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의 빛


푸르던 속삭임은 힘담없이 퍼르퍼르
그래도 천상 엄니 흰 오리는 무구한 빛
길손은 홀림길에서 단풍 숲을 즐기랴

목꼬리 아스라한 생시를 돌개치면
사늑히 사박사박 잔디 밟는 엄니 보리
푸서리 섧고 난 후로 흥그런 날 오리라


피날레(Finale) 


빛으로 채도 명암 느끼는 양
땅과 바다 하늘 음역으로
그대 노래 들어보랴

기타를 치거나
냅다 드럼 쳐 산마루에 오르면
저 먼 수평선, 어릴 적 종이배를 보리라

해변 갈대의 춤에 선율 실은
꿈길 따라 고향역에 이르면
우주는 빅뱅(big bang)으로 크게 웃지

우(宇) 하하,

따로인 듯 하나로 화음 이룰 그대여
돛을 새로 올리자
피날레에서


드라이 플라워(dried flower)

 

장미와 안개꽃이 만났어요
저마다 정열과 순수로 꽃말 하더니
어울려 꿈을 꾸죠

붉은 치맛자락 흔들고
하얀 눈 펄펄 날리며
아스라한 춤사위에 드는데

멈추자니 사랑은 길고 삶은 짧노라

시간을 잡고 싶어
둘은 서서히 미이라가 됩니다
먼지가 되기까지


색과 향을 섞은 채


 

로또복권 당첨되면

벗어나고파 벗어나고파
현실에서

일등 당첨 여러 번 나온 판매점 앞에
길게 줄 선 가난한 눈빛들 모두
구세주를 그리워하지

당첨되면 집 살 거야, 빚 갚을 거야
여행을 떠날 거야
랄랄라

그러다가 비장한 표정도 짓지
당첨되면 비밀로 할 거야
떵떵거리며 섭섭한 놈에게 복수할 거야

참으로 마음 바쁜데,
여든 넘은 할아버지가 지팡이 부들대며
중얼거렸어

로또에 당첨되면 우리 애들이
효도할 거야


속리별곡(俗離別曲)


(1)
천왕봉을 사진 배경 삼을 때 
뻐꾸기가 뻐꾹뻐꾹

딸꾹!

인간은 풍경을 망친 다오 
옷 색깔이 산과 숲에 어색하오

심기 건드리는 터, 
그럼 어떤 게 어울리냐 물으니

수염 길게 길러보오 
홀딱 벗고 찍든지 무채색을 입어보오

어허- 듣자 하니 가소롭구나
살아온 표정이 진실하면 
족하다 이놈아! 

내 관상이 山 풍경이로다

(2)
산 높고 깊은 계곡 땀 흘린 산행길에
속리(俗離)가 별세(別世)인 양 잠시 세상 잊으려나
하여도 별반 없으리 나 쉴 곳은 창조뿐

시인 한창희
시인 한창희

 

 

 

 

 

 

■ 프로필 ■
‧ 詩人, 작곡가
‧ 창조문학신문 등단
‧ 저 서:생선대가리 외
‧ 공저: 서울시인들, 현대시인12인선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외 
‧ 현) 대한궁술협회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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