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봄비 맞고
새순 트고

여름비 맞고
몸집 크고

가을비 맞고
생각에 잠긴다

나무는 
나처럼.


꽃풍선을 주세요 

                   

하느님이
목련 가지에 불어 놓았던
하얀 풍선을
소리도 없이 터뜨립니다
이런 일은 해마다 봄이 오면
계속될 테지요
나도 꽃풍선을 갖고 싶어요
예쁜 개구쟁이 하느님
저에게 꽃풍선을 주세요


엄마, 미안해요


내 신발은 늘 컸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발자국 남기라고
내 발보다 큰 신발을 사다주곤 하셨지요
그런데 내 발이 자라 신발에 맞을 때에도
세상은 내 발에 맞지 않았어요, 엄마
세상의 신발은 언제나 커서
벗겨지기 일쑤였어요
엄마, 미안해요.


구석

                     
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
그곳이 없으면
나뭇잎의 굴러다님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휴지들의 구겨진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
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 구석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바닥


바닥이 차갑다
바닥은 따뜻해야 한다
불처럼 뜨거워서도 안 되고
얼음처럼 얼어 있어도 안 된다
피곤한 등을 대고 잠을 자거나 쉬고
손을 짚고 발을 디뎌
일어서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바닥이 기둥이 되기 때문이다
바닥은 어디에도 있다
의자에도 있고
길에도 있고
혀에도 있고
흐르는 강에도 있다
바닥은 낮은 것을 받쳐주고
떨어지는 것을 받아주는 자리이다
그래서 바닥은 따뜻해야 한다
부드러워야 한다
나는 그런 바닥이 그립다

동시인 이창건
동시인 이창건

 

 

 

 

 

 

 

 

 

■ 프로필 ■

‧ 1981년 한국아동문학에〈어머니〉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옴. 
‧ 저서 : 동시집으로《풀씨를 위해》《소년과 연》《소망》《씨앗》외 다수. 
‧ 수상 : 한국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문학상 외 다수. 
‧ 현) 사단법인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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