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산 시인은 최근 몇 년래 시조 창작 분야에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창작을 해오면서 부단히 그 세계를 확장해오고 있다. 특히 재한동포문인협회에서는 시조창작의 선구자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올해 3월 쯤에 '도서출판 바닷바람'(발행인 이동렬)에 의뢰하여 약 130여 수의 시조가 수록된 '신현산의 诗골풍경' '성에꽃'을 출간할 예정이다. 

책머리에 그는 "시조는 유일무이한 우리 민족문학의 정신적 자산이며 우리 민족 시가의 꽃이다. 시조는 함축이 생명이요 율동이 그 멋이라면 철리는 바탕이요 즉흥은 그 에너지라 하겠다. 문학성과 음악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시조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시조를 즐기고 또 아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오늘 흐뭇하면서도 부끄러움을 금할길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몸을 담고 있는 재한동포문인협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책 출판시 시조집 50부를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본지는 신현산 시인의 시조 창작이 내용이나 예술적 경지 면에서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그의 시조 10수를  먼저 선보인다.  

 

벼루

 

청석이 정을 맞고
천만번 울고 난 뒤

키 낮은 옹달샘에
눈물 가득 고였구나

그 눈물 갈고 갈리어 향이라니 오죽하랴

 

돌탑

 

불심은 저 저렇게
쌓아가는 뜻이라네

한 층에 悔心 하나
높이만큼 거룩하니

추녀끝 고행을 지고 팔만장경 읊조리네

 

 

대문짝 한가운데
물구나무 섰는 복자

올해도 올거라고
붉게붉게 피었는데

가끔은 참새가 들러 뜨락 안을 살피네

 

나이

 

열여덟 기뻐 말고
여든 하나 서러 마소

먼저 나고 후에 나고
돌고 돌아 차례 오니

남 일이 내 일 되거늘 한 방향이 답이라네

 

폭죽소리

 

저 미친 폭죽소리
귀신 쫓다 날 쫓겠네

잠귀는 밝아 있고
한사코 지지 볶아

이놈 설 이러다가는 폭죽 땜에 돌겠구려

 

누룽지

 

죽살이 찜통 속에
밀고 딛고 골박치기

끝내는 나락으로 
질펀하게 쓰러졌네

유서장 달랑 남기고 돌아 누운 아픔이여

 

담쟁이

 

당신만 바라보리
바람벽에 얼굴 묻고

들끓는 태양아래
사랑을 엮은 세월

못 다한 노래를 지고 눈꽃 속에 묻혔네

 

거미

 

평생에 하는 일이
밑구멍서 실 뽑는 일

처마밑 씨날줄에
먹이감을 옭아 매고

의젓이 골방에 앉아 흥망성쇠 읽더라

 

나목

 

뻗쳐간 가지 사이
하늘이 뻥 뚫렸다

숨가쁜 한해살이
이맘때는 눅잦히니

높았다 또 낮았다가 가락있게 살잔다

 

초심

 

늙어도 자식이란
그이 눈엔 눈자라기

삼백에 육십오일
가슴에 담고 살면

울 엄마 장승되여서 이 참살이 지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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