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기


광막한 우주에서
수십억 은하의 별들이 사라지고
다시 밝혀져 가는 
영겁의 세월

우리들의 사랑 
끝없는 공간에 티끌보다 더 작은 
하루살이로 보이겠지만

가슴속 품은 마음이야
우주보다 더 큰 인연 있어
엮은 정과 그리움은
하늘과 땅을 넘어 우주를 채운다

그 사랑
우주공간에 점 하나 찍고
사라질지라도
사근사근 나누었던 사랑의 밀어
영원하기를 비는 

가난한 우리 영혼아!      


연 등                    


화사한 목련꽃 피우며
먼 세월 곱게 물든 산사

은하 별빛 꿰어
하늘거리는 꽃등 
길게 줄 이은 푸른 숲길

중생의 번뇌를 위로하고
극락왕생 염원하는 
할머니의 등 굽은 
걸음걸음 비춘다

숲길 봉긋봉긋 수놓아 
태평성대 기원하는  
자비가 깃든 연등

너무 고와 눈을 감는다


능소화


담장 곁 오동나무에
능소화 줄기
바람에 곧추서 타고 올라

천생 버팀목이 된
화려한 품격의 조화

천년 가락 품은 오동이
울림통 되어  
애절한 산조로 어울린 
정열의 주황빛 연정
 
아득한 세월 
찰라를 살다가는 
불꽃같은 전율
슬픈 전설 그리움으로 남기고

뜨겁게 달구어진 여름 속으로
송이송이 뚝뚝 떨어지는 
의연한 기개氣槪


탁 란 
            

뱁새는 정신 나간 
머리가 텅 빈 새 
뻐꾸기 새끼의 어미 되어 
지극한 정성으로 돌본다

머리가 둔하다는 
비아냥거리는 소리에도 
모른 척 
자신의 종족 번식을 
외면한 아픔 안으로 삭이며

생태계 균형을 위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조건 없는 사랑인가

뱁새 희생으로 태어난
뻐꾹새 청아한 소리  

온 산야를 설레게 하는 
대자연의 위대한 조화調和


단 골 집
           

우리 동내 
산부인과 병원 맞은편
벽오동집이 있다

보랏빛 꽃초롱 벽오동보다
더 운치 있는 주모가 있다

푸근한 고향 맛에 
모이는 집
맛깔스런 솜씨 깔끔해서 좋다

왁자지껄 장터 같은 소음에
귀를 쫑긋 세워 
얼큰한 자기들만의 얘기 
노을빛 낭만에 젖은
정겨운 건배소리가 항상 좋은 집

앞집 병원엔 
희망으로 새 생명 태어나는데 
주모는 어느 새벽 
장마당 졸음운전으로
소쩍새 우는 먼 나라로 떠났다 

사라진 단골집 허전함이여!
해질녘이면 살포시 그리워지는 
그림 속의 그 집 단골집

시인 이재천
시인 이재천

 

 

 

 

 

 

 

 

■ 프로필 ■

‧ 문예사조 신인상 수상
‧ 저서 : 시집『눈향』『땡미산 유허遺墟』 
‧ 전) 전북문예 창작회 회장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