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박영진

박영진 약력 :재한조선족작가협회 이사. 연변대학 물리학부 졸업.1989년 대학생예술절 글짓기응모, 수필조 1등상 수상. 2018년 법무부 세계인의 날 수기공모 특등상 1등 수상. 한반도문학 신인상 수상, 동포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KBS한민족방송 우수상 15회 수상, 중국동포역사교육문화탐방 후기상(2) 수상
박영진 약력 :재한조선족작가협회 이사. 연변대학 물리학부 졸업.1989년 대학생예술절 글짓기응모, 수필조 1등상 수상. 2018년 법무부 세계인의 날 수기공모 특등상 1등 수상. 한반도문학 신인상 수상, 동포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KBS한민족방송 우수상 15회 수상, 중국동포역사교육문화탐방 후기상(2) 수상

 

한해가 다가고 새해가 다가올 때 즈음이면 나는 어김없이 글 한편씩 쓰곤 한다. 항상 뭔가 글로 남겨 나를 독려하는 계기로 삼고 싶은 심정이다. ‘말띠 해에 말을 말해본다’, ‘2017 정유년을 맞으며’, ‘황금개띠 해 단상’, ‘황금돼지해 단상’, ‘2020 경자년 새해 벽두에’를 최대 동포신문인 중국동포타운신문에 발표하여 새해의 선물로 삼았다.
 새해를 맞으며 어떤 글을 쓸까 생각도 많았다. 2021 신축년 소띠 해는 굴욕적인 불평등조약인 신축조약체결 120주년 되는 해이자, ‘꼬리 없는 소’ 또는 ‘유자의 소’라 불리는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 되는 뜻 깊은 해이다. 하여 신축조약에 관한 글이나 중국공산당을 노래하는 글을 쓸까 한참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착한 소띠 해에 한번 걸어보는 소원과 소망을 바라는 소박한 글을 쓰기로 했다.
 작년 쥐띠 해를 맞으며 쓴 ‘쥐띠 년 만필’에서 쥐를 도둑놈, 사기꾼이라 욕했고 또 전염병을 전파하는 파렴치범이라고 엄청 부정적으로 썼더니 쥐띠인 지인들이 기분 나쁘다며 난리들이다. 자기네 쥐들도 부지런한 소처럼 엄청 부지런하다고, 또 지들도 잘 살겠다고 밤잠도 안자며 일 하는데 쥐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하물며 소처럼 사나, 쥐처럼 사나 돈만 많고 잘 살면 장땡인 세상이 아닌가?
 꿩 잡는 게 매라고 요즘 같은 무한경쟁시대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자만이 일등이 되고 일인자가 되어 잘 살며 살아남는다. 달려왔든 업혀왔든 암튼 소를 제치고 제일 먼저 하나님을 만나 쥐띠를 하사받은 쥐가 귀엽기도 하고 가증스럽기도 하다. 우보만리(  ),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힘들게 걸어온 소의 만리길, 어질고 착한 소의 잔등에 앉아 편하게 자기의 목적을 이룬 쥐를 똑똑하다는 사람도 있고 쥐가 반칙했다며 소에게 서열1위를 내어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참 말이지 소는 얼마나 억울할까. 소가 농사지은 곡물을 훔쳐 먹어 엄청 미워하던 쥐가 울며불며 용서를 구하고 한번만 도와 달라 사정하니깐 어질고 착한 소가 불쌍해서 잔등에 태워줬더니 배은망덕하게 또 배신을 하다니, 남을 속이고 이용하는 간교한 사기꾼과 간사한 간신배의 본성은 어쩔 수 없나봐. 쥐에게 12간지 서열1위를 빼앗기고 화가 치밀어 우기충천(   )한 소가 쥐를 잡아 분풀이하려 했으나 쥐는 얼른 쥐구멍으로 숨어들었다. 그 후부터 쥐는 소가 무서워 소가 잠자는 밤에만 활동했다고 한다.
 열두 동물의 고유한 속성을 이용해서 만든 12간지를 깊이 이해하고 알면 알수록 옛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또 동양인(중국)들의 심오한 운명철학에 절로 절찬이 나온다. 인류문명에 기여가 큰 부지런한 소보다 오히려 가장 작은 동물인 쥐에게 서열1위를 준 것은 적자생존, 자연도태의 엄혹한 대자연과의 투쟁 속에서 쥐의 생존능력과 적응력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동물이 쥐라고 한다.
 소가 서열2위로 중요한 것은 소가 백성 또는 국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노동으로 자연과의 투쟁 속에서 찬란한 인류문명을 창출한 주역들이다. 이들이 없으면 인간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열3위인 범은 왕 또는 임금을 상징한다. 사회동물인 사람은 모여 살아야 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사회를 이루며 또 왕이 있어야만 나라가 있다. 그리고 나라가 있어야만 백성들이 비로소 집도 있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서열4위인 토끼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총명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 왕후 또는 중전을 상징한다. 토끼를 여자, 범을 남자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서열5위는 용인데 12간지 중에서 유일한 환상적인 동물이다. 용은 인류의 꿈을 상징하는데 풍운조화를 이루는 용처럼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려 인간에게 복을 주는 지상낙원을 꾸리고 싶은 환상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에게 꿈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눈부신 기적이 펼쳐진 것이 아닌가? 
 서열6위는 뱀인데 12간지 열두 동물 중 유일한 파충류동물이다. 사람은 마냥 꿈속에서만 살수 없다. 항상 낭만과 환상에 빠져 취생몽사로 인생을 살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현실은 무정하고 냉혹한 것이다. 뱀처럼 차갑고 독하지 않으면 이 세상을 살아 갈수 없다는 옛 사람들의 계시라고 생각한다.
 서열7위는 말인데 아무런 생각 없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말을 안 듣는 말썽꾸러기 말이 되지 말고 사람의 말을 잘 듣는 좋은 말이 되라는 뜻이다. 부모의 말도 잘 듣고 스승의 말도 잘 듣고, 그리고 부부는 서로가 서로의 말을 잘 들으면 행복해지고 행운도 절로 찾아온다.
 서열8위는 양, 양처럼 선량하게 살라는 뜻이다. 성현군자 공자님은 인간의 5개 덕목(인, 의, 예, 지, 신) 중에서 선이 첫째라고 했다. 이 세상의 많고 많은 종교 중에서 선을 선양하지 않는 종교는 하나도 없다. 모두다 사람은 선하고 착하게 살라고 한다.
 산에 가면 산마다 절이 있고 동네마다 교회가 있어도 사람들은 선하고 착하게 살려고 안한다. 그래서 코로나19사태를 초래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착하게 살면 남한테 당하고 나쁘게 살아야 잘 산다면서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좋은 사람을 해치고 생사람을 잡는 나쁜 사람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서민들의 힘든 삶이 참으로 서글프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봄이 봄 같지 않았던 작년 봄, 올봄은 제발 상춘객이 되어 봄놀이 꽃놀이 가고 싶다. 새로운 한해가 왔어도 새로운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 2021년이다. 새해는 신이 축복하는 신축년 이라고, 모든 소원과 소망을 이루는 착한 소띠해라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새해에 거는 꿈과 바람도 크다.
 설 명절을 맞으며 행복해지고 싶어서 또 웃고 싶어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늘어놓았다. 2021년 새해, 신축년 소띠 해에 정말 신의 축복을 받고 싶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정상적인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제발 소박한 이 소원을 이루게 하소! 소띠 해에 사랑하는 소에게 간절히 빌어본다. 

                                                                            2021 01 28 전북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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