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이른 봄 강가에 서다.
강둑길
아른아른 아지랑이

물속에 비치는 하늘
아직 시린데

소쿠리에
반쯤 캔 봄나물을
다듬어 손질하는
뽀얀 아낙의 손봄이 흐른다.


백목련(白木蓮)

           
1
가난이 어디
예사(例事) 연(緣)이더냐.

천기(天機)로 가족이 되어
곁방살이
시절이며……

2
이른 봄 뒤뜰
꽃이 되던 달빛

달빛처럼
평안(平安)히 잠든
꽃잎의 숨소리

그 밤을 새워
곱게 피는 백목련(白木蓮)이
얼마나 예쁜지!


노래(4)

         
잠깐 이승에
어찌 이리 힘든 일도 많은지.

박복(薄福)한 세상살이
살아온 만큼
아직도 아득한
생명줄을 따라서
끊임없이 쫓아온
슬픔도
그래! 인연(因緣)이더냐.

돌아보면
지지리 못난 목숨
가난에도
이제는 정(情)들 만한데

만일 슬픔으로
내 영혼(靈魂)이 고와질 수 있다면
인연(因緣)의 고삐야
기구한들 어떠랴!

아아!
오늘밤에도
별빛이 맑다


새 울음

        
이른 봄
산에 올라
새 울음을 듣는다.

언제나
조금은 서글픈
새 울음의
낮은 여음(餘音)에
한 가닥 햇빛도
잔설(殘雪)을
차마 어쩌지 못해
푸른 솔잎과
수작(酬酌)이나 하고 간다.

해가 지면
깊이 잠든
꽃들의 꿈에 붙어
동백(冬柏)꽃 두어 송이
급히 피우고
새 울음은 산바람이 되어
뒷산으로
살그머니 숨는다.


낙일(落日)

        
못 이룬
사랑이다.

죽어서도 못 지울
님의 눈이다.

시인 김환생
시인 김환생

 

 

 

 

 

 

 

 

 

□프로필□

‧ 월간순수문학(詩)으로 등단(1997년)
‧ 시집: 만경강(萬頃江), 노송(老松) 외
‧ 수상: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대상 문학대상, 샘터문학상 본상 특별작품상 
‧ 전)전주기전여자고등학교장, 석정문학관 사무국장
‧ 현 )전주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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