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해설 남영전 시인

차례

머리글
1. 시조 단군 왕검의 탄생토템
2. 돌 밑에서 걸어나온 금와
3. 천제의 아들 주몽

본지는 이번 호부터 중국 저명시인 남영전 시인의 '삼국유사는 조상들의 토템이야기'를 연재한다. 중국문단에서 남영전의 토템시는 시인, 시평가(诗评家), 전문가, 학자들의 광범한 주목과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그의 토템시는 남영전 나름의 감오와 깨우침으로, 시로 그 토템의 정신세계를 파고 있다. 인류와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시로 이야기 하고 있다.  -편집자-    

  

남영전 시인은 문학계의 작가로 유일하게 "감동중국 조선족 걸출인물"에 평선되었다.
남영전 시인은 문학계의 작가로 유일하게 "감동중국 조선족 걸출인물"에 평선되었다.

 

머리말

 

이 글의 제목을 달아놓고
나 자신도 스스로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한다.

지난 세기 80년대중엽
새로운 시 창작을 고민할 때
존재주의 철학대가 싸르트르가
임종 한 달을 앞두고
자신의 평생 인도주의 추구를
회고하여
《오늘의 희망》이란
유언 같은 짧은 글에
토템식 형제관계의 회복은
하나의 진리라고 한 말에
나는 눈이 번쩍 띄었다.

그래서 곧바로
토템학설 공부를 시작하였다.
토템이란
씨족의 표지
성씨의 부호
민족은
부동한 토템을 가진 여러 씨족
혹은 부족이 장기간
한 지역의 공동생활로
역사적으로 형성된
의식주행어의 문화공동체이다
한 개 민족의 원초신앙에는
필연코 영향력 있는
씨족토템들이 등장한다

학자들의 토템학설 저서에
각 민족의 토템숭배는
제각기 신비롭고 다채로왔다
아쉽게도 우리 민족의
토템 풍경선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어느 학자의 붓끝에
“마을어귀에 솟대를 세우는 풍속은
조선민족의 새 토템숭배”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지나갔다
너무나 쓸쓸하였다

실상
원초적인 씨족토템숭배는
그 민족의 전통문화 형성에
밑바탕이 되어준다
만약, 씨족토템숭배가 없거나
빈약하다면
그 민족은 역사가 없고
문화뿌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큰 의혹을 풀려고
신화의 고향이라 불리우는
일연의 《삼국유사》와
고대 동이족 등
관련 문헌을 파고 들었다

나의 눈에는 반갑게도
조상들의 씨족토템이
하나하나 나타났다
나는 소중하게 찾은
조상들의 토템을 감상하면서
토템에 깃들인
조상들의 영혼 세계를
깨닫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이렇게
하나의 토템을 두고
빨라야 3, 4개월
보통 반년
심지어 더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깨닫다 보면
토템시 한 수를 얻을 수 있었다
나의 토템시 창작은
그 토템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30여년, 토템시 창작
30여년, 조상들의 영혼세계 탐구
그리고
세계 타민족 토템풍경을
감상할 때면
머리 속에는 늘상
일연의 《삼국유사》가 떠올랐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하나의 발견이
점점 더 뚜렷해졌다
그리하여, 근간에는
《삼국유사》를 재다시
찬찬히 뜯어보면서
일연이 기록한 신화를
한 건 한 건
시의 형식으로 뽑았다

나의 눈앞에는
《삼국유사》 27건의 신화가
생생하게 펼쳐졌다
나는
경이로움과 기쁨에 벅찼다
《삼국유사》의 이 신화들을
그냥 보통신화로만
볼 일이 아니었다—
《삼국유사》의 이 신화들은 분명
민족정신의 고향
민족문화의 뿌리
우리와 더 가깝고
우리 가슴에 와 닿는
조상들의 토템신화였다

무슨 근거로
이런 결론을 내리는가?
토템의 정의 삼요소가
명확히 답을 알려준다—
첫째, 조상들의 토템탄생
토템신화란
조상들의 탄생이
그 어떤 물체에 의한
기이한 탄생을 말하는 신화인데
《삼국유사》 10건의 조상탄생신화는
민족 시조 단군으로부터
삼국 시조 고주몽, 박혁거세 등
11명 조상 모두가
신기한 토템탄생이었다
둘째, 조상들의 토템표지
토템탄생인
단군, 해금와, 고주몽,
박혁거세, 알영, 석탈해
김수로, 김알지 등 8명
조상들의 성씨, 이름(호)이
토템과 관련을 가져
그들의 부호로 되였다
이것이 곧 조상들의 토템표지이다
셋째, 조상들의 토템수호신
조상들을 탄생시킨 토템은
조상들을 수호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대들까지 수호한다
《삼국유사》 12건의 신화는
개구리, 까마귀, 돼지, 개, 뱀,
거북이, 수신, 산신, 지신 등 토템이
자기들의 지혜와 책임성으로
후대들을 보호 하는
감동적인 토템수호신 신화다
그리고 토템설에
사람이 살아서
자신의 토템으로 변신할 수 있고
사람이 죽으면
자신의 토템으로 회귀한다 하였는데
《삼국유사》 5건의 신화는
이 기이한 토템전환을
생동하게 펼쳐준다

이리하여
《삼국유사》 27건의 신화는
토템신화 여러 요소를
빠짐없이 다 갖추었고 또 생동하므로
토템신화집대성(集大成)이라고 평가된다
때문에 일연의
“《삼국유사》는 토템신화의 고향”이란
판정이 가장 정확하다

이 발견은
민족문화유산 발굴에
하나의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삼국유사》
조상들의 토템신화가
독자들 앞에 펼쳐진다
매 건의 신화꼬리에
짧은 해설문을 달았다
토템신화 리해에 다소
도움이 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1. 시조 단군 왕검의 탄생토템

 

멀고 먼 그 옛날
하늘은 그렇게 밝았고
땅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천상천왕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늘상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세상을 탐내였기에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보니
홍익인간(弘益人间) 세상을
이룩할만 하므로
천부인(天符印) 세개를 주어
인간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3천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꼭대기
신단수아래 내렸으니
이곳이 신시(神市)였다

환웅은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주곡(主谷)
주명(主命)
주병(主病)
주형(主刑)
주선악(主善恶)
360가지 일로
홍익인간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하였다

그 당시
곰 한마리와 범 한마리가
한 동굴에 살면서
인간세상이 부러워
항상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환웅은
약쑥 한줌
마늘 20개를 주면서
“너희가 이것을 먹고
백일만 해빛을 금하면
사람의 모습을 얻으리라”
하였다

곰은
그것을 받아먹고
삼칠일을 금하여
녀자가 되였으나
호랑이는 금기를 못지켜
사람이 못되였다

사람이 된 웅녀는
혼인상대가 없어
신단수 아래서
아이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하여
환웅이 사람으로 변하여
웅녀와 혼인을 맺아
아들을 보았으니
그가 바로
단군 왕검(檀君王俭)이다

단군 왕검은
요임금 즉위 50년 정사(丁巳)년에
평양성(平壤城)에 도읍하고
국호를 조선(朝鲜)이라 하였다
후에 다시
백악(白岳) 아사달로
도읍을 옮겨
그곳이 궁홀산, 금미달이다
1500년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주(周)나라 호왕(虎王) 기묘년에
기자(箕子)를 조선에 봉하므로
단군은
당경을 거쳐
아사달로 돌아와
산신(山神)이 되였으니
그때 그의 나이
1천9백8세였다

 

[해설]
민족시조 단군 왕검은 일반출생이 아니다. 그는 하늘에서 내린 천신 환웅(신단수)과 아름다운 녀자로 화한 웅녀(곰)와의 혼인으로 탄생하였다. 이렇듯 조상의 기이한 탄생을 토템탄생이라고 한다.

토템의 정의에 따르면 단군의 아버지 천신(신단수)과 어머니 웅녀(곰)가 단군을 탄생시킨 친족토템이다.

왕검의 호를 단군이라 함은 그는 천신(신단수)의 아들이란 뜻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 또한 토템의 정의에서 말하는 왕검의 토템표지다.

단군은 또 바람, 비, 구름, 범 등 수호신토템이 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버지 환웅은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인간세상을 다스렸다 함은 그들은 모두 천신으로 한 가족임을 뜻하고 어머니 웅녀가 사람으로 화하기 전, 범과 한 동굴에서 살았다는 것은 그들 역시 한 가족임을 말한다. 한 가족이 자기가족성원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 역시 조상들의 자연과 인간의 생명일체화(生命一体化)인 토템관념이다.

조선반도에 단군의 곰토템과 관련되는 지명이 적지 않고 또 전설까지 전해지는 것은 단군은 실존인물이란 증거다.

단군 왕검(王俭)의 성씨가 왕(王)씨이기 때문에 조선민족의 왕씨와의 혈연관계는 가치있는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왕씨 왕조인 고려 500년, 왕씨 성은 번성한 대성(大姓)이였지만 후에 변을 당한 탓으로 왕씨들은 피신하려고 왕씨를 전(全), 전(田), 옥(玉), 마(马), 금(琴), 김(金) 등 성씨로 변성(变姓)하였다고 《개성왕씨족보》에 기록되였다.

시조 단군의 토템탄생신화로 시작하여 계속해서 삼국조상들의 토템탄생신화가 펼쳐진다.


2. 돌 밑에서 걸어나온 금와

 

해금와의 할아버지는
성이 해(解)씨이고
이름은 모수(慕漱)였다

임술년(BC 59) 4월 8일에
오룡거(五龙车)를 타고
홀승골성(纥升骨城)에 내려
도읍을 세우고
왕이라 하여
나라이름을 북부여라 하였다
그뒤 상제의 명에 따라
도읍을 동부여로 옮겼고
아들 부루를 낳았다
왕위에 오른 부루는
늙도록 아들이 없어
늘 산제를 지냈다
하루는
산제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곤연(鲲渊)에 이르렀을 때
말이 큰 돌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왕이 괴이하게 여겨
그 큰 돌을 옮기게 하자
그 돌 밑에서
금빛 개구리모양의
동자가 걸어나왔다
“이것은 하늘이
나에게 내린 아들이다”
왕은 크게 기뻐하였다
동자의 모양에 따라
이름을 금와(金蛙)라 하였다
금와가 자라
태자가 되였고
해부루가 붕어한 후
동부여 왕위에 올랐다

 

[해설]
해금와의 탄생 역시 단군의 탄생과 비슷한 기이한 토템탄생이다.
단군의 탄생은 녀인으로 화한 웅녀(곰)가 아이 갖게 해달라고 신단수에 빌었기에 환웅이 사람으로 화하여 웅녀와의 혼인으로 이루어졌다.

금와는 해부루가 아들 갖게 해달라고 산신에 빌었기에 산신은 석신(돌), 지신(흙), 와신(개구리)를 도와 소원성취하게 하였다.

금와는 돌 밑에서 걸어나왔기에 돌(석신), 흙(지신)은 금와의 어머니친족토템이고 그의 모양이 금빛 개구리 같았기에 개구리는 금와의 아버지친족토템이다.

금와의 탄생에 돌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방식으로 돌 밑에 동자가 들어있다고 소식을 알리는 말은 금와의 수호신토템이다.

그리고 해금와의 할아버지 해모수가 오룡거를 타고 강림했다고 하였으니 룡은 해모수를 호위한 해씨의 수호신토템이다.

금와(金蛙)란 이름은 아버지토템 금빛 개구리의 표지다.

 

3. 천제의 아들 주몽

 

동부여 금와왕이
하루는 태백산 우발수에서
우연하게 귀양살이 신세인
하백의 딸 류화를 만났다

그녀를 가엾게 여겨
궁중에 거두어주었더니
이상하게도
해빛이 쫓아와서
규방의 그녀를 비추었다
류화가 몸을 피했지만
해빛은
그녀를 따라 다녔다

이로 인해
류화는 임신하여
몸을 풀었는데
놀랍게도
아이가 아니라 알이였다
그 알 크기는
다섯되나 되였다

왕은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그 알을
개, 돼지 우리에 버리면
그들은 먹지 않았고
(돼지는 핥아주었다)
외양간에 버리면
소가 젖을 먹여주었고
길에 버리면
소나 말이 피해  가고
들판에 버리면
새와 짐승들이 덮어주었다

왕이 깨뜨리려 해도
깨여지지 않으니
다시 류화에게 돌려주었다
류화가 알을 싸서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동자가
껍질을 깨고 나왔는데
기골이 영특하고 기이하였다

나이 7세에 벌써
용모와 지략이 뛰여나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면 백발백중이였다
풍속에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 하였으므로
동자의 이름을
주몽이라 불렀다

금와왕은
아들 일곱을 두었는데
늘 주몽과 같이 놀았다
그러나
그들의 재주가
주몽을 따르지 못하니
맏이 대소가
왕에게 아뢰였다
“주몽은 사람이 낳은 것이 아니니
만약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가 두렵습니다.”

왕은 듣지 않고
주몽더러 말을 기르도록 하였다
주몽은 좋은 말을 알아보고
조금씩 먹여 여위게 하고
늙고 병든 말은 살찌게 하니
왕은
자신이 살찐 말을 타고
여원 말은 주몽에게 주었다

류화는
왕자와 장수들의 음모를 알고
아들에게 말하였다
“이 나라 사람들이
너를 해치려 하니
너의 재주와 지략이라면
어디 간들 못살겠니
속히 떠나거라.”

이에 주몽은
오이(乌伊) 등 세사람과
말을 타고 달렸다
엄수(淹水)에 이르니
넓고 깊은 강이 앞을 막았다
“나는 천제의 아들이요
하백의 외손자다
오늘 도망가는 길인데
뒤쫓는 자가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주몽의 말이 떨어지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나타나
다리를 놓아
주몽을 건너게 한 다음
사라졌으므로
뒤쫓아오던 기병들은
대안만 바라볼 뿐이였다 

주몽은 졸본부에
미처 궁실을 짓지 못하여
비류수가에 초막을 짓고
천제의 아들이므로 성을 고씨로 하고
국호를 고구려라 하였다
그때가 기원전 37년
고주몽의 나이 22세였다

 

[해설]

고주몽은 어머니 류화가 해빛에 감응하여 출산한 알에서 태여났다. 해빛, 감응, 임신, 이 알은 태양의 축소다. 고주몽은 태양의 아들이다. 때문에 고주몽의 아버지친족토템은 태양이다.

태양의 아들인 고주몽의 수호신들, 다양하고 재미있다. 금와왕이 이 알이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개, 돼지, 소, 말의 먹이로 버렸지만 신기하게도 이들은 조심스레 이 알을 보호했고 돼지는 핥아주기까지 하였다. 들판에 버리면 이름 모를 새와 짐승들이 와서 덮어주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고주몽이 금와왕의 아들의 음모를 피해 도주할 때, 강의 물고기와 자라들은 다리를 놓아주어 위기를 면하게 하였다. 고주몽의 수호신들의 작용,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리는 대목이다.

고주몽이 고씨성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태양의 아들이란 뜻으로 태양토템표지다.
고주몽이 세운 고구려(BC 37-AD 668)가 705년, 고주몽의 아들 온조가 세운 벡제(BC18-AD660)가 678년, 모두 긴 력사를 가진 고씨 왕조, 그 혈통이 이은 이야기가 궁금한 사항으로 남아있다.

남영전 약력

남영전 1948년생, 미국세계문화예술원영예문학박사, 길림성고급전문가, 국무원특수수당금 획득자, 대형문학지 장백산잡지사, 길림신문사 사장 겸 주필 역임. 현재 중국작가협회 소수민족문학위원휘 위원, 중국당대소수민족문학연구회 부회장.
1971년 중국문단 데뷔, 시집《상사집》, 《원융》,《남영전토템시집》등 17권 출판. 3차례 국가급 문학상 "준마상"수상, 5차례 중국작가협회《민족문학상》수상 등 각종 문학상 50여차례 수상. 2010년 중국 당대 걸출민족시인 10인에 선정, 2017년 중국 신시 100년 100인에 선정. 
1987년부터 발표된 토템시가 국내외 각광을 받아, 토템시 창시자로 《남영전토템시학》등 학자들의 전문저서, 논문집 등 13권 출판, 국내외 12차례 세미나, 그 중 한국과 4차례 세미나 진행, 남영전토템시가 중국내 대학교 교재, 석사, 사생들의 논문 대상이 되고 있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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