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 


흡입력 좋은 입으로 무형의 죄를 먹은 사람들이  
노을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데요
사실은 지구가 편도염 때문에 목젖이 부은 겁니다
노동자 임금을 빨아먹은 빨대가
어쩌면 저렇게 당당하게 떠다닐 수 있을까요?
속이 빈 것은 요란합니다
빨리 취하고 싶은 사람은 소주를 마실 때 
빨대를 꽂기도 하지요
취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불법에도 과감해집니다
고래가 죽었다는 보고서를 먹이사슬이 바뀌었다는 말로 이해하면
포식자가 빨대인 것을 알게 됩니다
빨대가 독해지면 끝을 벼리고 막 달려드는데요
한 구의 고래 시신이 해변으로 떠밀려올 때
지구 목구멍이 원숭이 똥구멍 같이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투쟁의 방식

    
봄의 프롤레타리아 민들레
날마다 혁명을, 
노지의 노동자는 생각한다
항쟁의 구호가 가벼운 이유를, 
 
​바닥을 기면서 익숙해진 흙냄새
틈을 비집는 노동의 날갯짓으로  
안착하자마자 꽃샘추위다

꽃다지나 민들레는 찢어지게 가난한 빛깔
궁색한 빈혈 때문에 앞이 노랗다
    
귀밑에 반창고를 붙여도 멀미나는 행진
분신을 하고 뿌린 뼛가루에서 봄보다 겨울 냄새가 짙은데,
앉은 자리에서 산화한 저 불꽃을 뭐라고 명명할 건가
    
거인들 발자국은 깊고 선명해지는데
흐리게 흩어지며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아우성들 ,
    
말보다 행동이 앞선 민들레
어느 사업장 앞에서 삭발하고
추운 봄을 사르고 있는가.


전과자
    

별이 소낙비처럼 내리는 꿈을 꿉니다
    
파장이 클수록 정열적인 빛은 기가급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불운만일까요?
    
폭발하는 빛의 입자
    
형용할 수 없는 파열음이 벌겋게 코로 쏟아져
    
고개를 뒤로 젖힐 때
    
감각적인 눈물이 흐릅니다
    
뒤통수를 맞고 눈에서 번쩍거리는 
    
별은 아름답지 않은 법
    
허공에 피는 꽃은 명이 짧은 족속
    
똥별 몇 개를 단 나는 

別달린 전과자가 분명합니다.

 

시인

안과 바깥의 온도 차이가 너무 컸어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서 생기는 결로 현상
우리는 이것을 눈물이라고 해
참는 것과 하고 싶은 말을 압축기에 넣고 
악어처럼 살았지
가령, 체면이란 게 없었다면 어땠을까
부풀어 펑펑한 것을 압축하고 비좁은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아도 
상하지 않았을 거야
냉동된 고깃덩어리처럼 딱딱한 사유
그것을 고집이라고도 하고 자존심이라고도 말하지
부위별로 해체된 과거를 보면서
푸줏간 칼이 생각났을지도 몰라
뼈를 발라내는 통증은 오르가즘
눈물도 전염성이 강해서 자꾸 등을 어루만져
아직 덜 살아 봐서, 
결빙된​ 눈물이 남아서 
슬퍼지려고 해
詩로도 녹이지 못하는 얼음덩어리 생을 술로 녹이는 시인은 
따뜻한 시체
지금, 렌지에 나를 넣고 해동 중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눈물이 
맛 들고 있어.


용수철spring


봄은 새벽녘 아이 오줌발에서 시작된다
깨어나는 것들의 칭얼거림
잠투정하다가 깬 개구리처럼 
스프링이라서 오줌이 튀는 것이다

시체처럼 굳었던 것들이 해동될 때
숯불에 올린 기도가 꿈틀,
합장한 손이 하늘을 향하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보라
저 아지랑이를,
등 가려운 강가에 부스럼이 만개하면
살아있는 모두 꽃이 되고 물이 된다

누웠던 것들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봄
아이가 갈기는 오줌에서
생의 포자가 봄비처럼 내린다

살자
열심히 살자
주저앉은 것들을 세우자
발기부전 생식기가 각을 잡고 이불을 걷어낼 때
비로소 봄,
죽은 것을 살리는 것이 봄이다.

 

시인 전선용
시인 전선용

 


 

 

 

 

■ 프로필 ​■
‧ 2015 우리詩 등단
‧ 저서 :『뭔 말인지 알제』『지금, 환승 중입니다』
‧ 수상 : 제9회 농촌문학상 외 다수
‧ 현) 우리詩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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