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  문학박사(중국 단동) 

구정,고향집에서

 

한밤중 머리가 뜨끈하다
눈을 번쩍 뜨고 보니
뇌혈전(脑血栓) 아버지가 
내 머리에 오줌을 싼다
숨을 죽이고 누어 있다
끊어졌다 이어졌다
비릿비릿한 액체가 
귀에서 목으로
머리에서 얼굴로
입으로 코로
눈물처럼 주르르 흐른다

볼 일 다 보시고 
돌아 누어  
후우후우  

조용히 부엌으로 기어나왔다
동생이 뜨끈한 물을 부어주며 하는 소리

아버지가 노망이 아니에요
형님의 머리가 요강과 똑 같게 생겼어요

구정이 다가오면 
아버지가 그리워 난다
아버지의 요강이 되어 드리고 싶다

2021/02/07

 

아버지의 비밀

 


고향집 앞산 중턱에
옛날 아버지가 일구었다는 
우리 집 콩밭에서 
아버지와 콩을 꺾다가 
콩밭머리에 앉아 휴식을 하신다 

아버지는 낫부리로 작은 구덩이를  파시더니
사탕 몇 알 슬쩍 묻으신다
아버지 왜 그러시느냐고 물어도 침묵
담배 한 가치 다 탈 무렵

너보다 두 살 큰 누나가 있었다
며칠밤 기침을 너무해서
동내병원 데리고 갔지
주사맞고 애가 십분만에 죽었다 
맨발의사가 뭘 알겠나
주사를 맞히지 말았어야 했는데
살았으면 스물여섯인데

늦가을 어느 날 
하루아침에 쓰러져 간 
나의 여섯 살 누나
불쌍한 누나!

가족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아버지의 비밀, 
아버지와 내가 앉은 콩밭머리가
누나가 잠든 자리였다.

콩밭에 오실때마다 
아버지는 누나한테 사탕을 가져왔다
아버지는 해마다 어머니와 
꽁밭에 다녔지만 콩밭머리는
아버지만의 비밀이었다.

긴  세월 하냥 
아팠던  아버지 마음을
아, 나는 그때야, 그때야 알았다

20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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