보던 송아지들은 눈물이 그렁한 채 울부짖었고 갓 태어난 새끼는 누워서 발버둥치는 어미의 젖을 찾아 머리를 들이밀기도 했다.
조 수의사는 어미소에 이어 송아지들에게 주사를 놓으려다 이 모습을 보고 돌아서서 한동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조 씨는 "주사를 놓으려니까 한 어미소는 새끼를 막아 서서는 꼼짝도 안하고 지키고 서있기도 했다"며 "병들거나 아픈 가축을 살려내야 할 수의사가 오히려 죽여야 하는 현실에 마치 저승사자라도 된 양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떤 스러져 가는 생명 앞에..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직접 보지 않더라도.그냥...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무언의 슬픔....눈물이 툭. 떨어진다.

3. 소들을 살리려고 주인집 찾아가 축사 화재 알리고 죽은 어미소

지난 2019년7월13일 새벽 1시 55분쯤, 한우 11마리가 지내던 강원 횡성군의 한 축사에서 불이 났다. 

잠자던 주인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는데, 주인을 깨운 건 불이 난 100미터 떨어진 축사에 송아지 8마리를 두고 온 4살 난 어미소였다. 암소는 머리로 마루를 들이받으며 울음소리를 내 잠자던 주인 90살 김태봉씨 부부를 깨웠다. 김씨는 축사로 달려가 소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결국 축사는 잿더미로 변했고. 불에 그을린 어미소는 안타깝게도 주인집 마당에 쓰러진 뒤 다음날 숨을 거뒀다. 이 어미소는 새끼를 배고 있었다. 이 어미소가 반년 전에 낳은 송아지 등 나머지 8마리는 화를 면했다. 
김태봉( 어미소 주인):"집을 향해서 딱 이렇게 서 있는 거야. 소가 씩씩거리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참 고맙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은 죽은 어미소가 낯선 오솔길과 골목길을 지나 주인집을 찾았다며 놀라워했다. 

박석수(강원 횡성군):"사람보다 짐승이 더 났다고 하는 말이, 그 말이죠. 등어리 다 타서 죽어가는 소가, 어미소가 와서 주인집 마루를…."
김씨는 죽은 어미소가 살려낸 송아지를 팔지 않기로 했다. 
"팔렸지만, 내일 나가서 돈을 빼서 돌려주고, 그 아들을 내가 기를 꺼야. 아들을…."

4. 새끼 밴 어미소, 도살장서 눈물 뚝뚝

2020년 1월 7일(현지시간) 펑파이뉴스(澎湃新)는 중국 광둥성에서 도살장에 끌려가던 어미 소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 끝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연을 전했다.

2020년 1월 5일 광둥성 산터우시의 한 농장주는 검은 암소 한 마리를 끌고 도살장으로 향했다. 소는 몇 걸음 걷다 말고 무릎을 꿇고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살려달라는 듯 애원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농장에서 일하는 린왕보(林王波)씨는 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즉시 SNS에 공개했다. 그는 “소가 이동하는 동안 무릎을 꿇고 울었다”며 “도살장에 도착해 도축업자가 끌어내려 했지만 계속 앞다리를 구부리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소는 새끼를 밴 상태로 알려졌다. 애원하는 듯한 어미 소의 행동은 배속의 새끼를 살리려는 모성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이 공개되자 도살장에는 소를 사겠다는 전화가 폭주했다. 중국 SNS에는 이 소를 살리자는 모금 운동이 벌어져 2만4950위안(약 418만원)이 모금됐다.

그 덕에 소는 도축되지 않고 2만 위안(337만원)에 팔려 인근 사찰로 보내졌다. 모금액에서 소를 구매하고 남은 돈은 소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찰에 기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린씨에 따르면 사찰로 가는 도중에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듯 무릎을 꿇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는 자신을 인수한 사람들을 향해 세 걸음에 한 번씩 무릎을 꿇으면서 다가갔고 트럭에 오를 때와 내릴 때 자신을 태운 화물차를 향해서도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서 마치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영상을 본 중국 네티즌은 “세상 만물은 모두 영성이 있다” “어미 소가 뱃속의 송아지를 보호하고 싶었던 거다” “상나라 시기 선조들은 사냥할 때 임신한 암컷은 죽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제 정말 문명의 퇴행이구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5.새끼를 못 잊어 밤새 우는 어미소

열악한 환경에 새끼를 남겨두고 온 어미소는 밤새 울었다. 이 어미소가 며칠 후 다시 새끼를 만나 다시 우는 순간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동물 전문매체 더 도도(The Dodo)가 어미소와 그 새끼의 상봉 장면 영상을 소개했다. 학대 수준의 환경에서 도축될 날만 기다리는 동물들을 구출하는 일을 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물보호단체 '더 젠틀 반'은 지난 2009년 카르마라고 이름 붙인 소를 한 열악한 농장에서 데려왔다. 단체는 그러나 구출된 날, '카르마'가 밤새 울기를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보니 카르마의 젖이 불어있었고, 관계자들은 카르마의 새끼가 농장에 아직 남아있을 수 있다고 추측하게 됐다.

다행히 단체는 늦지 않게 새끼를 발견했다. 단체는 도축장으로 향하던 트럭에 실려 가던 카르마의 새끼를 인계해 소유 농장으로 데려왔다. 
어미소는 트럭을 보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해 새끼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스트레스와 체력 약화로 새끼는 짧은 거리를 걸어오는 동안에도 여러 번 쓰러진다. 새끼가 품에 들어오기까지 쉬지 않고 새끼를 부르고 쳐다보는 이 모습은 소의 모성애를 증명하는 영상으로 기록됐다.

6. 도로 위에서 차량에 치여 쓰러진 새끼 태운 손수레 걱정돼 뒤쫓아가는 어미소의 '모성애'

새끼를 태운 손수레를 뒤쫓아 따라가는 어느 한 어미소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020년 12월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한 도로에서 송아지 한 마리가 차량에 치여 쓰러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송아지가 도로 위에 쓰러지자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미소로 보이는 덩치 큰 소 한 마리가 달려왔고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도로 위에서 새끼를 핥아주는 등 정성껏 돌봤다.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 싶었던 시민들은 하나 둘씩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먼저 한 시민이 근처에서 손수레를 빌려와 도로 위 쓰러진 송아지를 태웠다.
이윽고 시민들은 손수레에 태운 송아지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달렸고 어미소도 새끼가 걱정돼 손수레 뒤를 쫓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손수레와 어미소가 도로 위를 다녀 교통이 마비됐지만 운전자들은 손수레 뒤를 쫓는 어미소를 보고서는 속도를 늦추고 배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병원에 옮겨진 송아지는 제때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진심 감동입니다", "엄마의 마음은 다 똑 같나 봅니다",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소라는 가축도 이토록 강인하고 위대하다. 모성애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다. 소는 모성애가 유난히 뛰어나다고 한다. 동물의 모성애,인간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진심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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